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운치~고덕산~27번고속국도~갈마재/17번국도
초여름쯤이면 첫고등으로 나와서 목청을 돋우는 말매미는 아직까지도 '찌르륵 찌르륵 찌이' 하고, 한여름의 참매미는 꽁지부분을 아래 위로 기웃기웃하며 '맴맴 매에' 기운차게 운다.이들의 울음소리가 잦아들고 '쓰르람 쓰르람'거리며 우는 쓰르라미 울음소리가 귓전을 두드리기 시작할 무렵이면 말복께가 된다.말복이 지나면 비로소 무더위도 한풀 꺾이게 되는 것이 천리법도일 테다. 집 밖으로 나서면 거리는 그야말로 찜질방처럼 열기로 후끈거린다.그러나 매미들의 세레나데가 울려퍼지는 가로수의 그늘은 잠시 무더위를 피해갈 수 있는 도시의 시원한 그늘막이다.
이틀 전, 무더위의 한복판인 중복(中伏)을 거치고 말복을 20일쯤 남겨둔 복중에 성수지맥 두 번째 구간의 산행이 오늘도 여지없이 발행이 된다.복중산행(伏中山行)을 두고, 혹자는 열(熱)은 열로써 다스려야 한다는 이열치열(以熱治熱)이라고 우기지만 기실 광증(狂症)의 산행벽이라고 표현하는 게 적절하지 싶다.산행벽(山行癖)은 산행을 너무 치우치게 즐기는 성벽(性癖)으로 고치기 어려운 난치성의 고질이기 때문이다.어쨌든 두어 시간의 버스투어를 거쳐 도착한 지난 첫 번째 구간의 날머리인 대운치 고갯마루에는 구름 한 점 없는 날씨에 눈부신 뙤약의 햇살만이 기세를 부리기라도 하는 것처럼 쏟아져 내린다(9시55분).
대운치
대운치 고갯마루의 한켠에는 '마이산 도립공원'이라고 써 있는 갈색 바탕의 장방형 안내 입간판이 세워져 있는데,연신 꼬리를 잇는 지맥의 산길은 그 입간판의 도로 건너 쪽이다.서둘러 무성하게 우거진 녹음의 그늘 속으로 기어들면 날볕에 비하면 사뭇 시원함이 느껴지고 낙엽이 익는 구수함과 녹향이 한데 어우러져 상큼함이 가득하다. 차분하게 숨이 죽은 가랑잎의 산길은 뚜렷하고 멀쑥하며 아침 나절 기색이 아직까지 남아 있는 숲은 다소 시원함이 느껴진다.그러한 행색의 산길을 따라 20분여의 발품이면 첫 고등으로 납데데한 해발507.6m봉으로 이어지고,그곳에서 좌측 9시 방향으로 급커브를 그리며 꼬리를 잇는 산길은 지맥을 가로지르는 잘록한 사거리 안부의 임도로 슬며시 꼬리를 드리운다.
진안군 성수면 구신리 구암말 쪽과 그 반대 쪽인 고개너머 남쪽의 임실군 성수면 태평리 방면 사이를 넘나드는 등하행의 고갯길, 구암고개다.구암고개 좌측의 산비탈에 일궈놓은 경작지를 지키고 있는 개 한 마리가 악머구리 끓 듯이 짖어댄다.오르막은 통나무를 이용한 계단이 안내한다.통나무 계단의 도움으로 비탈을 올려치면 사거리 갈림봉이다(20시29분).우측 3시 방향은 구암말(0.66km) 쪽으로의 등하행 산길이고, 그 반대 쪽인 좌측은 이곳에서 5,6백 미터쯤 동떨어져 솟구쳐 있는 해발 538.6m의 삼봉산(三峰山) 정상으로의 산길이다.그리고 지맥의 산길은 맞은 쪽인 우측 2시 방향이다.
삼봉산 갈림봉의 이정표
삼봉산은 성수지맥 1차 종주 때와 그 전의 일반 산행 때 삼봉리 신덕말을 깃점으로 하여 고덕산과 삼봉산을 잇는 원점회귀 산행 등 여러 차례 오른 적이 있으니 오늘은 무더위를 핑게 삼아 그냥 건너 뛸 셈이다.삼봉산 갈림봉을 뒤로하는 내리받잇길도 통나무 계단이 안내한다.계단을 거치고 좀더 발걸음을 옮기면 지맥을 가로지르는 임도가 넘나드는 안부 고갯마루로 산객은 안내가 된다.이 고갯길은 임실군 성수면 삼봉리 쪽과 그 반대 쪽인 고개너머 북쪽의 관촌면 운수리 방면 사이를 잇는 등하행의 산길이다.이 고개를 뒤로하는 오르막 산길도 여전하게 통나무 계단이 친절하게 안내하고 있다.
