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빚, 아빠가 상속 포기하면 할아버지와 손주가 함께 갚아야 한다.

[최정희 전문변호사]

피상속인이 사망한 이후 자녀들이 상속을 포기했다면, 피상속인의 배우자와 손주가 공동상속인이 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손주를 공동상속인으로 인정하면서도 이들이 상속인이 됐다는 사실을 몰랐을 가능성을 인정해 상속을 포기할 수 있도록 했다.
대법원 민사3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채권자인 갑이 사망한 채무자 이모 할머니의 손자 이모군 등 유족 3명을 상대로 "채무자의 자녀가 모두 상속을 포기했으니 배우자와 후순위 상속인인 손주들이 빚을 대신 갚아야 한다"며 낸 대여금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2015년 5월 14일 확정했다(2013다48852).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채무자의 자녀가 모두 상속포기신고를 했으므로 채무자의 배우자와 손주인 이군 등이 채무를 상속한다고 판단한 원심은 옳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피상속인의 배우자와 자녀 중 자녀 전부가 상속을 포기한 때에는 피상속인의 손주가 배우자와 공동으로 상속인이 된다는 것은 상속의 순위에 관한 민법 제1000조 등의 규정을 종합적으로 해석해 도출되는 것이지 이에 관한 명시적 규정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일반인의 입장에서 이를 아는 것은 오히려 이례적인 일"이라며 "이군과 이군의 부모는 채무가 이군 등에게 상속된다는 사실을 몰랐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아직 상속포기 기간이 지나지 않은 것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이 "이군 등은 이후 상속포기를 한 다음 청구이의의 소송을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