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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인들의 삶의 한 부분인 다차를 아십니까?
다차는 우리의 별장과는 조금 개념이 다르다. 우리의 별장은 가끔 가서 조금 쉬고 오는 것이 고작이지만 러시아의 다차는 실생활과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도시 사람들의 70% 이상이 다차를 가지고 있고 보통 도시에서 1백km 정도 떨어진 곳에 있다. 그래서 부자이건 서민이건 모두 주말이 되면 다차로 향한다. 그래서 시내를 빠져 나오는 도로는 한꺼번에 쏟아져 나온 자동차들로 몸살을 앓는다. 다차에 닿으면 그곳에서 금요일 저녁부터 일요일 저녁까지 지내면서 농사를 짓고 휴식을 취한다. 봄이 되면 각종 채소와 꽃의 씨앗, 텃밭에 심을 과실나무들을 준비해 간다. 그리고 겨울 내 얼었던 땅을 일구고 그 땅에 감자ㆍ양파ㆍ마늘ㆍ당근 등 야채와 열매가 열리는 나무를 심고 심어놓은 농작물을 보살핀다. 러시아에는 우리와 같은 대중 목욕탕이 없다. 그래서 다들 다차에 사우나를 갖고 있다. 바냐」로 불리는 러시아 식 사우나는 장작불로 돌을 달군 뒤 자작나무 가지로 돌 위에 물을 뿌려 거기에서 나오는 증기로 땀을 뺀다. 다차에서 먹는 재미를 빼놓을 수 없다. 저녁이면 집 마당의 식탁에 보드카와 소시지 그리고 샤실릭을 차린다. 샤실릭이란 장작을 태워 숯불을 만든 뒤 여기에다 돼지고기ㆍ쇠고기ㆍ철갑상어 등을 꼬치에 꿰어 구워 먹는 것이다. 보드카를 마시다가 흥에 겨우면 음악에 맞춰 한바탕 춤을 춘다. 그리고 달빛 아래 차를 마시며 밤늦도록 시간을 보낸다. 이렇게 러시아인들은 공기가 맑고 조용하며 한가로운 다차에서 지내는 시간들은 아주 소중히 여긴다. 1862년 농노해방 뒤 산업화가 급속하게 이루어지면서 지방에 있던 귀족들이 영지를 떠나 도시로 나와 관료생활을 한다 . 그들은 출세를 하고 도시생활을 하면서도 시골 생활을 잊지 못해 도시 근교에 땅을 사서 집을 지었다. 그리하여 주말이면 이곳에 와서 농사를 짓기 시작했는데 이것이 러시아 다차의 시작이었다. 그 뒤 공산주의로 체제가 바뀌면서 1930년 처음으로 도시에 사는 지식인들에게 다차가 주어졌다. 그 후 계속해서 1961년까지 다차가 공급되었는데 주로 당 지도자나 예술인들에 한하여 그들의 공적을 인정하는 포상으로 다차가 주어졌다. -식량 자급과 주말의 안식을 찾는 곳. 평등을 강조하면서 소비재 공업 우선과 생활 수준에서의 전반적인 개혁을 시도하면서 다차를 갖고 싶어하는 직장인들에게 600㎡(약 1백80평)의 땅을 무상으로 분배했다. 이때부터 다차는 러시아인들의 삶 깊숙이 자리하게 됐다. 밭에는 고랑마다 빈틈없이 각종의 야채를 심고 밭가에는 열매가 열리는 나무들을 종류 별로 심어져 있다. 창 밑에나 울타리 밑에는 일년생 꽃들이 그 종류별로 아름다움을 자랑하며 피어있다. 그래서 다차는 야채와 과일 그리고 곡식을 생산하는 식량 창고 역할을 한다. 러시아가 지독한 경제난에 시달리던 1990년대 초 세계는 러시아인들이 다 굶어 죽는 줄 알았다. 그러나 다차를 방문한 외국인들은 깜짝 놀랬다. 도시의 시내 상점에서는 구경 할 수 없었던 물건들이 이곳에선 가득했기 때문이다. 러시아인들의 다차에는 곡식들과 과일ㆍ통조림 등이 빼곡히 쌓여 있었던 것이다. 이래서 러시아인들은 대통령에서부터 장관ㆍ일반인까지 오이와 딸기 등을 재배하는 농사기술을 갖고 있다. 모두가 주말이면 다차에서 농사를 지어봤기 때문이다. 다차는 「제2의 가정」으로 부모와 자식들의 애정이 싹트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 모인 부모와 자식들은 지난 한 주 동안 무슨 일을 했는지 어떤 걱정거리가 있었는지 시시콜콜한 것까지 서로 주고받는다.
이런 부모와 자식간의 유대는 미국이나 유럽 쪽 사람들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자식의 일을 부모가 일일이 간섭하는 것을 피하는 것과 러시아인들은 가족들의 일상에 대해 부모나 자식이 서로가 속속들이 알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이때를 대비해서 주인은 식탁 위에 보드카 한 병을 얹어둔다. 이것은 다른 것은 가져갈 것이 없으니까 보드카만 들고 조용히 나가달라는 주인의 정중한 거절의 표시이기도 하다. 경치가 좋은 곳에는 어김없이 고급 다차가 들어서고 모스크바 시내에서 가까운 곳엔 1백만 달러가 넘는 고급 다차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바야흐로 러시아인 누구나 즐겼던 다차 문화에서도 빈익빈 부익부의 현상이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그러함에도 텃밭을 가꿀 수 있는 몇 평의 땅과 잠시 쉴 수 있는 조그마한 공간인 다차는 러시아인에게 있어서 빼 놓을 수 없는 삶의 한 부분임엔 틀림없다. 도시 근교에 있는 다차. 다차는 러시아 사람들에게는 빼 놓을 수 없는 삶의 한 부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