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주청의 사랑방 야화 (14) 세번째 며느리
두번째 며느리가 또다시 봇짐을 머리에 이고 눈물을 펑펑 쏟으며 대문을 나섰다.
인동댁은 일찍 과부가 됐지만 천석 재산을 물려받아 금이야, 옥이야 외아들을 키우며 살아왔다.
외아들이 열다섯살 때 열아홉살의 며느리를 맞아들였는데 한평생 맺힌 한을 쏟아낼 곳이 없었다는 듯
인동댁은 며느리를 들들 볶았다. 외아들이 고뿔이라도 들라치면 며느리에게 삿대질을 하며 말했다.
“저년이 우리 귀한 아들 진을 빼서 그래.”
아들을 제방에서 데리고 자고, 밥이 질다고 밥상을 내던지고, 곳간 열쇠를 밤낮으로
자기가 차고 다니면서 며느리가 몰래 쌀을 퍼내 팔았다며 도둑으로 몰고, 머슴이 둘이나 있는데도
오뉴월 땡볕에 한마지기 밭을 다 못 맸다고 저녁을 굶기고,3년 만에 첫째 며느리는 친정으로 돌아가 버렸다.
그로부터 2년 후에 두번째 며느리가 들어왔지만 인동댁의 며느리 구박은 여전했다.
결국 두번째 며느리도 시집살이를 못 견디고 집을 나와 친정으로 가지도 못한 채 술집 작부로 팔려갔다.
인동댁 사는 재미는 며느리 구박이라, 며느리 둘을 쫓아내고도 모자라 또다시 이 매파 저 매파 불러서
중매를 서라고 졸라대지만 파다하게 소문이 난 그 집안에 딸을 줄 사람이 없다.
어느날, 까치골 약초 캐는 강노인의 얌전한 막내딸이 시집을 가겠다고 매파를 찾아왔다.
찢어지게 가난해서 스물한살이 될 때까지 시집을 못 가고 있던 강노인의 막내딸이 인동댁 며느리로 들어갔다.
으흐흐흐, 인동댁은 이제 또다시 살맛이 생긴 것이다. 시집온 지 한달도 안된 며느리를 볶을 꼬투리를 잡았다.
“어머님, 부르셨습니까?”
“그래, 들어오너라.”
인동댁이 보따리를 풀며 말했다.
“네 친정이 아무리 보잘것없는 집안이라지만 혼수가 이게 뭐냐.”
고개를 푹 숙이고 있던 며느리가 앙칼지게 말했다.
“야, 이년아. 네년 주둥이로 혼수고 뭐고 필요 없다 하지 않았느냐!”
며느리가 주먹으로 인동댁의 면상을 후려갈기자 코피가 쏟아졌다.
“사람 살려.”
문을 박차고 버선발로 뛰쳐나간 인동댁은
마당을 가로질러 허둥지둥 대문을 열고 나가 며느리가 시어머니를 때린다고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며 동네 우물가로 갔다.
빨래를 하던 이웃 아낙네들이 수군댔다.
“어디서 넘어져 코피가 나는 걸, 엉뚱하게 며느리에게 덮어씌우네.”
“저 여자 벌써 며느리 쫓아낼 궁리를 하는구먼.”
뒤따라 인동댁 며느리가 시어머니의 신발을 들고 따라왔다.
“어머님, 신발 신으세요.”
인동댁이 고래고래 고함쳐도 도대체 믿는 사람이 없다.
그날 저녁, 인동댁이 아들을 불러 자초지종을 얘기해도 믿지를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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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어나는 멋진하루 되시길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