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관계, 타결인가 파국인가 교착인가1(동국대학교 사회학과 교수·평화통일연구소 소장 강정구)

불능화중단에 즈음한 한반도 비핵화 과제와 전망 

                                                                                                     동국대학교 사회학과 교수·평화통일연구소 소장 강정구

<목차>

I. 머리말

II. 10.21북미제네바협정 이행 현황으로 본 북한책임론

III. 6자회담의 성격과 한계: 무용론을 넘어서서

IV. 한반도비핵화의 기본: 북핵만의 비핵화가 아닌 한반도 전체의 비핵화

V. 불능화 중단 북한책임론과 북한설득논의 허구성

VI. 한반도비핵화의 장․단기적 전망

I. 머리말

‘9․19 공동성명 이행을 위한 제2단계 조치’인 10․3합의에 따라 북한은 핵신고서를 지난 6월 26일 중국에 제출했고, 동시행동의 원칙에 따라 부시 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명단삭제 과정 착수와 '적성국무역법'적용종식에 관한 결정을 당일 발표했다. 북은 이에 화답하듯이 6월 27일에는 영변 핵 단지의 냉각탑을 폭파해 비핵화 3-4단계에 해당하는 상징적 ‘핵폐기’ 조치를 먼저 단행했다. 이미 18,000여 쪽의 5Mw 시험원자로 가동 일지와 재처리공장일지가 전달되었고, 또 미국은 화해의 상징으로 식량 50만 톤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이로써 한반도비핵화 2단계가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보였다.¹⁾

그러나 2단계 합의가 다루지 않고 있는 검증문제를 미국이 느닷없이 제기함으로써 2단계 진전에 암초를 걸고 10․3합의를 위배했다. 미국의 전횡에 끌려가 6개 당사국은 검증문제를 논하기 위해 7월 10일 6자회담이 열렸다. 어쨌든 이 7․12합의를 통해 검증체계에 대한 원칙적 합의가 이뤄졌다. 그러나 미국은 또 다시 이 합의조차 무시 및 위배한 채 그들의 입맛에 맞는 검증체계와 검증실시를 테러지원국 해제 이전에 요구했다.

이로써 미국은 테러지원국해제를 의회에 통보한지 45일이 되는 8월 11일이 지났음에도 테러지원국해제조치를 이행하지 않았다. 이에 상응해 북은 무력화 중단조치를 통보하면서 핵시설 복구단계를 밟아 9월 24일 현재 재처리시설(방사화학실험실)의 봉인과 감시 장비 제거가 완료되고, 여기에 1주일 뒤인 9월 말에는 핵물질을 투입하겠다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통보했다고 한다. 이로써 한반도비핵화와 6자회담이 역주행을 하느냐, 중단한 채 숨고르기에 들어가느냐, 아니면 극적 돌파구를 찾을지 기로에 서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를 두고 구태의연하게 북의 ‘벼랑끝전술’ 이라고 단정지으면서 ‘으레 북한은 저렇다’는 냉전낙인론식 외눈박이 해석을 하기도 하고, 또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악화설과 연관지으면서 번개 통일을 읊조리며 환상에 빠져들기도 하고, 미국 대통령 선거와 연관 지어 극적 타결을 점치기도 하고, 또 파국으로 치달을 것이라는 전망을 하기도 한다. 특히 곧 10월 3일이면 10․3합의 1주년, 10월 9일이면 핵실험 2년, 10일이면 조선노동당 창당일이기 때문에 북이 극적인 조치를 취할 것으로 예견하기도 한다. 으레 그렀듯이 거의 모든 언론과 정부 및 보수 세력은 북한 검증기피론과 북한책임론을 들먹이면서 그 책임을 북한에 전가시키기에 여념이 없다.²⁾

이들 외눈박이들에게는 이와 관련 10․3과 7․12 두 번 연달아 협정을 위배하고 9․19와 2․13합의에 따른 한반도 전체를 포괄하는 비핵화, 곧 한반도비핵화의 본질과 기본을 부정 및 배반하면서 마치 북한만의 비핵화로 몰고 가는 미국의 횡포와 전횡은 아예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마치 일본제국주의 식민통치기에 친일파들의 외눈박이처럼 말이다. 중국과 러시아를 비롯한 관련국도 이의 해결은 북한 설득에 있는 것처럼 비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러다 보니 6자회담 무용론이 대두된다.

이런 다양한 평가, 전망, 왜곡, 본질회피 등에 즈음해, 이 글은

첫째, 1차핵위기 당시 북과 미국 사이 맺은 10․21북미제네바합의 이행 현황을 분석하겠다. 특히 98-99년 미국은 10․21북미제네바합의 규정인 대북 ‘소극적 안전보장’을 위배하고 핵전쟁위기를 일으킨 금창리핵위기와 2002년 북미합의를 일방적으로 파탄시킨 미국의 고농축우라늄핵개발 정보조작을 집중적으로 분석한다. 이를 통해 그 파탄에 대한 미국책임성과 미국 행위유형의 속성을 밝혀, 이번 불능화 중단 사태 역시 무조건 북한책임론으로 단정하는 외눈박이들의 잘못을 지적하고자 한다. 

둘째, 2차 핵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6자회담의 성격과 한계를 밝히면서 일부에서 제기하고 있는 6자회담 무용론에 비판적으로 접근한다.

셋째, 한반도비핵화의 기본을 점검한다. 지금 불능화 중단사태를 맞아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검증문제는 북에 대한 검증만을 집중적으로 거론하고 있지만, 이는 기본출발부터 잘 못 된 것이다. 비핵화는 북에 대한 비핵화만이 아니라 남과 주한미군을 포함한 한반도 전체의 비핵화이다. 검증체계도 응당 북을 대상으로 해야겠지만 동시에 남과 주한미군까지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 북한만의 검증대상화는 9․19와 2․13합의를 배반하는 것이다. 이러한 포괄적 검증체계는 후속과제인 한반도평화체제 논의와 함께 논의할 의제이지 현재 초입을 겨우 넘어선 2단계에서 논의할 성격은 아니다. 그러므로 2단계에서 느닷없이 검증문제를 제기하는 미국의 접근 자체가 한반도비핵화의 기본을 왜곡시키는 행위임을 밝히겠다.

넷째, 이번 불능화 중단 국면을 초래해 한반도비핵화 2단계 진전조차 가로막은 장본인은 북이 아니라 미국이라는 사실을 10․3, 7․12합의서를 바탕으로 구체적으로 밝히고, 9․19 2․13합의의 기본을 점검하면서 북한책임론과 북한설득론의 허구성을 밝히겠다.

다섯째, 한반도 비핵화의 장․단기적 전망을 시도해 본다.

II. 10․21북미제네바합의 이행 현황으로 본 북한책임론

1993-94년 전쟁 일보 직전까지 치달았던 1차 핵위기가 1994년 10월 21일 체결된 북미제네바합의로 일단락되었다. 이 협정은 북한이 1개월 이내 모든 핵 활동에 대한 동결과 국제원자력기구의 임시․일반 핵사찰을 수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미국이 이행하여야 할 사항은 2천MW 경수로 원자력발전소 2003년 완공 제공, 원자로 제공시점까지 매년 중유 50만 톤 공급, 북한에 대한 핵공격을 하지 않는다는 소극적 안전보장, 테러지원국 해제로 경제봉쇄해제, 외교관계 수립 등 5가지로 대별될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은 이 협정을 거의 이행하지 않았다. 북한에 ‘굴복한 협정’이라는 공화당의 공세에 클린턴 정부는 “그동안 북한정권이 붕괴할 것이 거의 틀림없으며, 그때가 되면 북한은 이미 남한에 흡수돼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면서³⁾(Harrison, 2003, 44-45) 협정이행을 단 한 가지만, 곧 중유50만 톤 공급만을 제대로 이행했을 뿐이다. 더 나아가 98년에는 금창리 핵위기를 일으켜 BDU-38 모의핵폭탄으로 북한에 대한 침략전쟁 실전연습과 새로운 작전계획 5027-98로 북한을 섬멸하려는 전쟁위협을 자행했다. 대조적으로 북한은 10․21협정이 규정한 핵동결과 사찰을 충실히 이행했다.

북한은 미국의 이 같은 고의적인 불이행과 협정 위배에 대해 공식적으로 문제제기와 협정이행 촉구 등의 경고를 발했다. 4년 동안 유보했던 미사일실험을 1998년 8월 31일 재개해 이를 압박했다(Harrison, 2003, 35-36). 이 결과 클린턴 정부는 페리프로세스를 진행시켜 10․12북미공동성명으로 핵문제가 해소되는 듯 했다. 그러나 새로 등장한 부시미국은 적반하장 격으로 북한을 ‘악의 축’으로 몰고는 드디어 2002년 10월 ‘고농축우라늄 핵무기개발’이란 정보조작을 통해 2차 북핵위기를 일으켰다. 마치 이라크 정보조작을 통해 끔찍한 전쟁을 일으킨 것처럼 말이다.

결과적으로 북한의 협정 이행율은 100%였고, 미국은 겨우 20%를 좀 상회할 정도이다. 또 북은 미국이 일방적으로 합의를 파기하는 시점까지 협정을 준수해왔다.

