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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랑마을기자단 김은배
중랑마을人이란,
중랑구에서 다년간 활동해온 마을활동가분들을 발굴하고
그들의 마을활동기를 기록하는 마을기록활동입니다.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소개될 다양한 활동들을 기대해주세요 :)
중랑구 이곳저곳에서 활발하게 활동하시는 원혜진 선생님. 자신과 모임의 성장, 공동체와 중랑의 발전을 위해 동분서주! 여러분도 마을 활동을 하신다면 자주 만나실 수 있을 거예요.
Q 선생님께서는 어떤 계기로 마을 활동을 시작하게 되셨어요?
10년 전 신내동으로 이사 와서 둘째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낸 2015년에 ‘책과 노니는 사람들’이라는 책모임을 시작했어요. 책모임을 시작하게 된 이유는 초등학생 큰아이가 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제가 먼저 읽어야 아이에게도 읽어보라고 권할 수 있을 것 같아서였어요. 시작은 아이 때문이었지만, 독서 모임을 해보니 학창 시절 제대로 책을 읽어본 적이 없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그림책부터 청소년소설, 성인책까지 일주일에 한 권씩 새로운 책들을 만나면서, 오히려 제가 성장했고 생각도 많이 바뀐 거 같아요.
Q ‘책과 노니는 사람들’은 어떤 모임이고 어떻게 운영되나요?
2001년 동화책 읽는 어른들의 모임으로 원래 어린이 도서 연구회 소속 동화 읽는 어른 중랑지부로 출발했는데 2012년 ‘책과 노니는 사람들’로 단체명이 바뀌었어요. 매주 금요일 오전 10시 신내2동 북카페에서 만나 책을 읽고 함께 느낀 점을 이야기하는데, 회원 대부분이 학부모여서 아이들 방학 때는 쉬어요. 휴식 시간도 필요하잖아요. 회원들이 매주 발제자 역할을 맡아서 작가 소개와 책에 대한 질문을 만들기 때문에 회원들의 역량도 커지고 책도 더 깊이 읽게 돼요. 월 만 원 회비로, 연초에는 관심 분야의 강사님을 모시는 강연회를 열어 신입회원을 모집하고, 연말에는 발제 내용을 엮어 발제집을 발간합니다. 연 2회 나들이와 영화감상을 함께 하고, 연말에는 함께 읽은 책과 활동에 대해 평가를 하고 새로운 운영진을 선출하는 총회를 개최합니다. 2월에는 회원들이 책 세 권씩을 추천하여, 스티커 붙이기를 통해 책을 선정하죠. 회원들은 선정된 책 중에서 발제할 책을 골라서 누구나 발제자 역할을 할 수 있어요. 오랜 시간 이어져 온 모임이어서 나름의 체계와 역사가 있는 것 같아요. 선배님들과 현재까지 계신 회원님들 덕분이지요.
- ‘책과 노니는 사람들’에서 마을공동체 주민제안사업도 하셨죠?
빛그림 공연을 제대로 해보자 해서 이웃 만들기 사업부터 시작했어요. 넓은 공간에서 할 수 있는 공연으로, 동화책을 스캔하고, 함께 대본을 쓰고, 효과음을 넣는 등 회원들이 역할을 맡아서 했어요. 회원들이 공연하는 데 도움이 될 동화구연 강의도 들었죠. 이전에는 어린이집이나 초등학교에서 주로 공연했다면 사업을 통해 작은 도서관, 지역아동센터 등 다양한 장소에서 공연할 수 있었어요.
이듬해 새싹기 사업을 진행하면서 모임의 역량을 강화하는 것과 공연을 진행하는 부분으로 나눠서 진행했어요. 비경쟁 독서 토론을 배웠는데 문학, 역사, 그림책 등의 주제로 토의를 통해 하나로 조율하는 방법을 배웠죠. 강의를 통해 책을 읽고 이야기 나누는 방법을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어서 좋았어요. 빛그림 공연은 대상을 확대해서 유치원 6곳, 원광 장애인복지관, 신내8단지 작은 도서관, 신내6단지 씨앗도서관, 면목동 감성마을에서 진행했어요. 프로젝터와 노트북, 마이크와 스피커를 준비해야 하는 힘든 점도 있었지만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대상에게 공연을 보여드리는 새로운 경험을 하며 좋았던 것이 더 많았습니다.
- 책모임을 하시면서 어떤 것이 기억에 남으시나요?
아무래도 빛그림 공연이겠죠. 준비할 때는 힘들고 아침에 일찍 준비해서 나가는 것도 힘들었지만 좋아해 주는 아이들이 있어서 보람되었고, 함께 해준 회원들이 자랑스럽고 고마웠어요. 저는 공연할 때 공연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준비하고 회원분들이 편하게 공연할 수 있게 준비하는 역할을 했었는데 모든 일이 그렇듯, 누군가의 세심한 마음과 준비가 있어야 함을 깨닫게 된 소중한 경험이었던 것 같아요.
