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암산(聳岩山·544.7m)은 화순 한천면과 춘양면의 경계에 우뚝 솟아 있는 산으로 화순 일대의 유순한 산세와 달리 마치 용암이 분출해 솟아 오른 듯 날카롭고 거칠며 하늘을 찌를 듯 솟은 바위봉우리와 연이은 낭떠러지로 이루어진 독특한 산이다. 예전에는 금오산이라 불렀는데 산 위에 있는 샘에서 하늘로 올라가려던 금자라가 나왔다고 해 이름 붙여졌다고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금자라가 아닌 쇠처럼 생긴 바위벼랑이 있는 모습으로 보고 금오산이라 불렀다고 하니, 예부터 용암산의 산세가 험준했다는 것을 말해준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금오산보다 ‘바위가 솟았다’는 의미의 용암산으로 불리게 되었다.
금오산성의 성벽은 산 정상을 중심으로 자연석을 이용해 둘러쌓은 이 산성은 고려때 외구의 침입을 막기 위해 축성되었고 조선조 병자호란 때 다시 수축해 사용했다고 전해진다 성곽은 약1.5Km였는데 현재는 60여 미터만 남아 있다. 용암산이 위치한 한천면은 예로부터 물 좋기로 이름난 고장이다. 어떤 곳을 파든 맑고 시원한 샘물이 솟는 천혜의 지역으로 알려졌다.
용암산의 경관은 그 이름이 말해주고 있다. 용암, 용봉 등에서 ‘용’은 흔히 용 용(龍)자를 쓰는 경우가 많은데, 전남 화순군 한천면과 춘양면의 경계에 있는 용암산은 솟을 용(聳) 자를 썼다. 이 용 자는 ‘높이 우뚝 솟았다’는 뜻으로, 바로 바위가 높이 우뚝 솟은 산이라는 것이다. 광주에서 29번 국도를 타고 화순을 지나 보성·벌교 방면으로 가다 보면 능주·한천 근처에서 왼편 11시 방향에 하늘로 우뚝 솟은 잘 생긴 산이 보인다. 바로 용암산이다.
용암산은 이름 그대로 하늘을 찌를 듯 우뚝 솟은 기암괴봉들로 이루어진 산으로 매우 특이한 산이다. 화순 남서쪽 산세는 북동쪽과 달리 순한 편이다. 그런데 이 산만은 다른 산과 달리 머리 부분에 날카로운 바위들이 늘어서 있고, 천길 낭떠러지를 이루고 있어 험하게 보인다. 또 다른 산의 바위등성이와 좀 별난 점은 계단처럼 형성되어 있다는 점이다. 바위등성이가 솟아서 한참을 이어지고 훌쩍 올라가 또 바위등성이가 있다.
이러한 단계가 네 곳이고 바위등성이 지대는 다섯이다. 고스락(주봉) 서쪽의 엄청나게 큰 바위봉우리까지 치면 여섯 곳이라 할 수 있다. 더 하나 색다른 점은 바위등성이가 울퉁불퉁하고 날카로운 곳도 있지만, 두어 곳은 등성이가 20여m 폭으로 너럭바위를 형성하고 있고, 그 양편에 바위들이 성벽처럼 서있다. 그 바깥쪽은 물론 낭떠러지이며 엄청나게 넓은 바위벽을 이루고 있다. 외적을 막기 위해 양편을 높이 쌓아 올리고 그 가운데로 말을 달리는 등 자유롭게 옮겨 다니며 싸울 수 있고 몸도 숨길 수 있는 성채 같다. 말하자면 천연의 성벽이요 요새인 것이다.
다섯 단계의 바위등성이도 각각 뚜렷한 특색을 가지고 있어 재미있다. 도덕산쪽 고개에서 올라와 처음 만나는 바위등성이는 마치 크나큰 성 같다. 양편으로 바위벽을 이루고, 등성이 위는 날카롭고 울퉁불퉁한 데다 험해 사람이 다닐 수 없다. 남쪽으로 길게 이어지는 바위벽 아래로 길이 지나고 있다. 두번째 등성이 일대는 뚜렷한 산성지대다. 여기는 용암산 바위등성이 특색의 하나로 가운데에 평지를 두고 양편에 바위들이 담처럼 둘러쳐져 있으며, 그 바깥은 천길 낭떠러지다. 남쪽 바위벽은 마치 바위로 된 운동장을 세워놓은 것처럼 넓고 반반해 놀랍다. 이 넓은 바위벽 틈에 진달래가 피면 병풍에 수를 놓은 것 같다.
세번째 바위지대는 칠형제바위로, 가장 큰 바위봉을 맏이로 차차 낮아지는 일곱 개의 기둥 비슷한 바위봉이 골짜기 아래의 용암사를 향해 줄을 서 있어 신기하다. 이 바위기둥 사이로 저 아래 능주벌이 보이기도 한다. 네번째 바위봉은 둥그스름한 봉우리로, 양편의 낭떠러지가 곧바로 내려다보여 장쾌하지만 매우 조심해야 한다. 여기서 한 단계 올라서면 바로 고스락이다. 물론 바위로 된 암봉으로 네번째 봉우리와 비슷하나 규모는 더 크고 우람하다.
용암산은 경관이 좋은 바위등성이를 중심으로 볼 때 동북에서 서남으로 뻗쳐 있다. 도덕산과 용암산 사이(채석장 아래) 고개에서 시작해 다섯 단계의 바위등성이를 거쳐 주봉에 오르고, 주봉 서쪽에 있는 멋있고 큰 바위봉(510m봉)을 거쳐 우봉리 불암사까지 종주한다면 참으로 좋은 산행이 될 것이다. 현재로서는 불암사까지 큰 차가 드나들 수 없고, 510m봉이 너무 험해 길도 애매하고 위험한 상태다. 서운하고 좀 짧기는 하지만 용암사에서 시작해 용암사로 되돌아가야 한다. 그러나 이 산행길은 은발들에게는 알맞은 것이어서 다행이다.
