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석 (10월 4일)
'가족'이라는 울타리는 최상의 공동체다. 그럼에도 이 공동체가 늘 휘청거리는 이유는 '가족' 구성원들끼리 공동의 '선'을 누리기 위한 담합이 깨지기 때문이다. 올해는 이를 실험해 봤다. 가족이란 공동체가 갖는 '선'을 위해 모두 담합하기로. 결과는?
🎴 추석 선물 : 아들의 차를 셀프 세차장으로 가서 온 식구가 협동해 세차 후 광을 내고 광교산 음식점에서 외식했다. 외식을 하면서 모처럼 보리밥에 도토리 묵과 막걸리를 시켜 먹으며 가족이란 유대감이 서서히 증폭되어 감을 느낀다. 그리고 이마트로 가서 함께 쇼핑을 하고 비교적 푸짐한 선물을 마련하니 왠지 넉넉함이 느껴졌다. 넉넉함은 마음을 좀더 넓혀준다.
🎴 아들 외가댁에 : 매년 '백년손님' 처럼 마지못해 갔던 처가 댁에, 처음으로 아들 차로 아들이 운전하며 가니 참 든든하다. 불과 5개월 남짓 운전 경력에도 차분히 운전해서 도달했다. 과수원에서 사과와 대추와 깻잎과 고추를 잔뜩따서 트렁크에 일단 쟁겨 놓고 추석 준비모드로.
🎴 주문진 : 추석날 아침 푸짐한 조찬을 한 후 과수원 일을 도운 후, 처남 식구들과 처형 부부와 의기 투합해 동해로 갔다. 주문진항에서 모처럼 회로 회식을 하기로 하고 횟감을 골라 흥정에 들어갔다. 워낙에 많은 사람이 몰려 횟감을 뜨는데도 1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그래서 근처 식당에서 회를 시켜 모두 즐거운 회식을 마쳤다. 밤에 모두 서울로 떠나고 우리 가족은 일박하기로 결정. 숙소를 정하려고 들른 호텔과 콘도는 모두 매진돼 할 수 없이 양양까지 가서 시내 허름한 모텔에 겨우 입실. 아들이 미리 예약하자는 것을 마눌이 '명절날에 객실이 없을까' 라고 생각했다가 낭패를 봤다. 세상에 그 많은 숙박업소가 모두 매진이라니. 지금은 명절기간에 온 가족이 모인 후 가족끼리 바다나 주변 명소에서 함께 보내려 한다.
🎴 동해 바다 : 아침에 일어나 동해 바다로 갔다. 낙산사 옆의 솔비치 해변. 해변엔 인파가 이미 많이 와서 즐기는 중이다. 솔밭엔 많은 텐트가 펼쳐저 있는 것으로 봐서 아마 밤을 이곳에서 보낸것 같다. 아들이 먹고 싶다는 '대게'를 위해 대포항으로 갔다. 대포항 부근 산 위에 근사한 건물이 있어 가 봤더니 롯데 리조트. 산위에서 바라 본 낙산과 대포항이 한 눈에 들어온다. 역시 대기업의 거대 자본만이 만들 수 있는 걸작이다.
🎴 대포항 : 사람들로 넘쳐나는 대포항에서 '대게'를 주문하니 20분 쯤 후에 커다란 접시에 수북히 게를 쌓아 내 놓는다. 셋이서 푸짐히 먹었다. 생각했던 맛이 아니지만 조금만 실망키로. 오늘은 특별한 날이니까. 대포항 수산물 시장에서 눈요기를 하는데 누군가 앞을 가로막는다. 우리 동네에 살던 교회 장로님 부부와 일행. 참 세상 좁다는 생각이 든다.
🎴 돌아 오는길 : 새로 생긴 양양-서울 고속도로로 귀가. 중간에 인제 내린천 휴게소에 일부러 들러 구름 다리 위에서 주변을 구경. 새 고속도로는 온통 터널이 주류다. 아들과 느긋이 대화하며 동안 못했던 얘기를 통해 아들이 바라보는 아빠에 대해 조금 이해. 스마트 하다고 이름난 네비를 믿고 시키는 대로 했더니 온통 시골길로 안내해서 오히려 늦어 7시가 넘어 도착. 가져 온 고추와 깻잎을 씻어 정리한 후 느긋이 연휴를 마무리. 내일부터 나를 위한 나흘간의 연휴가 남았다.
📮 가족은 구성원 모두의 '공동의 선'이 일치해야만 최상의 공동체를 누릴 수 있지만, 오늘을 살아가는 모두는 각자에게 다른 목표가 주어지기 때문에 최상의 공동체가 깨지고 있음을 알았다. 이번 추석은 이 점에 착안해 서로 '즐거운' 명절이 되도록 최선을 다해 가족의 '공동 선'에만 집중키로 했다. 결과는 비교적 성공적이었고 모처럼 일치된 마음으로 넉넉한 명절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