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7.23.화/12일차] 우리가 만든 새로운 추억

[최희영]

#출발 전

새벽까지만 해도 천둥번개가 쳐서 내일 아침에 남산을 갈 수 있을지 걱정됐습니다.
일어나 보니 다행히도 날씨가 매우 좋습니다.

방학중학교에 출발하기 전, 우인이가 아프다며 참석이 어렵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우인이가 같이 못 가서 아쉽지만, 먼저 아이들에게 참석자 명단과 함께 여행지를 공지를 했습니다.
오늘 여행을 같이하는 아이들은 송연이, 시율이, 예원이입니다.

찹석자 명단 공지에 시율이가 우인이 없는 여행은 재미없다고 답했습니다.
시율이와 우인이가 단짝친구인 걸 알기에 대답을 망설였습니다.
이예지 선생님께서 우인이 없이도 선생님들, 다른 친구들과 같이 놀아보자고 하신 답변에
송연이와 시율이가 친해다는 점을 이용하면 좋겠다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오히려 아이들끼리 더 친해질 수 있는 기회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정해웅 선생님, 이예지 선생님, 민승희 실습생과 함께 방화중학교에 도착했습니다.
미리 집합 장소로 모여 앉아 있으니 예원이가 들어왔습니다.
방화중학교 서혜숙 부장님 예원이 반이 종례가 가장 늦다 하셨습니다.

저는 시율에게, 민승희 실습생은 송연이에게 연락했습니다.
송연이는 하교하는 길에 발을 잘못 디뎌서 오늘 여행이 어렵다고 합니다.

시율이는 저의 전화를 받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정해웅 선생님의 휴대폰으로 시율이에게 다시 전화를 했습니다.
처음에는 전화를 받지 않았지만, 다시 전화가 왔습니다.

시율이에게 어디냐고 묻자 비를 잠시 피하려고 학교 앞 편의점에 있다고 합니다.
혹시 시율이가 종례 후 만나기로 했던 약속을 잊어버린 건 아닌지 물어봤습니다.
시율이는 우산도 없고, 비를 맞으면서까지 학교로 돌아가기 싫다고 했습니다.

“선생님이 데리러 갈게~”라고 말했습니다.
“괜찮아요.”라는 답변이 왔습니다.

“선생님 거기 누구 있어요? 송연이는요?”
“송연이도 아파서 못 간다는 거 들었어요”
시율이는 친한 친구들이 여행을 갈 수 있는지 물었습니다.
지금 떠올려보면 시율이는 친한 친구들과의 여행을 기대했지만
혼자 가게 되어 실망한 마음도 들었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선생님들이 시율이를 보려고 왔고,
엄청 재밌는 게임을 준비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시율이와의 통화가 길어졌지만, 그래도 끝내 와 주기로 했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이예지 선생님께서 유미에게 한 번 더 전화를 했습니다.
유미는 친구와 피시방을 가서 추가 결제까지 한 상황이라고 합니다.
Pc방 시간을 적립하고 나중에 사용하는 게 어떨지 물어보자는 의견도 나왔지만
예원이가 유미에게 부담을 줄까봐 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해서 더 이상 연락을 하지 않았습니다.

유미와의 전화가 끝나고, 시율이는 와줬습니다.
예원이와 시율이 모두 표정이 좋아 보이지 않아 어떡하지라는 마음도 들지만,
이런 상황일수록 더 에너지 있게 해야 하기에 텐션을 올렸습니다.

복도에 나가보니 태영이와 친구들이 앉아 있었습니다.
정해웅 선생님께서 번개팅을 주선해 주셔서 태영이와 같이 가기로 했습니다.

#출발

길찾기팀인 예원이는 민승희 실습생과, 사진팀인 시율이는 저와 같이 걸었습니다.
걷는 중에도 시율이는 기분이 좋아 보이지 않습니다.
여행을 즐겨줬으면 하는 마음에 텐션을 올려 질문했습니다.
표정은 좋지 않지만, 저의 질문에 답변은 다 해주는 시율이에게 고마웠습니다.

“시율이는 기분이 좋지 않을 때 어떻게 하는 편이야?”
“혼자 있고 싶어요”
“알겠어~ 대신 우린 길 찾기 팀을 따라가야 하니까 선생님 시야에만 있어 줄 수는 있지?”
“네”

텐션을 올려 다가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이들의 입장을 존중하는 태도가 먼저이기에 알겠다고 했습니다.

