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빙판에 넘어져 압박골절을 입으신 40대 여자분 D씨를 상담하러 갔습니다. 근데 이분이 제일 먼저 물어보신 것이 이거였습니다. 전에 디스크 후유장해를 얘기할 때도 마찬가지 질문을 받았는데 척추 압박골절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수술 안했다고 해서 장해보험금을 못받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그렇게 설명드렸죠.
근데 이분이 다친 부위의 설명을 듣다보니 수술을 하셔야 할 것 같았습니다. "혹시 의사분이 수술하라고 하지 않던가요?" "네." "근데 왜 안하셨습니까?" 조금 더 설명을 드렸지만 정말 완고하시더군요. 결국엔 "저 보험금 더 받자고 수술하고 싶진 않아요." 그말을 듣고 나니 더 말씀을 드릴 수가 없더군요. 그래서 더 이상 말씀드리지 않고 나왔습니다. 사실 이분이 가지고 있는 보험에선 수술을 하던 안하던 결과는 같습니다. 아니 오히려 수술을 안 하시는 경우가 더 보험금이 많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치료와 통증경감을 위해서도 수술을 하는 것이 좋은 상황이었습니다.
왜 그런지에 대해 살펴보기 전에 간단히 압박골절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간단히 말해서 압박골절은 척추뼈가 아래 위에서 누르는 힘을 견디지 못하고 납작해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X-ray 사진을 기초로 쉽게 진단이 가능합니다. 최근에는 X-ray가 아니라 바로 MRI를 촬영하는 경우도 많은데 뭐, 어느쪽이든 진단이 어렵지 않습니다.
만약 방사선 검사상으로 불안정성이 없거나 신경손상의 우려가 없다면 일정기간 침상안정후 보조기를 착용합니다. 아까 D씨가 하고 계셨던게 보조기 입니다.
하지만 골절부위가 불안정한 경우 또는 심하게 찌그러진 경우에는 수술적 치료를 하게 됩니다. D씨가 바로 이 경우였습니다. 사실 수술이라기 보다는 시술이 맞습니다. 골시멘트 성형술이었거든요.
골시멘트 척추성형술은 압박된 척추에 풍선을 넣어 척추를 들어올린 후 그안에 골시멘트라고 불리는 뼈강화제를 넣어 굳히는 시술입니다. 1990년대 말부터 쓰인 이 시술은 평생 병상에 누워 여생을 보낼 척추골절 환자들을 시술 한두시간만에 드라마틱하게 걷게 만들었습니다. 먼저 말했던 D씨가 받아야할 시술이 바로 이겁니다.
이보다 더 심한 경우에는 척추유합술이라 불리우는 수술을 하게 됩니다. 이렇게 보면 굉장히 무서워 보이고 앞으로는 척추를 못움직일 것처럼 보이시겠지만 척추유합술을 받고도 멀쩡히 운동도 하면서 잘 사시는 분이 많습니다. 이 분야만큼은 아마 우리나라가 솝꼽히는 분야가 아닌가 싶습니다.
제 말투에서 이미 느끼셨겠지만 전 '허리에는 칼대는 거 아니다'라는 말은 말도 안되는 미신이라고 생각합니다. 척추 수술은 안전하고 통증을 경감시키는 효과가 확실합니다. 아마도 이런 미신이 생기게 된 건 디스크로 인해 수술을 하신 분들 때문일 겁니다. 대부분의 경우 디스크는 파열된 경우를 제외하고는 수술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환자들 입장에서는 뭐라도 하고 싶어하고, 이윤을 추구하는 병원의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수술이나 시술을 하는 것이 좋다보니, 이런 양쪽의 입장이 일치하여 수술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근데 뚜렷한 증상개선은 없으니 오히려 더 아파진 것 같고, 그 덕택에 허리는 수술하면 안된다는 미신만 생기게 된 거죠.
자, 이제 원래의 후유장해 보험금 이야기로 돌아가면 다음과 같습니다. D씨의 경우에는 여러 장해평가 방법중 기형장해로 청구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저는 뚜렷한 기형으로 청구할 생각이었습니다. 수술은 필요 없습니다. 척추에 변형이 있을 때는 청구가능합니다. 지급률도 30%로 꽤 높습니다. 하지만 이것도 15도에서 10도이상의 전만이나 후만 또는 측만증이 있어야 합니다. 따라서 오히려 척추성형술을 받지 않으면 더 좋습니다.
이외에도 척추의 운동장해라고 하여 운동각도에 의한 장해가 있습니다. 정상 운동범위에서 제한된 만큼 지급률을 달리하고 있습니다. 운동범위란 말에서 눈치채셨겠지만 보통 척추유합술을 한 경우에 끊는 장해입니다. 이외에도 맥브라이드, 산재의 장해기준이 각각 따로 존재합니다.
이외에도 2018년 4월 신규계약부터 적용될 예정인 새로운 장해기준도 있는데 기존 산재의 판단 기준이었던 압박률 기준을 도입하였습니다.
그런데 제가 왜 D씨에게 수술을 권유했을까요? 전 어짜피 고용되어서 원하는 일처리만 해주면 되는 사람인데요. 제가 D씨와 같은 똑같은 부상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한 경우를 본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K씨라고 1992년에 산재로 장해 8급을 받으셨던 분입니다. 보통 산재의 경우는 재요양이라고 하여 이미 승인받은 상병에 대해서는 계속 치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근데 치료하지 않고 방치한 결과 저렇게 척추와 척추가 붙어서 하나의 척추가 되어 버리는 심각한 기형증세가 생겼습니다. 덕택에 극심한 통증은 물론 척추신경 마비에 배뇨 및 발기부전까지 오는 심각한 상황에 처했습니다. D씨의 경우가 이렇게 될 가능성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런 경우는 치료가 우선인 경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