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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인혈(天刃血) 006(제1권 06)/1006
☆만남(3)
*대공자가 안으로 들어오자 *적무강은 그들에게 인사를 한 후 밖으로 나가려고 하였다.
그러나 *마정옥은 뜻밖의 말을 했다.
“내 밖에서 모든 말을 들었네. 내 도를 만들어왔다고? 잠시만 이곳에서 기다리게나.”
그 말에 적무강은 조용히 한쪽 구석에 가서 섰다.
그가 왜 자신을 남으라고 하는지 모르지만 이곳에서 그들을 살펴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였다.
*광도수가 마정옥을 반갑게 맞아들였다.
“어서 오십시오. 대공자님! 어인일로 기별도 없이 오셨습니까?”
“하하~! 우리가 뭐 일이 있어야 오는 사이입니까? 그저 이 근처에 왔다가 들렀습니다. 사실 부탁할 것도 있고 해서 말입니다.”
“그렇습니까? 크하하하~!”
광도수는 누구나 다 아는 마정옥의 직계였다.
쉽게 말해 마정옥을 밀어주는 최측근중의 한명이란 이야기였다.
광도수는 마정옥과 웅풍대의 부대주들을 의자에 앉히고 하인으로 하여금 차를 가지고 오게 했다.
적무강은 묵묵히 뒤에 서서 그들의 모습을 바라봤다.
이미 그는 사람들의 관심 밖으로 벗어나 있었다.
마정옥은 광도수에게 말했다.
“별 다른 일은 아니고 이번 내 생일 때에 광대주께서 조금 더 경계에 신경을 써달라는 부탁을 하러 왔습니다. 요즘 *천왕성 놈들이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이야기를 들었기에······.
“그렇습니까? 그러지 않아도 내 아이들에게 특별히 경계를 지시해 놨습니다. 걱정하실 것 하나 없습니다.”
“그렇습니까? 하하하! 참, 오늘은 이들을 *광대주께 정식으로 인사를 시켜주러 왔소이다. 이번에 *웅풍대의 부대로 뽑힌 사람들인데 아직까지 광대주에게는 소개시켜 준 적이 없어서 말이오.”
“오~! 그렇습니까?”
마정옥의 말에 적무강이 눈을 빛냈다.
마정옥이 사람들을 하나씩 가리키며 광도수에게 인사를 시켰다.
그가 제일먼저 소개한 사람은 풍채와 인상이 좋은 남자였다.
“이 친구는 *백만우라고 *백씨세가의 차남으로 부대주들 중에서 단연 발군의 성적을 낸 친구입니다. 검에 능하고 우두머리로써의 자질이 탁월하지요.”
마정옥의 설명이 끝나자 백만우가 일어나 정식으로 광도수에게 인사했다.
“평소 대명을 흠모했습니다. 백씨세가의 백만우입니다.”
“반갑네! 앞으로 자주 보겠구만.”
이어 마정옥은 *제갈세가의 *제갈호를 소개했다.
제갈호 역시 광도수에게 인사를했다.
그다음에 소개한 사람은 *문성호와 *막용수로, 문성호는 삐쩍 마른 체구를 가진 쾌검의 달인이었다.
아직까지 그의 첫 번째 검을 받아낸 자가 아무도 없다고 알려질 정도로 그의 쾌검은 일품이었다.
또한 *막용수는 무림에서 쓰는 자가 드문 *추법(鎚法)의 달인이었다.
그는 십장길이의 추를 귀신같이 쓰는데, 그가 일단 추법을 펼치면 십장 안이 완벽하게 초토화된다고 알려져 있었다.
마지막으로 마정옥이 소개한 사람은 적무강도 이름을 알고 있는 *서문아였다.
그런데 그녀를 소개할 때 마정옥의 눈동자는 무척이나 부드러운 빛을 띠고 있었다.
“서부대주는 *강소성 *양주서가의 장녀로 그 재능이 정말 뛰어납니다. 여인임에도 불구하고 부대주로 뽑힌 것을 보면 알 수 있을 겁니다. 앞으로도 서부대주는 무한히 발전을 할 겁니다.”
“오~! 대공자께서는 어지간하면 결코 사람을 칭찬하지 않는 분인데 정말 대단하군. 내 앞으로 기대해봄세.”
“감사합니다.”
*서문아는 매우 독특한 인상의 소유자였다.
그녀의 얼굴은 무척이나 부드러웠는데 반대로 눈은 북풍의 한설처럼 무척이나 차가워 보였다.