“선생님 필카추 끊을 수 있나요?” 지하철에서 내려 시율이가 말했습니다.
“우리 오늘 재밌게 놀고 난 후에 다시 이야기해 보는 건 어때?”

#점심

지하철에 내려 길 찾기 팀인 예원이가 앞장서 안내해 줬습니다.
시율이도 두 다리로 힘든 내색 없이 올라갔습니다,

식사팀인 규빈, 송연, 유미가 열심히 고른 돈까스 집에 도착했습니다.
예원이, 이예지 선생님, 민승희 실습생과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먹었습니다.

이예지 선생님께서 예원이에게 오늘 여행에 대해 물었습니다.
예원이는 다른 친구들이 오늘 여행을 같이 빠지고 29일에 가자고 했다 답했습니다.
그렇지만 예원이는 혼자라도 여행에 와줬습니다.
민승희 실습생이 책임감 때문이냐고 묻자 그렇다고 했습니다.
어제 방과 후에도 혼자 와서 여행 계획을 세웠습니다.
예원이 스스로 계획한 여행이기에 가능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민승희 실습생과 제가 어제 예원이에게 씀 감사일기를 눈에 담는 예원이의 모습이 기억에 남습니다.

이예지 선생님께서 예원이가 스스로 잘했다는 걸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셨습니다.
저도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스스로를 세울 수 있도록 돕고 싶다는 마음이 크게 들었습니다.
‘묻기’의 중요성을 한 번 더 깨닫습니다.

#선택

다같이 모여 버스를 타고 올라갈 것인지 걸어서 올라갈 것인지 정했습니다.
두 가지 방법에 대한 장점과 단점을 설명해 주셨습니다.
시율이와 예원이 모두 처음에 버스 타기를 선택했으나
시간이 똑같다는 정해웅 선생님의 말에 걸어서 올라가기를 선택했습니다.
무조건 버스 타고 가고 싶어 할 거라는 저의 생각이 짧았습니다.

#오르막길

비가 와 하나둘씩 우비로 갈아입었습니다.
서로 우비를 입는 동안 우산을 씌어주며 고맙다고 표현하기도 하고, 풍경을 보며 감탄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같이 웃으며 우리들의 추억이 생겼습니다.

중간중간 같이 쉬며 사진도 찍었습니다.
시율이와 예원이에게 사진을 같이 찍자며 먼저 다가갔습니다.
모두 좋다고 해줘서 고마웠습니다. 덕분에 아이들과 찍은 첫 개인사진이 생겼습니다.

올라가는 과정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에 대해 알아가고, 힘내라고 응원도 해줬습니다.
서로가 힘들 때 힘이 되어줄 수 있는 존재가 되어갔으면 하는 바람에 한 발짝 다가가는 중입니다.

“와~ 시원하다”
팔각정에 올라가자마자 짐을 놓고, 선생님들께서 사주신 음료를 먹었습니다.
음료를 먹으며 잠시 쉬다 팀을 나눠 사진미션을 수행하기로 했습니다.
사진의 주제는 “친구의 자연스러운 모습 찍기”입니다.
저는 시율이와 태영이, 민승희 실습생은 예원이와 함께했습니다.

시율이는 호기심이 많은 아이입니다.
시율이가 저에게 질문을 하면 제가 모르는 부분은 태영이가 대답해 줬습니다.
저번 사진동아리에서 남산에 온 경험을 토대로 63 빌딩이 어디 인지도 알려주고, 보이는 산이 어떤 산인지 소개해 주는 등 저희에게 소개해줬습니다.
시율이에게도 먼저 말을 거는 등 적극적으로 다가갔습니다.
덕분에 시율이 호기심이 해결됐습니다.

시율이가 태영이와 관계를 쌓을 수 있도록
시율이에게도 미션을 이용해 태영이의 사진을 찍어주는 건 어떻냐고 물었습니다.

시율이가 찍은 태영이의 사진

처음에는 저의 말에 괜찮다고 했지만, 후에는 먼저 태영이를 찍어주고 싶다고 했습니다.
태영이의 마음이 시율이에게 전달된 듯싶었습니다.
시율이의 마음이 잘 전달될 수 있도록 태영이에게 포즈를 권하는 등 거들었습니다.

