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분들이 영어가 약해서 아직 외국에 나가지 못한다고 이야기하십니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에 공감하기에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미 영어를 너무 많이 알고 있습니다.
다만 사용해 볼 기회가 없어서 외국인을 만나면 당황하고
무슨 말을 할까 고민하다가 얼굴만 붉히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됩니다.
지난번에는 동료 부부와 함께 비행기를 탄 적이 있었습니다.
그 분이 주문했던 물을 받으며 "thank you" 라고 했습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배운 영어를 사용하는 감격적인 순간(?)이었습니다.
우리나라는 지역 특성상 외국인을 많이 접촉할 수 없다 보니
학교에서 수년간 배운 지식이 밖으로 표출될 기회가 주어지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처음엔 어색해 하지만 조금 접촉하다 보면 다른 어떤
외국인들보다도 유창하게 말을 하는 것을 여행 중에 많이 보게 됩니다.
저도 처음에 가족을 이끌고 외국에 나갈 때 걱정했던 것이
언어에 대한 두려움이었습니다.
제일 걱정이 많이 되는 곳이 공항 출입국 심사대와
렌트카를 빌릴 때였습니다.
서류를 작성해야 할 때 심각하게 영어문제가 다가올 것만 같았습니다.
하지만 침착하게 눈치로 알아듣고 반복해서 물어 보면
다 해결이 나더군요.
지금도 저같은 경우는 중학교 3학년
수준의 영어를 구사하며 다니고 있습니다.
그래도 불편한 점은 많이 느끼지 못하는 편입니다.
물론 영어가 능통한 사람이 들으면 수준이 낮아 보이겠지만
중요한 것은 그런 점을 의식하지 않고
열심히 자기 의사를 표현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어차피 영어권이 아닌 이상 어떤 곳이든 간단한 영어로
의사를 주고받으니 처음 "어떻게 영어를 문법에 맞게 잘 쓸까?" 하는
불필요한 두려움이 점차 없어져 갔습니다.
그렇지만 말이 빠르고 우리가 잘 쓰지 않는 단어를 구사하는
유창한 영어권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는 것은
지금도 어렵게 느끼고 있습니다.
이럴 때는 천천히 또는 다시 한 번을 무례하게도(?)
여러번 요구하게 됩니다. 할 수 없죠(쩝!) -
(모르고 아는체 하는 것 보단 백배 낫습니다.)
여행 중에 쓰는 말은 그리 다양하지 않음을 느껴 봅니다.
차 타는 곳과 방법, 길 묻기, 숙소 구하기,
좀더 하자면 나와 우리 가족 소개가 더해지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것은 반복해서 사용하게 되니까
틀이 잡혀서 나중에는 어렵지 않게술술 나오게 되더군요.
문제는 여유가 있어서 외국 사람들과 같이 마주 해서
이야기를 나눌 때입니다.
자기 소개를 하고 그리고..... 흠.... 할 이야기가 생각나지 않습니다.
우리는 이런 경우에 흔히 나이와 직업 그리고 결혼 유무를 묻곤 합니다.
하지만 이 모두는 처음 만나는 외국 사람들에게는
당혹스럽고 실례가 되는 질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아마 동양문화와 서양 문화의 차이에서
오는 괴리 현상이 아닐까 합니다.
그렇지만 이런 것 말고도 외국인과 공유할 수 있는
이야깃거리도 많이 있음을 여행 중 생각하게 됩니다.
먼저 숙소에서나 관광 유적지에서 만나는 외국 사람들과
눈이 마주치면 웃음으로 인사를 나눕니다.
그리고 나중에 식당이나 숙소에서 다시 만나면
저와 가족 소개를 하고 나서 어느 나라에서 왔느냐를
의례적으로 물어본 후 어디를 여행해 봤느냐고 덧붙여 묻습니다.
그러면 이 후에는 이야기가 물 흘러가듯 자연스럽게 이어지게 됩니다.
외국에서 만난 사람 중에 여러 나라를 둘러보지 않은 사람은
별로 없기 때문입니다.
서로의 공통점이 여행이다 보니 상대방 외국인이 의욕적으로 말을
더 하려는 경향이 많습니다. 다른 것 물어 볼 때는 소극적인 것과는
정말 대조적인 것을 보게 됩니다.
이야기를 들으면서 중간 중간에 우리 가족이 다녀왔던 곳의
정보도 함께 한다면 더욱 재미있는 시간이 되어 갑니다.
영어는 잘 되지 않지만 서로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다는 것이
영어에 대한 두려움을 잊어버리게 합니다.
또 다른 이야깃거리는 우리 문화를 소개하는 것입니다.
저는 여행을 떠날 때 우리나라 돈을 종류별로 몇 장 가지고 갑니다.
그리고 돈에 나오는 인물에 대해 우리 문화와 역사와 함께
설명을 하고 기념으로 주기도 합니다.
이것도 처음에 영어로 설명하자면 힘이 드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반복해서 말하다 보면 어느새 틀이 잡혀서
이 부분에 있어서는 영어가 자신이 있어지고
머리 속에 오랫동안 자리잡게 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물론 우리나라 음식문화와 한글,
그리고 유명한 관광지에 대한 것도 이야깃거리가 될 수 있습니다.
명심한 것은 상대방과 교감할 수 있는 수준의 대화가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 원칙임을 항상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헤어질 때는 미리 준비해 간 간단한 기념품을
손에 쥐어 주기도 하였습니다.
에밀레종이나 전통 문양이 들어 있는
금박 책갈피를 몇 개 준비해 가지고 다녔습니다.
좀 못사는 나라에 갈 때는 볼펜을 한 다발....
이것도 아쉽다면 서로의 이 메일 교환도 이루어지겠죠?
그렇지만 나중에 연락은 서로 잘 안하게 되더군요.
다만 서로가 좋은 추억만 오래 간직할 뿐이죠.
영어를 못해서 두려운 것이 아니고 미지의 세계를 여행해야 한다는
막연한 두려움이 영어가 약하다는 핑계의 보자기를 뒤집어쓰고
우리 어깨를 무겁게 짓누르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봅니다.
이것을 떨치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는 아버지 어머니들이
많아지기를 소원해 봅니다. 힘내십시오. 감사합니다.
샘드림^^
첫댓글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전 이번 여행하면서 가이드북은 가지고 가지않았지만 (인터넷에 자료가 풍부해서) 간단한 회화책을 가지고 가서 버스나 기차에서 내려서 무엇을 물어봐야 할지 체크했더니 아주 좋았구요. 여행하면서 늘 듣는게 영어다보니 아주 조금은(간단한 대화)익숙해지더라구요. 샘님 감사드려요~~~
가이드 있잖아요...그거 쓰세요
ㅋㄷㄷ 정말 잘 적으셨네요%%^^
우리나라 사람들 앞에서 영어할 때 보다 외국인과 얘기할 때가 오히려 더 맘이 편하더라고요.^^; 우리나라 사람 앞에선 웬지 문법에 맞게 얘기해야 할 것 같고. 오히려 외국인들이 더 편해요. 저도 중학교 수준 영어를 구사하는 여행마니아입니다.ㅋ여행하는 데 큰 불편 없어요. 무식하면 용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