미국의 협정 위배가운데 전형적인 98-99년 금창리핵위기와 2002년 고농축우라늄핵개발 정보조작을 살펴보겠다.

금창리핵위기⁴⁾

98-99년 금창리핵위기는 해리슨이나 퀴노네스(Quinnonesse)가 밝힌 것처럼 의회의 강경파, 국방부와 CIA의 매파 등이 미 국방정보국(DIA) 휴즈 국장(현역중장)이 유출한 인공위성 사진에서 북한이 금창리에 핵무기를 개발한다는 증거를 포착했다는 엉터리 정보로 북한이 제네바협정을 위배했다고 주장한 데서 발단되었다(󰡔중앙일보󰡕 1998. 11. 24). 페리(W. Perry) 북한정책조정관의 전략안 시안에서는 한반도를 전쟁 상황으로 몰아넣는 3단계 안을 예고했으며, 미 합참 간부회의에서 존 틸러리 주한미사령관은 “올 봄 한국에서 일종의 ‘긴급상황’이 예상된다”고 밝혔고, 99년 2월 2일 조지 테닛 CIA국장은 상원 군사위에서 “북한이 절박한 경제상황으로 ‘미국과 위험한 극한정책’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경고했다(󰡔한겨레󰡕 1999. 2. 4).  98년 10월 9일 주한미군 작전부참모장인 레이먼드 아이어스 소장은 북한이 공격을 준비 중임을 보여주는 모호하지 않은 조짐들이 나타날 경우 선제공격한다는 5027-98을 발표하면서 “우리는 그들을 모두 죽여 군대라고 할 수 있는 걸 가질 수 있는 능력을 없애버릴 것”이라고 전쟁위기를 확산시켰다.⁵⁾

이렇게 98년 8월부터 본격화된 금창리핵위기는 8월 말 북한이 유보했던 미사일(인공위성) 발사로 더욱 증폭되어 ‘한반도 봄 위기설’로 발화되면서 지난 1993-94년의 위기를 재현하는 듯했다. 그러나 94년 전쟁위기 때 전쟁을 방치 또는 부추긴 김영삼정권과는 달리 김대중정권은 햇볕정책의 테두리 속으로 금창리핵위기를 끌어들여 위기를 잠재워 민족 안보를 지키려는 전향적 정책을 취했다.

금창리 전쟁위기에서 확인된 가장 큰 문제점은 미국이라는 외세는 인공위성 사진 등에서 이상 징후만 나타나면, 비록 검증이나 확인되지 않아도, 그것을 곧 바로 핵무기개발로 단정 지어 한반도에 전쟁위기를 몰고 온다는 사실이다. 사진에 뭔가 이상한 것이 포착되면 제대로 된 검증절차도 밟지 않고, ‘북한은 으레 그럴 테니까’라는 냉전낙인론에 매몰되어 바로 핵무기개발로 단정지어면서 한반도 전쟁위기를 재연시킨 것이다.

99년 3월 베를린합의에 이르러 미국은 북한에 60만 톤의 식량지원을 제공하고 금창리를 ‘사찰’했다. 그러나 미국은 핵무기개발에 대한 아무런 징후나 증거도 발견하지 못했다. 이 사태는 미국이 무언가 의심을 하기만 하면 우리의 죽고 사는 문제가 바로 경각에 달린다는 기막힌 현실을 말한다. 물론 10.21제네바합의는 미국에게 대북 소극적 안전보장을 의무화 하고 있어 이런 전쟁위기를 몰고 온 미국의 행위는 분명 제네바합의 위배다.

이는 현재 미국이 대북 테러지원국해제 전제로 ‘완전성과 정확성’을 확인할 수 있는 검증체계로 요구하고 있는 ‘불시방문’ ‘미신고 의혹 시설에 대한 국제적 검증 기준 적용’ 등이 얼마나 악용될 수 있는지를 확인해 준다. 북은 이 요구를 1차 핵위기 당시 미국이 강요하려했던 특별사찰에 해당되고, 이라크에서 행해진 가택수색과 동일한 것으로 간주해 전혀 수용할 수 없음을 분명히 했고 이것을 7․12합의에 반영시켰다. 93-94년 영변핵위기와 금창리핵위기 경험을 통해 북한은 특별사찰과 같은 검증체계가 얼마나 북한 생명권을 위협하는지 체험했기 때문이다.

이제 이 우여곡절을 겪은 제네바합의를 미국이 일방적으로 파기하면서 빌미로 내세운 고농축우라늄 핵무기개발 정보조작을 통해 미국의 대북 핵관련 행위유형을 파악해 보겠다.⁶⁾

고농축우라늄 핵개발 정보조작과⁷⁾ 제네바합의 일방적 폐기⁸⁾

제네바합의의 일방적 파기 요인으로 주장됐던 북한의 고농축우라늄핵개발 의혹은 진실을 바탕으로 한 것이 아니라 미국의 정보 조작이라는 정황은 여러 측면에서 확인 및 추정된다. 비핵화3단계를 앞둔 이 시점에서 수차례 전쟁위기까지 몰고 온 이 우라늄고농축문제를 미국은 더 이상 거론하지 않고 이제 우라늄농축문제로 변질시켜 접근하고 있다. 이 정보조작 정황을 살펴보면서 미국의 위선과 핵위기 발발의 진실을 접근해 북한책임론의 허구성을 들추어내겠다.

첫째, 2002년 10월 켈리 특사가 북의 강석주 외무상과 회담 시 북한이 고농축우라늄핵무기 개발을 시인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북이 이를 처음부터 부인해 왔고 당시 강석주는 북이 핵무기보다 더한 무기도 개발 및 보유할 권리가 있다(We are entitled to ...)는 식으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중에 자세히 다루겠지만 2005년부터 미국은 이에 관해 명확한 입장표명을 삼가면서 말 바꾸기로 나오고 있다.

둘째, 북한의 시인 여부를 판결하기 위해 한국의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연속으로 요청했고, 일본 또한 미국 측에 당시 녹취록을 요구했지만, 미국은 지금까지 이 녹취록 전달을 거절하고 있다. 김대중 정부 당시 대통령특보였던 임동원은  "미측에 북한식 어법에 대한 통역이나 해석상의 오해가 있을 수 있으니 강석주와의 대화록을 달라고 했으나 거절당했다"고 밝혔고, 노무현 정부 당시 동북아시대위원장이었던 문정인 또한 "김대중 정부의 당국자들뿐만 아니라 노무현 정부의 당국자들과 일본 정부도 '북한 측이 HEUP 보유를 시인했다'는 미국 측 주장의 신빙성을 확인하기 위해 켈리-강석주 대화록을 요청했으나 미국 측은 이를 거부했다"고 밝혔다. 또 일본의 다케우치 유키오 외무성 사무차관이 미국 정부 고위관리에게 대화록을 요청했지만 모두 거절당했다고 한다.

셋째, 미국이 이라크전쟁의 구실로 삼은 대량살상무기(WMD) 개발 증거로 연결시킨 고강도 알루미늄관은 원심분리기 제작용이 아니라 포탄 탄피로 사용된 것으로 밝혀졌듯이, 북한의 알루미늄관 수입 사실을 곧바로 원심분리기 제작으로 연결 지을 수 없다. 물론 증거도 없다. 고강도 알루미늄관은 우라늄 농축을 위한 원심분리기에 사용될 수도 있지만 항공기 부품으로도 널리 사용된다. 또 원심분리기에 필요한 부품들은 엄격한 국제수출통제 때문에 북한으로서는 몰래 수입하기가 대단히 어려워 원심분리기 제조가 어렵다.

북한 핵시설을 수차례 방문한 핵물리학자인 올브라이트 미 과학 및 국제안보연구소(ISIS) 소장 또한 "북한의 우라늄농축 프로그램에 대한 미국의 정보는 이라크 침공 명분으로 이용된 이라크 대량살상무기에 대한 정보와 비슷한 수준에 있다"고 비판했다.

넷째, 미국이 북한이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원심분리기 20여기로는 기술적으로 핵무기개발이 불가능하다. 핵무기 1개 제조에 필요한 고농축우라늄 50~60kg을 생산하려면 고강도 알루미늄을 사용하는 P1 원심분리기 1000기를 2년 정도 가동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엄청난 전력이 소모되므로 20개의 숫자와 북한 전력난으로 보면 이는 기술적 차원에서 불가능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다섯째, 알루미늄관을 빌미로 한 이라크전쟁 정보조작이 알려져 북한의 알루미늄관 수입 고농축우라늄핵개발설이 설득력이 없어지자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이 그의 『사선에서』라는 자서전에서 “우라늄 농축에 필요한 20여개의 원심분리기와 유량계, 원심분리기에 쓰이는 특수기름을 북한에 넘겨주었다는 사실을 칸 박사로부터 자백을 받았다”고 밝힌 점을 내세워 핵 개발설을 주장해 왔다. 그러나 칸이 2008년 5월 29일 영국 BBC방송에 출현해 2004년 자신의 핵기술 이전 발언은 무샤라프 대통령의 강압에 의한 것이었으며 자신이 북한 등에 핵기술을 이전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며 자신은 국익을 위한 희생양이 되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근 AP통신은(2008년 7월 4일) 칸 박사가 북한이 지난 2000년 파키스탄으로부터 우라늄농축 핵프로그램에 사용되는 원심분리기를 제공받았다고 밝힌 것으로 보도했다. 물론 이는 칸 박사의 직접적인 진술이 아니기 때문에 신뢰성이 떨어지고 또 칸 커넥션은 수시로 말이 바뀌는 것으로 보아 미국의 강경파에 의한 국면전환으로 정보가 고의로 조작되었을 의혹이 짙다.

