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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메릴랜드에서
a.메릴랜드(Maryland)로 가는 길(대륙횡단)
이 글은 95년 경 쓴 낚시 이야기 중 한부분이며 일전에 여행사랑에도 올렸던 글입니다..-------------------------------------------
[FISHING IN U.S] 2.메릴랜드에서
a.메릴랜드(MARYLAND)로가는길
이제 L.A를 떠난다.
그래도 정들었던 곳인데...막상 떠나려니 한국을 떠날 때 느꼈던 그런 서운함을 느낀다.
그래도 그때는 섭섭함보다 새로운 세계에 대한 화려한 기대가 앞섰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그저 섭섭할 뿐이다.
L.A를 떠날때 오후3시경이었다.
밸리에 있는 친구의 가게에서 작별을 고하고 101번 프리웨이를 타고 달린다.
이쯤에서 제임스딘이 죽었다는데 어디에도 그의 자취는 없다...여러 프리웨이를 갈아타 이윽고 10번 프리웨이 EAST를 만났다.
동쪽으로..... 동쪽으로.....10번 프리웨이를 따라 계속 달린다.
[10번 FREE WAY(I-10)는 L.A 서쪽 산타모니카비치에서 시작해서아리조나, 뉴 멕시코, 텍사스, 루이지애나, 미시시피, 알라바마주를 거쳐 플로리다 대서양쪽 끝 잭슨빌까지 연결되는 미대륙 최남단 횡단도로이다. 총연장은 거의 4000 KM 가까이 되는 것 같다.]
2시간쯤 달리자 팜스프링스 부근을 지난다.
석양엔 노을이 유난히 빨갛다.
공기가 맑은 연유일 게다.
붉은 노을은 사막의 황적색과 어울려 어딘가 외로운 듯한 황혼 풍경을 자아낸다.
어디선가 말 탄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휘파람 소리를 내며 달려올 것만 같은 풍경...그 사막 위 가끔 부는 바람에 누런 풀더미 들이 이리저리 굴러다닌다.
그나마 라디오에 잡히던 라디오 코리아 L.A 한인방송마저 점점 희미해지더니 한없이 늘어나던 고무줄이 툭 끊어지는 것처럼 어느 순간 잡음만이 남는다.
..............대륙 횡단..............일찍이 어린시절부터 동경해오던 꿈이었지만 이런 식으로 하게 될 줄은 몰랐다.
그래 바쁠 건 없다.
때는 겨울이고 해서 내륙 산간지대를 피할 겸, 텍사스 친척집도 들릴 겸, 또 그 좋다는 플로리다 구경도 할 겸.
10번 프리웨이를 횡단하여 플로리다에 들렸다가 동부종단도로 95번 프리웨이를 따라 올라가는 코스로 계획을 잡았다.
내가 승용차로 떠난다고 할 때, L.A 의 주변 사람들은 글쎄 그 차로 괜찮을까.....하며 잘 가라는 인사 반 긴 여정에 대한 걱정 반으로 떠나 보냈다.
내차는 현대 소나타V6...그후 나와 함께 횡단, 종단을 수없이 하였지만 한번도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다.
자랑스런 MADE IN KOREA 인 것이다.(본인과 현대는 아무 관계없음)
처음 떠날 땐 낯선 길에 대한 일말의 두려움도 있었다.그러나 불과 하루만에 대륙횡단이란 거 별 거 아니군 하는 생각이 든다.
첫날 500KM, 둘째날 1000KM를 달려 사흘째 오전 TEXAS의 SAN ANTONIO 친척집에 도착했다.
10여년 만에 만나는 친척 어른이었다.
무척 반가웠고 또 반갑게 맞아 주셨지만, 이런저런 얘기로 밤을 지새운 나는 뭔가 쫓기는 사람처럼 다음날 오전 길을 서두르고 있었다.
한 사흘 더 묵고 가라는 권유를 뒤로 한 채....싸주시는 김치 한 통을 받아들며 가슴이 찡해 왔다.
언제 다시 뵐 수 있을 것인가...
사실 낮에는 햄버거, 밤에는 전기밥솥에 밥을 해먹었는데 양배추에 케첩을 찍어 먹을 때면 여간 김치 생각이 나는 게 아니었다...
새로운 주경계선에 진입할 때마다 SIGN판이 반긴다.
WELCOME TO NEW MEXICO,TEXAS WELCOMES YOU 등등...주 경계선간 거리가 짧아 조금(5시간 이내) 달려서 주가 바뀔 때는 빨리 가는 느낌이 들다가 텍사스에 이르러서는 가도 가도 텍사스... 벗어나질 못한다.
