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샘의 ‘책’이야기 ①>
칼리의 프랑스 학교 이야기 목수정 지음
질문하고 토론하고 연대하는 '프랑스아이'의 성장비결
글. 윤진희 (현직 초등교사)
5년 전쯤 우리 아파트에 살던 몇 선생님과 책모임을 하면서 '프랑스 아이처럼'(파멜라 드러커맨 지음)을 읽고 이야기 나눈 적이 있다.
' 레스토랑에서 소란을 피우지 않는 아이들, 생후 4개월이면 모든 아이는 깨지 않고 12시간을 내리잔다, 조르거나 보챈다고 원하는 것을 가질 수 없다. 아이는 부모에게 속한 소유물이 아니다, 프랑스 아이는 엄마가 아니라 온 나라가 함께 키운다, 모유가 좋다는 건 안다 그러나 엄마 인생이 더 중요하다, 아이를 위해 모든 것을 헌신하는 엄마는 불행한 아이를 만들뿐이다, 4세부터 부모에게서 떨어져 여행가는 아이들'
그 책의 각 챕터에 붙은 부제들이다. 부제만 봐도 책 내용을 가늠할 수 있다. 당시 우리는 그 책을 읽으며 아이가 태어난 순간부터 온 나라가 함께 키운다는 프랑스의 육아를 무척 부러워하면서도 한편으로 조금 불편했다.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 아이가 1순위가 되어버리는 우리네 관점에서 바라보면 아이보다 엄마 인생이 더 중요한 프랑스 엄마들이 조금 이기적이라는 생각도 들면서 이렇게 자란 아이들이 혹시 너무 개인주의적인 아이들로 자라지 않을까 하는 이야기도 나눴다.
이번에 이 책 ‘칼리의 프랑스 학교 이야기’를 읽으며 5년 전에 읽었던 ‘프랑스 아이처럼’ 책이 떠올랐는데 그때 우리가 느꼈던 불편함은 느껴지지 않았다.
한국에 훨씬 익숙한 사고체계를 가진 사람이 프랑스에서 주로 자란 딸아이 칼리가 프랑스 교육을 받는 것을 바라보는 입장을 기록한 것이기에, 마치 내가 바라 보는듯한 느낌도 들었고, 프랑스 육아와 교육을 이야기 하고 있지만 결국 그 속에서 저자가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은 한국의 교육에 관한 것이라는 걸 알 수 있었기 때문에 우리 아이들을 생각하며 가슴이 아프기도 했다.
물론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도 잠깐 다룬, 현재 마크롱 정부의 교육 우경화 정책이나 저자가 들여다보지 않은 프랑스 교육의 어두운 면도 많이 있겠지만, 이 책은 프랑스 교육에 대한 사실보다 ‘우리의 가정이, 우리의 학교가, 우리 사회가 이랬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으로 읽어도 충분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주 일찍부터 한명의 시민으로 어린이를 동등하게 대하는 부모와 어른들, ‘자유, 평등, 박애’ 이 세 가지 가치를 가장 소중하게 여기며 교사와 학생이 수평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교육현장, ‘경쟁의 대상이 옆 사람이 아니고 오늘의 나와 내일의 나’라는 기본적인 생각으로 경쟁 대신 연대와 협력이 자리 잡은 사람들과의 관계. 이것은 이 책에서 관찰한 프랑스 교육과 아이들의 이야기이지만 나의 바람이기도 하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뭐냐는 물음에 ‘자유’라고 답하는 초등학생, 1초도 머뭇거리지 않고 ‘평등’이라고 대답하는 중학생, 학교는 유익한 곳이고 필요한 것을 배우며, 미래를 건설하도록 도와주는 곳이라고, 학교에서 배우는 내용들은 대체로 이후에도 유용하게 쓰일 거라는 믿음이 있다고 대답하는 고등학생.
책 챕터 사이사이에 들어가 있는, 저자가 직접 만나 인터뷰한 아이들의 대답을 읽으며, 이런 학생들을 길러내는 가정과 학교, 프랑스 사회가 참 많이 부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