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같이 - 봉실산 9월
1. 고모자랑
막내 고모님은 60이후에 목사가 됐고 고모부 돌아가신 뒤 지금은 경기도 부천에서 10년 넘게 교회를 운영하고 계십니다.
전형적인 유학자이셨던 아버지와는 살가운 형제애와 묘한 대립이 공존했는데 초기에는 식사기도 때 숟가락도 감추고 밥그릇도 옮겨놓던 아버지의 장난에서 시일이 지날수록 어찌할 수 없는 가치관의 충돌 때문에 두 분이 상당히 힘들어 하셨던 기억이 선연합니다.
고모는 신혼 때부터 교회에 나가기 시작했는데 그 당시 어린 내가 봐도 믿음이 여간 독실하지 않았습니다.
요즘도 성경책 아무데나 펴서 한 줄만 읽으면 그게 무슨 복음 몇 장 몇 절 말씀이고 무슨 의미인지 앞뒤 구절까지 이어서 암송하며 설명이 줄줄 나옵니다.
성경책 한권을 모두 외우시는 것 같습니다.
3남매 번듯하게 잘 길러 모두 잘 살고 있는데 교회를 운영하면서도 신도 수나 헌금액에는 관심이 없고 조금이라도 짬만 나면 성경을 보거나 기도를 하십니다.
건강하게 잘 계신지 궁금해서 전화를 드렸습니다.
...
‘잘 사니? 항상 너 잘되라고 기도한다.’
‘너무 기도 많이 하지 마요’
‘왜?’
‘하나님도 고모 민원 들어 주시려면 힘들잖아요.’
‘암 힘들지.. 그러니까 사람은 하나님이 듣기 편한 기도를 많이 해야 돼’
‘그게 어떤 기도인데요?’
‘내가 좋아하는 사람 잘되라는 기도만 말고 내가 미워하는 사람도 잘되게 해달라는 기도’
‘하긴 고모는 하나님과 거래를 오래 해서 취향을 잘 아시겠네요’
‘떽끼 ~’
내 주변에는 기독교를 또는 기독교의 극성스러움을 몹시도 싫어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나는 교회에는 안다니지만 심하게 싫어하지는 않는데 그 이유의 칠팔할은 고모님 덕분입니다.
‘근데 기도를 하면 들어주시기는 해요?’
‘거의 다 들어주시지’
‘거의 다 라면 안 들어 주시는 것도 있다는 얘기넹’
‘딱 한 가지만 빼고 다 들어 주셨다’
‘딱 한 가지가 뭔데요?’
‘너 믿음생활 하게 해 달라는거..’
아이고 고모 그런 말씀 하지 마세요.
고모가 기도를 너무 많이 하셨나 봐요.
지금 당주 하는데요. 믿음이고 뭐고 자칫하면 저 교주되게 생겼어요.. ㅠ ㅠ
2. 무애 無碍
한번 길을 나서려면 한 달을 준비해야 합니다.
한번 다녀와서 한 달을 사는 것이 아니라 한 달을 준비해서 한번 다녀오는 것입니다.
훌훌 털고 떠나려면 한 달 보다 더 많은 기간을 준비해야 합니다.
어쩌다가 핸드폰 꺼 놓고 일상을 떠나 잠수 타 봐야 얼마 안가서 다시 그 자리로 돌아옵니다.
그런 식으로는 위안도 힐링도 되지 않습니다.
촘촘하게 얽힌 그물코에 걸리지 않아야 바람처럼 떠날 수 있습니다.
마실길이든 먼 여행이든 종국의 삶의 길도 마찬가지입니다.
걸리는 것을 그대로 두고서는 여기저기 따갑게 찌르는 미늘 바늘을 어떻게 할 수가 없습니다.
그때그때 풀어야 크게 걸리지 않는데 대부분 사람에 대한 애증입니다.
좋아하는 사람, 미워하는 사람, 섭섭한 사람, 답답한 사람,
백사람 백 가지 천사람 천 가지 마음입니다.
마음의 걸림을 푸는 열쇠는 여러 가지 인데 그중 하나가 염원입니다.
각별한 기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순간 잠시의 염원도 좋은 방법입니다.
마음에 걸리는 사람에 대해
그러나, 그래도... 잘 되기를 바라는 잠시의 염원.
평안하고 늘 행복하기를 바라는 소박한 염원.
마음에 꽉 막혀 속이 부글부글 끓는 어찌하기 어려운 사람까지도
그러나 ,
그래도 ,
잘 되기 바라고
행복하기 바라는 염원...
차분한 염원...
오늘 이 사람, 내일 저 사람
한번 길을 나서려면 한 달을 준비해야 합니다.