여섯째, 미국의 말 바꾸기이다. 2002년 10월 켈리 방북이후 미국이 줄곧 문제 삼은 것은 고농축우라늄 프로그램(Highly Enriched Uranium Program-HEUP)이었으나, 2005년경부터 미국은 고농축대신 우라늄농축 프로그램(Uranium Enrichment Program-UEP')이라는 용어로 대체하고는 문제의 핵심을 슬그머니 바꾼 것이다. 'HEUP'는 핵무기 제조용 프로그램을 지칭하지만 'UEP'는 핵무기 제조용 고농축우라늄과 발전용 저농축우라늄(LEU)을 '포괄'적으로 지칭한다. 핵무기용인 HEU는 조약 위반이지만 평화적 이용 목적의 LEU는 NPT 회원의 경우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는다. 이 말 바꾸기로 자신의 정보조작을 은근슬쩍 덮으면서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말 바꾸기를 통한 도망갈 활로를 마련한 다음, 미국은 이제 비핵화 2단계 신고에서 UEP 현황 전반에 대한 신고를 요구함으로써, 이후 검증에서 북한의 미신고시설에 대한 검증을 요구할 수 있고, 또 북한에 HEU 프로그램이 존재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는 경우에 대비하고 있다. 북한으로서는 핵무기 제조가 아닌 발전용·연구용으로 쓰이는 저농축우라늄(LEU)에 대한 합법적인 존재를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에 서로 손해 보는 흥정은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수차례 전쟁위기까지 일으키면서 문제 삼았던 HEUP 정보조작을 이런 꼼수로 희석화시키는 미국이란 제국주의에 만연한 반도덕과 패륜적 행위이다.

이후 2․13합의로 한반도비핵화 전반 구도에 합의한 직후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우라늄농축 프로그램에 대한 현재의 정부 평가는 무엇인가. 실험실(R&D) 수준을 넘었다고 보나"라는 질문에 라이스 장관은 "HEU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우리가 그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 말고는 더 이상 나갈 수가 없다. 알다시피 2002년 당시 차관보였던 짐 켈리가 북한에 그것에 대한 우려를 제시했다. 우리는 그것에 대한 북한의 시인이 있었다고 믿는다. 그러나 우리는 그에 대한 더 이상의 증거는 없다."면서 "No, no"라고 부인했다. 

또한 2007년 2월 27일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조지프 디트라니(Joseph DeTrani) 국가정보국 북한 담당관도 "북한이 HEU를 생산할 수 있는 수준의 장비를 구입하고 있다는 정보는 높은 수준의 신뢰도(high confidence)를 가진 것이었다... HEU 프로그램이 현재도 존재하는지에 대해선 중간수준의 신뢰도(mid-confidence level)를 갖고 믿고 있다"고 말해 실험실 수준임을 뒷받침했다.

이처럼 미국은 슬그머니 말 바꾸기를 한 다음 북한 핵 프로그램이 연구개발 목적의 '실험실' 수준을 넘지 않는 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생산시설' 수준, 곧 핵무기 제조용의 HEUP 존재는 없다는 직설적인 표현은 삼가는 비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물론 이러한 ‘선 정보조작 후 물타기’ 식 행보는 1998년 금창리핵위기 등에서 보듯이 미국의 전형적인 행위유형이다. 

일곱째, 켈리의 거짓말이다.⁹⁾2006년 5월 1-2일 워싱턴에서 열린 '서울-워싱턴 포럼' 첫날 제임스 켈리(James Kelly)는 오찬연설과 토론에서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지적하면서 자신이 2002년 10월 북한특사로 북한을 방문한 후 발설한 북한의 고농축우라늄프로그램이란 표현을 슬며시 빼어버렸다. 그리고는 'HEU' 대신에 'covert uranium enrichment'이나 아예 'uranium enrichment'이라고 표현했다.

이에 대해 2002년 당시 주미대사였고 막역한 사이였던 양성철이 켈리에게 "왜 'HEU'라고 하지 않고 'H'를 뺐냐?"고 묻자 그는 "나는 전에 'HEU'라고 하지 않았다"고 거짓말을 했다. 이에 양 대사는 "당신이 HEU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다면 왜 내가 HEU라고 할 때 시정해주지 않았냐?"고 따지자 그는 'I'm sorry'(미안하다)라면서 얼버무렸다한다.

실제 켈리는 공식석상에서 HEU 혹은 HEUP라는 표현을 수십 번 사용했으며 심지어 2003년 3월 12일 미 상원외교위청문회에서 "(북한의) 고농축우라늄 생산은 아마 몇 년이 아니라, 몇 달 안에 가능하다"(production of highly enriched uranium is probably a matter of months, not years.)고까지 증언했다.

여덟째, 이러한 미국의 말 바꾸기와 거짓말과는 달리 한국은 이미 비공식적으로는 HEU 존재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천영우 전 6자회담 수석대표는 2·13합의 직후 공개석상에서 "물론 북한은 HEU가 없다는 입장"이며 "북한이 농축우라늄 시설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 사람들은 없다"고 밝혔다. 임동원 전 특보는 "2002년 당시 미국이 HEUP 의혹을 제기할 때에도 미국 측에 금창리 핵시설 의혹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말라고 얘기했지만 소용없었다."면서 "HEUP 문제는 대량살상무기를 구실로 내세운 이라크 전쟁과 마찬가지로 부시 행정부가 정보를 입맛에 맞게 왜곡해서 사용한 대표적 정보조작 사례다"고 밝혔다.

아홉째, 북한은 고농축프로그램의 존재를 시종일관 아래의 2008년 3월 28일 조선 외무성 대변인 담화와 같이 부인해 왔다.

“부시행정부는 2002년에 생뚱같이 '우라니움농축의혹'을 들고 나와, 조미대화를 파탄시키고 정세를 극도로 악화시켜, 결국은 우리를 핵보유에로 떠밀었다. 이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된 부시행정부의 체면을 고려하여, 우리는 미국 측이 들고 나온 '우라니움농축의혹'을 해명하는 데 필요한 협조를 성의껏 제공하였다.

  미국 측이, 수입알루미니움관의 행처만 밝혀주면, '우라니움농축의혹'은 풀릴 수 있을 것이라고 하기에, 예민한 군사대상들까지 미국전문가들에게 보여주고, 시편도 제공하는 특례적인 조치를 취해주었다.“

또한 4․3싱가폴 합의에서 신고내용에 관한 비밀 양해각서를 통한 미국과의 타협 과정도 서방언론이 유추하는 북한의 간접시인이 아니라 오히려 미국체면을 살려준 북한의 배려라고 북 외무성 대변인이 2008년 4월 9일 담화에서 분명히 했다: ‘명백히 하건대 우리는 우라니움농축이나 그 어떤 다른 나라에 대한 핵협조를 한 적이 없으며 그런 꿈도 꾸어본 적이 없다.’ 북의 입장을 대변하는 <조선신보>도 “10.3합의채택후 《우라니움농축》이요, 《핵협조》요 하면서 신고의 외연이 확대되면서 상대방이 받아들일 수 없는 요구가 부상하게 된 배경에는 6자회담의 진전과 조선과의 관계개선을 바라지 않은 강경보수세력의 역공세가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라고 밝혔다.

열째, 실제 미국 정부는 북핵 신고문제에서 플루토늄 문제와 우라늄농축프로그램 및 시리아핵확산 의혹을 분리해서 대응키로 했고, 플루토늄 프로그램에 초점을 맞추고, 우라늄과 핵확산 의혹문제는 비밀 양해각서를 통해 매듭짓기로 했다.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핵 신고사항 가운데 일부를 비밀로 해주기로 한 결정과 관련, "외교에서 모든 것이 다 공개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북한이 핵 신고 검증이 끝나기를 기다리지 않고 미국이 약속한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 등의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고, 실제 테러해제통보와 적성국교역금지 해제는 이뤄졌다.

