둘토산 2월 산행후기
석수역 1번출구~관악산 공원입구
어제 저녁 모르는 수신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평소 모르는 번호는 잘 안 받지만 웬지 받아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역시 산에 가겠다는 전화였다. 나의 촉에 스스로 감탄하는 순간이다.
루피나, 아가다 자매님 두분이 오겠단다. 완전 대환영이다. 둘토산 산행 주보공지의 힘이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못가겠다는 전화를 받았다.
이유는 동행하기로 했던 분이 감기로 못 간다해서라나..
좋다 말았다. 그래도 실망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전에도 몇 번인가 거짓말처럼 출발전에 전화를 받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은 아니다. 허기사 ‘장마다 꼴뚜기 날까..’
한편으로는 그분들로 인해 우리 부부, 오붓하게 걸을 수 있다. 그래서 감사하다.
둔촌동역에서 석수역까지는 1시간 20분이면 족하다. 그것도 신길역에서 1호선으로 1번만 갈아타면 되니 얼마나 편리한가.
잠시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석수역에 도착했다. 1번 출구로 나와 육교를 건너면 바로 둘렛길이 시작되는 호암산 입구다. 아침을 안 먹은데다. 날이 풀렸다는 아내말을 듣고 조끼까지 벗어놓고 왔더니 으실으실 추워
뜨끈한 국물이 생각난다 했더니 기왕에 우리 둘밖에 없으니 짬뽕먹고 가잔다. 오늘은 완전 통한다.
짬뽕집 문을 열고 들어서니 우리가 식당 첫 손님이다.
따스한 물 한잔 마시고 있으려니 50대 초반 등산복 차림의 여성이 혼자 들어와 역시 짬뽕을 시킨다.
아내가 그 모습을 보고 자유롭게 훨훨 다니는 것 같아 멋지단다.
그런데 나는 생각이 다르다. ‘나혼자 산다’ TV프로 영향으로 혼자 사는 사람들이 많은데..겉으로만 멋진 거다. 오죽하면 혼자살까 라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한 그릇 먹고 나니 배도 든든해지고 몸도 훈훈해지는 느낌이다.
얼마 전에 입춘이 지났지만 아직 코끝이 쎄한게 겨울 느낌이 살아있다.
10분 정도 걸어오르니 서울 둘렛길 5코스 표시와 함께 ‘호암산 숲길공원’과 전망 좋은 ‘호암정자’가 나타난다.
이곳이 호암산이다. ‘호암’하면 이병철이 생각 나지만 그와는 1도 관련이 없고 호랑이를 닮은 바위가 있는 산이라해서 호암산이란다.
처음 20여분 가파르게 치고 올라가면 능선길이 나온다. 이곳에서 호암산성까지는 3.2km, 관악산 일주문까지는 6.9km다. 그런데 날이 풀려서인지 원래 습한 건지 모르겠으나 길이 질퍽해서 등산화 바닥에 흙이 자꾸 묻어 올라와 걷는데 신경이 쓰인다.
그래도 등산로에는 경사가 완만해서인지 산행객은 물론 인근 주민들로 보이는 사람들도 많다
조금 걷다보니 호암산 폭포가 나온다. 흘러내리던 물줄기가 그대로 얼어붙어 빙벽이 되어 있다. 나름 장관인 폭포를 배경으로 노부부가 추억을 남기고 있다. 아마 사진 제목은 ‘오늘이 바로 내생애 최고로 젊은 날~’
호암 늘솔길은 ‘언제나 솔바람이 부는 길’이라고도 부르며, 총 1km 데크로 연결되어 있다. 주변으로 즐비하게 소나무가 늘어서 숲을 이루고 있다. 여름에는 솔향기 가득 맡으며 걸을 수 있으리라.
어디선가 딱따구리 소리가 청아하게 들려온다. 한 마리가 아니고 두 마리가 연주하듯 서로 주고 받는다.