평소에 그녀는 사람들을 웃음으로 대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얼굴뿐이었다.
그녀의 눈은 이제까지 한 번도 웃은 적이 없었다.
때문에 그녀의 눈이 웃는 날이 그녀가 사랑을 하는 날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웅풍대에 돌 정도였다.
그러나 그녀를 처음 보는 사람들은 절대 그런 사실을 알 수 없었다.
광도수는 마정옥이 소개해준 사람들을 한번 둘러본 후 호탕하게 웃었다.
“반갑구먼! 모두들 천하에서 뽑고 뽑은 기재들이니 내 별다른 말은 하지 않겠네. 단지 *대공자님을 잘 뫼시게나. 그러면 반드시 좋은 일이 생길 테니. 크하핫!”
*마정옥의 입가에 웃음이 어렸다.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광도수가 대신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선불 맞은 멧돼지처럼 보이나 실상은 누구보다 예리하고 치밀한 자가 바로 *광도수였다.
때문에 마정옥은 그를 자신의 측근으로 끌어들였다.
그 후 마정옥과 광도수는 여러 가지 잡담을 나누었다.
적무강은 한쪽 구석에서 조용히 그들이 하는 말을 들었다.
그는 그들이 하는 사소한 잡담에서 이곳 십자성의 권력구조를 대충이나마 파악했다.
한동안 이야기를 나누던 마정옥이 광도수의 책상에 놓인 도를 집어 들었다.
“이것이 나를 위해 광대주께서 준비하신 선물입니까?”
“그렇습니다. 본래 생신 때 드리려고 하였지만 기왕 이렇게 오셨으니 직접 드리는 게 좋겠군요. 한번 뽑아 보십시오.”
스르릉~!
광도수의 말에 마정옥이 도를 뽑았다.
순간 그의 눈에 감탄의 빛이 떠올랐다.
“훌륭하군! 특히 날을 잘 살렸어. 균형도 딱 맞고. 그야말로 실전에 용의하게 만들었군. 거기에다 도신 전체가 만년한철로 이루어졌으니 강도는 말로 할 필요도 없군.”
마정옥은 도를 몇 번 허공에 휘둘러보았다.
역시 균형이 제대로 잡혀 있었다.
또한 손목을 움직이기가 매우 편했다.
오직 그를 위해 만들어진 물건이라 그런지 느껴지는 촉감도 무척이나 좋았다.
“*하가철방이라고 했나? 그곳이 어디에 있는 철방이지? 내성에서는 보지 못했던 것 같은데.”
“외성에 있는 철방입니다. 제가 얼마 전에 발견해서 주문을 넣어봤는데 역시 제대로 된 물건이 나오더군요.”
“호~오! 외성이라······. 내성도 아니고 외성에서 이정도의 물건을 만들 수 있는 철방이 있던가? 이거 보물을 발견한 기분이군.”
마정옥의 얼굴에 기분 좋은 미소가 떠올랐다.
사실 십자성의 창고에도 수많은 신병이기들이 있다.
그리고 그것은 마정옥을 위해 항상 열려 있었다.
마음만 먹는다면 수많은 신병이기로 몸을 도배할 수 있는 남자가 바로 마정옥인 것이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손에 들린 도가 마음에 들었다.
이정도면 창고에 있는 물건들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기 때문이다.
*적무강은 조용히 *마정옥의 말을 들었다.
어차피 그가 뭐라 할 입장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조용히 자신의 *폐맥대법이 온전하게 유지되는지 다시 한 번 점검했다.
*마정옥은 소문만큼 완벽해 보이는 남자였다.
잘생긴 얼굴도 얼굴이거니와 체격 또한 균형 있게 잡혀 있었다.
또한 그의 몸에서 느껴지는 기운 역시 범상치 않아 보였다.
천하제일의 집안에 천하제일의 용모, 그리고 강한 무공까지 그야말로 어디 하나 빠지지 않는 남자였다.
그러나 그를 바라보는 적무강의 눈빛은 그리 좋지 않았다.
‘무척이나 자존심이 강한 성격, 한번 앞을 보면 절대 남을 배려하지 않는 성격이군. 주위 사람이 피곤하겠어.’
어려서부터 온갖 혜택을 받고 자란 인물이다.
거기에다 타고난 재능 또한 범상치 않으니 자연 자신감이 과할 수밖에 없다.
또한 원하는 일은 언제라도 이룰 힘이 있으니 당연히 남을 배려하는 것이 모자랄 수밖에 없다.