열한 번째, 금창리핵위기, 위조화폐, 마약밀매 등의 악의적 북한 악마만들기가 근거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위조화폐와 관련 BDA를 북한 위조지폐의 온상으로 지적하고 미 재무부와 FBI가 18개월에 걸쳐 이를 조사했다. 그러나 위조지폐를 제조․유통시켰다는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동결했던 북한 계좌의 돈을 북한에 돌려주었다. 독일유력지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네 자이퉁'(FAZ)은 2007년 6일과 8일자 기사에서 "아마도 미국의 CIA가 북한의 테러 정권 탓으로 돌리고 있는 완벽하게 위조된 50달러와 100달러 지폐의 제조에 책임이 있는 지도 모른다. 이것은 유럽과 아시아의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네 일요판이 위폐 수사 담당자들과 고도 보안 인쇄업계의 대표적인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한 광범위한 조사에서 나왔다"며 "익명을 요구한 취재원들의 보고서에 따르면 CIA가 그럴지 모른다고 한다. CIA가 스스로 워싱턴 근처에 있는 비밀인쇄소에서 달러 화폐를 생산해서 의회의 어떤 통제도 받지 않는 위기지역의 비밀 임무를 위한 자금의 화폐 수단을 조달한다고 한다."고 보도했다. 또한 "북한에 대한 미국의 비난은 많이 흔들리고 있다. 역풍이 불기까지 하는데, 위폐 수사관들과 고도 보안 인쇄 산업의 관계자들은 어느 정도 전제를 깔기는 하지만 오랜 동안 도대체 CIA의 비밀 인쇄소에서는 도대체 무엇을 인쇄하고 있는지 물어왔다. 워싱턴 북쪽의 잘 알려진 한 도시에 있는 이 시설에 '슈퍼노트' 생산에 필요한 바로 그 기계가 있다"며 "아마도 CIA는 위폐로 국제적 위험지역에서 행해지는 미 의회의 그 어떤 통제도 받지 않을 지도 모르는 비밀임무 수행에 필요한 돈을 만들 수 있다. 그리고 느긋하게 평양에 있는 숙적에게 위폐활동을 뒤집어씌울 수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 기사를 쓴 클라우즈 벤더(Klaus W. Bender) 기자는 '돈을 만드는 사람들, 지폐 인쇄의 비밀'(출판사 J. Wiley)을 쓴 위폐문제 전문가이고 이 책에서도 미국의 위폐 제조를 문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통일뉴스>, 2007년1월18일). 또한 이미 2006년 2월14일 한국기자협회가 주최한 "북 위폐논란 토론회"에서 한국외환은행 위폐감식 전문가인 서태석 외환은행 위폐감식팀장도 "슈퍼노트는 정말 정교하며 만드는 비용도 많이 든다며 북한이 제조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견해를 밝힌바 있다.

마약문제와 관련해서도, 미국과 호주는 2003년 4월 호주 역사상 최대 규모라는 시가 1억6천만불(1천억원) 상당의 헤로인 6개 꾸러미(150kg) 밀수를 ‘북한 화물선 봉수호 마약밀수 사건’으로 단정 짓고 북한정부가 관여한 것으로 ‘북한악마만들기’에 박차를 가했다. 그러나 3년 동안의 재판 결과 2006년 3월 5일 봉수호 선장 등 4명의 북한선원들은 무죄선고를 받아 혐의에서 벗어났다. 현지 한인 인터넷신문인 〈호주온라인뉴스〉는 북한 선원 변호인단이 호주정부에 대해 피해보상 소송을 제기하겠다며, 청구액이 최소한 3천만 달러라고 보도했다(<한겨레>, 2006.3.10 ).

앞에서도 이야기 했지만 금창리핵위기는 1998년 미국 국방부 DIA가 인공위성 촬영 사진을 통해 북한이 금창리에 핵무기제조를 발견했다고 공세를 취하면서 발생해, 미국이 BDU-38이라는 북한 겨냥 모의핵폭탄실험까지 하면서 전쟁위기를 고조시킨 사건이다. 미국이 식량60만 톤을 북에 제공하고 금창리를 검증한 결과 사실무근임이 판명됐다.

이처럼 미국이 펼치는 거짓, 조작, 왜곡이 이라크전쟁, 베트남전쟁에서 통킹만사건 조작 등과 같이 번번이 일어나고 있고, 특히 북한에 대해서는 비일비재함을 비추어보면, 고농축우라늄관련 의혹 역시 조작가능성을 유추할 수 있다.

이제까지 살펴본 열 한가지의 사유로 내릴 수 있는 결론은 미국이 알루미늄관을 대량살상무기 개발 증거로 정보조작을 통해 끔찍한 이라크전쟁을 일으킨 것과 동일한 정보조작을 했다는 것이다. 같은 시점에서 동일한 알루니늄관을 핵개발로 연결시켜 이를 핑계로 기존 10․21제네바합의 핵 해결 기본 틀을 적반하장 식으로 파기하고는 연속적으로 작전계획 5027-02 등과 같이 전쟁위기를 초래했다.

더욱더 기막힌 사실은 이런 정보조작을 통한 전쟁위기 유발 등의 끔찍한 일을 저지르고, 그에 대한 진실이 밝혀졌는데도 이에 대한 철저한 조사, 진상규명, 책임자처벌, 재발방지책, 배상, 진솔한 사과 등과 같은 기본적인 청산작업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10․21제네바협정 이행현황을 통해 북핵 관련 미국의 행위유형을 고찰해 보았다. 그야말로 협정 위배, 왜곡, 조작, 굴복강요, 적반하장 등으로 특징화 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대조적으로 미국이 일방적으로 협정을 파기하기까지 협정을 준수해왔다. 이를 통해서도 이번 불능화중단과 복구조치에 대해 과연 북한책임론을 쉽게 단정 지을 수 있을지 자성이 요구된다.

III. 6자회담의 성격과 한계: 무용론을 넘어서서

북핵문제 해결의 핵심은 미국이 평화협정과 평화체제를 이행하여 전쟁위협을 가셔 북의 평화․생명권을 보장하고, 경제봉쇄 등을 해제하고 북미수교를 통해 북의 건강․생명권 또는 생존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보장을 하는 것이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2003년 8월 1차6자회담이후 2007년 2․13합의까지 이를 지속적으로 거절하고 오히려 북의 정권교체나 변환을 추진해 왔다. 또한 6자회담에서 선(先) 북핵폐기 후(後) 북의 안전보장이라는 정책으로 실질적인 해결을 지연시켜 왔다.¹⁰⁾

2005년 4차 6자회담의 9․19공동성명 합의는¹¹⁾ 그 자체로는 미국이 기존의 정책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해결을 가능케 하는 훌륭한 해결방안이었다. 그러나 미국은 공동성명 발표 직후인 9월 20일 BDA 금융봉쇄조치를 단행함으로써 실질적으로 해결할 의도가 없는 기만술책이었음을 그대로 드러냈다.

3차 회담까지 미국의 6자회담 전략은 첫째, 미국이 4자를 끌어 모아 집단적으로 북한을 항복시키려는 항복 기제를 기본으로 하고, 둘째, 협상은 지속하되 안전보장과 경제적 반대급부는 제공하지 않으면서 시간 끌기와 명분 쌓기에 주력하고, 셋째, 핵협상에도 불구하고 의제를 핵문제에 한정하지 않고 재래식 무기, 미사일, 인권 등 까지 확대하고,¹²⁾ 넷째, 북한정권교체를 위한 장기적 고사작전(작계 5030)을 동시에 진행하고,¹³⁾ 다섯째, 북미 직접대화를 지속적으로 기피하고, 여섯째, 무력해결이 유익한 수단임을 언제나 회담 이후 밝힘으로 북한을 위협하는 것 등이었다.¹⁴⁾ 4차 회담에서 이런 기조는 변화돼 양면전략을 취해 9․19공동성명에 합의는 했지만 곧바로 이를 사문화함으로써 이런 6자회담의 기조는 실질적으로 변화하지 않았다.

그러나 2006년 10월 북핵시험 이후 이뤄진 5차 6자회담의 2․13합의는 이런 6자회담의 한계를 뛰어넘어 실질적인 한반도 비핵화와 한반도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을 본격적으로 출발시키는 전기를 마련했다. 그렇지만 비록 공식적인 합의는 6자회담에서 이뤄졌지만 실질적인 합의는 2007년 1월 16일~18일 베를린에서 열린 김계관-크리스트퍼 힐의 북미회담에서 이뤄졌다.

부시 대통령의 직접 재가로 이뤄진 북미베를린 회담에서 미국은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의 한 달 안 해결,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 적성국무역법 해제 등에 합의했다. 북미집적대화를 줄곧 거절해 왔던 미국이  대북 직접대화와 대북 적대정책의 상징을 해제하겠다는 정책전환을 보임으로써, 곧 기존 6자회담 기본전략을 수정함으로써, 5차 6자회담이 열리고 2․13합의라는 결실을 이룬 것이다.¹⁵⁾ 2.13합의 역시 BDA 문제 등으로 교착국면에 빠졌고, 10․3합의도 핵확산과 UEP 의혹으로 교착상태에 빠지자 결국 ‘4.8 싱가포르 북미합의’를 거쳐 그 해결책을 마련했듯이, 북미 직접협상이 중심이 되어 진전의 돌파구를 찾을 수 있었다.