복 받은 날이다. 귀한 딱따구리 소리도 듣고..
이 길은 호압사 부근까지 이어져 있다.
호암산을 올랐으니 호암사겠거니 했는데 ‘호압사’라 되어 있다.
이태조가 무학대사의 조언으로 조선의 도읍을 서울로 정한 후 궁궐을 짓는 과정에서 일이 진척됨이 없고 밤이 되면 무너지기를 반복하였다. 어느 날 태조가 침통한 심정으로 침실에 들었는데, 한 노인이 방도를 알려주기를 호암산의 산세가 호랑이 형국을 하고 있어 일어나는 일로 "호랑이란 꼬리를 밟히면 꼼짝 못하는 짐승이니 호랑이 형상을 한 산봉우리의 꼬리부분에 절을 지으면 만사가 순조로울 것입니다."고 하였다. 그리하여 1393년(태조 2) 왕명에 의하여 산세를 누르기 위해 창건했다고 한다. 유래를 알고 나니 호압사라는 이름은 절로 암기된다. 호압사 ‘호랑이’ 형상물 앞에서 ‘으르릉~’ 하고 포즈를 취해본다.
호압사를 지나면 삼성산 천주교 성지가 나온다.
삼성산 성지는 기해박해(己亥迫害)가 일어난 1839년에 새남터에서 순교한 프랑스 선교사 3분, 성 앵베르(Imbert 라우센시오 范世亨) 주교를 비롯한 성 모방(Maubant 베드로 羅伯多祿) 신부와 성 샤스탕(Chastan 야고보 鄭牙各伯) 신부의 유해가 1843년부터 1901년까지 58년간 안장되었던 곳이다.
이후 1901년 10월 21일 세 순교 성인의 유해는 용산 예수성심 신학교 성직자 묘지로 이장하였고 그후 11월 2일 명동 성당 지하 묘지로 이장하였다.
이곳은 현재 지목이 공원녹지로 되어 있어 여타 성지와 달리 초라해 보이기까지 하다.
따라서 무심코 걷다 보면 그냥 지나치기 쉽다.
이곳이 제대로 된 성지가 되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문화유적지로 지정이 시급할 것으로 보인다.
산길을 따라 약수사를 지나 보덕사로 향하던 중 오른편에 관악산 칼바위 국기봉이 보인다. 오르고 싶지만 오늘 코스는 아니라 지나친다. 길가에 커다란 무덤이 있어 가보니 남원 윤씨묘다.
어느새 호암산을 지나 삼성산에서 관악산으로 이어지는 내리막 길을 걷고 있다. 이름하여 ‘도란도란 걷는 길’이란다.
그러고보니 새삼 우리가 도란도란 걷고 있음을 알게 된다.
길이 수월해서 그랬을까, 둘만 걸어서 그랬을거다. 아무래도 좋다.
혹시라도 소통이 필요한 부부들이 있다면, 이 길을 걸어보시기를 권해드린다. 강추다.
총 7.3km, 3시간 30분..서울 둘렛길 5-1코스는 유난히 절과 약수터가 많다.
약수터만 7~8곳..체육시설도 많아 가벼운 차림으로 인근 주민들도 많이 걷는다. 내려오면 경전철 신림선 관악산역(서울대)과 연결된다.
‘걸을 수만 있으면 얼마든지 건강해질 수 있다’
곧 다가오는 새봄에는 더 많은 이들과 함께 걸으며 건강하고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첫댓글 호젖한 산길을 도란도란 걷고있는 두 분의 모습을 떠올리니..환한 미소가 절로 지어지네요. 앞으로도 쭈~욱 영육간에 건강하세요~♡
산행기 볼때 마다 꼭 가야겠다 마음 먹는데 여의치가 않네요
함께 산행하머 라우렌시오 형제님의 가이드 받을 날 오겠죠♡
두분 멋진산행 아름다운 산행 많은 교우님들의 동행산행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