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때를 생각하면 골목길이 생각난다
먼지나풀대는 땅냄새
낮은 담
길가에 피어 있던 봉숭아,맨드라미,달걀꽃,강아지풀....
구멍 세개이던 큰 회색 벽돌
늘 열려있던 현관문
나와 아이들은 그때 생각해도 좁은 골목길을
쏘다녔다
낮은담 옆에있던 작은 텃밭과 잡초 무성한 땅
가난했다
예쁜 꽃이 달린 케이크는 테레비에서 보던 것
비싼 아이스크림이 2000원 이던 때
누구네 집인지 기억나지 않지만 잤던 기억
엄마와 동네 아줌마들의 이야기 소리
2층 집이 흔하지 않던 때 우리동네 들어온
정원이 있는 빨간 벽돌집이 너무 신기했던 일
더우면 온 동네 사람들이 모기 향을 피워놓고
떠들다 지금은 길바닥 같은데서 잤다
새벽에 울리던 교회 종소리,청소차 소리
크리스마스엔 교회에서 밤새우며 놀던 일
엄마와 동네 아줌마들이 모여 부업이라고
축구공 꿰메던 때
학교 처음 가던 때 무서워서 울면서 갔던일
오전 반일 때는 좋은데 오후반일 때는 학교에
너무 가기 싫었던 때
지금은 불량식품이지만 그 때는 너무 맛있던
띠기,쫀드기....알록달록하던 과자들
밤에 길 잃어 봤던 마른 옥수수대가 가득하던
이웃 동네서 어쩔 줄 모를 때 어떤 아저씨가
아빠 찾아주었던 일
누군가 좋아해도 가슴에 가득만 했던 때
누구네인지 모를 이층집 옥상에 올라가 놀던
때 그 집이 우리 동네에서 제일 높은 곳이어서
동네가 한 눈에 보이던 때
봉숭아가 익으면 손가락 물들이고 유채꽃
얇은 대를 먹던 일
무슨 꽃인지 기억 나지 않지만 그 꽃의 씨가
까맣게 익으면 귀걸이한다고 귓구멍에 넣었다가
엄마한테 혼났던 일
개미도 집어먹고 크로바도 집어먹던 때
참새가 많아서 포장마차에서 참새구이 팔던 때
아빠 친구나 엄마 친구들이 주신 용돈 천원 받아 슈퍼에서 제일 비싼 빵 사먹었던 일
장난감 없는데도 해가 지도록 재밌게 놀던 때
100원 이면 맛있는 거 살 수 있던 때
우리집은 가난했지만 다른집의 찬란한 장농같은
건 안부러웠던 때
동네 병원의사 선생님이 무섭기도 좋기도 했던 때
더 생각 해봐야 겠다
그 때 채도 낮은 칼라사진처럼 기억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