산길 오르막은 좀더 가파르게 이어지고, 크고작은 바위들은 시나브로 숫자가 불어나고 있다.바위들만의 멧부리 해발 491.3m봉을 넘어서고 나면 한길이 넘어뵈는 잡목과 잡풀들의 안부로 이어지고, 그러한 행색의 안부를 뒤로하고 나면 통나무 계단과 통나무 말뚝과 고정로프를 이용한 안전난간이 안내하는 가풀막진 오르막이 기다린다.팥죽땀은 줄줄거리고 헐떡거림은 휘모리 장단으로 치닫는다.고덕산 등산을 위한 갈색 바탕의 산행 안내를 위한 이정표가 간간이 눈에 띈다.바야흐로 둥그스름한 꼴의 집채만한 바위를 곁에 두고 있는 멧부리로 산객은 안내가 된다.해발 505.6m봉이다(10시54분).
해발 505.6m의 암봉을 뒤로하는 산길은 본격적인 암릉구간이라고 할 수 있겠다.암릉을 곧장 직등하는 경우는 거지반 드물고 우회하며 산길은 미로처럼 꼬리를 잇는다.노송과 너럭바위 등이 한데 어우러진 험상궂은 에움길이나 미로처럼 구불텅거리는 암릉길은 통나무 말뚝과 고정로프를 이용한 안전난간이 절대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삼봉리(좌측으로 1.6km) 쪽으로의 등하행 산길이 나 있는 갈림길을 지나고, 데크계단이 안내하는 바윗길을 올려치면 해발570.8m의 암봉이다(11시15분).가만가만 바람이 일렁거린다.이런 곳을 만날 때는 핑게삼아 쉬어가야 한다.
마른 목을 흥건히 적시고 간식거리로 요기를 때운다.잠시잠깐의 휴식이지만 발걸음이 사뭇 가볍게 느껴진다.여전하게 통나무 말뚝과 고정로프를 이용한 안전난간이 안내하는 구불텅거리는 암릉길은 머지않아 바위 절벽에 걸쳐 있는 긴 오르막 데크계단 앞으로 산객을 안내한다.고덕산 정상으로의 막바지 오르막인 거다.데크계단의 도움을 받아 바위 절벽을 거쳐 애면글면 올려치면 비로소 오르게 되는 바위봉우리가 고덕산의 제8봉인 해발 625.1m의 고덕산(高德山) 정상이다(11시36분).사방팔방 거침이 없는 조망은 가슴이 후련할 만큼 장쾌하고 화려하다.
시야는 그야말로 시원스럽고 화려하지만 뙤약볕을 막아줄 만한 그늘이 없고, 일렁이는 바람조차 없으니 팥죽땀을 닦아줄 만한 게 아무 것도 없는 거였다.삼봉산을 오르지 않고 이곳까지 줄곧 혼자 산행을 하였으니 동료들을 기다려 동반을 하는 게 좋을 듯하다.그동안 잠시 고덕산 제6봉까지 오를 참이다.그곳까지는 거지반 데크계단으로 이루어진 굴곡 심한 암릉길이다.6봉을 거쳐 5,4,3,2봉과 1봉을 차례로 넘어가면 임실군 관촌면 운수리 고덕말로 하산을 하게 된다.그곳까지의 산길은 아직 미답으로 남아 있으니 언젠가는 기회가 닿지 않겠는가.
6봉까지 올랐다가 다시 정상인 고덕의 제8봉인 정상으로 되돌아오니 선두 두엇은 이미 고덕산 정상을 넘어서 꼬리를 감춘 뒤가 아닌가.정수리를 뒤로하는 가파른 내리받이에 걸쳐 있는 데크계단을 내려서면 덕봉사(우측으로 0.64km) 갈림길을 만나게 되고, 산길은 다소 널찍하고 부드러우며 밋밋하게 꼬리를 잇는다.조금 전부터 하루살이처럼 생긴 '눈에놀이'라는 이름의 날벌레가 눈 속을 아금받게 파고 든다.아무리 쫓아내도 끈질기게 덤벼드니 속수무책인 거다.기실 백수의 왕인 사자도 어찌할 수 없는 날벌레가 아닌가.
고덕산 정상을 뒤로하고 별다른 특징이 없는 밋밋하고 단조로운 산길을 따라 4,5십 분여의 발품이면 정수리 한복판에 1984년에 재설한 삼각점(임실309)이 아직까지도 번듯한 해발 379.1m봉이다(12시47분).팥죽땀을 어지간히 쏟은 탓에 옷가지는 물에 빠졌다가 나온 것처럼 후줄근하게 젖은 몰골이다.산길은 한 차례의 부드럽고 수더분한 안부를 거치고 나면 잡목들이 산길을 아무렇게나 범접을 하여 아예 없었던 것처럼,들짐승들이나 간신히 드나들 수 있는 굴처럼 허접스럽게 만들어 놓은 '길없는 길'의 행색인 거였다.
