눅 5:1-11, 모든 것을 버려두고 예수를 따르니라

[한우리]

눅 5:1-11, 모든 것을 버려두고 예수를 따르니라 24.5.12, 박홍섭 목사

오늘 본문은 베드로가 주님의 제자로 부름을 받는 장면입니다. 그는 우리가 잘 아는 갈릴리 호수의 일부인 게네사렛 호수, 디베랴 호수라 부르기도 하고 구약에서는 긴네렛 호수로 불리는 곳에서 고기 잡는 일로 잔뼈가 굵은 어부였습니다. 어느 날 아침 밤이 새도록 한 마리의 고기도 잡지 못하고 피곤한 몸과 마음으로 동료들과 함께 그물을 씻고 있을 때 예수님이 그의 배에 올라 육지에서 조금 떨어지기를 청하시고 모여든 무리에게 말씀을 가르치십니다. 말씀을 마친 예수님이 베드로에게 “깊은 데로 가서 그물을 내려 고기를 잡으라”라고 말씀하십니다. 고기 잡는 일은 예수님보다 베드로가 훨씬 전문가입니다. 그러나 베드로는 예수님의 말씀에 의지하여 깊은 데로 가서 그물을 내리고 그물이 찢어질 정도로 많은 고기를 잡습니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이 사건을 통해 베드로는 예수님이 어떤 분이며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를 깨닫고 예수의 무릎 앞에 엎드려 “나는 죄인이니 나를 떠나 달라”고 간청합니다.

하나님을 제대로 만나면 가버나움의 사람들처럼 “나와 함께 있어 달라”고 하기 이전에 “제발 나를 떠나 달라”는 반응이 먼저 나옵니다(사 6:5). 하나님은 죄인 된 우리가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크고 거룩한 분이기 때문입니다(8-10). 두려워 떨고 있는 베드로에게 예수님은 무서워 말라고 하시며 그를 사람 낚는 어부로 부르십니다. 이에 베드로만 아니라 그와 함께 있었던 야고보와 요한까지 모두 배와 그물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릅니다.

여기까지가 본문의 내용입니다. 우리가 너무 잘 알고 있는 이야기인데 무엇이 베드로와 그의 친구들로 하여금 모든 것을 버리고 주님을 따르게 했을까를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선 베드로가 주님을 찾은 것이 아니라 주님이 베드로를 먼저 찾아오셨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신앙은 우리로부터 시작하지 않고 언제나 하나님의 찾아오심으로부터 출발합니다. 예수님은 스스로 몰려온 수많은 무리 중에서 제자를 부르지 않았습니다. 밤새도록 수고했지만 한 마리의 고기도 잡지 못한 좌절과 허탈과 체념 속에 있던 베드로의 배에 찾아오셔서 그를 제자로 부르십니다.

오늘 이 자리에 혹시 밤이 새도록 수고했지만 한 마리의 고기도 잡지 못한 그 날 아침의 베드로처럼 애쓰고 노력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서 좌절과 낙심의 마음을 가지고 계신 분이 계십니까? 그 마음에 우리 주님이 찾아오시는 은혜가 있기를 바랍니다. 주님의 찾아오심으로 베드로의 삶에 새로운 지평이 열렸듯이 오늘 저와 여러분에게도 그런 변화가 일어나는 복된 주일이기를 바랍니다. 주님은 고기 못 잡은 베드로에게 오셔서 고기를 잡게 해주는 분 정도가 아닙니다. 고기만 잡던 베드로를 완전히 다른 관점을 가진 인생, 사람을 낚는 어부로 변화시키는 분입니다. 실패하고 좌절한 나에게 찾아오신 주님은 그런 부르심의 소망을 가지고 오십니다. 주님은 내 힘으로 내가 만든 인생의 한계 안에서 울고 웃었던 것이 전부였던 우리의 삶을 주님과 함께 울고 이웃과 함께 웃는 삶으로 바꾸어주시려고 우리에게 오셔서 당신을 따르라고 하십니다.

누가 이 주님의 부르심에 응답할 수 있고, 어떻게 하면 주님을 따를 수 있을까요? 예수님이 누구인지 경험해야 합니다. 예수님을 경험하려면 주님의 말씀을 들어야 합니다. 주님은 그날 아침 베드로를 찾아가서 배에 올라 그 배를 강대상 삼아 모인 무리에게 말씀을 가르쳤습니다. 베드로는 밤새도록 한 수고가 빈손으로 돌아온 피곤하고 허탈한 아침이었지만, 그물을 씻고 정리하면서 자기 의사와 상관없이 반강제적으로 주님의 말씀을 들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귓전으로 듣던 그 말씀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자신을 사로잡는 은혜를 경험합니다. 이는 앞서 자신의 집에서 장모를 고쳐주신 기적을 맛보았을 때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영적 경험입니다. 타인의 치유를 보는 간접적인 경험이 아니라 자신의 영혼에 주님의 말씀이 생명의 물결처럼 밀려 들어오는 직접적인 경험이었습니다. 그 말씀의 권위가 깊은 데로 가서 그물을 내리라고 명하셨을 때 거부할 수 없는 순종의 반응을 일으켰습니다.

