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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번 시 – 실험 (2) 낯설게 하기
수증기 사랑찌게
증오의 기포 투명한 사랑 속으로
흡수된다 부글부글 끓어오르던 열
서서히 내려앉는다 시끌벅적한 양념 가득
훈훈한 정 넘쳐 흐른다 투명한 사랑 요리사
하늘 땅 불 물로 범벅된 옷 입고 거리 가득
열정이란 요리로 사람들 데운다 이미 흡수된
증오의 기포 하늘 멀리 증발한다 까치 한 마리
떼․지․어․
기억의 어두운 창고로 날아간다 위이잉.
증오가 불꽃 튀며 세상을 향해 폭발했다 내려앉은
산 강 육지 바다 저마다 제 길을 갔다 아무도 뒤
돌아보지 않았다 떼지어 날아간 까치 한 마리
푸․드․득․
날개짓하며 열정의 시간 속으로 날아올랐다 그때.
내게 폭발한 火山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요리사는
감정이란 양념들 꽉찬 냉장고
문을 연다 끼이익 어둠에 갇힌 훈훈한 소리들
살고 싶어 발버둥친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요리사, 시간이란 비장의 요리로 곧 죽을 목숨
안타까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그들에 의한 마지막
요리를 해낸다 증오의 기포 투명한 사랑 속으로
흡수된다 부글부글 끓어오르던 가슴의 열 서서히
내려앉는다 수증기 사랑찌게 익어가는 노을
속(續)에서 끓어오르던 증오의 열 가라앉힌다
거울의 방
절제된 사각의 방은
어지럽다, 반듯하게 始作해야 할 방은 삐걱거리며 조각가를 맞이할 준비에 분주하다 책상은 의자를 향해 강펀치를 날려 의자의 한쪽다리를 부러뜨렸다 의자는, 웃으며 입을 닦고 다리 절뚝이며 조각가를 맞이했다 <의자가 좀 오래되었나 보군요> 조각가의 질문에 거울이 대답한다 당신보다는 새 것입니다 조각가는 거울의 대답을 듣지 못한다 <고쳐야겠군요>
절제된 사각의 방은
분주하다, 이번 주말에 높으신 손님을 맞이해야 하는 방이 말한다 <의자를 고쳐야겠군 책상도 새것으로 바꿔야겠어> 복수를 꿈꾸던 책상은 의자에게 화해의 손짓을 보낸다 <이미 늦었어> 의자가 대답한다 <반듯하게 始作해야 할 방은 반듯하게 있어야 해 너 대신 새 주인을 맞는 내 기분은 정말 설레인다> 거울이 의자에게 소리친다 <때론 헌 것이 새 것보다 낳을 때도 있습니다> 의자는 듣지 못한다.
절제된 사각의 방은
울상이다, <가구가 별로 없군요 가구가 없으니 뭔가 허전해 보이는군요 의자의 前 주인이 누구였습니까 폭력이란 아래로 향해 있다는 것을 당신은 아십니까 책상의 前 주인이 당신이었습니까 이 방은 다시 오지 않는 게 좋겠군요> 거울이 그에게 묻는다 <이 안에 있는 당신은 누구십니까> 그가 대답한다 <나는 당신의 주인입니다>
절제된 사각의 방은
텅 비어 있다, 거울이 묻는다
당신의 주인은 누구십니까?
館 속의 日記(철로 위를 달리는 슬픔)
내가 그 앞에 서면 레일은 날카로운 빛을 낸다. 그러나 곧이어 덮치는 굉음은 그를 어둠으로 감싸고 이어 터지는 사람들의 와르르. 대로는 저 광경을 목격하고는 통한의 한숨을 쉰다. 그러나 지금, 생존이 아닌 투쟁을 목적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지하철의 분주한 한때.
館 속에서는 만신창이 된 시궁쥐가 병균을 매개로 활개친다. 몸은 크며 귀는 두껍고 짧으며 正中線에서는 긴 털이 密生. 얇은 실눈으로 주시하던 이 세상 어딘가에 빨간 색의 불이 번져 가고 한 자락 희망을 안고 시궁쥐는 진창에 빠져 삶의 아우라를 붙잡고 허우적댄다. 타오를세라 삶의 헛발을 재빨리 딛고 내딛는 저 생명력.
