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일어나 말라카 해협이 보이는 바닷가로 간다. 새벽 6시인데도 아직 어두컴컴하다.호텔에서 10여분을 걸어 말라카 해협이 보이는 곳에 도착하니 이제야 날이 밝아온다. 말레이시아는 우리나라보다 1시간이 늦다. 건너편 가까운 섬은 아직 여명에서 깨어나지 못했고 멀리 말라카 해협을 오고는 유조선 및 상선은 불을 밝힌 채 운항하고 있다.
▶ 아직 잠에서 깨어나지 못한 섬
▶ 말라카 해협을 운항하는 선박들
▶ 말라카 해변의 아침
<말라카 해협>
말레이반도 남부 서해안과 수마트라 섬의 동해안 사이에 있는 해협(海峽)으로 길이는 약 800km, 너비(북부)는 300km, 평균수심은 50m이다. 동쪽의 남중국해(海)와 서쪽의 안다만해(海)를 연결한다. 연안과 중앙부에 여울이 있어 항행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예부터 극동과 유럽을 잇는 중요한 통로로 인도양 및 남중국해의 계절풍을 이용하는 선박 왕래가 많았다. 근세에 수에즈 운하가 개통된 후에는 그 중요성이 더욱 커졌으며, 전략상으로도 큰 비중을 지니게 되었다. 따라서, 연안에는 페낭 ·말라카 ·싱가포르 ·팔렘방 등의 많은 역사적인 항구가 발달하였다. 최근에는 중동의 원유를 운반하는 유조선 통과량이 급증하고 있어 수로의 준설과 개량공사, 대형선 규제 등이 문제가 되고 있다. 영해(領海)의 확대에 따라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말레이시아의 영해가 되었으나, 새로운 해양법 조약에 따라 국제해협이 되었다.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말라카해협 [Malacca Str., ─海峽] (두산백과) |
오늘은 페낭으로 이동하는 날이다. 말라카 센트럴터미널에서 페낭으로 가는 오전 10시 버스를 타기 위해 서둘러 호텔로 돌아와 아침식사를 하고 여행 가방을 정리한 후 네덜란드 광장으로 시내버스를 타러 간다. 8시 15분 경 말라카 센트럴로 가는 17번 시내버스를 탄다. 그런데 이 버스는 그제 올 때와는 달리 말라카 시내 곳곳을 들러 간다. 그제 올 때는 25분 정도 걸렸기에 터미널에 도착하면 충분한 시간이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시간이 너무 걸린다. 1시간 25분 정도 걸려 터미널에 도착 부랴부랴 여행 가방을 끌고 매표 창구로 갔더니 차표가 매진이다. 말라카에서 페낭 조지타운으로 가는 직통버스는 하루에 4번(07:30, 10:00, 12:00, 22:00) 뿐인데 10시 버스를 탈 수 없으니 12시까지 두 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 말라카에서 조지타운까지는 약 7시간이 걸리는데 12시 버스를 타면 조지타운 시내관광이 어려울 것 같아 다른 버스회사 창구를 기웃거리는데 한 버스회사 직원이 10시30분 버터워스로 가는 버스가 있다고 한다. 버터워스까지 직통으로 가느냐고 물으니 OK란다. 표를 파는 여직원에게 재차 물어도 직통버스란다. 버터워스로 가 페리를 타고 조지타운으로 가면 적어도 1시간은 빨리 도착하겠다 싶어 차표를 사 지정된 승차장으로 간다. 그런데 출발시간이 넘었는데도 버스가 승강장으로 들어오지 않는다. 매표창구로 뛰어가 어떻게 된 것이냐고 따지니 금방 온단다. 결국 10시 50분이 돼서야 버스는 말라카 센트럴을 출발한다.