공연했던 곳 중에 감성마을이 있었는데, 공연 전에 그곳에 대해 들어서 알고 있었어요. 감성마을 공부방이 품앗이로 아이들을 돌보고 가르친다고 하는데, 저는 그게 정말 궁금했어요. 저도 지역에서 그런 활동을 하고 싶었던 거 같아요.
『로봇 시대, 인간의 일』을 쓰신 구본권 작가님을 섭외했던 것도 기억에 남아요. 유명한 강사님을 모시고 싶은데 저희가 예산이 많은 모임이 아니잖아요. 그래서 메일을 드릴 때 저희 모임의 역사와 취지를 설명해 드리고 활동들을 기록해 놓은 블로그 링크를 걸어드렸어요. 그런데 와주셨어요. 저희 모임의 역사를 알아봐 주신 것 같아 감동했고, 그때 알았죠. 돈이 아닌, 다른 가치와 이유를 찾아 최선을 다해 전해야 한다는 것을요.
Q 한살림 활동도 하신다고 들었어요.
중랑구에 한살림 매장이 없었을 때는 노원구나 동대문구까지 다녔어요. 매장이 생긴 이후에 한 달에 한 번 모여서 음식을 만들어 먹는 ‘맛있는 수다’라는 모임에 참여하기 시작했죠. 처음에는 물건만 구매하는 조합원이었는데 우연히 이런 모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마침 배추전을 한다고 해서 가봤어요. 경상도 음식인 배추전을 먹어 본 적이 없었거든요. 한 번 배워볼까 해서 참석한 것이 시작이었고, 2년 후에는 모임지기님이 그만두셔서 제가 지기를 이어받았어요.
한살림은 단순히 물건만 구매하는 곳이 아니에요. 우리 농업의 중요성을 알기에 생산자의 생활과 소비자의 건강 모두를 생각하는 협동조합이고, 그 속에선 다양한 모임이 있죠. 그림책 모임, 텃밭 모임, 직장인들을 위한 평일 저녁밥 모임 등 다채로운 모임이 한살림 중랑지구(한가꿈)에서 진행돼요. 조합원들이 모여서 하고 싶어 하는 모임이 있다면 한살림에서 월 이 만 원을 지원해주죠. 추가되는 금액이 있다면 모임원들이 십시일반 모아서 모임을 진행합니다.
- 한가꿈은 어떤 공간인가요?
처음에는 모임을 위한 별도의 공간이 없었어요. 지금 묵1동에 있는 매장 한쪽에 모임방이 있었지만, 평소에는 창고였다가 모임이 있으면 치우고 진행했었어요. 한살림은 매장 이외에 조합원의 활동/모임을 위한 공간을 지원하는데, 2018년 한살림 중랑지구 ‘ 한가꿈’이 창립되었습니다. 우주 전체를 뜻하는 ‘한’과 가꾸다의 ‘가꿈’을 합쳐 ‘나·너·우리 모두를 가꾼다.’라는 의미로, 공간 이름을 공모했을 때 투표로 당선된 이름이죠. 제가 한살림 운영위원인데 한가꿈을 만들면서 공간을 구하려 다른 운영위원들과 함께 다니고, 인테리어 하는 것도 지켜보아 더 애정이 가네요.
한살림 운영위원이라고 하셨는데 운영위원은 어떤 일을 하나요?
한 달에 한 번 회의를 해요. 이 회의에서 ‘한살림 서울’ 중앙의 결정사항이나 회의 내용을 공유하고 지난달 활동에 대해 평가를 해요. 다음 달 활동도 결정하고 그에 대해 역할 분담을 합니다. 연초에 하는 워크숍에서는 작년 활동을 평가하고 1년 계획도 세웁니다. 1~2월에 중랑구 조합원분들을 모시고 총회를 하구요. 그리고 다른 지역 한살림을 방문하거나 한살림의 뿌리인 원주를 방문하기도 해요. 원주는 무위당 장일순 선생님이 생명을 사랑하고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한살림의 철학을 세우신 곳이에요.
한살림 활동의 매력이 무엇일까요?
생산자와의 만남, 생산자 요리 모임 등이 있고, 1년에 한 번은 생산지를 직접 찾아가는 등 생산자를 만나는 기회들이 있어요. 그분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듣는 소중한 기회가 있어서 좋답니다.
한살림은 생산자와 일반 조합원과 활동가들, 세 주체가 동등한 위치에서 서로를 존중하며 상생하죠. 그리고 일반 조합원들이 모임을 하면서 ‘지기’로 성장할 수 있게 활동가들이 도와줘요. 그리고 한살림에서는 조직화나 회의기법, 모임을 이끄는 방법 등에 대해서 배울 수 있었어요. 민주적이고 자유로운 회의가 되는 것은 무척 어려운데, 한살림의 회의는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듣고 그것을 녹여내 안건을 결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돼요. 진짜 회의는 이런 거구나, 하고 감탄했어요.