훌훌 털고 떠나려면 그 보다 더 많은 기간 동안 준비해야 됩니다.
무애,
그리고 아무런 걸림 없이 길을 나섭니다.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같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같이
3. 봉실산
매미가 붕새를 비웃다 : 莊子 內篇 逍遙遊 01
아득한 북쪽 바다에 곤(鯤)이라는 물고기가 있다. 그 크기가 몇 천리가 되는지 알지 못한다. 곤이 변하여 붕(鵬)이란 새가 되었다. 새의 등 길이가 몇 천리가 되는지 알지 못한다. 이 새가 힘차게 날면 날개가 하늘에 드리운 구름과 같다. 이 새는 바다 기운이 움직이면 천지로 불리는 남쪽 바다로 여행한다. 괴이한 일을 적어 놓은 '제해(齊諧)'라는 책에 이르기를 "붕새가 남쪽 바다로 여행할 때에는 물결이 삼천리이며, 회오리 바람을 타고 구만리를 올라가 육 개월을 날아간 뒤에야 숨을 내쉰다."고 했다.
봄날의 아지랑이와 흩날리는 먼지는 천지간의 생물들이 호흡에 따라 움직이는데, 저 하늘의 푸름은 원래 그러한가? 아니면 하늘의 끝이 없기 때문인가? 붕새가 구만리 하늘 위에서 이 땅을 내려 보아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물이 깊지 못하면 큰 배를 띄울 힘이 없다. 한 잔의 물을 땅에 부었다면 작은 풀잎 배는 뜨겠지만 술잔 크기의 배는 가라앉는다. 물은 얕고 배가 크기 때문이다. 바람이 쌓이지 않아 힘이 없으면 붕새는 큰 날개를 펼치지 못한다. 그러므로 붕새는 구만리 하늘로 올라가 밑에 바람을 둔 후에야 푸른 하늘을 난다. 가로막는 것이 없어 곧 남쪽 바다로 가게 된다.
매미와 작은 비둘기가 붕새를 비웃는다. "우리는 있는 힘을 다해 느릅나무나 박달나무가 있는 곳까지 날아가려 해도 이르지 못하고 땅에 떨어지기도 하는데, 붕새는 어찌 구만리 하늘에 올라가 남쪽 바다로 가는가?"
가까운 들판에 가는 이는 세끼만 먹어도 된다. 백리를 가는 이는 전 날 밤부터 식량을 준비해야 하고, 천리를 가려는 이는 3개월의 식량을 준비해야 하는 법. 매미와 작은 비둘기가 어찌 붕새를 알겠는가. 작은 지식은 큰 지식을 알지 못하고, 단명하는 사람은 장수하는 사람을 알지 못한다. 아침에만 사는 버섯이 그믐과 초승을 어찌 알 수 있으며, 한 계절만 사는 쓰르라미가 어찌 봄과 가을이 있는 줄 알겠는가. 초나라 남쪽에 사는 명령(冥靈)은 봄이 오백년이고 가을이 오백년이었다. 예전의 대춘(大椿)은 봄이 팔천년이고 가을이 오천년으로 삼았다. 그런데 사람들은 요임금의 신하였던 팽조(彭祖)가 칠백년 동안 살은 것을 장수로 알고 있다. 한심하지 아니한가!
<장자 내편 소요유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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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주군 봉동에 있는 봉실산은 봉황의 산입니다.
봉실산 너머에 있는 비봉면은 수박으로 유명한 고장인데 봉황이 날아오르기를 갈망하는 염원으로 날비飛자를 써서 비봉飛鳳인 듯합니다.
난세에는 봉황이 출현하여 백성들을 살린다고 합니다.
봉황이 없으면 스스로 백성이 봉실산에 가서 봉황이 되어야 합니다.
봉’과‘황’이 아닌 진짜 봉황’이 되어야 할 것 같은 요즘 시절입니다.
봉실산 마실길은 학림사를 출발하여 비봉면쪽 사면을 타고 대각사까지 걷는 코스입니다.
산 정상을 오르는 길이 아니고 5부 능선으로 개설된 둘레길을 걷는데 둘레길이라고는 하지만 5부 능선이다 보니 어느 정도의 오르내림이 있습니다.
추석 명절 지나고 토요일입니다.
글 - 구윤상
* * 봉실산 마실길
2014년 9월 13일 오후 2시
봉실산 학림사 주차장 집결
거리 : 약 6키로 내외
학림사
전북 완주군 봉동읍 추동로 231
완주군 봉동읍 은하리 942
063-261-2715
뒤풀이 : 향수원 (오리전문점)
전북 완주군 봉동읍 제상로 31
완주군 봉동읍 은하리 1038-5
063-261-4229
참가비 1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