10번 프리웨이 상에서의 텍사스 횡주거리는 1400 KM가 넘는다.
텍사스를 지날 일이 있을 땐 주유소가 보일 때마다 연료를 가득 채워야 한다.
어떤 곳(텍사스 서부지역)에서는 정말 200 KM를 달리는 동안 사람 한 사람 집 한 채를 볼 수가 없다.
끝없이 펼쳐진 지평선뿐.
그 지평선이 끝나는 곳으로 곧게 뻗어서 그 끝을 가늠 할 수 없는 고속도로를 내달리며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인구가 3억이 넘는 오늘의 미국에도 이렇게 사람그림자를 찾을 수 없는데 옛날 서부영화에 나오는 기병대와 인디언은 어떻게 서로를 발견하였을까....... 어떻게 서로를 찾았을까 ?... 그것도 차 아닌 말을 타고서, 더구나 길도 제대로 없었을 텐데...
그렇게 어렵사리 만난 사람들 같으면 반가움에 겨워 서로 포옹이라도 했을 법한데 그 들은 포옹대신 서로에게 총을 쏘았다.
왜 그랬을까 ?...땅이 모자라서 ?
텍사스의 샌안토니오는 10번 프리웨이의 거의 중간쯤이 된다.
그 서쪽은 주변경관이 볼만하다.
CALIFORNIA의 높은산들, ARIZONA의 사막과 사보텐 [삼지창처럼 생긴 선인장 키가 매우 크다 아리조나에서만 보임.]특히 뉴 멕시코를 지날 땐 만화의 마법세계에서나 나올법한 신비한 경치가 펼쳐진다.
그러나 샌안토니오를 중심으로 동쪽은 지겹기 한이 없다.
끝없는 숲, 숲, 숲 밀림, 늪, 늪지대.........
미시시피 강을 건넌다.
톰소여와 헉클베리핀이 생각나지만 현실은 그게 아니다.
초등학교 때 배운 세계 최장 중의 하나라는 그 강.폭은 한강보다 좁고 물은 흙탕물이다.
나는 미시시피강 위 까마득히 높이 걸린 아치형 다리를 넘어가며 톰소여가 살았음직한 저 더 먼 위쪽을 보려고 안간힘을 썼다.
가는 길가 곳곳에 사슴시체가 있다.
교통사고로 죽은....... 미국에서 운전할 땐 사슴, 노루 등 들짐승을 주의해야 한다. 사슴과 충돌하면 대개 그 차도 성치 못하다. 실제로 사슴 때문에 죽는 사람이 가끔 있다.
미시시피 강은 미시시피주와 루이지애나주의 경계를 이루고 있다.
루이지애나에 이르면 왕년의 빅히트 팝송인 '해뜨는 집'을 떠오르게 만드는 째즈와 블루스의 발상지 뉴올리언스가 있는데 그 부근을 지르는 긴 다리가 있다.
이후로도 10번 이상 그 다리를 지나며 지날 때마다 감탄스러워 여기에 적어 본다.
그 다리를 건너며 처음엔.'음..다리가 길군'하다가 곧 '어 ? 이거대체 언제 끝나 ?'이렇게 바뀐다. 나중에 그 길이를 재어보니 19마일, 약 31 KM. 서울역에서 인천역 거리다... 강이나 바다가 아닌 늪지대 위를 통과하는 그 다리.
70년전쯤 만들어 졌다한다.
그것도 쌍다리! 가는 차선과 오는 차선이 다른 다리로 나란히 평행으로 세워져 있다.
다리 폭도 우리 같으면 왕복 8차선은 충분한데 양쪽에 넓게 노견을 그려넣고 가운데 편도 2차선씩만 사용하고 있다.
이런 대공사를 옛날에 하려면 ?...
70년전 분들은 누구를 위해서 이렇게 훌륭한 다리를 만들었을까?
오늘날에도 통행이 뜸한 촌변두리에...
멀지 않은 곳에 늪지대를 피해 빙 둘러 가는 길만 만들어도 충분했으련만
그들은 굳이 직선으로 다리를 놓았다.
시속 100킬로미터로 달려도 20분이 걸리는 긴 긴 다리...먼 후일을 내다보고 후손들을 위하여 그 엄청난 공사를 해낸 옛분들이 일시에 존경스러워졌다.
오늘날 미국에 태어난 사람들은 행운아란 생각이 든다.모든 것이 미리 준비되어 있는 땅.......
드디어 플로리다에 도착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관광지는 CALIFORNIA에 많지만 미국사람들은 흔히 여행, 관광하면 플로리다를 떠올린다.
역시 였다.
