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관 시인이 본 53 선지식 32차. 13, 김시습 토굴 찾아 오르는 날
김시습 토굴을 찾는 날
기온이 가장 낮은 초겨울
산길 숲길에는 낙업이 바람에 날리고
봄날을 기다리고 있는 산등선
얼마나 한이 많기에 수락산 숲속에서
10년을 견디면서 살아야 했던 한
조선의 천재 운명이 너무도 슬프구나
봄날이 오면 산 싶길래 흐르는 물방울 소리
그날을 기억하려는 이유를 아는 자들이 있나
산을 오르는 이들은 그 이유를 모르고
산에 살고 있는 이들에게 있어서
가치 없이 여기고 있는 이들이 있구나
조선의 궁전이 보기가 실어서 수락산
등위에 토굴을 짓고 살았다는 김시습을
친견하려고 발걸음을 옮기고 있을 때
바람도 차갑게 불어오고 있지만
흐르는 물소리를 듣지 못하고 있으니
아쉬움이 있다는 것을 말할 수 없네
산을 오르는 이들에게 있어서는
김시습을 생각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나는 김시습의 정신을 고찰하기 위하여
수락산에 등지고 있는 이유를 말하자면
임금이 거주하고 있는 모습을 보기 싫어
수락산 동쪽에 토굴을 짓고 살았다네
바윗돌을 굽어보면서 오르는 산문에는
비가 쏟아지는 여름날에 오르는 이들은
차를 마시는 장소를 찾아오려는 것을
인정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는데
바위를 바라보고 있으면 금강산에 바위
금강산에 바위를 바라보고 있으면 같네
수락산 애 떠 있는 구름을 바라보니
발걸음도 멈추어 바라본 구름 속 까마귀
그날처럼 소리를 지르면서 울고 있는데
까마귀의 울음 소를 듣고 있는 이들에게 있어서
김시습이 거닐던 숲속이 아니던가
숲을 바라보고 있는 나에게도
김시습의 울분을 던지는 꽃, 구름 같은 것
비가 오는 날처럼 쏟아지는 폭포를 보고 싶은데
물이 말라버린 바윗돌을 씻지 못하고 있어
이끼도 없는 바윗돌을 밟으면서 오르고 있네
바윗돌을 밟고 있는 몸을 바라보고 있으면
미끄러지는 몸을 의지하려는 것은 무엇이냐?
수락산에 오르는 몸을 이끌고 있던 감시습은
폭포 위에 떨어지는 폭포수를 받아안고
자신의 육신을 부추기고 있던 몸은
단종의 애절함을 스스로 체감하면서
심중에 남아있는 자신의 육신 같은
아픔을 말하고 있는 수락산에 김시습
눈에서 쏟아지는 피눈물을 닦는다,
2024년 11월 2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