시율이와 태영이는 여행과 사진이라는 구실이 있습니다.
이 둘의 관계가 조금 더 이어진다면 좋은 인연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해봅니다.

#우리들의 이야기

사진을 다 찍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입니다.

‘생각보다 오랜만에 이렇게 여행 와서 재미있었고 다음번에도 이런 좋은 기회가 있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제일 먼저 보낸 태영이의 소감입니다.
처음에 시율이가 표정이 안 좋을 때 먼저 이야기도 걸어주고, 자신의 경험으로 길 찾기 팀인 예원이 도와주기도 했습니다.
시간 내어 여행을 같이 가준 태영이에게 감사합니다.

‘남산타워까지 올라오는데 힘들었지만 좋은 풍경을 볼 수 있어서 좋았고 날씨가 조금 더 좋았더라면 지금보다 더 멋진 풍경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29일에 가는 여행도 기대됩니다’

예원이의 소감입니다.

예원이가 오늘 “선생님 이건 아닌 것 같아요”라는 말을 많이 했다고 합니다.
선생님들에게도 아이들에게도 계단이 많아 쉽지 않은 코스였습니다.
예원이의 말처럼 날씨가 조금 더 시원했더라면 쉽게 올라올 수도 있었겠지만, 오히려 서로에 대해 알 있는 시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서로가 있었기에 힘을 내서 우리들의 추억을 완성했습니다.

이번 여행은 예원이의 주도성과 책임감을 볼 수 있는 여행이었습니다.
예원이 스스로도 자신의 강점을 느끼는 모습을 보여주고, 자신을 여행을 기대하기에 더욱 뿌듯합니다.

‘남산 타워에 올라가면서 우비 입고 땀 많이 흘리고 물 다 마시고 도착해서 사진 찍으면서 뭐 뭐 있는지 구경하면서 각자 사진 찍고 보여주기를 해서 재미있었습니다’
시율이의 소감입니다.

시율이가 도착했을 때, 표정을 보고 ‘괜히 싫어하는데 데려온 건 아닐까?’하는 걱정이 있었습니다.
오는 내내 필카추를 끊고 싶다고 하여 걱정이 커졌습니다.
하지만 점심을 먹고 남산에 올라가는 동안 자연을 구경하고, 질문하는 시율이의 모습을 보며 여행을 즐기고 있어서 다행이라는 안도감이 들었습니다.

시율이가 물이 필요 없다 해서 안 챙겼는데, 올라가는 도중 물이 먹고 싶다 했습니다.
저는 열심히 올라가는 시율이의 모습을 보니 고마운 마음이 들어 한 모금도 안 마신 저의 물을 줬습니다.

‘이렇게 조금씩 옆에서 거들다 보면 시율이도 여행에서의 즐거움을 잘 누릴 수 있지 않을까’라는 마음이 듭니다.
시율이와 29일 여행까지라도 잘해보고 싶습니다.

#마무리

여행을 갔다 온 후 필카추 슈퍼바이저 선생님들과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선생님들께서는 개인적으로 소감을 말할 때 아이들이 이 여행이 어떤 의미였는지 짚어줬으면 좋겠다는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다음 여행에서 소감을 말할 때 아이들이 어떤 역할을 어떻게 잘 해냈는지 짚어주겠습니다.

[정해웅]

오늘 아이들의 일정과 사정상 예원이와 시율이만 여행에 함께 했습니다.
그럼에도 성공적인 여행이었습니다.
필카추 모임에 잘 참석하지 않았던 예원이가 스스로 준비한 여행을 이뤘다는 사실을 일깨워 준 이야기가 아름답습니다.
스스로 이뤄낸 여행으로 모임에 대한 애착이 생겼을 겁니다. 자연스럽게 다음 여행은 더 많은 친구와 가고 싶다고 했습니다.

필카추 모임을 끊고 싶다던 시율이도 남산에 올라가는 동안 자연을 구경하고 여행을 즐기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중간에는 먼저 올라가 예원이와 선생님들을 기다리며 힘을 불어넣어 주기도 했습니다.

이런 의미 있는 이야기들을 아이들에게도 잘 전달하고, 아이들이 '해냈다', '여행 잘 이루었다'라고 생각할 수 있게끔 거들어 주면 좋겠습니다.
아이들의 여행일 수 있게 잘 도왔습니다.
고맙습니다.
앞으로의 남은 여행이 더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