FLORIDA는 가는 곳마다 아름다웠다.
바다로 둘러싸인 자연적인 혜택도 있었지만 인위적으로 가꾸어놓은 편의 시설과 거리 또한 산뜻하고 깨끗했다.
나중에 MARYLAND에서 다시 내려와 이곳 FLORIDA에 살게 될 줄은 그땐 정말 몰랐었다.
ALABAMA를 지나서부터 FLORIDA에 들어와 대서양 연안까지도 상당히 멀다. FLORIDA의 면적은 그리 넓은 편이 아니지만 권총 모양으로 생겨 길이는 동서남북 양방으로 제법 길다.
10번 프리웨이가 끝나는 곳 플로리다에서 가장 큰 도시 '잭슨빌'에 이르렀다.
이제 왼쪽[북쪽]으로 올라가야 목적지 방향인데 나도 모르게 핸들을 오른쪽으로 꺽었다.
'마이애미'쪽으로 가기 위해...내친김에 마이애미까지 가보려던 게 그 때의 생각이었다.
그러나 잭슨빌에서 마이애미까지는 너무 멀고[8시간거리] 또 워싱턴으로 갈 때 오던 길을 되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거기까지 가는 건 포기하고 말았다.
잭슨빌에서 두시간 가량 남쪽으로 내려가니 어느덧 저녁이되어 '데이토나'란 곳에 이르게 되었다.
그 곳은 자동차 경주로 유명한 곳이다.
자동차 경주를 할 때 흔히 볼 수 있는 깃발, 흰색 바탕 가운데 십자가를 그어 네칸으로 나눈 다음 대각선으로 두칸을 까맣게 칠한 깃발, 경주차가 지나갈 때 마구 흔드는 바로 그 깃발의 유래가 이곳 데이토나에서 시작되었다 한다.
어두워질 무렵 도착하니 속이 허전했다.
오랜만에 한국음식이 먹고 싶었지만... 이런 곳에 한국음식점이 있을 턱이 없겠지...그때 순간 한국식당은 없더라도 일본식 횟집은 있을 거란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그 곳은 유명한 관광지이니까...
바닷가로 난 길을 찬찬히 살피며 갔다.
역시.....
조금 가다 보니 눈에 익은 간판이 보였다.
"" 쇼군 "" [ SHO GUN ]
바로 찾았다.
그곳은 일본 횟집이었다.
주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직접 초밥을 만들고 있었다.
전통적인 일본 스시[초밥]맨 복장의 주인과 정통 기모노를 입은 여인들이 홀 서빙을 하고 있었다.
그네들의 얼굴에서 일본인 특유의 냄새가 풍긴다.
나는 일본아이들에게 달라를 지불한다는 게 내키지 않았으나 급한 시장기는 초밥을 보는 순간 게걸스럽게 침을 흘리고 있었다.
그리고 실은아무리 일본인일지라도 황색인종이 드문 그곳에서는 조금 이나마 반가운 것 또한 사실이었다.
그런데........잠시 후 써빙하던 아가씨가 남자에게 오더니 살짝 귀엣말로 하는 소리가...나는 듣고 말았다.
"자기야 그거 다 만들었지 ?"....... 한국사람이었던 것이다.
" 어! 한국분이셨어요 ? "내가 물었다.그 분이 되려 놀란다.
" 어! 한국분이셨어요 ? "내게 똑같이 반문한다.
우리는 웃었다.
그 분은 오랜만에 만나는 외지 한국사람이 무척이나 반가웠는지 묻지도 않은 얘기를 쉴새없이 퍼부었다.
"이곳 DAYTONA에는 한국사람이 댓가구 정도 있는데 목사님댁, 태권도 사범댁, 모텔하는 댁 등등...." 한 30분간을 그 분 얘기를 듣고 서너번 인사를 하며 식당을 나섰다.
바로 자러갈까하다가 식당 주인의 권유가 생각나 피터린가하는 분의 태권도장을 찾았다.
정말로 관장님처럼 안생긴 분이었다.
피터리라는 이름도 안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마치 서울 어느 골목동네의 복덕방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아저씨처럼 친근한 느낌...
나는 관장님과의 대화 중 대화자체에 몰두하지 못하고 멀찌감치 몰려 서서 나를 보고 있는 관원들을 자주 훔쳐보게 되었다.
진작부터 그들의 경외심 어린 시선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런 시골에서 태권도 배우는 미국인들은 한국인들이 모두 BLACK BELT인줄만 안다.
나는 고수다운 면모를 보이기 위해 턱을 곧추세우고 눈을 가늘게 떴다...
