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은역에서 은구비공원, 두루봉공원 방향으로 걷기>
매아미 맵다하고
쓰르라미 쓰다하네
산채(山菜)를 맵다더냐
박주(薄酒)를 쓰다더냐
우리는 초야에 묻혔으니
맵고쓴줄 몰래라 ... 이정진(李廷鎭)
장마가 너무 일찍 물러가고 시작된 폭염은
몇십년 만의 최악의 더위일거라는 끔찍한 예보가 나오고 있고
연일 최고기온을 갱신해가며 숨통을 조여 온다.
밤잠도 설치니 피로도 풀리지 않고
방콕하느라 숨쉬기 운동만 하고 있으니 요즈음 몸이 말이 아니다.
그래서 용기를 내서 걷기를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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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걷기풍류는
노은역 4번 출구에서 출발해서 대전선사박물관, 은구비공원, 두루봉공원을 돌아 노은역으로 돌아오는 코스다.
여름은 여름인지라 걷는 내내 시끄러울 정도로 우렁찬(?) 매아미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ㅎ
날이 워낙 더워서 출구로 나오는데 걱정이 좀 된다.
오늘은 그늘로 그늘로 숨어다니자고 다짐(?)을 하고 나오는데 예상보다 시원하다.
인도 폭도 넓은데다가 거대한 상가건물이 햇빛을 가려준다.
바람까지 살살 불어 시원하게 까지 느껴진다.



반석동과 노은동 지역은 주거지역으로 계획 개발된 곳으로
대단위 아파트 밀집지역의 가운데에 위치한 노은역 주변이 규모가 큰 상가건물들이 몰려 있어서 좀 독특한 거리 풍경을 보인다.


또 아파트 단지와 단지 경계 공간에 잘 조성된 가로수길들이 있어서
아파트 사이를 걸으면서도 덜 삭막한 기분이 들게 한다.
아직 나무들이 작아서 한여름의 햇빛을 피하기에는 좀 약하지만
그늘에서 그늘로 징검다리 건너듯 걷다보면
대전선사박물관을 만나게 된다.

대전선사박물관은 1997년 노은지구 택지 개발과정에서 발굴된 노은동 유적지 안에 위치한 박물관으로
대전의 선사시대 모습과 함께 유적과 유물들을 만나볼 수 있다.
온도가 더 오르기 전에 멀리 걸어야 하니 박물관 탐방은 다음기회로 미루고
바로 옆에 있는 은구비공원으로 들어선다.


아파트단지와 세종시로 가는 큰 도로 사이에 위치한 공원이어서
그리 큰 기대는 하지 않았는데 생각보다 훌륭하다.
아무래도 지나가는 차량 소음은 좀 있지만 규모도 있고 쾌적하고
무엇보다 조경수로 조성된 소나무들이 깊은 절간 입구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모습으로 멋지게 서 있다.



정자들과 평상들, 피크닉 테이블 등이 곳곳에 잘 마련되어 있어서 주변 거주 주민들이 많이 애용할 것 같았다.
이곳에서 시조동호인들이 사설시조로 애창하는 <팔만대장 부처님께~~>를 한곡 한다. 오늘은 풍류도 간단히...ㅎ
오래전 사설시조 <팔만대장>을 처음 접했을 때에
개인적으로 그닥 좋아하지는 않았다.
사별한 님과 다시 만나기를 부처님 전에 간절히 바라는 내용으로 인식되어 왠지 처량하게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즈음은 나의 애창곡이 되었는데
님을 다양하게 생각하면
초등학교 때의 첫사랑(?)이 될 수도 있고
돌아가신 어머니가 될 수도 있고
오래전에 즐겁게 풍류하던 벗들일 수도 있고
오늘 같으면
이 더위를 식혀줄 한 줄기 소나기가 될 수도 있고...
오늘은 소나기라도 내려주길 바라는 기우제를 지내는 마음으로 시조 한 수 하고 다시 걷는다.

더위에 지친 비둘기(?)도 그늘을 찾아 쉬고 있고...

위치상 박물관 뒤쪽을 지나는데 선사시대 취락구조 유적을 만났다.
아파트와 나란히 있는 모습이 이채롭다.



그 외에도 화장실이며, 에어건이며 벤치들이며...
공원을 찾는 사람들을 위해 세세하게 배려를 많이 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고
시민의 한사람으로 대접을 받는 기분이 들어서 좋았다.
은구비 무지개다리를 건너면 두루봉 공원으로 이어진다.
은구비 공원은 탁 트인 쾌적함이 좋았고
두루봉 공원은 숲길을 걷는 맛이 있어 좋았다.
공원이 끝나는 부근에서 다시 아파트 단지로 내려와 노은역 쪽으로 돌아 걷는다.
조금만 더 가면 지족역이지만 오늘 걷기 양이 많지 않아서 다시 노은역 쪽으로 큰길을 따라서 걸었다.



아파트 초입에 무궁화가 활짝 피어있다.
얼른 가서 샤워하고 부족한 잠 좀 보충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