용암산의 원래 이름은 금빛 자라라는 뜻의 금오산(金鰲山)이었다. 신증동국여지승람 능성현편 산천조에 금오산이라 되어 있고, ‘현 동쪽 7리에 있다. 돌로 쌓은 옛 성터가 있다’ 했고, 고성조에도 금오산성이 소개되어 있으며 지금의 용암사 자리에 금오사도 있었다. 언제부터 용암산이라 불렀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1861년 고산자가 완성한 대동지지에도 금오산이라 되어 있는 것으로 볼 때 20세기까지 금오산이라 불러오다 이 산의 높이 솟은 모양을 그려 솟을 용(聳) 자를 쓴 용암산이라 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대동지지에는 또 그 지맥을 ‘용암산(龍巖山)’이라 한다고 덧붙여져 있다. 그런데 솟을 용이 아니라 용 용 자로 되어 있다.
춘양면 우봉리 용암산 남서쪽 중턱에 매우 큰 자라바위가 있어서 금오산이라 하지 않았나 말하고 있었다. 그는 능주의 옛 능성현 동헌 옆에 있는 객사 뜰에 자라 모양으로 만든 돌이 있는데, 그 머리가 용암산을 향해 있었다고 말한다. 또 지금의 용암사 길목에 천연으로 ‘금오사’라 새긴 것 같은 바위가 있었으나 어디론지 없어져 버렸다며 몹시 아쉬워했다. 사람이 새긴 것이 아닌 천연적인 것이어서 지금까지 그것이 있다면 참으로 신기해서 국보가 되고도 남을 귀물일 것이라고 했다. 많은 사람들이 그 바위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이씨는 주장했는데, 오래된 각자를 잘못 보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용암산에는 여러 곳에 성터가 보인다. 금오산성으로 알려진 이 성터는 고려 말 왜구의 침입에 대비해 능성현 주성인 비봉산성과 그 외곽성인 예성산성과 함께 쌓은 성이라 한다. 1636년(조선조 인조 14년) 병자호란 때 수축했고, 그 때 여기서 군사훈련도 했고, 군량도 보관한 바 있다고 한다. 산세를 이용한 포곡식으로 어떤 곳은 10m 높이로 쌓았으며, 둘레는 약 1.6m에 이른다.
용암사 원점회귀산행
한천에서 논둑길로 어렵게 용암사 주차장까지 들어섰다. 절에 들러 찬물로 이름난 한천 물을 맛보고 샘 바로 옆 돌계단을 올라 산에 들어섰다. 산길 들머리에 ‘정상 1.7km’ 안내판이 있다. 이 길은 도덕산과 용암산 사이의 얕은 골짜기를 지나 고갯마루에 오른다. 고갯마루에서는 오른편(서남쪽)으로 등성이를 탄다. 등성이 길은 채석장을 비껴 오른편(북) 비탈로 오르고, 채석장 위로 오르면 넓은 묘가 있다.
곧 작은 잘록이를 지나 하늘을 찌를 듯 솟아 오른 바위봉우리를 만난다. 이 바위등성이가 첫번째 바위지대로, 위가 날카롭고 고르지 않아 길은 왼편(남쪽) 바위벽 아래로 나 있다. 꽤 긴 바위벽을 지나면 성터가 분명한 곳에 이르고, ‘용암사 0.8km, 정상 0.4km’ 안내표가 있다. 여기서부터 평지를 가운데 두고 양편에 바위들이 늘어서 있다. 바로 또 삼거리가 나서고 같은 안내표지가 있다.
다음 바위봉우리는 사다리를 통해 올라야 한다. 여기가 바위봉우리 일곱 개가 조금씩 낮아지며 용암사를 향해 나란히 서있는 칠형제바위다. 여기서 좁은 등성이를 건너 오르면 네번째 바위봉우리로, 그저 둥그스름한 봉우리다. 다섯번째가 고스락이다. 사방이 높은 낭떠러지로 되어 있어 마치 하늘 위에 서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서쪽으로 낙락장송도 멋있는 큰 바위봉우리가 보이고, 능주의 너른 들도 내려다보인다. 멀리 무등산이 보이고, 동쪽으로 모후산 조계산 등도 보이며, 잘하면 월출산도 볼 수 있다.
하산은 올라왔던 길로 되내려가 성터 삼거리에서 처음 만난 안내표지에 따라 왼편 성 위로 올라선다. 성 위를 건너면 바로 비탈로 내려서는 길이 보인다. 비탈길은 등성이로 나아갔다가 다시 골짜기로 떨어지고, 큰 바위 아래 샘터를 지나면 자라목처럼 생긴 성문터를 거친다. 길은 임도로 이어지고 돌탑 일곱 개가 있는 기도터를 지난 뒤에도 임도는 계속된다. 용암산장 옆을 지나 앞으로 돌면 대나무숲이 있고, 대나무숲 끝을 돌아 조금 오르면 처음 나섰던 용문사 주차장이다.
산행코스 • 한천교→용암사→금오산산성→용암산→도덕산→한천교(2시간 30분)
• 주차장→(0.2km)→용암사→(0.9km)→도덕산 갈림길→(0.4km)→금오산성터→(0.5km)→정상→(1.1km)→불암사
• 용암사→동쪽안부 등산로→무덤→주능선→암봉군→철계단→산불감시초소→정상→중간 계곡길(3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