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대로?
아이들과의 첫 번째 여행을 갔습니다.
아이들이 바라던 물놀이는 할 수 없게 됐지만, 다 함께 즐길 수 있는 여행을 계획했습니다.
여행 직전까지 계획을 수정하고, 준비했지만 시작부터 계획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약속 시간을 오후 2시로 잡았지만 아이들이 모두 모인 시간은 2시 10분이었습니다.
도착 시간을 넉넉하게 잡아둔 덕분에 3시에 무사히 도착했습니다.
시원한 물길이 저희를 반겨주고 있었습니다.
예상치 못했던 상황이었지만, 다 같이 물길을 걸으며 목적지로 향했습니다.
발만 담갔을 뿐인데 신나게 전진하는 아이들을 보았습니다.
시간계획은 잠시 잊고 물놀이를 하며 목적지로 향했습니다.
물 만난 물고기
물을 만난 아이들은 계획한 놀이보다 물놀이를 하고 싶어 했습니다.
목적지에 도착해서도 아이들의 물놀이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여벌 옷이 없는건 중요하지 않다는 듯이 순식간에 옷들이 축축해졌습니다.
‘이렇게 된 김에 그냥 물놀이만 할까?’도 생각했습니다.
그래도 열심히 놀이를 생각하고, 준비해온 놀이팀 아이들이 생각났습니다.
옷을 말릴 시간도 필요했습니다.
놀이팀 아이들이 직접 준비했던 놀이를 함께하기로 아이들과 의논했습니다.
아이들은 물맛을 잊지 못했습니다.
놀이팀이 준비한 놀이를 하는 와중에도 계속 발걸음은 물가로 향했습니다.
놀이를 하며 흥을 주체하지 못해 서로 다투기도, 화를 내기도 했습니다.
아이들이 날을 세울 때면 조금 곤란했습니다.
아이들의 마음이 이해되지 않는 것이 아니었기에 더 곤란하게 느꼈던 것 같습니다.
놀이가 다툼의 원인이 되었지만, 놀이가 아이들을 치유해주었습니다.
놀이로 틀어진 사이가 놀이로 다시 하나가 되었습니다.
서로 투닥거리더라도 금세 다음 놀이에 집중하는 아이들을 보았습니다.
‘100시간의 강점 샤워’글에서 읽었던 ‘탄력성’이 생각났습니다.
때론 다투고, 싸울 수도 있습니다.
그 속에서 아이들이 배려와 양보를 알아갔으면 좋겠습니다.
탄력성은 상황에 따라 알맞게 대처하는 성질입니다.
역경을 딛고 튀어 오르는 힘입니다.
고난이나 역경, 어려움 따위를 잘 참아내는 게 아닙니다.
이를 딛고, 혹은 이를 기회 삼아 솟구쳐 오르는 걸 말합니다.
힘든 경험이 도약의 발판이 됩니다.
-조건없는 사랑, 100시간의 강점 샤워 15p-
신나는 저녁
아이들과 한참을 논 뒤 다 함께 저녁을 먹었습니다.
식사팀 아이들은 김밥을 준비하러 가고, 다른 아이들은 한강 라면을 먹으러 이동했습니다.
배가 고프다고 하면서도 막상 물가를 떠나려고 하니 아이들의 발걸음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여차저차 아이들과 편의점으로 향했습니다.
편의점으로 향하던 중 솜사탕을 팔고 계신 할머니를 만났습니다.
한 아이가 솜사탕 가격을 물어보더니 지나쳐 갔습니다.
이유를 물어보니 자신의 한 달 용돈으로 사먹기엔 너무 큰돈이라는 대답을 들었습니다.
어린 나이에 경제관념을 알고 있는 것이 기특하게 느껴졌습니다.
편의점에 도착해 삼삼오오 모여 원하는 라면을 집었습니다.
스스로 가격을 계산하고, 결제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대견했습니다.
아이들이 자동 조리기를 이용해 본 적 없어서 어려워하고 있자 편의점 사장님이 도와주셨습니다.
아이들이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사용법과 쓰레기 버리는 곳 위치를 알려주셨습니다.
따로 말하지 않아도 아이들은 사장님에게 스스로 감사를 전했습니다.
다 함께 라면을 먹자 식사팀 아이들이 김밥을 들고 돌아왔습니다.
먼 길을 다녀온 아이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며 김밥까지 맛있게 먹었습니다.
먹은 뒤에는 뒷정리도 잊지 않았습니다.
음식물 쓰레기, 재활용쓰레기, 일반쓰레기를 구분해서 스스로 버렸습니다.
재활용과 일반쓰레기가 헷갈릴 때면 선생님들을 찾아가 물었습니다.
여행의 이름이 ‘제로 웨이스트’인걸 잊지 않은 것 같아 다행입니다.
