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설
■ 교향시(Symphonic Poem)의 탄생 베토벤의 「제9교향곡<합창>」이 초연된 1824년 이후 교향곡의 세계는 일단 막다른 골목에 도달한 듯 독일에서는 이렇다 할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가운데서도 새로운 경향으로서 멘델스존의 <핑갈의 동굴>, <바다의 고요와 행복한 항해>에서 보이는 표제적이고 묘사적인 태도와 슈만의 문학과 결부된 표제적인 피아노 음악으로 관현악의 세계를 한 걸음 접근시키려 했던 <만프레드 서곡>, <봄>이나 <라인>등의 교향곡의 출현 정도에 머물고 있었다.
그러나 프랑스에서는 이런 것보다 한 걸음 앞서서 베를리오즈가 <환상교향곡>을 발표함으로써 새로운 표제교향곡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었다. 리스트는 파리에서 이 교향곡을 접하게 되었고 감수성이 예민한 청년기였던 리스트는 크게 감명을 받게 되었다. 리스트가 감명을 받은 것은 베를리오즈의 음악내용이 아니라 그의 각 악기의 새로운 취급법에 따른 색채적이며 화려한 관현악법과 교향곡과 관현악의 결합법이었다. 그러나 리스트가 보기에는 베를리오즈의 표제의 취급법에는 아직도 결함이 있었으니, 그것은 합리적으로 표제에 일치되는 음악을 위한 새로운 형식을 고안하지 않고 분방하고 환상적인 표제를 전통적인 형식에 무리하게 결부시켜 놓은 점이었다.
리스트는 이와 같은 결점을 보완하려면 표제를 다루기 위한 전혀 새로운 형식이 필요함을 통감했던 것이다. 이리하여 리스트는 교향곡처럼 다악장이 아니라 표제가 되는 악상에 따라서 자유롭게 구성된 단일 악장의 ‘교향시(Symphonic Poem)’라는 새로운 음악적 장르를 창안해 내게 되었다. 이와 같은 발명은 베토벤의 서곡과 멘델스존의 연주회용 서곡 그리고 슈만의 문학과 자유로이 결부된 시적인 피아노곡 등에서 적지 않은 영향을 받았으며, 특히 슈베르트의 <방랑자 판타지>에서처럼 단일 모티브에서 각 악장의 주제가 파생되는 기법과 베를리오즈가 <환상교향곡>에서 선보인 ‘고정악상’기법에 강렬한 영향을 받고 거기에 그의 풍부한 문학적 소양이 밑거름이 된 것이다.
그는 낭만주의자답게 표제를 묘사적으로 취급하기보다는 오히려 시적으로 다루는 태도를 취하여, 표제의 시적 관념에 따라서 추상적으로 음악을 만들어 냈다. 즉 그가 생각한 교향시는 ‘이야기를 음악으로 엮어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 이야기가 표현하고 있는 주제를 음악으로 표현하는 것이었다.
리스트의 교향시는 형식적으로는 소나타형식과 4악장으로 구성되는 교향곡의 순환적 형식을 결합해 이른바 ‘단일악장에서의 다악장성’ 원칙을 정립한 것이다. 즉, 작품의 구성은 한편으로는 제시부(제1주제, 부주제 등),발전부,재현부로 나누어질 수 있지만,다른 한편으로는 이 부분들이 교향곡의 각 악장의 성격을 반영하는 이중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는 것이다.
*소나타 형식 : (서주부)-제1주제-부주제-발전부-재현부 *교향곡적 순환형식 : (서주부)-제1악장-아다지오/안단테-스케르초-피날레
다시 말하면 이 경우에 음악은 이 시적 관념의 흐름에 따라서 진행되어야 하며 리스트의 교향시는 소나타 형식이 아니라 1개 또는 그 이상의 주제를 이 시적 관념에 따라서 자유롭게 변용해 가는 일종의 변주곡과 같은 것이어서 때로는 각 변주 사이에 자유로운 삽입 악구를 두고 있다. 그는 이와 같이 자유로운 변용곡을 통하여 비로소 어떤 종유위 표제라도 모순 없이 취급할 수가 있으며 음악적으로도 통일과 다양성을 보급할 수가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는 베를리오즈의 ‘고정악상 관념’의 장점과 바그너의 라이트모티브의 방법에 의존하는 바가 크다 하겠다. 리스트의 교향시는 또 교향적인 관현악이라는 점에도 특색이 있다. 시적 관념을 가진 표제적인 피아노곡은 이미 슈만이나 리스트에게도 있는데, 리스트는 표현의 수단을 강화하여 한층 시적 관념을 가시적인 것으로 만들기 위하여 대관현악을 사용하고 풍부한 색채를 사용하기도 하고 또 규모를 크게 하여 보다 구성적으로 하기 위하여 교향(곡)적으로 만들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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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스트의 교향시 이렇게 해서 태어난 리스트의 교향시는 13곡이 있는데, 작품의 소재는 셰익스피어의 ‘햄릿’,타소의 ‘로망스’로부터 그의 고국 ‘헝가리’와 그리스의 전설‘프로메테우스’와 ‘오르페우스’에까지 이르고 있다. 리스트의 교향시는 ‘신독일악파’의 중심적 음악 장르가 되었고, 독일에서는 R.슈트라우스에 계승되어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등의 작품으로 이어 간다. 19세기의 국민주의는 교향시가 발전하는 밑거름이 되었으며, 이 장르의 출현으로 자국의 풍경이나 생활, 전설 등을 그려 냈다. 스메타나의 <나의 조국>과 프랑스의 생상스, 댕디, 인상파 작곡가인 드뷔시의 <바다>등으로 이어진다. ▲ 교향시 13곡 ① 산악 교향곡 “산 위에서 듣다(Ce qu'on entend sur la montagne)", S.95 ② "타소, 비탄과 승리(Tasso, Lamento e Trionfo)”, S.96 ③ 전주곡(Les Préludes), S.97 ④ 오르페우스(Orpheus),S.98 ⑤ 프로메테우스(Prometheus),S.99 ⑥ 마제파(Mazeppa),S.100 ⑦ 축제의 함성(Festklänge),S.101 ⑧ 영웅의 탄식(Héroide funèbre),S.102 ⑨ 헝가리(Hungaria),S.103 ⑩ 햄릿(Hamlet),S.104 ⑪ 훈족의 싸움(Hunnenschlacht),S.105 ⑫ 이상( Die Ideale),S.106 ⑬ 요람에서 무덤까지(Von der Wiege bis zum Grabe),S.1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