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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대한민국 서울에서 가장 젊은 음악이라면, 역시 실리카겔이다. 단단하고 빈틈없는 연주력과 라이브 브이제잉VJing을 결합시켜 소리가 색채로 쏟아지는 멋진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2016년 10월 정규 앨범 <실리카겔> 발매 이후 각종 음악상을 수상하며 존재감을 또렷이 남긴 실리카겔을 만났다.
사진 왼쪽부터 김한주, 구경모, 김건재, 김민수, 최웅희(빨간 재킷).
지난 1월, 한국대중음악상 신인상을 수상함으로써 EBS 스페이스 공감 ‘헬로 루키’, K-루키즈 등 신인상을 그랜드 슬램했다. 실리카겔에게 2016년은 어떤 해였나?
한주 상도 많이 받았고, 저희가 해온 활동에 대한 성취를 인정받은 해이니 만큼 일단 기쁘죠. 한편 2017년은 거기에 대한 보답을 해야 한다는 숙제를 받은 느낌이랄까요.
이렇게 모인 걸 보니 학창시절엔 어떤 학생들이었는지 궁금한데(웃음).
건재 일단 서울예대 친구들은 제가 모은 거니까 대표로 말씀드리자면, 다 학사경고 2번씩은 기본이었고요(웃음). 이중에 졸업장을 가진 사람은 저 하나라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아, 생각해보니 가장 빨리 졸업장을 받은 건 웅희네요.
실리카겔은 서울예대 동문들이 주축인데 웅희 씨는 멤버들 사이에 있으면서 소외감을 느끼지는 않나.
웅희 전혀 아닌데요. 한주랑 동네 친구여서, 어느 날 한주가 밴드 하니까 보러 오라길래 갔는데 공연이 정말 판타스틱했죠. 그후로 죽 실리카겔 공연을 찾아다녔어요. 그러던 어느 날 한주가 EP <새삼스레 들이켜본 무중력 사슴의 다섯 가지 시각>의 쇼케이스를 앞두고 사운드를 보충해줄 사람이 있었으면 하는데, 형들도 네가 편하다니까 함께하자고 해서 세션으로 시작했죠. 그리고 하면 할수록 재미도 있고 음악도 너무 좋아서 끈질기게 매달려서 지금의 형태가 되었죠(웃음).
레이블에 들어가지 않고 활동하다가 EP를 내고 붕가붕가레코드로 들어갔다. 붕가붕가레코드를 택한 이유가 있나?
민수 EP를 내기까지 최대한 소속사 없이 활동했어요. 그때까지는 우리가 하고 싶은 걸 재밌게 해보자는 취지가 강했죠. 그런데 앨범을 내고 나니 좀 더 업그레이드된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매니지먼트 쪽에 조력자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라는 의견이 나왔고, 그 역할을 잘 해줄 레이블이 어디일까 고민하다가 붕가붕가레코드 얘기가 나왔어요. 아티스트의 자유로운 행보에 대해 지원을 잘 해주는 레이블인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한주가 곰사장님과 미팅을 하게 됐는데, 붕가붕가에서도 저희를 반겨하는 느낌이어서 함께하게 된 거죠.
레이블에 들어가서 낸 싱글이 <두 개의 달>인데, 이전 EP 느낌과 다르게 ‘붕가붕가’ 색깔이 강하단 느낌을 받았다. 특히 뮤직비디오는 B급 정서의 느낌도 강했고.
경모 원래 그 곡은 발매 목적이 아니라 저희끼리 레코딩을 연습해보려고 만든 곡이었는데 곰사장님을 만나는 자리에서 ‘뭐 준비해둔 곡은 없느냐?’고 해서 들려드렸더니, 바로 싱글로 내자고 하더라고요. B급 정서 얘길 하셨는데, 뮤직비디오를 그렇게 찍겠다는 어떤 의도가 있었던 게 아니라, 실리카겔 친구들이 원래 서로 놀리고 농담하고 그런 게 많아요. 이 친구들이 가지고 있는 재미난 요소들이 뮤직비디오에 녹아든 거죠.
실리카겔은 시각적 퍼포먼스와 라이브의 에너지가 큰 팀이다 보니, 아무래도 연주 중심의 앨범은 그 매력을 다 보여주기 어렵다는 고민이 있을 거 같다.
한주 고민이 되죠. EP를 내고, 또 작년 10월에 정규 1집 <실리카겔>을 내고도 그런 얘길 들었으니까요. 최근에 파라솔과 함께 <스페이스 엔젤>을 발매하면서 합주하는 녹음방식을 택해봤는데, 그게 해결책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본래 실리카겔은 합주방식이 아니에요. 한 파트 한 파트 각각 녹음해서 조합하는 방식이거든요. 그런데 합주를 녹음하니까 라이브 같은 에너지가 느껴지더라고요.
<스페이스 엔젤>은 파라솔과의 두 번째 콜라보 작업이다. 성격이 다른 두 팀이 함께 작업하는 과정은 어땠나. 어려운 점은 없었나?