사실 갈릴리 바다에서 잔뼈가 굵은 어부에게 밤이 아니고 낮에 깊은 데로 가서 그물을 내리라는 말은 그의 경험과 상식에 전혀 맞지 않는 말입니다. 더군다나 이미 밤을 새웠기에 피곤한 몸이고 그물까지 다 씻어서 정리한 마당에 또 그물을 던지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도 순종할 수 있었던 이유는 거부할 수 없는 말씀의 권위와 은혜 때문입니다. 그의 말을 들어보십시오. 5절이죠 “시몬이 대답하여 이르되 선생님 우리들이 밤이 새도록 수고하였으되 잡은 것이 없지만 말씀에 의지하여 내가 그물을 내리리이다 하고” “상식에 의지하여”가 아닙니다. “내 경험에 의지하여”도 아닙니다. “말씀에 의지하여”입니다.

이 말을 직역하면 “당신이 말씀하셨다는 사실이 나의 뜻에게 명령했다”라는 의미입니다. 조금 더 풀어서 의역하면 “당신이 말씀하실 때 나도 모르게 내 의지가 당신의 말씀에 순종해보자고 말하고 있다”라는 뜻입니다. 은혜이죠. 어떻게 베드로가 주님의 말씀에 순종할 수 있었을까요? 그의 순종 이전에 이미 하나님께서 말씀으로 그의 마음과 의지를 움직이고 작동하셔서 순종할 수 있는 은혜를 주셨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우리의 순종은 자랑이 아니라 감사입니다. 오늘 우리에게도 이 은혜가 있기를 소원합니다.

베드로가 그렇게 말씀에 의지하여 깊은 데로 가서 그물을 내렸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났습니까? 자신의 배로는 도저히 그물을 끌어올리지 못하여 다른 배에 있는 동무들에게 도움을 요청하여 두 배가 다 잠길 정도로 많은 고기를 잡았습니다. 이 일로 베드로와 동무들은 살아계신 하나님의 역사를 경험했고 주님의 부르심에 배와 그물과 모든 것을 버려두고 예수를 따르게 되었습니다. 만약 베드로와 야고보와 요한에게 그날 아침 예수님이 찾아오시지 않았더라면, 그리고 말씀의 은혜를 주시지 않았더라면 그들은 갈릴리 바닷가에서 평생 더 잘 먹고 더 잘사는 꿈속에서 그렇게 살다 그렇게 죽는 인생으로 끝났을 것입니다. 하지만 찾아오셔서 불러주신 주님의 은혜로 이들은 모든 것을 버리고 주님을 따르는 전혀 새로운, 가장 복되고 영광스러운 성도의 삶, 제자의 삶, 사도의 삶을 살게 됩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저와 여러분은 “깊은 데로” “오른쪽으로” “서라” “가라”라고 말씀으로 찾아오시는 예수님을 만난 적이 있습니까? 그분의 말씀을 듣고 그 말씀에 의지하여 깊은 데로 가서 그물을 던져본 적이 있습니까? 그리고 고기가 대변하는 돈과 건강과 성공과 장수가 최우선의 가치였던 삶에서 사람을 낚는 어부의 새로운 가치와 새로운 차원의 삶으로 초대하는 주님의 부르심을 들은 적이 계십니까?

