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리기스 스탄 트레킹 앨범 ( 15일차 )
일 자 : 2025년 8월 28일
구 간 : 다르바자타시 계곡 ~ 집틱패스 4184 m ~ ~유루트 갬프
거 리 : 16 km
시 간 : 6 시간 30분
<고도 4,184m 집틱 고개> ( 동행자 의 글 )
오늘은 이번 트레킹 코스 중 두 번째로 높은 고개를 넘는 날이었다. 평탄한 길과 가파른 돌길을 따라 1,139m를 올라 마침내 집틱 고개에 도착했다. 고도 3,000m에서 너덜길을 오르려면 무엇보다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가벼운 발걸음은 경쾌한 몸에서 나오고, 가벼운 몸은 뇌의 지시에 좌우된다. 마음가짐이 뇌를 가볍게 움직이면 등반 근육도 일사불란하게 가벼운 발동작을 한다. 등반 근육을 통제하려면 마음가짐을 다스려야만 한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는 말이 고소 등반에 정확히 부합하는 원칙이었다. 호흡은 파미르의 바람을 따라 차가운 공기를 깊이 빨아들여 근육의 박자에 맞추었다.
고도 4,100m의 돌길에 진입하면서 반보 저속 주행으로 전환했다. 7명의 대원이 일렬로 늘어서 마치 지네가 이동하듯 전진했다. 둥근 모자 7개와 그 좌우로 뻗은 14개의 스틱이 마치 지네 발처럼 보였다. 집틱 고개 정점에 가까워질수록 고개 반대편에서 엄청난 바람이 불어왔다. 7명의 대원은 최후의 일전을 앞두고 성문을 향해 진격하는 로마 병사의 심정으로 치열하게 나아갔다.
집틱 고개 정점에 도달하자 눈앞에 구름이 펼쳐진 듯했다. 자세히 보니 레닌봉을 좌우로 설산이 길게 펼쳐져 있었다. 레닌봉 꼭대기에는 피라미드 모양의 삼각형이 왕관처럼 빛났다. 설산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가슴이 확 트였다. 지난 4시간의 고된 산행에 대한 보답으로는 과분한 선물이었다.
두 팔을 벌려 환영하는 레닌봉을 바라보며 하산을 시작했다. 고도 913m를 내려가 다르바자타시 계곡의 유르트에 도착해야 한다. 급경사 돌길을 30여 분간 내려와 넓은 초원에서 점심을 먹었다. 레닌봉 설산을 식탁보 삼아 당면 샐러드 위로 달걀 노른자가 왕관처럼 빛났다. 짐을 내린 말들은 풀을 뜯는 데 여념이 없었고, 나는 배낭을 베개 삼아 풀밭에 누워 단잠에 빠져들었다. 바람이 온몸을 스치고 지나갈 때마다 파미르 사람이 되어가는 듯했다. 파미르 사람들과 눈웃음으로 소통하고 짧은 동거동락의 기간에 정이 들었다. 거대한 솜사탕 같던 레닌봉은 하산할수록 작아져서 숙소에 도착하니 자취를 감추었다.
유르트 캠프 앞으로 시냇물이 싱그럽게 흐른다. 등산화를 풀고 양말을 벗어 핏줄이 도드라진 발을 차가운 물에 담갔다. 파미르의 차가운 기운이 머리끝까지 휘감아 올라온다. 발을 물에서 빼고 파란 하늘을 바라보니, 다시금 따스한 봄날씨다. 파미르의 차가운 물로 얼굴 구석구석을 닦으니 구릿빛 윤기가 흐른다. 유르트 숙소에서 준비해 준 차와 말린 과일로 파미르의 흥취에 더욱 깊이 심취한다. 집틱 고개는 고도 1,139미터를 오르는 구간으로, 총 15.39킬로미터의 도보 구간이다. 이번 등정은 총 6시간 30분이 소요되어, 이번 트레킹 중 최단 시간 주파 기록을 달성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노익장 트레커들의 팀워크가 더욱 단단해져 주파 속도가 점점 단축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