경모 작업방식에서 힘든 점은 없었어요. 노동량이 많아진다는 것만 빼면.
건재 작업 때도 서로 쓸데없는 고집 같은 게 없어서 좋았어요.
민수 오히려 잘하는 분들과 같이 한다는 게 좋았죠.
파라솔의 어떤 부분을 좋아해서 함께 하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민수 음악이 좋아요. 지윤해 씨의 목소리 톤도 좋고. 송라이팅 스타일도 실리카겔에 비해 코드적으로 다채롭고 약간 살짝 냄새나는, 구수한 느낌의 감성도 있고요. 무엇보다 실리카겔과 가장 큰 차이점은 멤버 수가 적은 거죠. 적어서 소리적인 정보량이 적은데, 그게 적어서 나쁜 게 아니라 담백하게 드러나고요.
경모 저는 파라솔의 가사가 좋아요. 개인적으로 지윤해 씨를 천재라고 생각합니다.
가사 얘기가 나왔으니, 실리카겔의 모호한 가사 얘길 안 할 수가 없다(웃음). 한 유튜버는 스캣scat이라고 써두었던데.
한주 제가 작사한 곡들이 주로 그런 말을 듣는데, 발음의 문제죠. 까놓고 얘기하면 능력의 한계인 거고요. 근데 바꿔 생각하면 전 그 한계를 나쁘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반면, 민수형의 보컬은 가사 전달력이 잘 되는 편이거든요. 그러니까 제 발음이 문제인 거죠.
민수 욘시(시규어로스)는 희망어로도 부르는데 우린 스캣…. (시규어로스의 가사는 욘시가 만든 언어인 희망어로 쓰여 있다. 주로 아이슬란드어이지만 음악에 맞게 뜻없는 음절들을 배열한 것이다 – 편집자주)
웅희 우린 희망어가 아니라 한국어니까 그렇지.
발음의 문제가 아니라 가사적인 측면에서도 독특하지 않나. 같은 노래를 보면 “점은 점과 함께 던져버렸고 잔은 잔과 함께 던져버렸고…”의 반복이다. 추상회화 같기도 하고.
한주 모임에서 사람들에게 ‘어디를 갔다, 이런 일을 했다, 재밌겠지?’ 이런 얘기를 하는 게 (작사는) 아니잖아요. 설명이 안 되는 거니까 음악으로 만든 거거든요. 만약 무슨 말인지 궁금한 분이라면 앨범 안의 가사지를 보셨으면 좋겠어요. 제가 좋아하는 밴드 중에 콕토 트윈스Cocteau Twins가 있거든요. 이들도 가사나 발음이 불명확해서 못 알아듣겠다는 평이 많아요. 그런데 이들은 앨범에 아예 가사지도 넣지 않아요.
가사가 해당 음악의 정서를 만들어내는 음악이 있는가 하면, 그 역할 자체가 작은 곡들이 있는데 실리카겔은 후자 같다.
한주 파라솔을 보면, 좋은 가사를 쓰면 그게 충분히 잘 드러날 수 있는 환경이죠. 그런데 저희는 준비된 재료가 너무 많아서 가사가 일정 역할을 하지 않아도 다른 재료가 섞여 들어갈 수 있어요. 그런데 사실 <스페이스 엔젤>의 경우는 가사가 역할을 하고 있으니까, 앞으로 또 어떤 변화가 있을지 모르죠.
보컬은 주로 한주 씨와 민수 씨가 맡고 있지 않나. 얘기가 나온 김에 각각의 보컬의 장단점을 평가해본다면?
건재 사실, 처음엔 보컬을 따로 정하지 않았어요. 자기 곡은 자기가 부르는 거였는데 노래 부르기 싫어하는 멤버가 생기면서 이렇게 정착이 된 거죠.
경모 그런 세트리스트로 공연도 했는데…. 제가 노래를 못 부르더라고요. 그리고 민수의 목소리는 다시마만 넣고 끓인 심심한 우동 같은 느낌이죠.
민수 아까 한주의 발음 얘기가 나왔는데, 발음이 안 좋다고 노래가 안 좋은 게 아니잖아요. 뭔가 부정확하게 발음해서 생기는 어떤 컬러가 분명히 있고, 그게 캐릭터라고 생각해요.
한주 민수형이 작곡한 <기억> 같은 곡을 보면 목소리가 큰 편은 아닌데 약간 가련한 느낌도 잘 살고요. 그런 곡에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어요.
멤버 전원이 작곡을 하고, 또 팀 내에서 멤버 각각이 누구 하나 처지는 법이 없다. 좋은 의미의 경쟁의식도 있을 듯한데, 서로의 욕심이 부딪히는 경우는 없나?
