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수준으로 미세먼지 저감할 것”조명래 환경부 장관
1955 경북 안동 生
단국대 지역개발학과,
영국 서섹스대 도시·지역학 박사
1985~ 단국대 도시지역계획학 교수
2001~2004 한국공간환경학회 회장
2003~2008 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전문위원
2011~2017 환경정의 공동대표
2013~2015 서울시 지속가능발전위원회 위원장
2017~2018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원장
2018 환경연구기관장협의회 회장
2018~현재 환경부 장관
취임하신 지 1년여가 지났습니다.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습니까?
정신없이 지냈습니다. 국민적 관심이 되고 국가적으로 쟁점이 되는 여러 환경 현안들, 미세먼지라든가 쓰레기 문제 등은 중·장기적 과제라기보다는 즉각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문제잖아요. 예컨대 지금 같으면 야생멧돼지 아프리카 돼지열병이 그런데, 이런 것들은 한번 문제가 발생하면 주말도 없습니다. 현장도 나가봐야 하고 부처 간 논의도 긴박하게 이뤄지고. 지난 1년은 주로 국민적 관심사가 큰 그런 현안들을 해결하는 데 보낸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장관으로서 하고 싶은 것, 우리나라 환경정책의 틀을 바꾼다거나 국민적 참여를 통해 산업을 녹색전환한다든가 하는 것들을 못한 것이 아쉽습니다.
장관님은 학자로서 오랫동안 우리 사회의 녹색전환을 연구해오셨습니다. 녹색전환은 무엇이고 왜 중요한가요?
녹색전환은 화석문명 혹은 탄소문명에 기초한 개발국가 패러다임에서 지속가능성에 기초한 녹색국가 패러다임으로 나아가자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1960년 1인당 국민소득 79달러의 최빈국에서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 눈부신 산업화를 이뤘습니다. 그 과정에서 환경가치는 늘 경제논리에 밀려왔으며, 그 결과 온실가스 12대 배출국, 1인당 플라스틱 소비량 1위, 연평균 초미세먼지 농도 OECD 국가 2위 등 오명을 안게 됐습니다. 지구적 기후변화와 환경오염에 대응하는 것은 이제 국가경쟁력에 매우 중요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선진국들은 발 빠르게 산업사회에서 녹색사회로 전환 중이며 우리나라도 국가전략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습니다. 경제성장의 부산물로서 환경 문제 해결이 아닌 ‘환경에 기본을 둔 성장’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무엇을 어떻게 바꿔야 할까요?
녹색전환을 위해서는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분야의 패러다임을 녹색가치 중심으로 바꿔야 합니다. 민주주의는 환경민주주의로, 헌법은 환경권이 우선되는 내용으로 재규정하고, 산업에서도 환경가치를 경제가치에 내재시켜 나가야 합니다.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 체계를 재생가능 에너지로 전환하고 산업경제구조도 선형경제에서 순환경제로 바꿔야 합니다. 사회 전반에서 지속가능성을 최고의 가치로 인정하는 분위기가 형성돼야 합니다. 이 중 환경부는 가장 구체적이고 절박한 과제로 탈석탄, 탈내연기관, 탈플라스틱의 비전을 제시합니다. 앞으로 이러한 비전을 정책으로 구체화하고 실행함으로써 미세먼지, 기후변화 등 당면 문제에 대응할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기존 산업의 녹색화, 녹색산업 활성화를 통해 국가경쟁력도 올라가게 될 것입니다.
지난 12월 10일 발표한 제5차 국가환경종합계획(2020~2040년)에도 이런 비전을 담았겠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동안 추진해온 제4차 국가환경종합계획(2016∼2035년)은 국토계획 등 타 계획과의 정합성, 지자체 환경계획과의 연계성 등에서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5차 국가환경종합계획은 소통, 연계, 전환, 공간의 네 가지 측면에서 차별화를 뒀습니다. 먼저 국민이 직접 계획수립에 참여하는 국민참여단을 운영하고 시민사회, 지자체, 전문가 등 광범위한 이해관계자와 소통했습니다. 또 환경부·국토교통부 간 협업으로 환경계획과 국토계획의 계획 기간을 일치시키고 주요 미래전망과 대응전략을 공유했습니다. 전 지구적 녹색전환 압력 강화를 예측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탈석탄사회, 자동차 탈내연기관화, 탈플라스틱화와 같은 전환적 정책을 설정했고요. 공간기반 환경관리전략을 새롭게 설정해 국토생태축 개념이 확립되고 한강·수도권 등 각 권역의 상황에 따른 환경전략을 제안했습니다.
미세먼지 오염이 심해지는 계절입니다. 정부가 계절관리제를 도입하고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국민들이 느끼는 체감도는 여전히 낮은 편입니다.
