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관참시(剖棺斬屍)
부관참시(剖棺斬屍)는 ‘관을 열어(剖棺) 시신을 참한다(斬屍)는 뜻이다.
부관참시는 동서고금을 가리지 않는다.
중국에서는 춘추전국시대의 오자서가 대표적이다.
오자서는 초나라 평왕이 간신에 속아 아버지와 형을 무고하게 죽이자
오나라로 망명한다.
재상이 된 오자서는 BC506년 초나라를 공격, 수도를 함락시킨 뒤 죽은
초평왕의 시신을 꺼내 300대 매질로 복수를 한다.
영국에서는 청교도 혁명을 일으켜 찰스 1세의 목을 친 올리버 크롬웰이
죽은 뒤인 1661년 찰스 2세에 의해 9번의 도끼질을 당하는 부관참시에
처해졌다.
우리 역사에서도 부관참시는 횡행했다.
조선 연산군 시절 무오사화의 빌미가 된 조의제문(弔義帝文)의 저자 김종직이
대표적이다. 조의제문은 항우에게 왕좌를 넘긴 초나라 의제를 빗대 세조의
왕위찬탈을 비난한 글이다. 훈구파들이 사림파를 제거하기 위해 이를 문제
삼았다. 이미 죽은 김종직은 시신이 토막 나고 효수되는 형을 받았고, 제자들은
사지가 찢기는 거열형을 당했다.
갑자사화 때는 부관참시도 모자라 그 뼈를 갈아 바람에 날리는 ‘쇄골표풍’까지
자행했다.
요즘 ‘노무현 부관참시’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
노무현 부관참시는 2009년 서거한 노 전 대통령을 정치적으로 다시 죽인다는 의미이다.
새누리당이 지난해 대선 때
“노 전 대통령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에서 서해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을 했다.”고
비난한 데 이어 최근에는 “그가 대화록을 원본 폐기를 지시했다.”고 주장, 사초(史草)
실종 논란을 촉발시키고 있는 것이다.
대화록에 직접적인 NLL포기 발언이 없자, 그런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비난이 나오고
급기야 김정일에 ‘저’라는 표현을 썼다는 것까지 문제 삼았다.
그렇다면 고 김대중 대통령을 ‘따거(大兄)’라며 극진히 모셨던 장쩌민 전 주석은 중국에서 ‘저자세’라는 비난을 받았을까? 아니다.
<사기>의 저자 사마천은 오자서의 매질을 ‘반인륜적’이라고 꾸짖었다.
노무현의 부관참시 이제 그만할 때도 됐다.
<이영성의 글 지평선 중에서>
첫댓글 정신 차려야 할 별들이 한둘 아닌듯. 나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