내가 걸음을 옮기면 꼼작 못하던 사람들의 어깨 흔들리고, 비좁은 세상의 통로를 지나 목적지에 다다르면 나는 어느 덧 삐끗. 걸음 내딛어 팔 뻗어보면 어깨를 짓누르던 가방의 무게까지 더해진다. 레일이 다시 빛을 내던 그 때. 지하철은 여전히 분주한 사람들을 실고 저만치 달아나 버리고, 생존을 위한 뜀박질이 시작된다.
불현듯 덤벼드는 시궁쥐 한 마리, 도로를 재빨리 가로지른다. 햇살이 너무나 강렬하게 나를 덮친다. 파란색인지 빨간색인지 더 이상 구분이 되지 않는 지금. 시궁쥐는 사라지고 사람들에 묻혀 길을 건넌다. 조금은 이른 시각 그러나 조금 뒤쳐진 내 발걸음.
김밥을 먹으며…
길다랗게 토막난 야채들과 순간적으로 타오른 불꽃에 볶아진 김들이 어머니의 손에 의해 차곡차곡 쌓여졌을 길고 긴 김말이의 순간
김밥을 먹으며 나는 생각한다 그들은
어머니의 솜씨 좋은 손놀림으로 잘리워져 은박의 1회용 도시락통에 담겨져 내 앞에 있을 것이다
옆구리가 터지거나 속이 뭉개져 하얀 속살이 훤하게 드러난 김밥은 보이지 않는다 모두들 깔끔하게 정돈된 흠이 없는 김밥이다 김밥 한 개를 먹을 때마다 델몬트 프리미엄 쥬스는 한모금씩, 꾸역꾸역 메인 목을 타고 흐른다
생각에 잠겨있는 나는 김밥을 먹으며
델몬트 프리미엄 쥬스를 커피잔에 따라 마시고 있다
아주 뜨겁게 달구어진 커피를 마시다가 바닥에 떨어져
이가 조금 갈려진 커피잔, 그것을 보며
다룰 줄 안다는 것은 길들일 줄 아는 것이라며
뜨거운 남비를 다루던 어머니, 그 남비에서
라면이 끓는다
아무리 곱게 길러도 면발은 제멋대로 수증기를 따라 흐른다
보들보들한 살결이 곱지만은 않은 식욕을 끌어당기는 냄새가 익는다
양손에 두꺼운 수건을 겹겹이 둘러싸고 뜨거운 남비를 들어올린다
명절날, 길길이 날뛰던 음식들의 혼연한 향기보다
더욱 더 그리운 냉정한 체감으로
비로소 완성된 식단.
차가운 김밥.
커피잔에 담긴 델몬트 프리미엄 쥬스.
뜨거운 라면.
XX 백화점 스카이파크. 에서는.
아이들 뛰논다 뛰놀다 지치지도
않는지 아이들 가끔은 숨바꼭질
얼굴엔 미소를 띄우고 숨으면은
술래된 아이는 술래가 아니라고
어쩌다 우기면 아이들 마지못해
그러마 그러마 그러자고 양보를
하기도 하고 그리고 다시 시작되는
아이들 머리 위로 해는 피고지고
오늘도 어머니 잔소리는 계속되고
아이들 놀고 싶어요 더 놀고 싶어요
떼쓰고 떼써도 소용없는 어린 시절,
햇살은 계속해서 따갑게 비추고
아이들 뛰노는 위험한 옥상에서
그래도 여기가 안전한 곳이라고
자꾸만 아이들 뛰놀라고 부추기는
이제는 완전한 어른이 되어.
낯선(?)수술
그때. 나를 벗기던 칼들의 횡포
중심 둘러 탈출 갈구하던 껍데기
요염(妖艶)한 비명을 지르며 횡사하고 있었다
무감각의 구멍 뚫어 영혼 갉아먹는 주사기
흰색 가운 걸친 정복자 명령 따라 이미 무너진
살갗 뚫고 중심에서 주변으로
세력을 넓힌다 스윽스윽 칼들의 횡포
정오의 햇살 아래 은밀하게 진행된다 비로소 벗겨지는
껍데기 스스로 탈출할 수 없음을 탄식하며
주인의 농도 높은 쾌락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다 닿는 순간 폭발할 듯한 모든 근심들
오르가즘 타고 지구 끝까지 날아간다 칼들의 횡포
우주의 원형인 지구 위로 폭발한다
그 때.
나를 짓누르는 중심의 횡포.
내 영혼 갉아먹던 주사기의 병정들
더 이상 갉아먹을 영혼 없는 듯 내게서 멀어져간다
그들이 쓸고 간 빈 자리 메울 곳 없어 그들 그리다
아침이면 찾아오는 고통의 신음소리 한번은 거쳐야 할
이제는 폐허된 수많은 영혼들
칼들이 훑고 간 돌이킬 수 없는 상처 더듬으며 사라져간
쓸모없던 껍질들 회유(懷柔)하는
그 때.
