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 중앙일보 2024년 9월2일 기사 '서울대·의대 합격이 목표? “그러다 무너져” 1%의 경고 [최상위 1%의 비밀 ⑤'를 3회에 나누어 올립니다. |
👊 힘을 빼야 진짜 공부
주현우(서울대 경영학 21학번)씨는 요즘 독서 모임을 준비하느라 늘 바쁘다. 책을 읽고, 감상평을 나누고, 글도 쓴다. 시험에 필요한 책만 읽었던 그로선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는 게 결코 쉽진 않다. 하지만 그만큼 배우는 것도 많다. 그래서 요즘 공부가 재밌다. 그는 “이제야 비로소 진짜 공부를 한다”고 말했다.
주씨는 초등학생 때만 해도 공부에 큰 뜻이 없었다. 영어유치원을 나왔지만 영어에도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급기야 초등학교 3학년 때 받아쓰기 시험에서 0점을 받았다. 당시 담임 선생님은 그의 부모님께 “지금 하는 걸 봐서는 일반고 진학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까지 했다.
그랬던 주씨가 달라진 건 중학교 2학년 때다. 1학기 중간고사에서 덜컥 전교 2등을 한 것이다. 중학교 1학년 때까지 책을 좋아하던 단짝 친구를 따라 도서관을 다녔는데, 그 덕인 듯 싶었다.
얼떨떨 했어요. ‘책도 읽고 놀면서 공부했는데, 이게 되네? 나 좀 대단한데?’ 싶었죠. 우월감마저 생기더라고요
반에서 10등 언저리에 있던 그가 전교권에 들자 주변의 반응과 태도가 완전히 달라졌다. 공부 잘하는 친구들이 말을 걸어왔고, 선생님들은 수업 시간마다 그를 치켜세웠다. 한 선생님은 그에게 “특목고에 진학해 보라”고 권유하기도 했다. 특목고라니, 우쭐한 기분이 들었다. 특목고는 정말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 가는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자신이 그런 학생이 된 것이다.
얼떨결에 특목고 입시 준비에 나섰다. 막상 발을 들여놓고 보니 문턱이 얼마나 높은지 실감이 갔다. 심화 학습은커녕 선행 학습도 해본 적 없는 주씨를 받아줄 학원은 없었다. 각종 대회와 영재원 경험으로 무장한 학생들과의 경쟁에서 그가 이길 수 있다고 보는 학원은 없었다. 그럴수록 오기가 생겼다. 공부로 자신을 증명하고 싶었다. 중3 일년 동안 하루 18시간씩 공부했다. 밤새 공부하느라 새벽 6시에 잠드는 날도 많았다. 하반신 마비를 겪을 때까지 악착같이 공부만 했다. 긴장과 불안을 안고 말 그대로 전력질주했다. 하지만 결과는 불합격.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어요. 너무 창피했죠. 그런데 그렇게 실패를 하고 나서야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왜 이렇게까지 공부를 한 거지?’
하지만 그 1년의 공부가 결코 실패는 아니었다. 다음 해 일반고에 진학해 본 첫 시험에서 그는 전교 4등을 했다. 공부에 악착같이 매달린 그 1년 사이 실력이 그만큼 쌓였던 것이다. 그는 다시 공부에 집중했다. 다만 전략을 바꿨다. 학원의 도움 없이 스스로 학습 전략을 짜며 공부했다. 그러면서 컨설턴트라는 꿈도 생겼다. 그가 경영학과에 진학한 이유다.
물론 학창 시절 아쉬움도 있다. 오로지 공부에만 매진하느라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한 게 무엇보다 아쉽다. 초등학교 시절, 친구와 도서관을 오가며 재밌게 공부하던 그 기억이 아직도 그립다. 그가 독서 모임 활동을 하며 책을 읽는 이유다.
합격을 위한 공부는 반쪽짜리 공부예요. 나를 위해 공부할 때 비로소 공부가 재밌습니다. 그래야 공부에 빠져들고요. [출처:중앙일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746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