2016년 이후 전국적으로 초미세먼지 연평균 농도는 지속적으로 개선되는 추세입니다. 그런데도 국민 체감도가 낮은 것은 겨울철과 이른 봄철 고농도 현상의 발생 때문입니다. 실제로 12월부터 3월까지 미세먼지 평균 농도는 연평균 농도와 비교하면 5∼30% 높은 수준입니다. 그래서 이러한 고농도 현상의 발생 빈도와 강도를 낮추기 위해 올해 처음 계절관리제를 도입한 것입니다. 지난 12월 1일부터 3월 31일을 기한으로 현재 공공차량 2부제, 석탄발전 감축 운영 등 28개 이행과제가 추진되고 있습니다. 사실 국민이 체감하는 수준의 미세먼지 문제 해결은 긴 호흡으로 접근해야 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다만 이번에 도입한 계절관리제가 안착된다면 미세먼지 문제에 대한 국민적 인식의 변화와 동참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며 이를 통해 미세먼지 문제가 더욱 빠르게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계절관리제 외에 추가로 계획하고 있는 것이 있다면?
올해 4월부터 본격 시행되는 「대기관리권역의 대기환경개선에 관한 특별법」은 지역여건에 맞는 차별화된 접근을 가능하게 하는 제도적 기반으로서 그 의미가 큽니다. 지역별 배출원 특성, 고농도 발생요인 등에 대한 분석을 추진하고 이를 바탕으로 지자체와 협업해 맞춤형 대책을 수립할 계획입니다. 중·장기적으로는 기후변화 대응과 대기질 개선의 통합적 관리를 추진하겠습니다. 미세먼지와 온실가스는 석탄에너지를 매개로 발전, 수송 등 핵심 배출원을 공유하고 있으며, 기후·기상여건 변화가 고농도 미세먼지에 영향을 미치는 등 양자는 밀접한 연계를 맺고 있습니다. 우선 통합관리 관점에서 올해 예정된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전략환경영향평가 시 미세먼지 저감과 온실가스 감축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도록 산업통상자원부와 적극 협업하겠습니다.
중국과의 협력은 어떻게 되고 있는지요?
2017년 12월 한중 정상회담에서 미세먼지 문제를 의제화한 이후 정상급, 총리급, 장관 회의에서 미세먼지 등 대기질 개선을 위해 협력하고 있습니다. 지난 11월 4일 한중 환경장관 제1차 연례회의를 개최하고 한중 간 대기환경개선협력에 관한 양해각서(청천계획 양해각서)를 체결했습니다. 이에 따라 한중 양국 간 협력 분야가 기존 조사·연구사업 위주에서 예보정보 공유, 기술·정책 교류 등 저감 및 예방사업으로까지 확대됐습니다. 또 11월 22일부터 양국 간 대기질 예보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12월 말부터는 양국 간 예보정보 공유시스템을 구축해 국내 대기질 예보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친환경차 보급 확대를 위한 지원 방안은?
현재 우리나라는 전기차, 수소차에 대한 세계 최고 수준의 지원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러한 다양한 지원정책에 힘입어 2019년 1~3분기 수소차 보급 세계 1위, 전기차 보급 세계 6위를 달성하는 성과를 거뒀습니다. 올해는 전기차, 수소차 보급 확대를 위해 수요정책과 공급정책을 병행해 추진할 예정입니다. 역대 최초 1조원이 넘는 예산 지원, 세제 혜택 연장 등의 수요정책을 추진하고, ‘저공해차보급목표제’를 수도권에서 전국으로 확대하는 공급정책을 통해 전기·수소차 보급 확대, 기업의 대기환경개선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공유할 계획입니다.
한국의 강한 환경규제로 국내외 화학기업들이 투자와 경영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이하 화평법)과 「화학물질관리법」(이하 화관법)은 국민안전과 직결된 법률로서, 가습기살균제 사고(2011년)와 구미 불산사고(2012년)를 계기로 사회적 합의를 거쳐 만들어진 것입니다. 화평법과 화관법의 시행으로 화학사고 발생이 점점 줄어드는 등 제도가 안착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정부는 기업, 시민사회, 전문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지속적 소통을 통해 국민안전은 확보하면서도 기업이 경영하기 좋은 환경이 될 수 있도록 제도개선과 지원강화 방안을 추진하겠습니다. 올해 업계 지원예산이 지난해 150억원에서 529억원으로 대폭 증액됨에 따라 유해성 시험자료 생산 및 저가 제공, 등록 전 과정 컨설팅, 사업장 일대일 현장 밀착교육 등 업체 애로사항에 따른 맞춤형 지원을 강화하겠습니다.