나를 자극하는 영혼의 칼부림,
스르르르.......
저 멀리 아득한 테레비 소리
저 멀리 아득한 테레비 소리
나를 유혹하는 뒹구는 당구큇대에
몽롱한 아침으로 맞이한 밀레니엄은
뒤떨어진 구세대의 유혹을
송두리째 앗아간 하이퍼텍스트 구비문학으로
시작된다, 버튼을 누르면 어지러운 미래
끌어올리면 펼쳐지는 블라인더처럼
답답한 도시의 어둠으로 다시 태어나
설움은 분노로 재충전한다, 220볼트의 LOVE.
아귀가 맞지 않는 충전소, 컴퓨터의 사양을
업그레이드 하시오, 그리고 나서야
당신이 얻고 싶은 것을 얻을 수 있습니다.
21세기의 신개념 구비 텍스트, 그들은
비로소 깨닫는다, 전기 절약. Computer Off.
이런! 돈 떨어졌잖아, 나는 비로소
전기가 된다, 절대적인 신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은하철도 999. 당신은 기계인간이
되기를 지금도 원하십니까? 예나 지금이나
기생집 마나님 되련님들은
세상의 뒤편에서 양반대접을 받긴 마찬가지
지금도 순진한 머슴네들은 까탈스런 양반네
자손들에게 등이 휘어지는 노예생활, 구구절절
사연 늘어놓는 千態萬象(천태만상) 하나같이 불평불만, 쐬주
한잔 톡 쏘아주고 나서는 발걸음은 신발 질질질,
한없이 멀고 먼 길 옥쇄 채운 발걸음, 여전히
저 멀리 아득한 테레비 소리
나를 유혹하는 뒹구는 당구큇대는
몽롱한 아침으로 맞이했던 밀레니엄과
뒤떨어진 구세대의 유혹을
송두리째 뿌리친 하이퍼텍스트 구비문학으로
연결된다
트라우스의 성장 - 輪回說
아이가 맞고 있어요 이유도 없이 아아
이유를 물었어요 詩는
쓰는 게 아니래요, 詩는
노래하는 것이라고 네가 노래를 할 줄
아냐며 이유도 없이 아이가
맞고 있어요, 턱시도에 번쩍이는 구두를
쫘악 빼 입고 아이는 어른들을 맞이해요. 엉엉엉, 낯선 사람들
앞에서 아이는 낯설어서 울며불며 매달려 보지만 또
맞았어요. 어? 아이가
결혼을 하네요. 우리나라에서 미성년자는 법적으로
결혼이 금지되어 있는데, 아이가
결혼을 한대요, 결혼을 한다고 아이를
때리던 어르신들이 덩더쿵
춤을 추네요.
그래요 전 아주 행복한 아이에요 절 길러주시던 어머님 아버님 저에게 性을 알게 해준 나의 배우자님, 모두모두 감사드려요 그래요 전 아주 행복한 아이에요 詩를 노래하던
어느 날,
아이는 실컷 두들겨 맞고
더 이상 노래하지 않았어요 아아 이유도 없이 노래하지 않았어요 아아 이유도 없이 결혼을 하고 있어요 시간이 지나면
희미한 기억은 하나씩 지워
져 가는 것이라며 아이는 과거를 지워
나가고 있어요. 과거가 그를 덮치기 전에 그가 먼저 과거를 덮
고 있어요. 아이가 우네요 난 너무 행복한 아이라고 아
이가 우네요. 과거에 있는 그가 현재로 날
아오네요. 미래로 날
아가네요. 아
름다운 날
들이네
요. 흑
흑.
노래도 없이.
이유도 없이.
아이가 날아가네요 아이가
아기를 낳았어요 아이가
아기를 아이가
아기를.
세상은 돌
고 돈대요, 세상은 돌
고 돈대요 詩란 참
아름다운 것이래두요.
햇살이 무섭게 쏟아지는 날에 - 꿈
1
바람에 밀려난 바람이 춤을 추는 새벽, 허탈하게 웃어제끼는 호탕한 남자에게선 세월에 절절 쩔은 냄새가 난다. 그의 주위엔 듬성듬성하게 잡초가 자라고 또 하늘에 떠가는 구름도 듬성듬성하다. 누군가 함께 있기 싫어서일까 그의 수염도 머리카락도 듬성듬성하다.