▶ 말라카 센트럴 버터워스 행 버스승강장
두 시간 정도 고속도로를 달리던 버스가 갑자기 톨게이트를 빠져나가더니 낯선 터미널에서 정차하고 일부 승객이 내리고 탄다. 금방 출발하겠지 하고 화장실도 안가고 기다리는데 도통 출발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기사에게 물어보려고 운전석으로 가보니 기사도 없다. 터미널 승차 안내직원에게 이곳이 어디냐고 물으니 ‘샤 알람’이란 곳이란다. 빵과 음료수를 점심 대용으로 사고 화장실을 다녀와 한참을 기다려도 차는 출발하지 않고 빵을 다 먹은 후 담배를 한 대 피우며 기사에게 물으니 조금 있으면 출발한단다. 그렇게 샤 알람이란 도시에서 1시간 정도를 정차해 버스에 승객이 거의 찰 무렵에야 출발한다. 버스회사 직원에게 사기를 당한 것 같아 화가 난다. 다시 출발한 버스는 이포(Ipoh)란 도시에서 30분을 또 정차하고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20분을 쉬어 버터워스에 도착하니 오후 8시 반이 넘었다. 무려 10시간가량 걸린 것이다.
▶ 고속도로 휴게소
▶ 고속도로 휴게소 내 과일가게
무척 지루하고 짜증나는 여행이었지만 그래도 앞좌석의 두 살쯤 돼 보이는 말레이 꼬마가 내게 장난을 걸어와 그 아이와 노느라 지루함과 짜증을 달랠 수 있었다. 차분하게 말라카에서 12시 버스를 탈 걸 조금이라도 일찍 도착하려는 내 욕심이 과했던 것이다.
▶ 지루한 버스 안에서 내게 장난을 걸어 온 꼬마녀석
어둠이 깔린 버터워스 터미널에서 조지타운으로 가는 페리터미널을 물어 물어 페리 터미널로 간다. 페리 터미널은 버스터미널과 인접해 있지만 계단을 올라가야 해 여행 가방을 끌고 가기엔 어려움이 있다. 도선료 1.2RM을 내고 페리 안으로 들어 가보니 배가 매우 크다. 어둠을 뚫고 서서히 출항하는 배에서 바라보는 밤바다엔 커다란 유조선과 상선이 조용히 항해를 하고 있고 멀리 보이는 조지타운 시내의 야경이 지루했던 버스 여행의 기분을 전환시켜 준다. 출항한 지 약 15분 후 우리를 조지타운 선착장에 도착한다.
▶ 버터워스와 조지타운을 연결하는 페리여객선
▶ 페리여객선에서 바라 본 조지타운 야경
▶ 밤바다를 항해하는 선박
▶ 페리여객선 내 승객들
선착장 밖으로 나오니 바로 앞이 시내버스터미널이다. 인터넷에서 본대로 102번 버스를 타고 미리 예약해 둔 호텔이 있는 바투페링기로 향한다. 조지타운 시내를 한참 돌아 한적한 시외로 나 올 무렵, 한 무리의 외국인 50대 남녀들이 버스에 승차했는데 어찌나 시끄럽고 버스기사를 괴롭히는지 사고 날까 두려워진다. 참다못한 내가 그들에게 조용히 해 달라고 부탁했지만 막무가내다. 도대체 어느 나라 사람들인지? 이 승객들이 내리고 기사에게 호텔 이름을 말하며 내릴 곳을 알려 달라고 부탁하니 웃으며 손가락으로 동그라미를 그린다.
▶ 바투페링기 거리
휴양지인 바투페링기로 들어서니 호텔 등 숙박시설과 음식점들이 환하게 불을 밝힌 가운데 도로 좌우엔 야시장이 열려 도로가 무척 복잡하다. 시내버스 기사가 호텔 옆 정류장에 차를 세우더니 내게 내리란 신호를 한다. 친절한 기사에게 감사의 표시를 하고 호텔 앞에 내린다. 참으로 긴 하루였다. 자유여행이란 것이 때로는 짜증도 나고 길을 몰라 헤매기도 하지만 현지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과 푸근함을 느낄 수 있어 좋다. 오늘도 좋은 경험을 한 하루였고 앞으로 내가 살아가는 삶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