한주 옛날에는 실제로 그런 부딪힘이 있었어요. 그런데 이제는 그런 걸 조율할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해간 거 같아요. 첫 EP는 저랑 민수형 곡 위주로 음반이 나왔는데, 둘의 작곡 스타일이 달라요. 그런 걸 보면서 서로 배우고 선의의 경쟁을 하는 부분도 분명히 있죠. 또 지금은 <두 개의 달>, <눈동자> 같은 곡들도 나온단 말이에요. 실리카겔은 모두의 장점이 굉장히 달라요. 어쩌면 그래서 실리카겔은 단지 밴드만이 아니라 스터디그룹이라고 생각하고 있고요.
민수 서로가 좋은 스승이자 라이벌이자 친구인 거죠.
이 자리엔 못 왔지만 VJing의 역할이 클 것 같다. 영상 클립은 전적으로 VJ에게 맡기나?
민수 노래를 만들면 바로 VJing팀에게 보내요. 그 한 곡을 온전히 다 듣고 VJ가 영상 클립을 만들어내는 거죠.
한주 단, 단독공연이 있거나 할 때는 무대연출을 미리 짜야 하니까 서로 아이디어를 나누고 얘기를 하게 되요.
관객석에서는 밴드의 사운드와 움직임, VJing이 만들어내는 몽환적인 시너지에 흠뻑 젖게 되는데, 무대의 당사자들 역시 그걸 즐기는지 궁금하다.
건재 사실, 공연할 때는 조명이 너무 강해서 눈이 아파요.(웅희 광선이 눈을 쏘기도 하고.)
민수 그렇지만 공연하다가 시선을 조금만 옆으로 돌리면 옆의 동료에게 닿아 있는 조명이 보이고, 잠시 시선을 무대 뒤로 돌리면 영상 이미지를 확인할 수 있어요. 그런 식으로 저 역시 그 영상을 보고 연주를 하며 그 무대를 즐기게 되는 거죠. 뭔가 ‘겹공연’이 되는 느낌이랄까….
VJing뿐만 아니라 각각의 멤버가 가진 장점이 많아서 음악뿐만 아니라 더 많은 장르 혹은 브랜드와의 협업이 가능할 거 같다.
건재 정말로 각자가 가진 관심사가 달라서 어떤 제안에도 완전히 열려 있다고나 할까. 전혀 연고 없어 보이는 제안이 와도 이 팀 안에서 조율이 되거나 해당 주제에 관심 있는 멤버가 주도하여 끌고 간다거나 할 것 같아요.
민수 처음에 모였던 계기 자체가 음악만 좋아하는 사람이랄까 ‘밴드하자!’가 아니었으니까. 미디어아트와 관련된 시도로 모였었고, 또 밴드 포맷으로 활동을 계속하면서 각자의 자리에서 꾸준히 계발하고 성장한다면 정말 말 그대로 뭐든지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림, 영화나 영상에 관심이 많은 친구가 있는가 하면 글에 관심 있는 친구가 있어요. 그렇기에 음악 이상의 무엇을 해보고 싶다는 도전이 얼마든지 생겨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경모 전 레드벨벳과의 콜라보를 진심, 원합니다(일동 폭소).
마지막 질문이다. 실리카겔이 음악으로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면?
웅희 저는 음악을 시작하게 된 계기도 그런데…. 궁극의 재미를 찾기 위해서라고 답하고 싶습니다.
경모 평상시에 스스로가 참 별로라고 생각하는 사람인데 실리카겔 하면서 그런 게 좀 달라졌어요. 그런 음악을 할 수 있어 좋습니다.
민수 오래하고 싶습니다. 계속 오래 이런 작업을 하고 싶어요.
한주 저도 오래하고 싶어요. 그리고 제 자신이 좀 더 좋은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고요. 좋은 음악으로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다면 좋겠어요.
건재 음악적으로는 사람들로 하여금 생각하게 만드는 음악을 하고 싶고요. 그 외에 돈을 벌게 된다면 땅을 사서 아지트를 많이 만들어내고 멤버십으로 운영해서 뭔가 재미난 시도를 해보고 싶어요.
실리카겔은 김건재(드럼, 리더), 구경모(베이스), 김한주(신디사이저, 프로그래밍, 보컬), 김민수(기타, 보컬), 최웅희(세컨 기타) 그리고 VJing을 하는 김민영, 이대희의 7인으로 구성돼 있다. 최웅희를 제외한 멤버 모두 서울예술대학교 동문으로, 2013년 김건재가 김민영, 이대희를 만나 평창 국제비엔날레에 미디어팀으로 참가하기 위해 모이면서 시작됐다. 처음에는 드럼과 VJing으로만 참여하려 했다가 추가로 음악을 담당할 멤버들을 모으면서 구경모, 김민수, 김한주가 팀에 들어왔고, 2015년 여름, 첫 번째 EP <새삼스레 들이켜본 무중력 사슴의 다섯 가지 시각>의 발매 쇼케이스를 준비하며 최웅희가 마지막으로 합류했다.(이날 인터뷰에 VJ 김민영, 이대희는 개인사정으로 불참했다.)
첫댓글 출근하면서 듣습니다. 젊은 친구들 음악에서 우리와 다른 신선함이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