2
제멋대로의 狂氣만이 불어 제끼는 오후, 그의 주위는 온통 오후의 빛깔이다. 비라곤 내리지 않을 것만 같은 벌판, 강렬한 햇살이 벌판을 뒤덮고 꿈을 꾸는 그에게는 단 한 방울의 이슬도 맺히지 않는다. 당연한 오후지만, 사라지지 않는 오후. 그는 새가 되는 꿈을 꾼다. 벌판을 나는 꿈. 오후를 탈출하는 꿈. 다시는, 깨지 않는 꿈.
3
듬성듬성하게 기억나는 그의 지난 일들은 이제 완전히 사라져가고 있다 짓밟힐 그 무엇조차 없어 황량한, 어둠까지도 잃어 빛의 절망만이 가득한 허허들판. 함께 있기 싫어서일까 저 들판 저 빛조차 그의 꿈을 먹어치운다
햇살이 무섭게 쏟아지는 날에 - 졸림
1
쏟아지는
쏟아지는 별빛
처럼 쏟아지는 잠이 나의
배고픔 누르고 주문을
왼다 고픈 배 사라지는
낮 또 밤 또
아침 쏟아지는 잠이
저 뜨거운 햇살처럼 쏟아지는
잠이 마구 퍼붓는 소나기처럼
갑작스런 첫 키스 그리고
이슬처럼 수십번 먹어치운 립스틱 나를
사랑하는 또 너를 또
우리를 사랑하는 배고픔처럼 쏟아지는
잠이 나의 배고픔 누르고 사랑으로
무궁무진한 사랑으로 변하여 혹은
별빛으로 태양으로 소나기로 때론
이슬처럼 쏟아지는 잠이.
2
그리고……햇살이 무섭게 쏟아지는 오후.
그녀가 또 다른 여자와 길을 걷는다 나는 그녀를 본다 나는 그녀와 그 여자의 사이로 들어가 하늘 향해 양팔 벌린 나무가 된다 나는 그녀와 그 여자를 하늘 높이 칭송하고 축복한다 나는 그녀가 된다 나는 그녀가
되어 버린다 하늘 향해 양팔 벌린 동상이 되어 나는 그녀 안으로 들어간다 그녀 안으로 들어가 그녀의 여자와 길을 걷는다 그녀의 여자가 웃는다 그녀의 여자는 내가 있어 기쁘다 그녀의 여자는 내가 된다 내가 되어 그녀와 길을 걷는다 나는 그녀와 길을 걷는다 나는 그녀의 남자친구가 된다 나는 그녀의 애인이 된다 나는 그녀와
결혼을 한다 나는 그녀와 하나가 된다 나는 그녀가 되어 그녀 속으로 들어간다 나는 그녀의 속으로 들어가 그녀의 아이가 된다 그녀는 나를 위해 웃는다 그녀는 내가 있어 기쁘다 그녀는 내가 된다 그녀는 내가 되어 하늘 향해 두팔 벌린 나무가 된다 두팔 벌린 나무가 되어
그녀와 그 여자를 하늘 높이 칭송하고 축복하는 나와 그녀와 그 여자의 그늘이 되어 준다 햇살이
무섭게 쏟아지는 오후.
금붕어
금붕어 열 한 마리가 연못에서 놀고 있었다
한 마리가 늙어 죽었다
금붕어 열 마리가 물 속을 헤엄쳤다
한 마리가 메말라 죽었다
금붕어 아홉 마리가 사람에게 잡혀갔다
한 마리가 도망쳤다
금붕어 여덟 마리가 어항 속으로 들어갔다
한 마리가 바뀐 환경에 적응을 못해 죽었다
금붕어 일곱 마리가 밥을 먹었다
한 마리가 배가 터져 죽었다
금붕어 여섯 마리가 물 위로 뛰어넘기를 했다
한 마리가 실수하여 어항 밖으로 떨어졌다
금붕어 다섯 마리가 어항에서 놀고 있다
한 마리가 의학용으로 잡혀가 버렸다
금붕어 네 마리가 달리기를 했다
한 마리가 바위에 부딪혔다
금붕어 세 마리가 싸움을 했다
한 마리가 상처를 깊이 입었다
금붕어 두 마리가 다시 연못으로 던져졌다
한 마리는 땅으로 떨어져 버렸다
너무도 외로운 금붕어 한 마리가 연못을 헤엄친다
11人의 금붕어는 모두 무사히 자기 할 일을 묵묵히 수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