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신의 저주를 받았다는 말을 듣고 살았는데, 변한 내 얼굴이 믿기지가 않네요."
지난 6일 부산 부산진구 개금동 부산백병원. 입과 턱을 압박붕대로 감싼 소찌읏 헝(27) 씨의 목소리가 떨렸다.
수술을 받은 직후라 부기가 빠지지 않았지만 그는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이 믿기지 않는 듯한 표정이었다.
캄보디아에서 온 헝 씨는 지난달 29일 이 병원에서 입가의 혈관종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다.
캄보디아인 소찌읏 헝 씨
3세부터 입가 혈관종
아랫입술 부풀어 기형
백병원서 수술 받고 미소지난 7월 ㈔부산사람이태석기념사업회 소속 의료봉사단이 캄보디아 헤브론 병원에서 주민들을 무료 진찰한 것(본보 지난 7월 22일자 5면 보도)이 계기가 됐다. 이때 진찰을 받은 헝 씨는 부산백병원의 초청으로 지난달 19일 한국에 도착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의 아랫입술은 윗입술의 6배 정도로 부풀어 있었다.
3살 때부터 입가의 혈관이 막히면서 아랫입술이 점점 팽창하기 시작했다. 혈관종이 자라면서 뼈까지 눌러 안면기형이 왔다. 얼굴이 변한 상태에서 사춘기를 맞은 헝 씨는 마음고생이 심했다. 헝 씨는 "주변의 시선 때문에 취업도 결혼도 못하고 늘 입을 가리고 살았다"고 털어놨다.
헝 씨는 10살 때 베트남의 병원에서 진찰을 받았고 19살, 20살 때도 태국과 프랑스에 있는 병원에 갔지만 그때마다 "치료할 수 없다"는 거절의 말만 들었다.
희망을 잃고 살던 그는 현지 베데스다 교회의 엄경희(57·여) 선교사의 권유로 헤브론 병원을 찾으면서 새로운 희망을 안고 부산으로 향했다.
수술을 성공적으로 끝낸 부산백병원 의료진은 "혈관을 묶어 부기를 가라앉히고 턱뼈 일부를 절단했다. 영양 부족 등으로 얻은 병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헝 씨는 "수술이 끝나면 제일 먼저 어머니에게 얼굴을 보이고 싶었는데 평생의 소원이 이뤄져 기쁘다"며 참고 있던 눈물을 쏟았다.
김현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