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방서예[2562] 한산(寒山)-40-(한산도·寒山道)쓸쓸한 산길
杳杳寒山道(묘묘한산도) - 寒山(한산)
杳杳寒山道 묘묘한산도 멀고 멀어(杳杳) 아득한 한산 길이여! 落落冷澗濱 낙락냉간빈 쓸쓸하고(落落) 차가운 시냇가로다. 啾啾常有鳥 추추상유조 재재거리는(啾啾) 새는 늘 있는데 寂寂更無人 적적갱무인 괴괴히(寂寂) 사람은 다시 없구나. 淅淅風吹面 석석풍취면 淅=쌀 일 석, 淅淅=의성어,의태어.살랑살랑. 솔솔. [바람소리] 으스스한(淅淅) 바람은 얼굴 스치고 紛紛雪積身 분분설적신 펄펄(紛紛) 흰 눈은 몸에 쌓인다 朝朝不見日 조조불견일 아침마다(朝朝) 뜨는 해를 보지 못하고 歲歲不知春 세세부지춘 해마다(歲歲) 봄이 된 줄도 알지 못했다
文章硏究 杳杳 : 아득한 모양. 寒山 : 한산. 道 : 외줄기 길. 다니는 길. 落落 : 쓸쓸한 모양. 冷 : 차갑다. 澗 : 산골물. 濱 : 물가. 끝. 임박하다.
啾啾 : 새 우는 소리. 常 : 늘. 항상. 有 : 있다. 寂寂 : 적적하다. 更 : 지나다. 통과하다. ※ 讀音 : 경 無人 : 사람이 없다. 吹 : 불다. 面 : 얼굴. 낯. 紛紛 : 갈피를 잡을 수 없이 어수선한 모양. 雪 : 눈. 積 : 쌓이다. 朝朝 : 매일 아침. 不見 : 보지 못함. 日 : 해. 태양. 歲歲 : 해마다. 不知 : 알지 못함. 春 : 봄. |
이하=동아일보|오피니언
시인의 파격[이준식의 한시 한 수]〈222〉
이준식 성균관대 명예교수
입력 2023-07-20 23:36
까마득히 먼 쓸쓸한 산길,
콸콸 흐르는 차가운 산골짝 개울.
재잘재잘 언제나 새들이 머물고,
적적하게 인적이 끊긴 곳.
쏴 쏴 바람이 얼굴을 스치고,
펄펄 눈송이 내 몸에 쌓인다.
아침마다 해는 보이지 않고,
해마다 봄조차 알지 못한다.
杳杳寒山道, 落落冷澗濱.
啾啾常有鳥, 寂寂更無人.
淅淅風吹面, 紛紛雪積身.
朝朝不見日, 歲歲不知春.
―‘쓸쓸한 산길(한산도·寒山道)’ 한산(寒山·당대 초엽)
인간 세상과 단절한 채 수행에 정진하는 선사(禪師), 그 곁을 수반하는 건 개울물과 산새와 바람과 눈발이 전부다. 선사의 이름은 한산(寒山), 혹은 한산자(寒山子). 불교 성지의 하나인 천태산(天台山) 속 한암(寒巖)이라는 바위 동굴에서 기거한 데서 유래한 법명(法名)이다. 선사는 인위적 치장을 마다하기에 바람이 얼굴을 스치고, 눈발이 몸에 쌓이는 것조차 감내한다. 또 속세 인연과의 철저한 격절(隔絶)이 가능했기에 ‘아침마다 해가 보이지 않고, 해마다 봄조차 알지 못하는’ 은둔의 삶을 즐길 수 있다.
시는 외견상 5언 율시의 형식을 취했지만 율시의 전통적 작법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소리와 형상을 도드라지게 하려고 모든 시구에 의성어, 의태어를 빠짐없이 사용했는데 시각적, 청각적 효과가 최대화되는 파격적인 시도다. 이는 민가에서 흔히 쓰는 기법인데 사대부 문학의 울타리에 갇히길 거부했던 시인의 취향에 부합했을 것이다. 또 시 전체에 의미상 서로 대칭을 이루는 대구(對句)를 배치한 것도 이 시의 숨은 매력이다. 이 대구를 통해 시인은 의미적 리듬감을 한껏 살리고 싶었을 것이다. 이러저러한 파격 때문에 자신의 시가 비판받는 걸 의식해서였을까. 시인은 ‘언젠가 안목 있는 사람을 만난다면, (내 시가) 저절로 온 천하에 퍼지리라’는 시구를 남기기도 했다.
한산시집(寒山詩集) 당나라 태종시대에 살았다고 전해지는 전설적인 인물인
한산(寒山)과 습득(拾得)은 은사였던 풍간(豊干) 선사와 함께
절강성에 있는 천태산(天台山) 국청사(國淸寺)에 살고 있었다.
세상에서는 이들을 국청사에 숨어 사는 세 사람의 성자라는 뜻으로
국청삼은(國淸三隱)이라고 했으며
이들의 시를 한데 모은 『한산시집(寒山詩集)』을
‘삼은시집(三隱詩集)’이라고도 했다.
이들 세 사람은 모두 불보살의 화현으로 즉,
풍간 스님은 아미타불,
한산은 문수보살,
습득은 보현보살의 화현이라고 일컬어진다.
그러나 당시의 사람들은 그것을 모른 채
들의 독특하고 기이한 언행을 이해하지 못하였으므로
오히려 멸시하고 천대하기 일쑤였다.
한산(寒山)은 국청사에서 좀 떨어진 곳에 있는
한암(寒巖)이라는 굴속에 산다 하여 그렇게 불리었다.
杳杳寒山道(묘묘한산도)
머나먼 한산 길,
落落冷澗濱(락락냉간빈)
차가운 산 개울 물 콸콸 떨어지고
啾啾常有鳥(추추상유조)
지지배배 새들 늘 머물고 있어도,
寂寂更無人(적적갱무인)
천지가 조용히 인적도 없는 듯.
淅淅風吹面(석석풍취면)
싸아 싸아 바람이 얼굴을 스치고,
紛紛雪積身(분분설적신)
어지러이 흩날리는 눈이 내 몸을 덮어도,
朝朝不見日(조조불견일)
아침 마다 뜨는 해 보이지 않고,
歲歲不知春(세세부지춘)
흐르는 세월 봄이 오는지도 모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