이처럼 6자회담은 북핵 해결에 기본적인 한계를 가져 실질적인 진전은 북의 핵실험, 이에 다급해진 미국의 정책전환, 북미직접협상이라는 구도 속에 이루어진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6자회담은 평화외교적인 해법의 장을 지속시켜 정면대결 국면으로 흐르는 것을 방지하고, 미국의 독단적인 행위를 어느 정도 견제할 수 있는 틀을 제공해주었다. 9․19공동성명의 경우 합의가 이뤄진 것은 비록 미국이 강온 양면전략(two tracks diplomacy)을 구사한 정책변화도 ¹⁶⁾ 있었지만, 남한의 200만 킬로와트 전력제공 제안과 중국 및 러시아의 압력 등이 작동해 미국이 형식적이나마 수용할 수밖에 없는 구도로 진행된 결과이다. 더 나아가 9․19공동성명이나 2․13합의에서 합의한 대로 한반도 평화구축을 넘어 동북아평화구축의 단초를 제공하는 틀로서 작동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다.¹⁷⁾

물론 북한이 2008년 8․26외무성대변인 성명에서 “6자회담이 지금처럼 큰 나라가 작은 나라를 함부로 롱락할수 있는 마당으로 전락된다면 그런 6자구도가 과연 누구에게 필요하겠는가.”라고 밝힌 것처럼 미국의 전횡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어 6자회담 무용론이 나올 수 있다. 또 남한의 정권교체로 이명박 정권은 미국보다 더 강경한 대북 적대정책을 구사해 이러한 구도를 만드는데 더 한계를 가지는 것도 현실이다. 또한 일본이 납치문제를 빌미로 판 깨기로 일관해오고 있다. 그렇지만 한국과 일본의 판 깨기는 촉진변수나 지연변수로 작용할 수는 있지만 원인변수로 작동하기는 힘들고 역시 북미 합의가 결정적인 요인이다. 이번 불능화 중단 사태에도 북한 설득하기 운운하는 것처럼, 중국이나 러시아 또한 합의위배를 일삼는 미국에 제동을 제대로 걸지 못하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장기적 구도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더 나아가 동북아평화협력체, 및 미국 없는 동북아공동체로의 발전을 위해서 6자회담은 그 기본 토대를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이다. 단기적으로도 비핵화3단계에 접어들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논의가 핵심이 될 것이므로 이를 위해서도 6자회담의 틀은 지속되어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큰 틀과 장기적 구도 하에서 볼 때 6자회담은 북미양자회담과 병행하여 지속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 

IV. 한반도비핵화의 기본: 북한만의 비핵화가 아닌 한반도 전체의 비핵화¹⁸⁾

2․13합의와 10.3합의의 공식명칭은 각각 "9.19 공동성명 이행을 위한 초기조치’ ‘9.19 공동성명 이행을 위한 제2단계 조치’이다. 이는 9․19공동성명이 한반도 비핵화의 모체이고 ‘헌법’임을 말한다. 아래 인용된 9․19공동성명 비핵화 부분은 한반도 비핵화는 북측의 비핵화만이 아닌 남쪽까지 포함한 한반도 전체의 비핵화임을 명확히 하고 있다.

당연히 남한에 주둔한 주한미군도 역시 비핵화의 대상이다. 그렇지만 일반적으로 북한만의 비핵화인 것처럼 불균형적인 시각을 갖고 있고, 언론 등이 불균형보도를 함으로써 한반도비핵화에 대한 인식 또한 왜곡되고 있다.

1. 6자는 전원일치로 6자회담의 목표가 한반도에서 평화적 방식으로 검증 가능한 비핵화를 이루는 것이라는 것을 재확인했다.

조선(D.P.R.K)은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기로 약속했고, 빠른 시일 내에 NPT와 IAEA의 보장. 감독으로 복귀할 것을 약속했다.

미국은 한반도에 핵무기가 없으며 핵무기나 재래식 무기로 북한을 공격하거나 침략할 의사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한국은 1992년 한반도 비핵화 선언에 따라 핵무기를 반입하거나 배치하지 않기로 한 약속을 재확인하고 현재 한국영토에는 핵무기가 없음을 확인했다.

1992년 한반도 비핵화 선언은 엄수되어야 하며 실현되어야 한다.

따라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 이행사항은 남북이 함께 핵무기의 시험, 제조, 생산, 배치 등을 금지하는 것으로 남북 모두에 공통으로 해당되는 사항이다. 여기에 덧붙여 남에 대한 미국의 핵우산, 대북 선제 핵공격 전략, 한미연합 핵전쟁연습, 핵잠수함이나 항공모함 등 모든 핵병기 남한 입출 등도 폐기 및 금지돼야 한다. 이들 소주제는 한반도평화체제 구축 또는 평화협정 체결의 중심의제들이기도 하다.

이는 현재로서는 남에 국한되는 상황이지만 이런 금지 규정은 당연히 북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정전협정 체결이후 북이 외국과 벌인 연합훈련 등 군사협력이 거의 없었고 앞으로도 이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렇지만, 원칙상으로 북이 중국, 러시아, 상하이협력기구 등과 핵우산, 핵전쟁연습, 핵병기 입출 등 핵관련 군사협력을 할 가능성도 배제돼야 한다.

그렇지만 발전 등 평화적인 목적에 사용되는 저농축우라늄과 같은 핵재처리 시설과 핵연료 반입에는 제한이 있어서는 안 된다. 이는 남과 북이 핵에너지를 평화적으로 이용할 권리에 해당되는 것으로 핵주권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남한이 노태우 대통령 시절 미국의 압력에 의해 이를 포기한 것은 경제적 및 주권적 차원의 훼손이었다. 물론 북은 경수로 발전소를 건설할 권리를 향유해야 하며 앞으로 비핵화 3단계 또는 4단계에서 경수로 제공에 관한 합의가 있을 것이다.

또한 위의 9.19공동성명 1장이 “6자는 전원일치로 6자회담의 목표가 한반도에서 평화적 방식으로 검증 가능한 비핵화를 이루는 것이라는 것을 재확인했다”라고 명시하고 있듯이 검증 역시 북한에 국한된 것이 아니고 남한전체와 주한미군 등에 대해서도 당연히 이뤄져야 한다. 한반도비핵화는 한반도 전체의 비핵화이고 여기에는 남북은 물론 외세의 핵위협으로부터도 해방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불능화 중단사태를 맞아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는 검증문제는 북에 대한 검증만을 집중적으로 거론하고 있지만, 이는 기본출발부터 잘 못 된 것이다. 북에 대한 검증과 함께 남과 주한미군까지 검증해야 할 사항이기 때문에 현재 2단계에서 논의할 성격은 아니다. 다음 폐기단계인 3-4단계에서 북 뿐만 아니라 남과 주한미군에 대해 포괄적인 검증체계, 곧 한반도 전체를 아우르는 검증주체, 검증방식, 검증모형, 검증대상 등이 논의돼야 할 사항이다. 동시에 다음 단계에 본격화될 한반도평화체제 구축 및 평화협정 진전과 연동되어 추진돼야 할 사항이다.

다시 되풀이하지만 9․19공동성명 이전의 6자회담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미국의‘선 비핵화 후 체제안전보장’책략이었다. 그러나 9․19공동성명과 2․13합의는 북한의 요구인 동시행동의 원칙을 받아들여 비핵화와 체제안전보장을 병렬적으로 추진하기로 함으로써 극적인 합의가 이뤄졌다. 북의 체제안전보장을 위해서는 평화조약, 북미관계정상화, 북에 대한 에너지 보상, 남한과 주한미군의 비핵화 등을 포괄하는 평화보장체제가 제공되어야 한다. 물론 남한과 주한미군의 비핵화는 한반도비핵화의 부분집합으로 북의 비핵화와 동시에 추진되어야 할 사항이다.

이를 포괄하는 모형은 아래와 같다. 핵심은 큰 틀에서 비핵화와 평화체제가 동시행동의 원칙 아래 병렬적으로 추진돼야 하고, 비핵화 역시 북과 남 및 주한미군 함께 추진돼야 한다. 그러므로 검증문제는 남과 주한미군의 비핵화에 관한 논의가 본격화 될 시점에서 다뤄져야 하고, 이는 동시에 평화조약 또는 평화체제의 내용으로도 채워져야 한다.

한반도 비핵화	←--	동시행동 원칙과 병렬추진	--→	한반도 평화체제
북측의 비핵화 남측의 비핵화 주한미군의 비핵화 한반도연안의 비핵화		동시행동의 원칙		남북미중 평화조약 북미수교(북일) 남북군축 주한미군 철수 또는 지위변경 한미, 조중 군사동맹 폐기

그러므로 2단계에서 검증문제를 제기하는 미국의 접근은 한반도비핵화를 북한만의 비핵화로 축소․왜곡하는 잘 못을 범하는 것이다. 검증문제는 북의 체제안전보장을 포괄적으로 다루는 평화보장체제 논의 시점에서 본격적으로 논의할 사항이다.¹⁹⁾

V. 불능화 중단 북한책임론과 북한설득논의 허구성

불능화 중단 국면을 초래한 기본 요인은 검증문제를 빌미로 미국이 테러지원국해제 합의를 이행하지 않은데 있다. 앞 절에서 밝혔지만 검증문제를 2단계 중간에 제기하는 발상 자체가 한반도비핵화의 본질과 기본인 한반도전체의 비핵화를 북핵만의 비핵화로 왜곡한데서 비롯되었고, 검증체계는 남과 북, 그리고 주한미군에 대한 검증을 포괄하는 것으로 한반도평화체제 논의와 함께 본격적으로 다뤄져야 할 사안이다.

이를 전제한 바탕 위에 비핵화 2단계 합의인 10․3합의와 검증문제에 관한 합의인 7․12발표문의 분석을 통해 미국의 검증문제 제기의 협정 위배성, 검증체계와 검증대상의 정당성 등을 점검해 보겠다. 이로써 북한책임론이나 북한설득론이 더욱더 대안이 될 수 없고 기존합의인 10․3합의와 7.12합의 준수가 기본원칙이고, 이를 기초로 평화체제 진척과 궤를 같이 하는 해결방안이 올바른 해결책임을 강조하고자 한다.

