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한 친구가 카스에서 옮겨온 글이라 해서 카스가 맥주 상품 말고 뭔가 있긴 있나 본데... 하다가
엊그제 우연히 카카오톡의 카카오스토리를 줄여서 카스라 한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인터넷이 지구촌을 하나로 묶으면서 이제는 인터넷 용어 사전이라는 것도 발간되고...
바른 말 고운 말을 쓰라고는 하지만 말이란 게 시대에 따라서 바뀌고 변형되는 게 어쩔 수 없나 봅니다.
역시 탁구를 하면서 알게 된 말로 즐탁이 있는데요,
즐거운 탁구 혹은 즐겁게 즐기는 탁구 정도를 줄여서 즐탁이라고 하더군요.
이런 식으로 열탁이니 행탁, 광탁 심지어 개탁, 막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말들이 파생돼 있고...
이런 말이 재밌어서 저도 이젠 종종 쓰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실생활에선 쓸 일이 거의 없고(심지어 탁구장에서도)
인터넷 용어에 가까운지 이렇게 카페글을 쓰거나 문자를 보내거나 할 때 주로 사용하게 됩니다.
카페 둘러보는데 '즐탁'을 오타 낸 거로 보여지는데 '줄탁'이 눈에 띄더군요.
즐탁과 비슷한 발음의 줄탁이란 말이 있습니다.
줄탁동기(啐啄同機)라고도 하고 줄탁동시(啐 啄同時) 혹은 줄탁지기라고도 쓰이는데,
일반적으로 줄탁동시를 줄여 줄탁이라고 한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노스님 시봉하면서 절(백담사, 신흥사 등 조계종 7교구...)일 하는 형을 알게 된 것과 궤를 같이 하니 15년쯤 됐겠네요.
당시 출판, 잡지사서 편집 일을 하고 있었는데 한자(漢字) 줄(啐)은
기초 한자가 아닌지 일하면서 애먹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때만 해도 편집용 매킨토시로 구(口)자와 졸(卒)자를 합쳐서 줄(啐)자를 만들어야 했죠.
떠들줄(啐) 쫄탁(啄) 같을동(同) 때시(時) 혹은 기회기(機)
줄탁이란 말은 중국의 민간에서 쓰던 말이 임제종의 공안집(화두집)인
벽암록에 등장하면서 불가의 중요한 화두가 됐다고 합니다.
깨달음을 위해 용맹정진 즉 수행을 하는 승려들은 하나의 화두로 평생을 참구하기도 하는데
줄탁은 이때의 깨달음과 관련된 화두입니다.
알 속에서 다 자란 병아리는 부리로 껍질 안쪽을 쪼아 알을 깨고 세상으로 나오려고 하는데,
'줄'은 바로 병아리가 알껍질을 깨기 위하여 쪼는 것을 가리키며,
어미닭은 품고 있는 알 속의 병아리가 부리로 쪼는 소리를 듣고
밖에서 알을 쪼아 새끼가 알을 깨는 행위를 도와주는데, '탁'은 어미닭이 알을 쪼는 것을 가리킵니다.
여기서 알껍질을 쪼아 깨려는 병아리는 깨달음을 향하여 앞으로 나아가는 수행자의 모습이고,
어미닭은 수행자에게 깨우침의 방법을 일러주는 스승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병아리와 어미닭이 동시에 알을 쪼기는 하지만,
어미닭이 병아리를 세상 밖으로 나오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어미닭은 병아리가 알을 깨고 나오는 데 작은 도움만 줄 뿐,
결국 알을 깨고 나오는 것은 병아리 자신이라는 것이죠.
스승은 깨우침의 계기만 제시할 뿐이고,
나머지는 제자가 스스로 노력하여 깨달음에 이르러야 함을 의미합니다.
또 깨달음에도 때가 있어 깨달아야 할 때 깨닫지 못하면 헛일이라는 뜻도 담겨 있습니다.
병아리의 의지와 노력이 있어야겠고 어미 닭의 마음과 관심(경청)이 만나는 지점에서 부화가 이루어집니다.
발음만 비슷하지 전혀 다른 뜻이라고 생각했던 즐탁과 줄탁이
요게 갖다 붙이자면 탁구에도 그대로 적용이 되더라고요.
코치나 관장님이 대신 탁구 쳐주는 것도 아니고...
좋은 스승을 만나는 것도 중요하고 회전에 대한 깨달음을 얻는 것이나,
깎인 정도의 감각을 느끼는 것, 스스로가 노력해서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하는 것,
다 때가 있는 것이어서 실력이 좀 향상된다 싶을 때 더 치고 올라가는 것...
탁구에도 단계가 있다고 하더군요.
일정 기간 일정 실력으로 답보 상태에 있다가 어느 순간 계단식으로 치고 올라가게 된다고...
일정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용맹정진해야 한다는 거...
물론 줄탁이 탁구에만 통용되는 건 아니고 세상사 어디에 적용을 시켜봐도 들어맞습니다.
그래서 참선을 추구하던 불가에서도 화두로 삼고 수행을 했던 거겠죠.
스승과 제자는 말할 것도 없고, 노동자와 사용자, 부자간, 부부사이 할 것 없이
세상사에 두루 통용되는 진리가 아닌가 합니다.
살아오면서 참스승을 만나셨는지요?(탁구에 빠진 당신에겐 레슨 코치? 마롱? 김정훈? ㅋ~)
돌아보면 산다는 게 한편으로는 스승을 찾아가는 길에 다름아닐런지요.
늘 고맙게 생각해야 할 스승, 선생님이 항상 곁에 있었는데
내가 그걸 모르고 지나치거나 여직 깨닫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니었는지...
나는 아직 병아리가 되지 못하고 알껍질 속에서 부화를 꿈꾸고 있는지도 모르죠.
언제쯤 알껍질을 두드리게 될지...어떤 스승이, 어느 누가 나의 두드림에 호응하여
세상 밖으로 인도해 줄지 아직 모르겠습니다.
즐탁하다보면 줄탁이 되고 줄탁하다보면 즐탁이 되고...
수행이 덜 된 철없는 저는 오늘도 깨달음을 얻고자 합니다.
어떤 영감이라도 얻을 수 있는 하루를 보낸다면 작은 행복을 느낄 겁니다.
즐탁 줄탁하며 서로 토닥 토닥 하면서 사는 거...
네트가 쳐져 있는 테이블 위에서 핑퐁 핑퐁 보내는 한철...
인생 뭐 있겠습니까?
궁극적으로 행복하면 되는 거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어떻게???
첫댓글 카페지기 길맹주님을 알게 된 게 최근 가장 큰 기쁨이자 행운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게 탁구와 삶에 관한 깨달음을 주는 스승이 되기도 하겠네요...
종종 들르겠습니다^^.
전에 다른 카페에 썼던 글 옮긴 겁니다.
시간되묜 닥공의 모습을 보고 싶군요~~~~~
반가워요~ 찬규씨... 좋아하는 탁구를 치면서 좋은 사람을 만난다는게 커다란 행복이자 기쁨이란걸 다시 한번 깨닫게 해주는 사람중에 한 사람인듯...좋은글 고맙고 시간되면 자주 들르고 운동도 함께 합시다.
찬규씨??? 제가 잘 모르는 분이시네.. 넘 궁금하네요. 글솜씨도 좋고, 탁구 실력도 당근 뛰어나시겠죠? 대박 궁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