감사인사
식사를 마친 후, 감사시간을 가졌습니다. 포스트잇에 감사했던 일을 적어보자 했을 땐 다들 부끄러워했습니다. 적지 않은 아이도 있었습니다. 막상 발표시간이 되자 부끄러워했던 아이들도, 적지 않았던 아이들도 서로에게 감사를 전했습니다. 머뭇거리면서도 사소한 것들, 지나쳤던 것들까지 기억하고 감사하는 아이들을 보며 큰 힘을 얻었습니다.
일단 놀자
편의점으로 이동하던 중, 원래 목적지였던 ‘물빛공원’의 일부분에 물이 차있는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아이들은 그냥 지나치지 않았습니다.
원래 계획했던 시간은 진작 지나갔지만, 10분만, 5분만 더 놀자 가자는 아이들의 눈망울을 외면할 수 없었습니다. 결국 또 한 번 물놀이가 시작됐습니다.
15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물에 젖지 않은 아이가 없었습니다.
근심 걱정 없이 물을 튀기고, 물에 빠지며 즐겼습니다.
주어진 시간에 최선을 다해 노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여벌 옷을 챙기지 않은 것이 아쉬워졌습니다.
신나게 논 아이들의 눈에 솜사탕가게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아이들끼리 한푼 두푼 돈을 모아 솜사탕을 사서 나눠먹었습니다.
돈을 넉넉하게 가져오지 못해 보고만 있는 아이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결국 지갑을 열어 솜사탕을 하나 샀습니다.
함께 온 선생님들에게도, 이미 샀던 아이들도, 아직 먹지 못한 아이들에게도 솜사탕을 조금씩 나눠줬습니다.
끈적해진 손가락과 아이들의 감사인사만이 남았습니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주인노릇하게, 주인 되게
길잡이팀 아이들은 지도 없이도 길을 척척 찾아냈습니다.
오히려 다른 아이들이 늦게 따라온다고 토라졌습니다.
놀이팀 아이들은 ppt와 스케치북까지 동원하며 놀이를 준비했습니다.
자신이 준비한 놀이에 애정을 가지고 열정적으로 이끌었습니다.
식사팀은 더운 날씨에도 편의점과 멀리 떨어진 김밥집까지 다녀와 아이들의 저녁을 챙겨주었습니다.
안전팀은 아이들이 안전하게 놀 수 있도록 규칙과 구호를 만들어주었습니다.
미리 생각했던 계획대로 됐던 것은 몇 개 없었습니다.
별달리 한 것도 없었습니다.
그저 지켜보고, 다툼이 과열되면 중재하고, 주위를 보지 못하면 약간 주의만 주었습니다.
그저 아이들이 스스로 만들었을 뿐인데 즐거운 여행을 만들어졌습니다.
첫댓글 아이들을 진정으로 생각하는 기준 선생님의 마음이 보이네요.
아이들의 강점을 먼저 바라보는 기준 선생님 멋있습니다. 응원합니다.
우와~
사진만 봐도, 표정만 봐도, 얼마나 재밌고 신나게 놀았는지 느껴집니다!
12명의 아이들과 대중교통 지하철타고 여행했습니다.
물이 없을 줄 알았는데 물이 가득했습니다.
얼마나 시원했을까요!
각자 맡은 역할과 팀으로 놀았습니다.
노래 맞추기 게임, 사진 미션, 몸으로 말해요, 얼마나 재밌었을까요?
다리 밑 그늘에서 돗자리 펼치고 노는 모습이 정겹습니다.
선생님이 준비한 보물찾기 쪽지 문구도 좋습니다.
가슴 따뜻한 문구를 읽기만 해도 마음이 따뜻해 집니다.
'너희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야. 너희와 함께 놀러와서 행복해. 사랑해.'
이 문구 다함께 크게 외쳤죠?
한강 여행의 백미는 한강 라면이죠!
사장님께 도움받아 직접 라면을 끓였으니 얼마나 맛있었을까요~
감사인사까지 잘했습니다.
아이들이 이번 활동에 '감사'를 잘 표현하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에 서로서로 고맙고 감사한 점을 이야기 나누었다고요?
놀랍고 대단해요. 아주 잘했어요.
아이들에게 이번 여행이 큰 추억이 되었을거예요.
두번째 세번째 활동도 기대합니다.
맞아요.
놀다가 다투기도 하고 다시 화해하기도 해요.
놀면서 아이들도 함께 어울리는 방법을 배웁니다.
환경동아리답게 분리수거도 아주 잘했군요.
스스로 잘하는 아이들 칭찬을 아끼지 말아주세요.
아이들 생각해서 솜사탕 사주어 고마워요.
감사인사까지 잘하는 아이들이 고맙고 대견합니다.
길잡이팀, 놀이팀, 식사팀, 안전팀, 각자 역할을 잘했어요.
아이들 잘한 일은 아이에게 칭찬하고 부모님께 전해주세요.
김기준 선생님, 애썼어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