1. 검증문제 제기 자체의 10․3합의 위배성

불능화 중단 국면의 발단은 미국이 2단계 불능화-신고단계에 전혀 합의되지 않았던 검증문제를 테러지원국해제 전제 조건으로 삼은 데서부터 비롯된다.²⁰⁾ 10․3선언의 테러지원국해제 규정인 2장 1항은 아래와 같이 동시행동의 원칙을 합의하고 검증에 관한 규정은 일체 없다.

“북한과 미국은 양자관계를 개선하고 전면적 외교관계로 나아간다는 공약을 유지한다. 양측은 양자 간 교류를 증대하고 상호 신뢰를 증진할 것이다.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기 위한 과정을 개시하고 또 북한에 대한 대적성국 교역법 적용을 종료시키기 위한 과정을 진전시켜나간다는 공약을 상기하면서 미국은 북․미 관계정상화 실무그룹 회의를 통해 도달한 컨센서스에 기초해 북한의 조치들과 병렬적으로 북한에 대한 공약을 완수할 것이다.” 

이 합의에는 북한이 이행해야 하는 조치로 불능화와 함께 '완전하고 정확한 신고'를 규정하고 있지만 검증에 대한 내용은 없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검증체계 합의와 검증실시를 테러지원국 해제의 전제조건으로 삼았다. 이는 합의된 협정을 위배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북한책임론은 원천적으로 성립될 수 없다.

2. 7․12합의와 미국의 합의 뒤집기

이같이 미국이 기존 10․3합의를 위배하고 검증문제를 제기하자 북측은 2단계 이행완료를 위해 6자회담에 동의하고 7․12합의에 이르렀다. 검증체계에 관한 합의는 첫째, 검증주체로서 IAEA나 미국 단독이 아닌 6자회담 모든 참가국 대표로 구성된 전문가 집단(북한과 중국 등이 모두 남한과 주한미군의 검증에 참여할 수 있는 검증주체) 둘째, 검증모형은 국제원자력기구나 리비아 모형이 아닌 ‘6자회담 틀 내의’ 모형, 셋째, 검증방식은 IAEA 또는 국제적 방식이 아닌 시설방문, 문서검토, 인력인터뷰, 6자 만장일치 합의의 기타방식, 넷째,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자문과 지원 제공 환영, 다섯째, 한반도비핵화 실무그룹회의에서 검증의 구체 계획과 이행 결정 등이다.²¹⁾

이 합의 직후 크리스토퍼 힐 미국 대표는 대북 테러지원국 해제조치 발효일인 8월11일 전에 검증에 착수하는 문제에 대해 "어떤 장애물도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anticipating)"면서 "8월11일 이전에 검증체계 구축에 합의하고 검증활동을 시작해야‘하고 "검증체계에 대한 세부적인 사항은 비핵화실무그룹회의에서 논의될 것"이라고 낙관론을 펼쳤다. 7․12합의를 제대로 이해했다면 이런 낙관적 전망이 가능한지 지극히 의문이지만 아마도 세부적인 수준의 검증체계나 검증활동은 3-4단계로 미루려는 의도에서 낙관론을 펼친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그의 낙관론과는 달리 미국은 곧 이 7․12합의를 무시하고 새로운 전제조건을 담은 검증의정서 초안을 7월 22일 뉴욕 채널을 통해 북쪽에 전달했다. 그 초안은 7․12합의와 차이점은 엄청난 것으로 첫째, 검증모형에서 국제적 기준을 적용시키고, 둘째, 검증대상에 플루토늄뿐만 아니라 우라늄 핵 프로그램과 핵 확산, 핵무기까지 포함하고, 셋째, 신고시설 외의 의혹시설 전반에 대한 검증을 하고, 넷째, 사전 통지 없이 불시방문이 허용되고, 다섯째, 시료(샘플) 채취가 허용되는 것 등이다.

응당 북쪽은 지금껏 협의 과정에서 미국 쪽의 이런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북쪽은 8월 26일 발표한 외무성 대변인 성명에서 미국의 이런 요구를 ‘특별사찰’로 규정하고, “미국이 우리나라에 대해서도 이라크에서처럼 제 마음대로 가택수색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그것은 큰 오산”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의 검증의정서 초안의 7․12합의 위배성을 핵심별로 검토해 보겠다.

첫째, 검증모형의 국제적 기준 문제이다. 미국이 이를 주장하는 것은 7․12합의사항인 “6자는 6자회담의 틀 내에 한반도 비핵화를 검증하기 위한 검증체제를 수립하기로 합의하였다.”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다. “6자회담의 틀 내에 한반도 비핵화를 검증하기 위한 검증체제”와 “6자가 만장일치로 합의한 기타조치”를 합의했지 IAEA 특별사찰을 합의한 것은 아니다. 단지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관련 검증에 대해 자문과 지원을 제공하는 것을 환영”한다는 부수조항은 6자가 만장일치로 합의하기 이전에는 전혀 적용될 수 없기 때문에 이 조항이 미국의 주장을 정당화 시킬 수 없다.

이처럼 미국은 7․12합의 열흘 만에 이를 전면 뒤집은 것이다. 마치 2005년 9․19공동성명을 발표한지 하루 만에 이를 백지화시키는 BDA 금융제재를 가한 것처럼 말이다. 또한 이는 IAEA에 의한 특별사찰을 의미하는 것으로 1993-94년 핵위기 때 미국이 북한에 강요해 전쟁위기를 일으켰던 전철을 갖고 있고, 정보조작으로 일으킨 이라크전쟁을 ‘정당화’하기 위해 동원된 국제적인 수단이었다. 이러다보니 북에 안전보장을 제공하기 위한 한반도평화체제를 진정으로 진행시킬 의지가 있는지 북은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둘째, 검증대상에 우라늄 핵 프로그램을 포함시킨 것이야말로 억지주장이며 동시에 북한전역을 샅샅이 사찰하겠다는 불손한 의도이다. 이미 앞 2절에서 밝혔지만 북에 대한 고농축우라늄핵개발 의혹은 정보조작이다. 실제 존재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검증한다는 것은 이를 빌미로 미국이 원하는 곳, 특히 군사시설과 산업시설 등을 뒤지겠다는 의도의 발로이다. 이는 핵신고를 플루토늄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4․8싱가폴 합의를 위배한 것이다.

셋째, 핵무기에 대한 사찰은 2․13합의 사항인 현존 핵 프로그램에 한정한 협정내용을 넘어선 요구이다. 이는 9․19공동성명에서는 명시적으로 적시되어 있기 때문에 다뤄야 할 문제이긴 하지만 평화체제가 논의되고 있지 않은 이 시점에서 논의할 사항은 결코 아니다. 동시행동의 원칙에 의해 평화협정, 군축, 주한미군 철군이나 역할 변경 등과 함께 다뤄야 할 것으로 미국이 이를 이 시점에서 요구하는 것은 동시행동의 원칙을 위배하는 것이다.

넷째, 신고시설 외의 의혹시설 전반에 대한 검증, 사전 통지 없이 불시방문 허용, 시료(샘플) 채취 허용 등은 아주 예민한 군사․산업 부분 전반을 검증대상화 시키는 것으로 과연 비핵화의 내용이라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6자가 모두 수용한다면 이 부분을 검증내용에 포함시킬 수는 있겠지만 이는 분명히 남과 주한미군에도 동일하게 적용되고 동시에 한반도평화체제 구축에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부분에 한정해야 할 것이다. 남북의 이런 예민 사항에 대한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외세의 검증은 남과 북의 주권을 침해하는 성격을 갖는 것이기에 남과 북의 이기적 특수 이익을 떠나 민족전체의 보편적 이익이라는 기준에서 다뤄야 할 문제이다.

아니나 다를까 9월 26일자 워싱턴 포스트가 폭로한 미국의 검증의정서 초안은 “미국은 핵 프로그램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간주되는 ‘모든 지점과 시설, 위치에 대한 전면적인 접근’을 요구하는 한편 조사관들의 사진 및 동영상 촬영뿐 아니라 필요하면 얼마든지 머무르면서 지속적으로 의심 지역을 방문해 표본을 수집하거나 폐기할 수 있는 권리를 요청”하면서 군사시설까지 포함시키고 있다 한다. 이를 두고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소장은 "북한의 군사시설을 정탐할 권리"를 달라는 것이라며 "어느 주권국가에서도 받아들일 수 없는 요구"라는 의견을 밝혔고 러시아와 중국이 무리하다는 지적을 이미 했다한다(<연합뉴스>, 2008.9.26)

  지금까지 살펴 본대로 느닷없이 검증문제를 비핵화 초기단계에서 제기한 미국은 첫째, 2․13합의의 기초인 양대 축 곧 한반도비핵화와 한반도평화체제의 동시이행 기본원칙을 위배하고, 평화체제는 진행시키지 않으면서 북의 비핵화만 추진시키려는 비동시행동성을 보이고 있다. 둘째, 한반도비핵화를 한반도전체의 비핵화가 아닌 북한만의 비핵화로 왜곡․변질시키고 있다. 셋째, 비핵화2단계 합의인 10․3합의에서 다루지 않은 문제를 느닷없이 제기함으로써 10․3합의를 위배하고 있다. 시간적으로 한반도평화체제가 본격적으로 논의될 시점인 3-4단계 후반 부분에 다룰 성격을 2단계 후반에 다뤄 혼전임신과 출산을 강요하는 불륜을 강요하고 있는 셈이다. 넷째, 북의 양보와 다른 참가국의 이해로 검증문제를 다루고 또 합의한 7․12합의까지 위배하고 있다. 다섯째, 부시 대통령은 북에 대한 테러지원국해제 요건이 이미 갖춰졌음을 그의 의회요청에서 이미 시인을 한 셈이다. 그런데도 테러와 전혀 관계가 없는 검증문제를 테러지원국해제의 전제조건으로 삼은 것 자체가 테러지원국지정 자체의 진정성을 부정하는 것이며 이현령비현령식의 반이성적 전황이고 영역오류이다. 마치 미국의 북한인권법이 실제로는 북한붕괴법이 듯이 말이다.