이런 저런 얘기를 잠시 나눈 우리는 언제나 그렇듯 '다음에 꼭 다시 만나자'는 기약 없는 약속을 거듭하며 작별을 고했다.
나설 때 피터리 관장님의 아쉬운 듯한 굿바이에는 가슴이 조금 저렸지만 대신 존경과 흠모가 뒤섞여 어쩔줄 모르는 관원들의 파란 눈초리가 기분좋게 등뒤에 박혀 왔기 때문에 우울한 기분은 아니었다.
그 날밤은 소개받은, 한국분이 경영한다는 MOTEL FRONTIER에서 곤한 잠에 빠져들었다.
다음날 새벽, 대서양의 일출을 보기 위해 일찍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쩌면 그리도 정확하게 일출시간에 맞추었는지,모텔 베란다 문을 열고 나서자 드넓게 펼쳐진 바다와 맞닿은 수평선가 하늘은 이미 새벽 노을이 물들어 가고 있었다.
워낙 공기가 맑은 그 곳이기에 새빨간 태양이 바다 위로 불끈 거리며 솟아 오르는 장면은 가히 장관을 넘어서 엄숙을 불러일으키고 있었다.
아 ! 자신도 모르게 터져 나온 가는 신음이었다.
자연의 경이로움을 바라보는 인간의 심상은 동서양의 구분이 없는 것이다.
나의 주위에 앉아 함께 일출을 기다렸던 많은 서양인들은 이윽고 태양이 바다를 가르며 떠오르기 시작하자 어느 누구부터랄 것 없이 일제기 환호성을 터뜨리고 있었다.태양이 완전히 떠올라 원이 될 때까지 그 환호와 박수갈채는 계속 되었다.
이 세상에서 가장 감동스러운 것 중의 하나가 언어, 피부색, 문화가 다른 타민족 간에, 일체의 대화가 없을 지라도 무엇인가를 향하여 공통의 감정 흐름을 보일 때이다.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어도 우리는, 인간은, '아름다움'이 무엇이란 것을 아는 것이다.
나는 그런 때마다 신이 살아계시다는 것을 새삼 깨우치게 된다.
이제껏 보아 온 바다는 각각 다른 이름일지라도 모두 태평양이었다.
여기는 대서양 생애 처음으로 대서양을 마주보고 섰다.
ATLANTIC OCEAN.........전설의 애틀란티스가 저 아래에 있을까.....
그날 아침, 잠시 벅차올랐던 가슴을 지긋이 눌러가며 나는 다시 인간의 세상으로 돌아간다.이제 더 이상 들릴 곳은 없다. 지금 가야하는 곳은 워싱턴일 뿐.
곧장 95번 프리웨이 북쪽으로 달린다.
FLORIDA를 벗어나 북으로 북으로... 죠지아를 지나고 사우쓰와 노우쓰 캐롤라이나, 그리고 버지니아........북쪽으로 가면서 점점 추워진다. 버지니아에 이르자 곳곳에 눈이 쌓여있다.이정표가 가깝다.
..... WASHINGTON D.C 150 MILE .....
이제 거의 다 와간다.
95번 FREEWAY가 수도순환 고속도로[CAPITAL BELTWAY]와 만난다. 워싱턴을 외곽으로 한바퀴 돌 수 있게 되어있는 도로이다.
포토맥[POTOMAC]강을 건너 MARYLAND에 들어서자 함박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눈이 오는 것이다.....
며칠 전의 L.A..... 반팔남방을 걸치고 다니던 게 며칠 전인데... 다른 나라에 온 것이다.
앞 유리의 와이퍼는 쉴 새 없이 왕복 운동을 하지만 워낙 눈이 많이내리니 앞 길 분간이 잘 안된다. 점점 더 많이 내린다.......주먹 만한 함박눈이 내린다.
드문드문 지나던 차들이 하나둘 길옆에 멈추어 서기 시작한다.
앞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나도 잠시 차를 세우고 떨어지는 눈뭉치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MARYLAND에는 과연 어떤 삶이 기다리고 있을까...
어둡기 전에 얼른 친척집을 찾아야 할텐데.....
날은 슬슬 어두워지고 눈발은 점점 굵어져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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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년 전 저는 추락하여 안암 고대병원으로 실려가 시체실에 있었는데 그 때 살아있을 사람 왜 시체실에 있느냐 항의가 들어와 저에게 전기쇼크를 주자 바로 살아났다고 합니다...
그리고 한달 정도 기억이 없었는데 한달이 지나자 저에게 오는 것은 감사의 눈물 뿐이였습니다..
그 때 절실히 느꼈습니다
인간의 생명은 인간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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