무엇보다 사람의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답니다. 제가 어떤 일을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사람의 마음을 아는 것이에요. 참 어려운 일이기도 하고, 제가 아파트 플래너를 하면서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죠.
Q 아파트 플래너는 어떻게 시작하시게 되었나요?
여러 활동을 하면서 속해있는 모임에서가 아니라 내가 사는 곳에서 뭔가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뜻이 맞는 엄마들과 함께 이웃 만들기 사업으로 뜨개 강좌를 했었어요. 약식을 만들어 아파트 경로당 어르신들과 나눔을 하고 아나바다 장터를 했습니다. 아이들이 그린 그림으로 관리사무소 복도 벽을 꾸미기도 했어요. 모두 주민들의 아이디어였어요.
이듬해 사업을 제대로 해보고 싶어서 아파트공동체활성화 사업에 지원하고, 아나바다 장터를 열고, 여러 강좌를 운영했어요. 혼자서는 꿈도 못 꿀 일이지만, 함께 해보자고 했던 이웃과 뭐든 돕겠다고 옆에 있어 준 동생들 덕분이었어요. 그 마음들 덕분에 고민하고 준비하는 게 즐거웠던 것 같습니다. 경험을 아이디어로 내어 멋진 아나바다 장터를 개최했을 때의 기쁨은 뭐라 표현할 수가 없네요. 그때 아파트플래너인 김영주 선생님을 알게 됐어요. 1년 후 김영주 선생님이 자리를 옮기시고 제가 지원하게 되었었습니다.
아파트 플래너는 어떤 일을 하나요? 하시면서 어려운 점은 없으신가요?
몇백 세대에서 많게는 천 세대가 넘는 주민이 모여서 생활하는 아파트가 처한 특수한 상황에서 문제를 해결하고 불편한 것들을 없애고 주민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것이 아파트 공동체 사업입니다. 현재 중랑구에는 14개의 아파트 단지가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저는 그중에 10개 단지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아파트는 관리사무소와 입주자 대표 위원회와 주민단체, 이 세 단체가 있어요. 아파트 공동체 활성화 사업을 하고 싶다고 해서 주민단체 단독으로 하는 게 아니라 이 세 주체가 잘 어우러져 서로 협력해야 가능합니다. 그래서 세 단체 대표의 도장이 다 들어가는 거예요. 이 부분이 쉽지는 않아요.
사업을 원하시는 모임이 있으면 관리사무소와 입대위 분들을 만나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실 수 있도록 방향을 잡아드립니다. 또, 교육을 통해 아파트 공동체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자치력을 키울 수 있도록 도와드려요. 물론 원활하게 사업을 진행하실 수 있도록 지원하고, 계속 사업지기들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도록 노력하죠.
어려운 점이라면 혼자 하는 것이 어려워요. 동료나 속한 조직이 없으니 뭐든지 혼자 해야 해요. 모든 결정을 내리고, 주민 리더 교육이 있다면 기획, 매뉴얼 제작, 세팅, 섭외, 리허설 등. 체계가 없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외롭기도 하고요. 그래서 어딘가에 소속되어 일하고 싶은 게 바람입니다. 그렇게 한다면 많이 배우고, 좀 더 성장하고, 도움을 주고받고, 동료와 유대를 쌓고, 일에서도 체계가 잡힐 것 같아요.
Q 마을 활동을 하게 되는 원동력이나 힘이 있을까요?
저는 성장하고 싶은 욕구가 많은 사람인 거 같아요. 성장을 원할 때 시작한 것이 책모임이고, 조직력을 경험할 수 있었던 것이 한살림이었어요. 글의 힘이 중요하다는 생각에서 마을기자단을 지원했고, 마을 활동의 즐거움을 글로 나눌 수 있어서 좋았죠. 그리고 내가 성장하면서 동시에 좀 더 좋은 사회를 만들 수 있는 역할이 활동가라고 생각합니다.
돈이 다가 아니고 제가 돈을 많이 번다고 해서 갑자기 행복해진다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중랑이 멋진 공동체가 되고, 주민의 자치력이 커져서 진정한 민주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저는 1명의 유능한 정치가만큼, 일반 시민의 ‘마을살이’ 경험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중랑에선 많은 활동과 교육과 움직임들이 있어요. 그것들을 보고 함께 하다 보면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내가 움직이지 않으면 바뀔 수 없다는 ‘절실함’이 있는 것 같아요.
하다가 지칠 때는 선배·동료 활동가들과 수다를 떨며 답답함을 풀어요. 무기력할 때는 마을의 다양한 강좌들이 비타민 같은 역할로 ‘초심’을 생각하게 해주고요. 그렇게 나를 돌보며, 마을에서 이웃들과 손잡고 한 걸음 한 걸음 함께 나아가며 다양한 모임을 해보는 순간의 기쁨과 보람이 제가 하는 활동의 원동력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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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원혜진쌤~기사로 만나니 반갑네요. 은배쌤의인터뷰를 통해보니 더 새롭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