이로써 비핵화 검증문제와 관련하여 제기되고 있는 북한책임론은 미국책임론으로 또 해결 방안은 북한설득론에서 미국설득론으로 바꿔져야 하고, 해결원칙은 철저한 협정준수 원칙주의임이 확인되었다.

미국의 대통령후보 토론회에서 공화당 후보 매케인은 “북한은 자신들이 한 모든 합의를 깨뜨렸다”고 말했지만 그는 미국을 북한으로 착각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 더욱 문제는 이렇게 엄청난 착각을 하고서도 자신이 착각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는 점이다. 왜냐면 북한에 관한한 구체적이고 경험적인 사실에 의한 검증이나 평가과정을 그치는 과학적 분석이 아예 필요 없다고 보면서 ‘북한은 으레 저래’식의 반과학적, 맹목적, 종교 신념과 같은 냉전낙인론에 마비되어 있기 때문이다. 과학적 진실은 오히려 ‘미국은 으레 저래’에 가까운 게 이제까지의 논의만으로도 충분히 확인된 것 같다.

V. 한반도비핵화의 장․단기적 전망

미국의 전횡과 횡포에도 불구하고, 또 올바른 해결방안은 10․3과 7․12 협정 준수 원칙주의임에도 불구하고, 전망은 현실주의적 접근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것 같다. 장단기 전망을 하도록 하겠다. 전망에 관련된 연관변수(plausible variables)들은 미국 대통령 선거, 금융위기, 이라크․아프칸 전쟁 상황, 김정일 위원장 건강 상태, 북한 경제력 상태, 북한 핵무기 보유, 남북관계, 일본의 생트집잡기, 중국․러시아 대미 견제력 등이다. 이 가운데 결정적인 원인변수(causal variable)는 미국대선이고 남북관계, 북일관계, 중․러 대미 견제력 등은 원인변수라기보다 촉진(reinforcing variable)․지연변수나 악화․개선변수에 불과하므로 이곳 논의에서 제외된다. 핵심변수는 미국대선, 북한 핵무기, 미국 금융위기, 이라크․아프칸 전쟁 상황 등이다. 김정일 위원장 건강악화는 현실적으로 통치력 행사에 지장을 초래할 정도는 아닌 것으로 알려져 있기에 당분간 핵심변수는 아니라고 본다.

장기적 전망은 미국의 대선결과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민주당이나 공화당이나 똑같다는 식의 일부 진보진영의 쾌쾌 묵은 평가는 계급정치에 국한된 것이다. 계층정치에서는 분명 양자 사이 차이가 있다. 더구나 탈냉전시기 외교정책에서 공화당의 일방주의와 민주당의 국제주의 차이는 한반도와 같이 분쟁화약고 지역에는 생사가 걸린 문제이므로 엄청나게 다른 결과를 가져온다. 만약 2000년 대선에서 민주당 고어가 집권했다면 10․12공동성명 이행으로 제2의 핵위기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따라서 2002년 이후 전개된 2-3번의 전쟁위기는 없었을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이 집권할 경우 기존 9․19, 2․13 합의대로 진전되면서 10․21제네바합의에서 제공하기로 한 경수로, 평화협정, 관계정상화 등이 예정대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대선 판세로는 이런 장기적 낙관론이 점쳐진다. 물론 이 경우도 행정부 내의 네오 콘 부류 관료들의 저항에 직면하겠지만 이는 일시적인 멈춤을 가져올 수는 있어도 장기적 해결전망을 무너뜨릴 수는 없을 것이다.

문제는 공화당이 집권했을 경우다. 매케인은 93-94년 핵위기는 물론 금창리 핵위기 등에도 가장 강력한 대북 선제공격 주창자였다. 핵무기를 보유한 북한에 예전처럼 선제공격론은 쉽지 않겠지만 저강도전쟁 등은 지속․강화될 것이고 기존 합의는 원점으로 되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동시에 1980년대 레이건-나카소네-전두환의 재판으로 메게인-아소-이명박의 냉전수구 3각동맹이 구축되어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에도 6자회담의 틀이 지속되기 힘든 구도가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지만 미국은 더 이상 80년대의 미국이 아닌 금융파산에 직면한 미국이다. 경제력 뒷받침 없이 군사력 일변도의 패권주의는 강도나 지속성에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더구나 이라크전쟁과 악화되고 있는 아프칸전쟁 때문에 선택의 폭은 넓지 않다.

응당 북한은 1기 부시정권 때처럼 원칙주의에 입각해 강력하게 대처할 것이다. 북한의 대미 핵협상은 초지일관 한반도비핵화와 한반도평화체제의 동시적 구축이다. 핵무기개발은 ‘북한 죽이기’에 맞서 생명권을 확보하기 위한 방편이므로 체제안전보장이 되지 않으면 이의 포기나 폐기는 있을 수 없다. 죽느냐 사느냐 하는 생명권과 관련된 문제이므로 그것을 보전한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있을 수 없다. 탈냉전이 시작된 이후 체제보장을 받기 위해, 곧 생명권을 지키기 위해 약 20년간 지켜온 원칙을 허물 수는 없을 것이다. 

경제적 변수 역시 중요하지만 갖은 경제적 시련에도 불구하고 이미 북한은 고난의 행군 기간 내성을 키워 왔었다. 핵무기라는 방패막이 수단도 확보된 상태이다. 핵무기를 더욱 양산하면서 미국의 타협을 강요할 것이다. 결국 집권 후반기로 접어들면 매케인 정부도 부시 정부의 전철을 밟아 재협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단기적 전망은 좀 더 복잡한 구도로 진행될 것 같다. 우선 북한은 대선까지는 민주당 집권이 기대되므로 상황을 파국으로 몰 대륙간탄도탄 미사일 발사, IAEA요원 추방 등을 자제하면서 사태 추이를 지켜 볼 것이다. 설사 사용 후 연료봉을 재처리한다 하더라도 상징적 수준의 적은 량 재처리로 임할 것으로 보인다.

9월 30일이나 10월 1일로 예정되어 있는 힐 차관보의 북한방문 등에서 수정된 검증의정서가 논의된다고 한다. 그렇지만 시료채취와 미신고장소검증은 미국이 양보할 수 없는 조건이라면 서로의 접점은 힘들 것 같다. 일부에서 예측하는 것처럼 한정된 장소에서의 플루토늄 핵무기 개발 관련 시료채취는 북이 허용할 수 있겠지만 미신고 장소에 대한 무제한적인 검증은 주권과 자위권의 문제이기에 결코 북한으로서는 허용할 수 없는 성격이다.

물론 이러한 맞교환 합의를 한다하더라도 여기에는 남한과 주한미군의 검증체계와 연동되어야만 합의가 가능할 것이다. 또 이의 연동은 한반도 평화체제와 관련된 문제이므로 현 시기에 논의하기는 시기상조다. 그러므로 힐의 방북은 사용후 연료봉 재처리 기일을 연기하는 등의 효과는 가져올지 몰라도 포괄적인 검증체계에 합의할 수 없기 때문에 극적인 돌파구를 찾을 수 없을 것이다. 단지 숨고르기에 들어가 파국을 막는 일에 만족해야 할 것이고 부시정부는 근본적인 발상전환을 하지 않을 경우 한반도비핵화 2단계도 마무리 짓지 못하고 막을 내리고 말 것이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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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북한은 1차 핵위기 당시 신고하지 않았던 액체폐기물저장소 2곳을 이번 핵 신고에 포함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액체폐기물이란 재처리 시설에서 화학 방식으로 플루토늄을 농축할 때 부산물로 나오는 화학폐기물로, 그 자체가 핵재처리의 증거일 뿐 아니라 재처리 시기나 용량 등을 계측할 수 있는 방사능 데이터까지 포함하고 있기에 북한의 과거 핵 활동을 규명하는데 핵심적인 부분이다. 이를 북한이 신고했다는 것은 핵신고에서 북한의 성실성을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바로미터라고 평가되었다(<연합뉴스>, 2008.7.11).