한길이 넘을 만큼 무성하게 우거진 잡풀과 잡목의 산길은 그야말로 형극의 길이나 다를 게 없다. 애면글면 가까스로 이동을 할 수 있는 구멍(?)을 어렵사리 찾아가며 15분여를 헤매고 나면 지맥을 가로지르는 왕복 2차선의 차도 고갯마루로 지맥의 산길은 슬며시 꼬리를 드리운다.임실읍 소재지인 도인리 쪽과 그 반대 쪽인 고개너머 동쪽의 성수면 소재지 사이를 교통하는 721번 지방도로가 넘나드는 고갯길, 도인고개(가칭)다(13시25분).여기까지 이르도록 만두대장이 깔아놓았을 깔지가 눈에 안 띠는 걸 보면 아직도 그들은 이곳을 통과하지 않은 모양이다.잠시 도인고갯마루에서 그들을 기다릴겸 휴식을 취한다.일렁이는 바람은 없지만 나무 그늘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니 그런대로 시원함이 느껴진다.
도인고개
한 10분여의 휴식을 취한 뒤 고갯마루를 뒤로한다.고갯마루를 뒤로하고 고추밭을 우측으로 끼고 이어지는 임도를 따라 완만한 비탈을 오르고 있자니 뒷쪽에서 고함소리가 들려온다.도인 고갯마루에서 내가 기다리고 있었던 그들이 내 모습을 보고 소리를 친 거였다.임도는 머지않아 양회임도와 한데 어우러지며 산객을 안내한다.그러나 양회임도와는 길래 동반을 하지 못하고 지맥의 산길은 다시 숲 길로 발걸음을 옮기며 꼬리를 잇게 된다.해발329.2m봉에서는 좌측 9시 방향으로 급선회를 하게 되고,머지않아 다시 잡목들의 허접한 산길을 만나게 된다.
그러나 이번의 허접한 구간은 다소 짧은 편이다.그러한 구간을 벗어나고 해발 304.5m봉의 우측 8부 능선쯤을 트레버스하면 전주이가와 함열 남궁의 묘역의 곁을 차례로 거치게 된다. 그런 뒤에 지맥을 가로지르는 순천과 완주를 잇는 27번 고속국도 앞으로 산객은 안내가 된다.절개지 직전의 양회임도에서 좌측으로 100여 미터쯤 이동을 하면 고속국도를 손쉽게 건널 수 있는, 전장 45m에 폭 5.9m의 양지육교가 기다린다.지맥 산행에서는 지맥을 가로지르는 이와같은 큰 길 통과가 애로사항이 비교적 다분한 구간이다.우회를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도로로 인한 절개지 주변의 이동 통로는 대개 허접스럽기 때문이다.
그러한 애로사항을 양지육교가 대번에 해결해준 셈이다.육교를 뒤로하면 맞은 쪽 산록을 차지한 묘역의 곁을 올려치면 해발 310.8m봉이다.310.8m봉을 뒤로하고 나면 머지않아 봉분을 만들지 않은 잔디밭 같은 묘역에서 지맥의 산길은 우측 3시 방향으로 급커브를 그리며 산객을 안내한다.등성이의 높이도 낮아지고 행색도 펑퍼짐스러우니 경작지와 묘지의 쓰임새로는 더 할 나위가 없으리라.다소 밋밋하게 꼬리를 잇는 산길은 청주한가의 묘역의 곁으로 이어지고,꺼뭇꺼뭇한 물때의 양회임도를 거쳐 치받이 오르막을 한 차례 올려치면 납데데한 꼴의 해발 304m봉이다.
지맥의 산길은 해발 304m봉에서 다시 우측 9시 방향으로 급커브를 그리며 꼬리를 잇는다.완만한 내리받잇길은 풍산심가의 묘역의 곁으로 산객은 안내가 된다. 임실나들목을 턱밑에 두고 있는 17번 국도가 넘나드는 고갯길을 연락부절하는 차량들의 헐떡거리는 굉음이 귓전을 두드리기 시작한다.산길은 머지않아 왕복 6차선의 차도 고갯마루로 슬며시 꼬리를 드리운다.임실나들목과 그 반대 쪽인 고개너머 남쪽의 남원시 사이를 교통하는 17번 국도가 연락부절하는 고갯길,오늘 산행의 날머리 갈마재(가칭)다(14시55분).
갈마재/17번 국도
갈마재 고갯마루 건너 편에는 주유소와 식당 등을 갖춘 휴게소가 번듯하게 터를 잡고 있었는데, 휴게소 건물은 곱창전골 등을 파는 식당이 차지하고 있다.그러나 주차공간만은 넉넉하다.그렇지만 그늘이 빈약하고 바람마저 신통치 않으니 땀을 식히고 도시락을 해치울 만한 뒷풀이 장소로서는 변변찮은 거였다.어쨌든 과거의 휴게소 건물 주변의 손바닥만한 그늘을 찾아들어 어렵사리 뒷풀이를 해치운다.아직도 햇살은 한창 산행을 할 때처럼 정수리 주변을 벗어나고 있지는 않은 채 뜨거운 뙤약볕을 소낙비처럼 쏟아붓고 있는 거였다.(산행거리;11.5km.소요시간;5시간)
(2022,7/28)
성수지맥 2구간[구암고개-고덕산(高德山.619m)-17.30번도로-감성고개]지도 1.
클릭하면 확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