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4년 6월 17일 스위스 쮜리히 축구장에서 대한민국은 첫 월드컵 본선 경기를 치뤘다. 상대는 28연승을 기록하며 세계 최강팀이라 평가되던 헝가리 팀이었다. 우승팀 0순위를 만났으니, 우리 대표팀은 불운한 대진표였다. 20:0 정도의 승부를 예상하는 게 중론이었다. 결과는 9:0으로 월드컵 본선에서 가장 큰 스코어 차이로 기록되었다. 이제 전쟁을 막 끝낸 나라가 선전하였다고 칭찬을 듣기도 하였다. 이 대회 우승팀인 서독 역시 예선에서는 헝가리에게 8:3으로 패배하였다.
헝가리 주장이자 세계 최고의 선수 푸스카스가 두 골을 넣었고, 다섯 선수가 전반에 4골, 후반에 5골, 모두 8골을 만들어냈다. 당시 스위스로 가는 비행기가 없어서 선수단은 여러 나라를 거치며 64시간의 비행으로 스위스에 도착했고 그야말로 기진맥진한 상황에서 경기를 치렀다. 스위스에 도착한 때가 첫 경기 이틀 전 밤 10시였다. 이날 헝가리의 유효슈팅은 100개가 넘었다. 홍덕영 골키퍼는 쉴 새 없는 슈팅 공세를 정말 거의 다 막아내는 투혼을 보였다. 그는 한국 축구 명예의 전당에 오른 선수가 되었다.
독일의 우승은 ‘베른의 기적’이라는 별명이 말해 주듯이, 의외의 결과였다. 대회 베스트 11에 서독 선수는 전혀 선정되지 않았다. 새로 개발한 축구화를 결승 이전에는 감추었다가 결승전에서 처음으로 활용하였고, 겨우 결승에 오른 듯 일부러 방심하게 만드는 작전을 시행하였다. 그러나 3:2로 이기면서, 2차대전의 치욕과 불명예를 회복하고 자존심을 다시 세우는 사건을 만들어냈다. 지금도 독일에서 가장 자주 보는 영상은 결승 마지막 장면이다. 중계자의 목소리도 늘 동일하게 기록으로 남았다. “독일이 월드컵에서 우승했습니다. 세계 챔피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