2) 6․15언론본부가 밝히고 있는 이런 유형의 언론보도는 아래와 같다:  ‘북, 또 핵위기 조성해 무얼 얻자는 건가’ <조선일보>, ‘북한, 6자회담에 찬물 ... 틀 깨지는 않을 듯’ <중앙일보>, ‘“핵시설 원상 복구 고려” 北 또 몽니… 벼랑끝 전술’ <국민일보>, ‘美 압박용 '벼랑끝 전술' <세계일보>, ’'불능화 중단' 북한의 의도는?…대미압박 강수‘ SBS TV, ’北, 불능화중단 카드로 美에 고강도 압박‘ <연합뉴스>

3) Harrison, Selig.(이흥동 외 옮김), 󰡔코리안 엔드게임󰡕 삼인, 2003, 44-45쪽

4) 이 부분은 강정구, “한반도 전쟁위기의 실상” 강정구 외, 『전환기 한미관계의 새판짜기』(한울, 2005) 금창리 핵위기 부분을 약간 수정하여 옮겨 썼음

5) Halloran, Richard. 1998, “Soft Smile... But Carry a Big Stick”, Far Eastern Economic Review. 1998.12.3

6) 미국의 행위유형에 관해서는 강정구. 1994, “북핵문제를 둘러싼 국제적 대응의 실체”(<역사비평> 1994년 겨울) 참조

7) 이 절은 많은 부분 <오 마이 뉴스> 2007년 3월 12일 김당(dangk), “임동원·양성철·문정인 "HEU 프로그램은 제네바합의 깨기 위한 네오콘 정보조작", 3월 16일 ”[북핵 심층리포트] HEU 정보조작 의혹 ①: 켈리는 왜 말을 바꾸나“  에 의존하고 있다.

8) 이 부분은 강정구,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의 올바른 방향”(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 주최 한반도 정전협정 55주년 기념포럼 발표문 080723, 만해 NGO교육센터) 2절 일부를 그대로 옮기거나 약간 수정․보완 한 것이다.

9) 이 부분은 전적으로 다음에 의존하였다. 김당기자, “[북핵 심층리포트] HEU 정보조작 의혹 ①: 켈리는 왜, 어떻게 말을 바꿔왔나” <오 마이 뉴스>  2007-03-16 14:41

10) 2004년 2월의 2차6자 회담 직후 상원청문회에서 켈리 6자회담의 수석대표는 증언에서 미국은 핵문제 뿐 아니라 재래식 군사력, 인권문제, 미사일 등에 진전이 있어야 관계정상화를 고려하겠다는 기만적 술책을 실토했다. “우리는 또한 핵 문제가 가닥이 잡히기 시작하면 미사일, 재래 군사력, 심각한 인권 문제 등 다른 현안들도 미국과 논의할 수 있으며 이런 문제에 대해 진척이 이루어지면 전면적인 관계 정상화로 나아갈 수 있다는 점도 분명히 밝혔다."

11) 9․19공동성명 합의 내용 핵심은 첫째, 평화적 방식의 한반도비핵화로 이를 위해 ① 북한은 모든 핵무기, 현존 핵 프로그램 포기, 빠른 시일 내 NPT복귀와 IAEA이행, ② 미국은 한반도에 핵무기 부재 확인, 핵무기나 재래식 무기로 북한 공격․침략 의사 없음 확인, ③ 한국은 핵무기 非(비)반입 비배치 약속 재확인, 현재 한국 영토 내 핵무기 없음 확인, ④ 북한의 핵에너지 평화적 사용권리 존중 표시, 적당한 시점에 북한에 경수로 제공 논의. 둘째, 북미관계정상화, 북일 평양선언에 따른 관계정상화. 셋째, 에너지 등 경제협력 증진 : 5개국 대북 에너지 제공과 한국 200만㎾ 전력제공 제안 재확인. 넷째, 한반도 영구 평화체제 위한 포럼 개최와 평화협정 평화체제 협상약속. 동북아 안보․협력체제 모색. 다섯째, 말대 말, 행동대 행동의 원칙에 따른 합의실현.

12) 이 때문에 미국은 북한 핵문제를 북핵문제가 아닌 북한문제로 확대해서 접근해 왔다고 비판을 받아 왔다.

13)  2003년 가을부터 시행중인 작전계획 5030에 의한 대북 저강도전쟁은 CIA 내부 교란작전과 국방정보국(DIA) 군사작전을 결합한 작전으로 대북 금융제재 조치, 북한 고위층 망명 유도작전, 북한 군사자원 고갈로 군사쿠데타 유발, 궁극적으로 김 위원장의 ‘제거’로 이어지는 분위기 조성 등을 목적으로 하고 있었다. <세계일보>(2006-01-31 05판 05면)가 일본經團連 지원 보수 싱크탱크인 일본재단이 미 중앙정보국(CIA)의 극비자료를 토대로 작성한 ‘한반도의 중장기 전망과 일본의 대응’ 연례보고서(060130)를 요약한 바에 의하면 이 작계 5030 내용은: 1> 북한군의 식량 등 전시 비축물을 고갈시키는 지속적인 한미 군사훈련 실시, 2> 북한 항공기 연료를 소진시키기 위해 북한 항공기의 잦은 긴급발진을 유도하는 불시 정찰비행, 3> 김 위원장 소재지로 추정되는 장소에 스텔스 전폭기를 출동시켜 위협하는 작전, 4> 전단 살포 등으로 내부혼란 조장(북한 상공에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10대 거짓말’ 전단 살포), 5> 정권 핵심인사와 그 자녀들의 망명 지원(오극렬 노동당 작전부장의 장남 오세욱 전 인민군 대좌의 망명), 6> 김 위원장의 자금원을 막기 위한 외화 유입경로 차단(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은행’ 북한계좌 폐쇄) 등이다.

14) 2004년 2월의 2차 6자회담 직후 <워싱턴포스트>(2004년 3월 4일)는󰡒지난 6자회담 당시 중국이 미국에 좀 더 유연한 자세를 요청한 이후에 부시 대통령은 미 대표단에게 북한 핵문제를 외교적으로 해결하려는 부시 행정부의 인내력이 바닥나고 있음을 명확히 하라고 지시했다󰡓라고 보도했다. 부시는 부통령인 체니와 협의 이후󰡒부시 행정부의 선의는 바닥날 수 있으며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여전히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군사공격 가능성을 공언하는 대북메시지를 발했다. 9.19공동성명 당시 "미국은 핵무기 혹은 재래식 무기로 북한을 공격하거나 침공할 의사가 없다" "북한의 주권을 존중한다." 등으로 전향된 모습을 보이는 듯 했으나 그 후 열린 의회청문회에서 힐 차관보는 "테이블 위에는 모든 옵션이 놓여 있다"는 낡은 노래가사 읊기를 지속해 왔다.

15) 2․13합의에 이르러 미국의 기존정책 변화는 선 핵폐기 후 관계개선 원칙에서 동시행동의 원칙으로,‘악행에는 보상이 없다' 는 원칙에서 지원정책으로, 북미 양자회담 불가에서 베를린 양자 회담으로, 북의 평화적 핵 활동 불용에서 수용으로 등이다.

16) 이는 국무부의 실용주의노선으로 공동성명을, 재무부의 일방주의로 BDA 동결을 동시에 허용하는 이중행보와 양면작전이었다.

17) 이에 대한 합의로 9․19는 4항은 “6자는 동북아에서 평화와 안정을 지속시키기 위한 공동노력을 다짐했다. 직접 당사자들은 한반도에서의 영구 평화체제를 위한 협상을 적절한 별도의 포럼을 통해서 평화협정 체제를 협상하기로 했다.” 2․13 6항은 “참가국들은 상호신뢰를 증진시키기 위한 긍정적인 조치를 취하고 동북아에서의 지속적인 평화와 안정을 위한 공동노력을 할 것을 재확인하였다. 직접 관련 당사국들은 적절한 별도 포럼에서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제에 관한 협상을 갖는다.”

18) 이 부분은 강정구,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의 올바른 방향”(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 주최 한반도 정전협정 55주년 기념포럼 발표문 080723, 만해 NGO교육센터) 3절1항을 그대로 옮기거나 약간 수정․보완 한 것이다.

19) 한반도 평화체제에 관해서는 아래를 참조 바람: 강정구,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의 올바른 방향”(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 주최 한반도 정전협정 55주년 기념포럼 발표문 080723, 만해 NGO교육센터)

20) 사실 테러지정해제문제와 핵문제를 연계시킨다는 것 자체가 미국의 테러지원국 지정이나 해제가 실제 테러와 무관하게 미국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서 이루어지고 있음을 자인하는 것으로 ‘테러와의 전쟁’이란 미국의 최우선 정책의 허구성을 노정하는 것이다.

21) 관련 발표문 전문은 아래와 같다: 1. 2005년 9월 19일 6자회담 공동성명에 따라, 6자는 6자회담의 틀 내에 한반도 비핵화를 검증하기 위한 검증체제를 수립하기로 합의하였다. 검증체제는 6자의 전문가들로 구성되며, 비핵화 실무그룹에 대해 책임을 진다. 검증체제의 검증조치는 시설 방문, 문서 검토, 기술인력 인터뷰 및 6자가 만장일치로 합의한 기타조치를 포함한다. 필요시 검증체제는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관련 검증에 대해 자문과 지원을 제공하는 것을 환영한다. 검증의 구체적인 계획과 이행은 전원 합의의 원칙에 따라 한반도 비핵화 실무그룹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