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소의 명칭과 유래
서양에서는 오래전부터 양(羊)과 염소를 'sheep'(면양:綿羊)와 'goat'(산양:山羊)로 구분하여 부르고 있다. 그렇지만 동양에서는 지난날 이들 사이의 구별이 명확하지 않아서 문헌에 나오는 '羊'이 면양인지 염소인지 알 수 없다. 농경 문화권에서는 외모나 몸집·식성 등이 비슷한 양과 염소를 같은 부류의 짐승으로 생각해온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산양을 일반적으로 '염소'라고 부르는데, 학계나 정부에서는 염소를 지칭할 때 '산양'이라고 표기하고 있다. 산양이란 말은 개화기 이후부터 사용하기 시작한 명칭으로서 그 이전에는 염소를 지칭하는 말로 사용된 적이 없다.
우리나라의 산양은 원래 북부 고산지대의 험준한 돌산에서만 사는 천연기념물 217호로 지정된 야생의 영양(羚羊)을 말한다. 영양은 6.25전쟁 전까지만 해도 설악산 깊은 골짜기에 많이 서식하고 있었으나 지나친 밀렵으로 인해 지금은 그 모습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영양은 염소와 달리 20∼45cm 가량의 꼬리가 길게 늘어져 있고 털색은 담회색 또는 적갈색을 띠고 있다.
재래종 염소는 흑색종 갈색종 백색종의 세 종류가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흑색종을 선호해서 흑색종이 하나의 품종으로 고정되어 '흑염소'라고 한다. 흑염소는 간혹 뿔이 없는 것도 있다. 그러나 토종 혈통에 가까운 재래흑염소는 암수 모두 뿔이 있어야 한다. 재래흑염소의 털은 대개 짧고 약간 거칠며 털에 윤기가 나는 것이 보통이다. 또 수염은 턱에만 있고 턱 밑의 목부분에는 육염(肉髥)이 없어야 한다.
옛날에는 염소를 '염'이라고 했다(羔: 염 고.《천자문》). '염'이란 말은 수염(鬚髥)의 '염(髥)'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다가 점차 식성이 비슷한 소와 비유하여 '수염난 소'라는 뜻의 '염소(髥牛)'라는 말로 바뀌게 되었다. 염소에게는 장염주부(長髥主簿)라는 멋진 별칭이 있는데, 면양에는 수염이 없고 염소에는 수염이 있기 때문이다.
염소의 생리적 특성
염소는 성질이 조급하고 활달한 데다가 매우 조숙해서 생후 3∼4개월이면 교미를 시작한다. 동물들은 대부분 교미를 할 때에 대개 수컷이 적극적이고 암컷은 피동적이지만 염소는 암수가 모두 적극적이다. 발정기가 되면 암컷은 수컷에게 아주 적극적으로 프로포즈한다. 암컷은 특히 수컷의 오줌 냄새를 좋아해서 수컷은 오줌을 누면 자기 오줌을 얼굴에 발라 암컷을 유혹한다. 수컷은 암컷이 몸을 허용하면 언제나 교미하는데 한번 교미하면 장장 2시간 동안 관계를 계속한다.
소나 돼지는 사람이 뒤에서 몰고 가지만 염소는 끌고 간다. 사람이 앞서야 따라오는 것이다. 또 소의 고집 못지 않게 염소의 고집도 대단하다. '소 고집'이라는 말이 하나의 낱말로 통용되듯, '염소 고집'이라는 말 역시 우리 사회에서 하나의 속담으로 관용되고 있다.
염소는 독초를 제외하고 모든 풀을 잘 먹는다. 특히 세 가지에 가지마다 잎이 세 개씩, 잎이 모두 아홉 개 달린 삼지구엽초(三枝九葉草)라는 풀을 먹으면 염소의 정력은 절륜해진다. 염소의 할아버지랄 수 있는 산양이 어떤 풀을 먹고는 교미를 수없이 되풀이하는 것을 보고 놀란 목동이 그 풀을 먹어보니 정력이 놀랄 만큼 증강되었다는 이야기에서 비롯된 게 바로 삼지구엽초를 말린 음양곽(淫羊藿)이란 한약재다. 어떤 할아버지가 이 소문을 듣고 그 풀을 뜯어 먹었더니 사타구니에 불끈 힘이 솟는 것을 주체할 수 없어서 지팡이를 내던지고 집으로 달려가 늙은 마나님 품에 안겼다는 일화도 있다.
그래서 이 풀을 '기장초'라고도 부른다. 노인이 지팡이를 내던질 정도로 정력을 솟게 해주는 풀이란 뜻이다. 음양곽은 마누라와 잠자리를 같이 할 때에 제대로 힘도 한번 못쓰고 금새 「오그라」지는 남성들을 밤새「비(非)오그라」지게 한다는 '비아그라' 못지 않은 정력 증강제로 알려져 왔다.
염소고기의 영양과 이용
우리나라에는 염소고기를 먹어보지 못했다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이것은 흑염소고기가 육류로서의 공급원이 아니라 한약재와 섞어 고아 먹는 건강 보조식품, 즉 염소육골즙으로 80% 이상 유통되고 있기 때문이다.
칼슘 철분 비타민 등 각종 무기물질이 풍부한 재래종 흑염소는 옛부터 임산부를 비롯한 여성용 보약으로 이용되어 왔다.《본초강목》에는 염소고기가 원양(元陽)을 보하고 허약을 낫게 하며 강장보약이 된다고 소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뇌를 차게 하고 피로와 추위를 물리치며 위장을 보하고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고 하였다.
