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에 클라이밍 센터를 짖기로 결심한 뒤 바로 작업에 들어갔다.
이 건물의 지하를 보는 순간. 딱 이거다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더 이상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크기도 알맞았고, 높이도 높았다. 지하라지만 1층과 연결된 지하 주차장 덕분에 환기가 잘되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가구와 디자인이 직업이기 때문에 암장의 설계부터 시공까지 내 손으로 직접하기로 하고 나무 등 필요한 것들을 구매했다.
우선 실제 공간을 측정 한 뒤 3D로 암장설계를 했고, 위와 같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었다.
사전의 계획 된 설계는 클라이밍을 같이 하는 동생들 외에는 따로 전문 인력을 쓰지 않았던 시공과정에서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다.
합판에 볼트 구멍을 뚫는 작업. 뒤에 덕재가 구멍에 가시너트를 박고 있다.
설계한 대로 계산을 해서 벽을 세워도 언제나 오차는 발생한다. 톱질하는 재묵이, 종섭이 그리고 시다 제수씨.
나무로 구조를 짤 경우의 장점.
1. 나무는 쇠보다 오래간다. 쇠는 몇 년 후면 썩지만 나무는 몇 백년동안 썩지 않는다.
2. 습도를 유지한다. (여름엔 습기를 빨아들이고 겨울엔 내 뿜는다.)
단점: 시공이 까다롭고 오래걸린다.
어색한 컷 1. 공사만 하다보니 정작 모여서 사진을 찍을 시간이 없었다.
내 야심작 볼더링 월.
볼더링벽을 어떻게 세울까 많은 고민을 했다. 최종적으로 나온 디자인이 이것. 전체공간에 서로간의 소통에 방해를 주지 않는 동선을 만드는 것이 내 의도였고 이 벽이 이렇게 디자인 된 이유다.
어색한 컷 2.
어색한 컷 3.
드디어 벽에 합판을 붙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도와주는 동생들 퇴근하기를 기다리며 작업을 하다보니 오픈일이 상당히 지연되고 있는 중이었다.
거기에다. 16년 전 수술 후 한 동안 이상이 없었던 내 왼쪽 귀에 이상이 생기기 시작했다.
공사 중반 즈음에 접어 들무렵 과도한 스트레스 때문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약3일만에 거의 죽음의 문턱까지 갈 정도의 고통을 느꼈고, 공사는 중단 할 수 밖에 없었다. 수술 전 새벽 차를 몰고 나를 서울의 큰 병원 응급실로 데려다준 종섭이(어색한 컷 3의 내 옆을 지키고 서있는) 그리고 걱정해준 여러 동생들, 퇴원 후에도 내 개인 간호를 도맏아 해줬던 간호사 제수씨에게 다시한번 고맙다는 인사를 전한다.
장장 4시간여의 집도 끝에 뇌와 붙어있던 탁구공만한 이상하게 생긴 녀석을 빼냈고 수술은 성공적이란 말을 들을 수 있었다. 이 글을 쓰는 지금까지도 나는 회복 중에 있다. 수술 이후의 사진이 없는 이유 역시 수술 후엔 사진을 찍을 여유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수술 이후의 작업은 모두 호주에서 온 내 소울메이트 데일과 진행했다.
클라이밍센터를 짓는데 귀수술을 해서 힘들다고 했더니 주저 않고 여기까지 비행기타고 날아온 고마운 친구다.
한국 도착 이후 정확히 25일 동안 단 하루도 쉬지 않고 풀타임으로 나와 같이 나머지 절반의 암장공사를 마무리 했다.
고릴라에게 있어 데일은 평생 명예회원이다.
오픈식 한시간 직전까지도 데일과 나는 매트를 깔고 매트리스를 덮고 있었다. ㅠㅜ
어쨋든 아주 성황리에 오픈식을 마칠 수 있었고, 오픈식에 참석하기 위해 평택에서 오신 평택클라이밍센터 홍종열센터장님 이하 여러 회원분들, 당진 아미산악회 형님들, 안산 레젼드 클라이밍센터 원태형님, 서울에서 온 내 친구 동현이 아산 재훈형님 가족 그리고 서산에 계신 여러 지인분들, 마지막으로 내 가족에게 감사하단 인사를 다시 한번 드립니다. 꾸벅.
정식 실내 클라이밍 센터로는 충남에서 첫번 째인 고릴라 클라이밍센터가 앞으로는 실력도 전국에서 첫번 째가 되기를 바라며
모든 회원들이 오래~도록 즐겁고 안전하게 등반하길 소망한다.
첫댓글 얼마전인데 감회가 새롭네요...................................... ㅜㅜ
제일 고생하신분은 센터장님인데....
그동안의 일들이 스쳐지나가네요....
....
고맙습니다.
와-!!! 말만 들었지 왠지 찡해지는데요~ 멋지세요!
고릴라멤버 모두 걱정했고 수고 하셨습니다...
많은 일이 있었고 힘들 점도 있었지만,
지금은 모두다 센터에서 웃으며 함께 한다는 점이 감사 하네요...
멋지세요 ^^ 항상 하고나면 약간의 아쉬움이 남지만 본인 스스로 했다는것이 중요하지요 벽도 아주 깔끔하고 잘만드신거같아요
와...과정을 보니 더욱 멋지네요...열정과 땀으로 손수 제작한 암장...시간이 지날 수록 더욱 빛을 발하리라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