자신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해도 마정옥의 행동에서는 자신감을 넘어 약간의 자만심마저 보이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위치를 생각할 때 그 정도의 흠은 전혀 문제 될 것이 없어 보였다.
마정옥은 한참동안 자신의 도를 움직여 보다 웅풍대의 부대주들에게 넘겨줬다.
“한번 살펴봐. 실력이 어떤지······.”
그에 부대주들이 도를 받아 꼼꼼히 살펴봤다.
“훌륭하군요. 외성의 철방이 이정도의 실력을 갖추다니······.”
“좋군요! 특히 실전에서 쓰기 편하도록 특성을 잘 살렸습니다.”
백만우를 비롯해 모든 사람들이 마정옥의 도에 감탄을 했다.
솔직히 이정도의 실력을 갖춘 장인은 그들 집안에서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들의 눈에 한줄기 욕심의 빛이 떠올랐다.
마정옥은 그 광경을 보고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었다.
이어 그는 적무강을 보다 그의 어깨에 놓인 목갑을 발견했다.
“그것도 도인가?”
마정옥의 눈가에 떠오른 한줄기 호기심, 적무강은 그가 목갑속의 물건을 보기 전에는 호기심을 거두지 않을 것을 느꼈다.
그는 내심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한번 보시겠습니까?”
“보여 줘봐.”
적무강은 순순히 검을 탁자위에 올려놓고 목갑을 열었다.
“호~! 이것도 좋군. 평범한 철로 만든 것 같은데 균형과 날을 잘 살렸군.”
따-앙!
그가 검신을 튕겼다.
그러자 맑은 소리가 울려 퍼졌다.
“네가 만든 건가?”
“그렇습니다.”
“그럼 내 도 역시 너의 실력이겠군.”
“설마 그럴 리 있겠습니까? 대공자의 도는 하가철방의 주인이신 하 아저씨의 실력입니다.”
“그래! 뭐, 상관없겠지.”
마정옥은 검을 내려놨다.
평범한 재료로 만든 검 따위는 그의 눈에 차지도 않았다.
때문에 욕심도 생기지 않는 것이다.
“너한테 한 가지 부탁을 하지. 아니 명령이라고 생각하는 게 좋을 거야. 너와 네가 소속 돼 있는 철방에는 거부권은 없으니까.”
“말해보시죠.”
“여기 부대주들은 모두 나의 측근이 될 사람들이다. 난 이들에게 좋은 무기를 하나씩 선물해주고 싶다. 그러니 이들의 무기를 만들어주도록······.”
마정옥은 매우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그에 *부대주들이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단 한사람 *서문아만 빼고 말이다.
모두들 눈가에 즐거운 빛이 떠올랐는데 오히려 그녀의 눈빛만 더욱 차갑게 가라앉았다.
그것은 매우 미묘한 변화였으나 적무강은 그런 그녀의 변화를 놓치지 않았다.
‘흠~! 별로 내키지 않는다는 건가?’
그러나 그는 자신의 내심을 숨기고 마정옥에게 말했다.
“대공자의 명이시니 물건은 당연히 만들어 드려야겠지요. 하지만 저희 철방에는 대공자의 도를 만든 것과 같은 만년한철과 같은 좋은 재료가 없습니다. 그 점 이해해 주십시오.”
“그럼 재료만 주면 되는가?”
“그리고 적당한 보수도 주셔야합니다. 아시다시피 저는 철방의 일개 점원에 불과할 뿐이라 이런 일을 결정할 권한이 없기 때문입니다.”
“알겠다. 재료는 *내성의 제일 창고에서 받아 가도록. 내가 서신을 써줄 테니까 보여주면 알아서 재료를 가져갈 수 있을 것이다. 별로 좋은 물건이 있는 곳은 아니지만 무기를 만들 재료만큼은 풍족하게 있는 곳이니까.”
이어 *마정옥은 즉석에서 서신 한통을 써줬다.
그리고 *광도수에게 말했다.
“이 자에게 안내인 한명을 붙여주십시오.”
“알겠습니다. 대공자!”
광도수는 밖에 있는 하녀에게 참호대원 한명을 들어오게 시켰다.
적무강은 묵묵히 그들이 하는 것을 바라보며 말했다.
“손모양이나 각자의 특성에 맞는 무기를 만들자면 여러 가지를 살펴봐야 하니 내일 부대주님들이 저희 하가철방으로 와주셨으면 합니다.”
