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약 문제로 점심이 늦어진 끝에 호텔 식당을 나서는데도 비는 계속 내리고 있었다.
다시 버스에 실려 고원길을 달려 도착한 차카염호.
해발 3,100미터, 칭짱고원 북동부의 하늘 아래 서면 세상의 소음은 문득 아득해진다.
발밑으로 펼쳐지는 것은 물도 아니고 눈도 아닌, 수면이 곧 하늘이 되어버린 거대한 백은의 세계다.
바람 한 점에도 잔물결이 일고, 그 잔물결마다 구름이 부서져 흩어진다.
사람들은 이곳을 두고 ‘중국의 우유니’라 부르지만,
나는 차라리 이곳이 대자연이 수백만 년을 들여 빚어낸 순백의 예술품이라 부르고 싶다.
신생대 제4기 초, 거대한 지각 변동이 칭짱고원을 밀어 올리던 그 격렬한 시간 속에서 차카 분지는 조용히 웅크리고 있었다.
주위 설산에서 녹아내린 빙하수와 하늘에서 떨어진 빗물이 분지 안으로 흘러들었고,
강렬한 고원의 햇살은 그 물을 쉼 없이 증발시켰다.
그렇게 수천수만 번 물이 왔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며 단단한 소금 지층이 켜켜이 쌓였고,
그 위로 얇은 염수층이 남아 지구상에서 가장 투명하다는 하늘의 거울을 완성했다.
이것은 우연이 아니라 지질학적 시간이 인내로 써 내려간 하나의 문장이다.
이 호수의 역사는 물보다 깊다.
서한 시대 이전부터 강족은 이곳에서 자연 결정 소금을 캐내었고, 『한서·지리지』는 이곳을 염지로 기록해 두었다.
실크로드와 당번고도가 교차하던 자리, 차카의 소금은 서역과 티베트, 중원을 잇는 귀중한 교역 자원이었다.
송나라 서하의 이원호가 이 땅을 찾았고, 청나라 건륭 28년에는 관영 채굴이 시작되었다.
대상들의 발자국과 낙타의 숨결이 소금 결정 위에 쌓이고 또 쌓여 삼천 년의 역사가 되었으니,
지금 내가 밟는 이 흰 땅은 무수한 이들의 생업과 여정이 응결된 시간의 지층인 셈이다.
오랫동안 차카염호 주변에 깃들어 살던 유목민들 사이에는 이 호수가 하늘의 신선들이 내려와
목을 축이고 거울을 보며 가꾸던 장소였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신선들이 두고 간 거울의 조각들이 대지에 내려앉아 땅과 하늘의 지경을 지우는 거대한 소금 거울이 되었기에,
이곳에 서서 마음을 정조준하고 소원을 빌면 호수에 비친 하늘의 신령들이 그 마음을 가만히 받아준다는 것이다.
삭막한 고원의 바람 속에서도 이 아련한 설화는 차카염호를 단순한 광산이 아니라 영험한 성소로 기억하게 만든다.
이제 차카염호는 옛 유목민의 전설을 품은 채, '중국의 우유니'라는 찬사와 함께 세계적인 생태·문화 관광지로 우뚝 섰다.
미국의 유명 여행 매거진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선정한 '평생에 꼭 가봐야 할 55개 장소' 중
하나로 이름을 올린 이곳은 매년 수많은 이들의 발길을 끌어모은다.
일몰과 일출 무렵이면 잔잔한 수면에 하늘과 설산이 고스란히 투영되어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밤이 되면 쏟아질 듯한 은하수가 소금 호수의 품 안으로 그대로 내려앉아 세계 최고 수준의 밤하늘을 선사한다.
광활한 고원의 비경을 안전하고 쾌적하게 마주할 수 있도록 차카염호는 세심한 현대적 인프라를 품고 있다.
과거 소금을 실어 나르던 산업 철도는 이제 관광객을 태우고 하얀 소금 호수 위를 가로지르는 '소금 열차'로 변신했다.
붉은색의 아담한 열차를 타고 창밖으로 펼쳐지는 백색의 대지와
아득한 설산을 감상하는 것은 차카염호에서만 누릴 수 있는 특별한 낭만이다.
열차에서 내려 호수 안으로 들어가면 수면 위로 안전하게 설치된 나무 데크 길이
마치 물 위를 걷는 듯한 신비로운 경험을 안내한다.
다만, 호수 안을 거닐 때에는 중간중간 불규칙하게 파인 깊은 소금 웅덩이들을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오랜 세월 소금을 채취했던 흔적이거나 물살에 의해 깊게 패인 이 웅덩이들은 자칫 발을 헛디디면 깊은 염수에 빠지기 십상이라,
탐방로를 벗어날 때는 늘 발밑의 위험을 살피며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겨야 한다.
또한, 호수 주변에는 순수 소금으로 빚어낸 거대한 예술 조각들이 전시된 '염조각 공원'이 자연 풍경에 문화적 깊이를 더한다.
백색의 거대한 소금 조각들은 삭막한 고원 풍경과 어우러져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관광객들의 편의를 위해 호수 입구에는 현대적인 디자인의 대형 방문자 센터와 관람 플랫폼이 마련되어 있다.
특히 눈에 띄는 붉은색의 지붕 구조물은 거대한 그물망 형태의 파빌리온으로,
방문객들에게 그늘과 휴식 공간을 제공하며 고원의 자연과 대비되는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소금 호수의 바닥은 단단하고 거칠기 때문에 방문객들은 입구에서 제공하는 전용 장화나 덧신을 착용해야 한다.
붉은색 장화를 신은 관광객들이 호수 위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찍으며 즐거워하는 모습은 차카염호의 상징적인 풍경이 되었다.
호수 중앙에 설치된 ‘천공지경’ 같은 전망 플랫폼이나,
노란색 프레임의 그네 조형물은 방문객들에게 완벽한 인생 사진을 남길 수 있는 포토존으로 인기가 높다.
고원의 강한 자외선과 거친 소금 바닥으로부터 방문객을 지켜주는
이러한 시설들과 휴게 공간 등이 체계적으로 어우러져 여행자의 발걸음을 다독인다.
한편, 차카염호 주변의 광활한 능선과 수평선 너머로는 거대한 풍력발전기들이 줄지어 서서 쉼 없이 날개를 돌리고 있다.
세찬 칭짱고원의 바람을 고스란히 품은 이 하얗고 거대한 풍차들은
순백의 소금 호수 풍경과 어우러져 태고의 자연에 현대적인 생명력을 불어넣으며,
아득한 고원의 풍경에 또 다른 묵직한 이국적 여운을 더해준다.
마실정회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