전국적으로 불법폐기물 문제가 심각합니다.
불법폐기물 문제는 폐기물 처리 흐름이 원활하지 못한 데 근본 원인이 있습니다. 늘어나는 폐기물의 양에 비해 이를 처리할 수 있는 시설이 부족합니다. 또한 현행 법률 체계를 악용하는 다양한 불법행위에 대한 관리가 느슨한 측면도 있었습니다. 이에 정부는 ‘불법폐기물 관리 강화대책’을 수립하고 폐기물 처리용량 확대와 불법행위 근절을 진행 중입니다. 사회적 안전망으로 국가 공공시설 확보를 위한 특별법이 발의돼 있고, 불법행위의 예방과 신속한 처리를 위해 책임 강화, 반입금지 명령 신설, 징벌적 과징금 도입 등을 내용으로 하는 「폐기물관리법」 개정안도 지난 11월 26일 공포했습니다. 올해는 이에 대한 후속조치로 현행 폐기물 관리시스템의 성과와 한계를 면밀히 되짚어보고 근본적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종합적인 로드맵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재활용 분리수거를 할 때 떨어지지 않는 스티커 등으로 포기를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포장재의 재활용성을 평가해 등급을 매기신다고요.
그렇습니다. 제조할 때부터 재활용이 쉬운 포장재를 생산하도록 지난 12월부터 포장재 재활용성 등급평가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모든 포장재를 재활용 용이성에 따라 ‘재활용 최우수/우수/보통/어려움’ 4단계로 등급화한 것인데요. 예를 들어 플라스틱, 알루미늄캔 등에서 잘 떨어지지 않는 스티커가 있으면 ‘재활용 어려움’ 등급에 해당합니다. 페트병은 라벨을 쉽게 제거할 수 있도록 접착제가 없는 손잡이 등이 있어야 ‘우수’ 등급을 부여합니다. ‘재활용 어려움’ 등급은 제품 표면에 등급표시를 의무화하고 분담금도 기존 분담금에서 최대 30%까지 할증해 점진적으로 개선을 유도해나갈 계획입니다.
2021년부터 시행되는 신기후체제를 위한 준비는?
정부는 지난해 10월 기후변화 전 부문의 중·장기 비전을 담은 제2차 기후변화대응 기본계획을 수립했습니다. 이 계획에는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의 목표를 반영했고, 또 재생에너지 확대, 석탄발전의 과감한 감축 등 에너지 전환 및 에너지 수요관리 강화를 위한 부문별 핵심 전략을 담았습니다. 이제는 관계부처에서 기본계획에 담긴 감축 방안을 충실히 이행하는 ‘행동’이 뒷받침돼야 할 때입니다. 이를 위해 범부처가 함께하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 이행점검 및 환류 체계를 구축했으며, 올해가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한 이행점검 첫해가 될 것입니다.
친환경적이라는 신재생에너지 발전이 설치 과정에서 오히려 환경을 훼손하는 모순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온실가스가 감축되려면 신재생에너지가 전체 에너지 사용량의 최소 30%는 돼야 하고, 그 대세를 거스를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녹·녹(綠·綠) 갈등을 해소하는 것은 환경부로서도 아주 중요한 숙제입니다. 녹·녹 갈등을 해소하려면 환경성과 주민수용성이 담보되는 방향으로 사업이 추진돼야 합니다. 태양광시설은 산림훼손 등을 유발하는 임야에서 주민수용성이 높고 환경훼손이 적은 건축물, 유휴지 등으로 입지 다변화를 모색하려고 합니다. 풍력시설의 경우도 산업통상자원부, 산림청 등 관계부처와 협업으로 ‘전국 육상풍력 입지지도’를 마련해 제공할 것입니다. 아울러 발전사업의 환경성, 주민수용성을 사전에 확보할 수 있도록 계획적 입지유도를 관계부처와 적극 협의하겠습니다.
끝으로, 올 한 해 계획과 새해를 맞은 각오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는 미세먼지 문제 해결에 최우선순위를 두겠습니다. 계절관리제를 비롯한 미세먼지 총력대응체제의 안착을 통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수준으로 미세먼지를 저감하겠습니다. 폐기물 정책을 전면 개편하는 작업도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녹색산업을 혁신적으로 성장시켜 새로운 성장엔진으로 활용하기 위한 노력도 기울일 것입니다. 글로벌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노력도 확대해 나가겠습니다. 올해는 헌법에 환경권이 규정된 지 40년이 되는 해입니다. 환경권 40년에 걸맞게 보다 성숙하고 체감도가 높은 환경정책으로 다가가겠습니다. 국민들께서도 많은 관심과 응원을 보내주시길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