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동농서(海東農書) 열다섯 번째 이야기
채소의 파종과 보관(오이부터 토란까지)
열흘이 넘게 논산에 폭염 경보가 이어졌다.
폭염 아래서 김매기는 그야말로 노동이었다.
콩잎은 폭염에 용케도 견디고 있었지만, 잎은 말려서 이대로 2주 만 폭염이 계속된다면
고사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이 오늘 아침부터 비가 오기 시작한다.
곧 있으면 콩꽃이 필 텐데 어쩌면 이리도 시기를 잘 맞추어 비가 오는지
하늘에 고마울 따름이다.
밭에 나가보고 싶다.
활짝 웃는 콩을 보고 싶다.
해동농서는 이른바 생활의 백과사전이다.
식물에 대한 이야기 뿐 아니라, 나무와 주거, 음식, 건강법에 이르기 까지 다양한 부분을 다루고 있다.
요즘처럼 분업화되고 전문화 되어있는 시대에, 사실 백과사전은 인기가 없다.
그저 한 분야를 전문적으로 다루어야 읽을 만하다.
그러나 농사와 주거, 음식이 사실은 같은 근본에 뿌리를 두고 있다.
즉, 사람을 이롭게 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따라서 세계를 통합적으로 보는 시각은 귀찮기는 하지만 올바른 관이다.
오늘은 채소의 파종과 그 보관법등을 소개한다.
오이 심는 길일은 갑자, 을축, 신사, 경자, 임인, 을묘일이다.
진일에 산이나 계곡에 심으면 좋다. 오이는 기름진 땅에 심어야 열매가 크다.
6월에 오이를 거두어 축축한 재를 묻혀 항아리에 보관하면 겨울에도 새로 딴 것 같다.
참외는 사향을 싫어한다. 참외 밭에는 마늘이나 부추를 같이 심으면 사향노루의 피해를 입지 않는다.
각기병을 앓는 사람은 참외를 피하고, 꼭지가 2개, 배꼽이 2개, 물에 잠겼던 것은 사람을 죽이니 먹지 않다.
대서가 되었는데도 익지 않으면 조기과 생선의 뼈를 참외의 꼭대기에 꽂아두면 쉽게 익는다.
항아리에 납설수(음력 섣달 눈 녹은 물)를 가득 담고 구리가루를 넣고 참외를 저장하면 색깔이 바래지 않는다.
동아는 축축한 짚재와 고운 흙을 섞어 땅에 깐 다음 호미로 땅을 파고 줄지어 심는다.
거리는 한 치로 하고 종자를 뿌린 후 고운 재를 채질하여 덮어준다. 건조하면 물을 준다.
싹이 나면 뿌린 재를 한낮에 걷어내고 재를 부수어 북을 준다.
10월에 동아를 거두되 높은 곳에 두어야 한다. 소금, 술, 식초, 청소비, 고양이, 개와 접촉하는 것을 싫어한다.
만일 꼭지가 구불구불하면 암컷이니 종자로 사용한다.
박은 길이 1치 정도 자라면 구덩이에 옮겨 심는다.
매일 아침 거름 물을 주되 가물면 아침저녁으로 거름 물을 준다.
덩굴이 자라면 시렁에 올려준다.
가지는 2월 하순에 심는다. 5월 중순이면 열매를 맺는다.
청명에 벼와 함께 물에 담갔다가 심는다. 2~3치 정도 자라면 옮겨 심되 드물게 심는다.
6월에 축축한 재를 묻혀 항아리 속에 저장하면 겨울에도 새로 딴 것과 같다.
무는 묵은 씨가 있다면 입춘 후에 심어도 된다. 5월에 뿌리가 주먹만 하게 든다.
또 6월6일이나, 소서, 칠석 이후에도 심는다. 다달이 심어 다달이 먹을 수 있다.
촘촘하면 뿌리가 작으니 솎아준다.
무는 목화밭에 씨를 흩어 뿌린다.
또 메밀과 섞어 심으면 둘 다 수확할 수 있다이슬이 있을 때 써레질하면 벌레가 생기니 주의해야 한다.
순무는 기름진 땅을 6~7차례 곱게 간다.
1묘에 씨 3되를 사용하되, 말린 뱀장어 즙에 씨를 담가두어야 한다.
처서부터 백로까지 심을 수 있으며, 순무 씨는 오래 묵어야 좋다.
겨자는 2~3월에 봄보리를 간 다음 10일 후에 파종한다.
칠석이후, 7~8월에도 심는다. 물을 자주 주되 구초일은 물을 주지 않는다.
쑥갓은 3월에 심고 5월에 씨를 거둔다.
생강 심는 길일은 갑자, 을축, 신미, 임신, 임오, 신묘, 계사일이다.
기름진 밭을 깊이 갈고 청명절이 지난 3일후에 심는다.
짚을 두텁게 덮고 참나무 잎을 깔아준다.
파 심는 길일은 갑자, 신미, 기묘, 신사, 갑신, 신묘일이다.
7월에 가을 파를 심는다. 조와 섞어 심어야 고르게 뿌려진다.
8월 하순에 불필요한 뿌리를 제거하고 심는다.
돼지, 닭, 오리 똥과 볏겨를 섞어 심는다.
사계총이 있는데 아무 때나 옮겨 심는다.
심을 때는 불필요한 수염을 제거하고 볕에 말렸다가 심는다.
마늘 심는 길일은 무진, 신미, 병자, 신사, 임진, 계사, 신축, 무신일이다.
일찍 추운 해는 8월 보름 사이에도 심는다.
싸이 나길 기다렸다가 자주 김매주고 뿌리 근처의 흙을 부드럽게 하고 거름 물을 준다.
대가 나올 때 김매면 마늘이 커진다.
부추는 게으른 사람의 채소다.
부추는 사람을 가장 이롭게 하니 항상 먹는다.
돼지, 닭똥으로 북을 주고, 생물고기 씻은 물이 좋다.
염교는 부추와 비슷하나 잎이 넓고 많이 희며 열매가 없다.
매우나 냄새가 없다. 오장에 이로워 도가(道家)에서 먹는다.
8~9월에 심어도 되며, 마늘과 함께 심는다.
상치는 줄기가 흰 것이 좋으며, 자색인 것은 그만 못하다.
2~3월 사이에 겨자와 함께 심고, 6월에 씨를 거두고 7월에 심는다.
맨드라미는 앉아서 심으면 키가 작아지고, 서서 심으면 키가 사람만해진다.
손으로 심으면 꽃이 이삭처럼 된다.
곰취는 기름지고 습한 땅에 심는다.
토란은 일면 토지(土芝)이고, 시골명은 토련(土蓮)이다.
심는 길일은 임신, 신사, 임오, 신묘, 경자, 무신, 임술일이다.
4월에 우선 한차례 김을 맨다.
또 새 황토를 덮어주고 김맨 후에 토란싹을 위로 향하게 촘촘히 줄지어 심고 풀을 덮어준다.
8월에 싹이 막 왕성하게 자랄 때 김매어 뿌리주면에 흙을 파 젖히고 기름진 진흙을 덮어준다.
또 줄기와 잎사귀를 바닥에 깔면 힘이 토란 뿌리로 돌아가 알이 커진다.
이상입니다.
틈틈이 공부해서 이것 저것 심을 때 꼭 할용합시다.
비료와 농약없이!
건강과 평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