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5편의 단편이 있다. <우리에게 펭귄이란>, <고양이를 안아보자>, <아람이의 편지>, <달펭이가 간다>, <네모에게>이다. 아이들의 마음을 잘 표현하고 대변해주는 이야기들은 심리묘사를 디테일하게 하고 있다. 이 중 <우리에게 펭귄이란>의 일부분 발췌와 감상이다.
“적당히 꾸며 내면요, 우리가 다 믿을 것 같아요?”
“뭐?”
엄마는 고개를 숙여 내 얼굴을 들여다봤어요.
“그냥 남극에 보내 주면 안 돼요? 그러고 기다려 주면 안 돼요?”
흘긋 보니 엄마는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고민하는 표정이었어요. 어른들과 눈짓을 주고받으면서요. 나는 고개를 들고 한결 또렷한 목소리로 말했어요.
“떠났다가 꼭 돌아오기로 약속했단 말이야. 용민이는.”
아무도 말이 없었어요. 나는 나중에 기회를 봐서, 직접 동생을 데리고 남극에 가기로 마음을 먹었어요.(26)
---화자는 누나인 수민이다. 동생은 남극에 간다고 식탁에서 선언했지만 아무도 제대로 귀 기울여 듣지 않았다. 한바탕 소동으로 끝난 이야기지만 여러 의문이 남는다. 아빠는 어디로 간 걸까? 아빠의 부재에 대해서도 다른 나라에 살고 있을 거라는, 언젠가는 만날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믿음을 주고 있다. 아빠가 데려갔냐는 이웃의 반응으로 봐서 아빠는 일찌감치 헤어진것인지, 명을 달리한 것인지 아리송하다. 꼭 돌아오기로 약속했다는 동생의 이야기에서, 아빠는 약속을 하지 않은 것 같은 의미로 읽힌다. 그러므로 아빠는 집을 나간 것 같은.
아마도 용민이는 아빠를 그리워하여 아빠를 찾으러 남극에 가려 한 건 아닐까. 황제펭귄은 아기 곁을 떠나지 않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