“그러도록 하지. 내일오후에 부대주들이 찾아갈 것이다. 그때까지 준비를 완벽하게 해두도록······.”
그때 부름을 받고 참호대원 한명이 들어왔다.
순간 적무강의 입가에 웃음이 어렸다.
들어온 이는 다름 아닌 *철홍이었기 때문이다.
적무강은 철홍의 검을 담은 목갑을 닫았다.
“그럼······.”
그는 의례적인 인사를 하고 철홍과 함께 밖으로 나왔다.
그런 그를 *서문아가 묘한 눈으로 바라봤다.
그러나 이내 고개를 돌렸다.
“하하하~! 자 오늘 술이나 한잔 합시다. 이런 자리도 쉽지 않으니.”
적무강의 등 뒤로 대공자의 목소리가 호탕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그에게 있어 적무강은 그저 하찮은 대장장이에 불과했다.
더 이상 신경 쓸 이유가 없는 것이다.
탁!
문이 닫히고 철홍이 물었다.
“야 어떻게 된 거야? 너를 제일 창고로 안내하라니.”
“그런 일이 있어. 그보다 네 검이다. 받아라.”
“응? 아····· 내 검이란 말이지.”
철홍은 적무강이 내미는 목갑을 받아 급히 열었다.
“오~!”
철홍의 눈에 희열의 빛이 떠올랐다.
그는 급히 검을 들어 자신의 허리에 찼다.
스르릉!
검이 자기 집을 빠져나오는 소리가 마치 여인네가 살갑게 속삭이는 듯한 소리로 들렸다.
“너 꼭 변태 같다. 입가에 흐르는 침이나 닦아라.”
“흐흐~! 변태라도 좋다. 이 윤기 흐르는 검신을 봐라. 어떤 여자가 이보다 더 잘 빠질 수 있겠냐? 고맙다. 내 이 웬수는 필히 갚으마. 고맙다!”
“그래! 은혜를 원수로 갚던 술로 갚던 네 마음대로 해라.”
“역시 넌 내 친구야. 고맙다! 친구야.”
“후후~!”
그들은 이야기를 나누며 제일 창고로 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제일 창고란 어떤 곳이냐?”
“응? 제일 창고, 음 거기는 십자성에서 구한 진귀한 여러 가지 재료를 모아놓는 곳이야. 뭐 대부분이 삼백년 전의 물건이라 이제는 별 필요가 없는 것이 거의 대부분이라고 전해지지. 때문에 요즘 그곳에 드나드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들었어. 어차피 그곳이 아니더라도 구하고 싶은 물건은 얼마든지 구할 수 있으니까.”
“그래?”
순간 적무강의 눈이 빛났다.
그런 적무강을 보며 철홍이 피식 거렸다.
좋은 재료에 집착하는 적무강의 습관을 잘 아는 탓이다.
제일 창고에 도착하자 역시 철통같은 경계가 그들을 맞았다.
세 겹 네 겹의 철통같은 경계에 보이지 않는 시선, 그리고 한 치의 틈도 없는 기관 장치까지.
제일 창고는 그야말로 철옹성을 연상케 했다.
제일 창고를 지키는 책임자인 무사가 적무강을 향해 엄포를 놓았다.
“대공자의 서신이 있으니 네가 어떤 재료를 가지고 나오든 상관하지 않겠다. 그러나 명심해라. 무기를 만드는 것과 상관없는 물건을 가지고 나온다면 그날로 네 목이 날아가리라는 것을······.”
무척이나 살벌한 협박이었다.
그에 적무강은 적당히 겁에 질린 얼굴을 보여줬다.
그제야 무사가 만족을 하고 돌아갔다.
널따란 창고에 홀로 남은 적무강, 그의 입가에 웃음이 떠올랐다.
“어떤 물건을 고를지는 내가 결정할 일이지. 그럼 어디 십자성의 제일 창고가 어떤 곳인지 한번 둘러볼까나!”
커다란 선반이 수십 개나 있는 거대한 지하 공간, 그곳에는 이루 말로 할 수 없을 만큼 수많은 물건들이 가득했다.
수많은 물건들, 그 대부분은 십자성의 창립과 함께 이곳에 들어온 것들이다.
그러나 수많은 세월이 지나면서 대부분 잊혀진 것들이었다.
“쓸 만한 것이 있으려나?”
적무강은 입가에 흐릿한 웃음을 짓고 수백 년의 세월동안 내려앉은 먼지 속을 누비기 시작했다.
(우각 지음, 고향설 추천, 연곡 remak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