염소고기에는 소 돼지고기에 비하여 태아의 뼈 발육을 위해 임산부가 꼭 섭취해야 할 칼슘이 10배 이상 들어 있고, 철분은 8배 이상 많아서 여성들에게 일어나기 쉬운 빈혈을 막아준다. 특히 소 돼지 개고기에는 거의 들어 있지 않은 비타민E를 45mg이나 함유하고 있다. 비타민 E의 본체는 토코페롤인데, 피부노화를 방지하고 여성의 월경 임신 분만을 순조롭게 한다. 그뿐 아니라 정자의 양을 늘려주며 성 기능을 강화시켜 주는 등 남성들에게도 좋은 성분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비타민 E를 임신 비타민, 또는 정력 비타민, 회춘 비타민이라고도 부른다.
염소고기에는 이밖에 비타민 A와 비타민 B1· B2도 다른 육류보다 월등히 많아서 식사를 여느 사람 못지 않게 하는데도 무슨 일인지 체중이 늘지 않고 오히려 점점 야위어 가는 사람이나 식욕부진으로 고생하는 사람에게 좋다.
흑염소고기는 이렇듯 보약재로 많이 이용되어 왔으나 최근 들어 일반 요리로도 점차 영역을 넓혀가며 기호식으로 자리잡고 있다. 염소고기를 한번 먹어본 사람은 다시 찾게 되는데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맛이 있기 때문이다.
염소고기는 쇠고기와 비슷한 육질로서 감칠맛이 있다. 또 근육 섬유가 연하고 지방 함량은 쇠고기의 절반밖에 안 되는데다가 단백질이 20.6%로 소화흡수율이 매우 높아서 소화기능이 약해 고기를 잘 먹지 못하는 사람, 병후 회복기의 환자, 손발이 찬 사람에게 좋은 식품이다.
근래 들어 염소고기를 이용한 전문 음식점이 곳곳에 늘어나면서 '염소사골탕'과 '염소불고기볶음' 요리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염소고기는 노린내가 난다고 꺼리는 사람이 있다. 모든 동물은 그 나름의 특이한 냄새를 갖고 있는데 동물 중에서도 수컷의 냄새가 심하고 노루와 염소가 특히 심한 편이다.
노린내는 주로 카프린산과 페라골산 등 지방산에 의해서 난다. 동물의 수놈은 암컷을 유혹하기 위하여 저마다 독특한 냄새를 발산한다. 발정기가 되면 냄새가 더욱 심하다. 그러나 수컷을 거세하면 호르몬 분비를 할 수 없어서 노린내가 훨씬 적어진다. 수컷과 달리 암컷은 이런 문제가 별로 없다. 암염소는 수염소보다 육질이 연하고 맛이 좋다. 특히 1년생 이하의 어린 염소는 암수가 모두 육질이 연하고 맛이 좋다.
염소를 도살하기 직전에 소금물을 병에 담아 목 매달아 먹이거나, 고기를 삶을 때 뽕나무 뿌리나 껍질을 함께 넣으면 염소고기 특유의 냄새가 많이 제거된다.
흑염소 숯불양념구이
1. |
흑염소 고기 250g, 다진 양파 50g, 키위즙, 고추장, 간장, 설탕, 꿀, 술, 참기름 (각 1 TS), 다진 파, 다진 마늘, 다진 생강(1/2 TS), 깨 등을 준비한다. |
2. |
재료가 준비되면 흑염소고기는 0.5cm 두께로 썰어 키위즙을 넣고 주물러 놓는다. 키위즙은 고기 맛을 연하게 하고 냄새를 없애 준다. |
3. |
구이 양념 고추장과 다진 양파에 흑염소 고기를 재워 간이 고루 배게 한다. |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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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겁게 달군 석쇠나 번철에 한 조각씩 잘 펴서 얹고 양면을 고루 익혀 따뜻할 때 먹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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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골탕
- 음식 재료
염소사골액 1ℓ, 고기 200g, 마른고추 4개, 토란대 150g, 들깨 숙주 150g, 고춧가루 3큰술, 고추기름 2큰술, 후추, 파, 마늘다진 것
- 음식 조리법
1. 염소사골은 넉넉하게 물을 부어 마늘, 생강을 넣어 충분하게 오래동안 끓여 사골국물을 만들어 놓고, 고기는 압력솥에 푹삶아 적당한 크기로 썰어 놓는다.2. 들깨는 깨끗이 씻어 믹서에 갈아 고운체로 걸러 사골국물과 합해놓고 3. 냄비에 2를 붓고 토란대 삶은 것, 숙주, 고추기름을 넣어 얼큰하게 끓인다. ※ 매운 것을 싫어하면 고춧가루, 고추기름을 넣지 않아도 좋다. |
육개장
- 음식 재료
염소고기 500g, 고춧가루 5큰술, 참기름 4큰술, 파 4뿌리, 마늘 1통, 고사리 100g, 숙주 100g, 고추기름 2큰술, 달걀 1개, 간장 적당량
- 음식 조리법
1. 고기를 물에 푸욱 삶는다.2. 삶은 고기는 길쭉길쭉하게 찢어 갖은 양념으로 무친다. 3. 고기국물에 고사리를 넣어 푹 끓인 다음 참기름에 갠 고춧가루를 섞고 간장으로 간을 맞춘다음 숙주를 넣어 끓인다. 4. 파를 길게 썰어 넣고 달걀을 풀어넣고 끓인 후 고추기름으로 얼큰하게 맛을 낸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