예수님은 이 새로운 삶이 얼마나 복된 삶인지 심지어 자기 밥줄과 다름없는 배와 그물까지 버리고 헌신할 정도로 귀하다고 말씀하십니다. 배와 그물을 버려두고 예수를 좇았다는 말은 예수님을 따려면 무조건 배와 그물을 버리고 직장도 버리고 사업도 포기해야 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오히려 배와 그물을 가지고 성실하게 살아가는 삶의 현장이야말로 사람을 낚는 생명의 현장이요 사명의 현장입니다. 배와 그물을 버리고 주를 따른다는 말은 우선순위를 바꾼다는 뜻입니다. 동시에 예수를 따라 사람을 낚는 어부의 삶을 사는 것은 꼭 내가 하는 일이 실패하고 내 삶이 벼랑 끝에 내어 몰릴 때 할 수 없이 응답하는 결정이 아닙니다. 지금 상승일로에 있을 때도 그 성공과 번성을 주님과 그 나라의 복음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우선순위의 조정이 부르심에 반응하여 배와 그물과 모든 것을 버리고 주를 따른다는 의미입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여러분에게는 우선순위의 조정이 있었습니까? 인생은 반복의 연속입니다. 어제 서산으로 졌던 해가 오늘 동녘에서 다시 떠오른다는 의미에서 반복이요, 봄 여름 가을 겨울이 가면 새해가 되돌아온다는 뜻에서도 반복입니다. 매일 세끼를 되풀이해서 먹어야 하는 반복이고, 같은 직장 같은 사무실에 출근하여 같은 사람들과 같은 일을 하는 반복이요, 같은 집으로 퇴근하는 반복, 같은 식구들과 살아가는 반복, 같은 잠자리에서 자고 일어나는 반복입니다. 반복 아닌 인생이 없습니다. 그러나 반복이라고 다 똑같은 반복은 아닙니다. 무엇을 위한 반복, 무엇을 향한 반복이냐 따라 그 반복의 의미가 다릅니다. 우선순위의 조정에 따라 반복의 의미가 진전일 수도 있고 쇠퇴일 수도 있으며, 후회 없는 임종일 수도 있고 통탄 속의 죽음일 수도 있습니다. 죽음의 순간이 닥쳐왔을 때, 지나온 자기 자신의 삶에 대해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으신지요? 그 마지막 순간, 자신이 살았던 삶을 자신이 용납하지 못해 통탄하며 이 세상을 떠난다면 그보다 더 처참한 일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내 인생의 마지막 순간을 그리스도 안에서 감사로 맞이하려면 오늘 우리의 삶을 참된 진리의 반복, 생명의 반복이 되게 해야 합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습니까? 예수님을 만나야 합니다. 예수님을 따라야 합니다. 우리의 경험과 상식과 세상의 흐름대로 살지 않고 그분의 말씀대로 살아야 합니다. 하나님은 우리가 그렇게 살 수 있도록 때로 밤새도록 수고했지만 거둔 것이 없는 허탈한 아침을 허락하시기도 합니다. 실패와 낙심의 날을 맞게도 하십니다. 그렇게 우리의 마음을 낮추시고 우리를 찾아오십니다. 그러나 실패하고 수고의 열매를 거두지 못하는 좌절과 절망을 경험하지 않아도 찾아오셔서 부르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지금도 교회를 통하여 말씀으로 당신의 백성들을 찾아오고 계시는 주님의 은혜를 만나십시오. 지금 가난한 마음과 애통한 마음과 온유한 마음과 의에 주리고 목마른 마음으로 하나님의 말씀을 대하면 우리 삶의 우선순위가 조정되고 의미 있는 생명의 반복이 시작될 것입니다.

수많은 사람이 인생 역전을 꿈꿉니다. 그러나 삶의 방향과 우선순위를 바꾸지는 않습니다. 잘못된 목적지를 향해 잘못된 길을 가고 있다면 비행기로 가거나 기차로 가거나 일등석에서 가든지, 삼등석으로 가든지 무슨 차이가 있겠습니까? 가던 길에 돈을 좀 보태주는 것이 인생 역전이 될 수 있을까요? 진정한 인생 역전은 가던 삶의 방향이 진리와 생명을 향한 방향으로 바뀌는 것입니다. 단지 고기를 많이 잡는 인생이 아니라 주님을 만나서 주님의 뜻에 자신을 드리는 새로운 삶을 향하여 우선순위를 바꾸는 것이 참된 인생 역전입니다. 베드로가 누구입니까? 고기 좀 많이 잡으면 기분 좋고 행복해하고 적게 잡으면 침울하고 화가 나고 그렇게 살다가 그렇게 죽었을 사람 아닙니까? 그런 그가 주님을 만났습니다. 아니 그런 그에게 주님이 찾아오셨습니다. 그리고 이제껏 살아오면서 결코 깨달을 수 없었던 하나님의 위대한 경륜에 자신을 드리는 새로운 인생의 의미를 말씀 안에서 발견하고 말씀에 의지하여 깊은 데서 그물을 내리다가 참된 인생의 역전이 일어났습니다.

하나님은 실패하면 낙심과 미움과 원망과 분노와 좌절에 빠지고, 성공하면 하늘 높은 줄 모르는 교만으로 사람들을 무시하는 우리를 거꾸러뜨려서 하나님과 이웃을 사랑하는 새로운 삶으로 돌려세우기 원하십니다. 그를 위해서 우리를 찾아오십니다. 꼭 실패한 자리에서 그렇게 주님을 만나지 마시고 그 좌절과 절망 없이 오늘 평안한 우리의 일상 속에서 매일 말씀하시는 하나님을 만나고 배와 그물과 모든 것 보다 하나님의 부르심을 앞세우는 우선순위의 조정이 일어나는 저와 여러분, 한우리 식구들 되시기를 주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