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에 알고 싶은 3가지
1. 섣달그믐밤 잠자면 안되는 이유.
새 해가 시작되는 음력 1월1일은 농본사회에서 아주 중요하게 여겨왔습니다. 최첨단 과학기술시대인 현대까지 민족 최대의 명절로 성대하게 맞아하는 이유입니다. 설날과 관련된 풍습 중 섣달그믐날 밤에는 방·뜰·부엌·대문·변소 등 집안 구석구석에 불을 켜 놓고 밤을 새우는데, 이를 해지킴 또는 수세라고 하지요. 불을 밝히는 것은 묵은 것을 불로 태우고, 새해를 맞는다는 뜻이겠지요.
그런데 어렸을 적 섣달그믐밤 잠자면 눈썹이 하얗게(늙는다) 된다고 어른들이 겁을 줬는데 도대체 이유가 뭘까요? 그건 동양의 신화적 배경에서 비롯됩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옛날에는 인간이 죄를 많이 지으면 죽는다고 믿었죠. 사람의 뱃속에는 세 마리의 죽음의 벌레가 있는데 바로 ‘삼시충(三尸蟲)’이란 것입니다. 요놈은 사람이 죄를 짓도록 충돌질 합니다. 왜냐면 빨리 죽어야 제삿밥을 얻어먹을 수 있기 때문이죠. 여러분들을 짜증 부리게 만들고 버럭 화나게 하는 건 바로 삼시충 때문입니다. 요놈은 우리 뱃속에 있기 때문에 몰래 나쁜 맘먹은 것까지 다 알고는 기억해 두었다가 섣달 그믐날 우리가 잠든 사이에 우리 몸을 빠져나가 하늘로 올라가 옥황상제께 고해바칩니다. 그러면 옥황상제는 죄에 따라 사람의 수명을 깎습니다. 우리가 한 살 한 살 먹을 때마다 늙는 이유는 바로 이것입니다. 더 이상 깎을 수명이 없으면 죽는 겁니다.
- 이화여대 정재서교수님의 강연 중 삼시충
그럼 다른 방법이 없을까요?
삼시충은 섣달그믐 때 단 하루 하늘나라에 올라가서 옥황상제께 보고하니까 이 날 하룻밤만 참고 안 자면 늙지도 죽지도 않겠지요? 미인은 잠꾸러기라죠. 미인박명인 이유 아닐까요? 재밌자고 해본 얘기입니다.
2. 제사상에 복숭아를 올리지 않은 이유.
이것도 동양신화에서 나온 얘긴데, 예라고 하는 활 잘 쏘는 사람이 있었어요. 어느 날 뽕나무 위에 해가 10개가 떠오릅니다. 그럼 어떻게 되겠어요. 농작물이 타주고 사람들도 더워서 살 수가 없는 거예요. 그 때 예가 나타나서 태양을 향해 최종병기인 활을 쏘아 9개를 맞춰 떨어뜨려 재난에서 구했다는 영웅신화죠. 그런데 예는 제자의 배신에 맞닥뜨립니다.
- 태양을 쏘는 예, 까마귀들이 화살에 맞아 죽어있다.
제자 중 방몽(주몽과 비슷)이란 자가 있었는데 스승을 딛고 일어서려고 하는 욕심을 키우고 있었습니다(맹자에서도 인용됨). 예가 사냥에서 돌아오는데 방몽이 복숭아나무 몽둥이로 때려죽입니다. 그 뒤 후세의 사람들이 제사를 지내줬는데 예는 귀신 중 최고의 귀신으로 대우받았습니다. 그런데 귀신의 으뜸인 예가 가장 무서워하고 싫어하는 게 딱 한 가지 있었는데 다름 아닌 자신의 트라우마인 ‘복숭아’입니다. 제사 때 절대 복숭아를 올리지 않은 이유는 여기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이상은 이화여대 정재서교수님의 책과 강연을 참조하였습니다)
3. 설날이란 말의 어원은.
설날이란 어원에 대해서 명확하게 정리된 학설이 아직 없습니다. 주장의 대강을 살펴보면
1) '나이 한 살 더 먹는'의 '살'에서 왔다.
2) '장이 서다' 할 때의 '선'에서 왔다.
3) '설다(제대로 안 익다)'나 '설어둠(해가 진 뒤 어둑한 때)', '낯설다'에서 왔다.
4) '삼가다'나 '섧다(조심해 가만있다)'에서 왔다.
1)은 그럼 살의 어원이 뭔가 따져봐야죠. 거꾸로 한 설 두 설 설에서 살로 변한 걸로 보여집니다. 2)의 '서'다와 '설'은 뿌리자체가 틀립니다. 4)도 마찬가지로 '삼'과 '설' 어근이 다르죠. 그나마 유력한 주장은 3)인데 좀 서툴고 설익은 느낌입니다. 그럼 전혀 다른데로 눈을 돌려 산스크리트어로 가볼까요.
최근 산스크리트어 언어학자들이 제기한 ‘수리야(산스크리트어: सूर्य Sūrya, 영어: Surya)’에서 그 뿌리를 찾아보는 게 흥미롭더군요. 문자 그대로의 뜻은 태양을 말하는데 새 해 첫 날의 의미나 어원(수리야=술이야=설이야)으로 보나 훨씬 설득력이 있어 보입니다. 요가 자세 중 ‘수리야 나마스카’라는 태양에 경배하는 자세를 일컫습니다. 음력 5월 5일인 단오날은 다른 말로 수릿날이라고 말하는데 그 어원도 같다고 봐야겠지요. 수레나 강강술래의 술래, 그리고 조선시대의 순라(巡邏)도 둥글게 돌아다니는 일이니까 어원은 같다고 보여집니다.
- 고구려 고분벽화 중 수레신의 모습
좌우지간 그건그렇고 왜정 때 설날을 고리타분한 옛것으로 비하하고 우리 명절을 없애기 위해 썼던 구정(자기들 것은 신정)이란 말은 제발제발 쓰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여야든 보수든 진보든 우좌뜬 새 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랍니다~^^*
첫댓글 선생님! 좋은말씀 감사합니다.~^*^
병신년 한해, 건강하시고 만복이 깃드시길 기원합니다~~~♡♡♡
고맙습니다~^^
선생님도 즐겁고유익한 한해 되셔요!
좋으신말씀 감사합니다. 항상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관심갖어주셔서 감사! 더 즐거운 나날 되시길요~^^
따뜻한 우리전래신화에 대해 자세히 살펴볼 수 있어 감사한 시간입니다. 함께하는 즐거움을 또 한 번 되새기는 때입니다. 항상 건강과 즐거움의 시간이시길요~^^
오랫만이예요, 선생님!
잘 놀고 계시죠? 고맙습니다~^^*
제사상에 복숭아를 올리지 않는 이유를 알아서 기분 좋습니다. 아이가 유난히 복숭아를 좋아하는데 왜 제사상에 놓지 않는지 이유를 물었을 때 대답을 못했거든요.
네, 관심 고맙습니다~^^
아~ 그렇군요 어렷을적 할머니가 섣달그믐날밤 자면 눈썹이 흰다고 해서 눈을 부름뜨고 있다가 잠들었는데~~~
네, 신화나 전설의 유래를 알고보면 나름 근거가 있고 흥미로운게 많아요.
재미있는 이야기예요. 아이들에게도 해줘야겠어요^^
네, 그러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