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홍손에서 방콕까지 가는 길
매홍손을 떠나 빠이와 치앙마이를 거쳐 방콕까지 가는 길은 900km가 넘는다. 쉬지 않고 달려도 14시간을 달려가야 하는데 대중교통을 이용해 장시간 가야하는 만큼 중간에 식사도 해야 하고 휴식도 취한다면 최소 18시간은 걸릴 것 같다.
매홍손 터미널을 출발한 미니버스는 내가 이곳으로 올 때와 같은 길을 되돌아간다. 매홍손으로 갈 때엔 버스 차창으로 보이는 풍경을 즐기고 수많은 커브 길에 긴장도 돼 지루한 줄 몰랐는데 같은 길을 되돌아 오다보니 지루해 버스가 출발한지 얼마 안 돼 졸음이 쏟아진다. 오늘 치앙마이에서 방콕으로 갈 때도 야간열차나 버스를 이용해야 하는데 지금부터 자면 밤에 잠이 안 와 고생할 것 같아 눈을 떠 보지만 그 동안 여독이 몰려와 눈꺼풀의 무게를 감당할 수 없다. 빠이에서 잠시 정차한 틈을 타 빵과 음료수로 점심을 때운다. 다시 출발한 버스에서 또 잠이 몰려온다. 평소 잠이 많지 않은 내가 이렇게 잠에 빠진 건 아마 그동안 너무 빡세게 여행 스케줄을 소화한 탓인 것 같다. 내 나이가 60대 중반인데 여행을 나오면 아직도 더 많은 것들을 보고 느끼고 싶은 욕심을 못 내려놓은 탓일 게다.
치앙마이 아케이드터미널 매표소
5시간 반을 달린 미니버스는 치앙마이 아케이드 버스터미널에 도착한다. 치앙마이로 올 때 버스를 이용했기에 방콕으로 돌아갈 때엔 기차를 이용하고 싶어 터미널 인근 여행사에서 오늘 방콕행 열차 예매를 부탁했더니 오늘 열차표는 이미 매진되어 없고 3일 후 열차표도 몇 장 안 남았단다. 할 수없이 버스터미널로 가 20시에 출발하는 방콕행 VIP 버스표를 산다. 아직도 버스 출발시간까지는 2시간 반이나 남아 일단 인근 마사지 가게로 가 타이 마사지로 고생한 몸을 풀고 인근 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한다.
방콕행 VIP 버스
VIP버스 내부
승객에게 제공되는 담요와 간식
휴게소 VIP 버스 전용식당
휴게소에 있는 가네쉬 신상
19시 30분 방콕행 버스를 타러 간다. 승차장은 버스를 타려는 사람들로 매우 혼잡한데 1번 승차장엔 아직 버스가 들어와 있지 않다. 잠시 후 버스가 승차장으로 진입하고 승객들의 표 검사와 함께 짐을 싣는데 비행기에 탈 때와 마찬가지로 짐표를 붙이고 한 장을 떼어 승객에게 건네준다. 버스에 올라 좌석에 보니 목 베개와 담요가 준비되어 있다. 승객이 모두 좌석에 앉은 걸 확인한 안내양이 간식과 음료수를 나누어 주고 20시 정각이 되자 버스가 출발한다. 아내양이 태국어로 안내방송을 하는데 뭔 소린지 하나도 못 알아듣겠다. 버스가 달리기 시작하자 에어컨이 너무 세서 추워 안내양에게 에어컨 강약 조절하는 방법을 물으니 안내양은 영어를 못 알아듣는다. 담요를 덮었는데도 추워 옆 좌석의 담요를 가져다 덮고 좌석을 뒤로 젖혀(150도 정도 젖혀진다) 잠을 청한다. 새벽 1시경 버스가 휴게소에 정차하고 버스표에 딸린 표을 이용해 식당에서 무료로 간식을 먹는다. 30분 가량 지나 버스는 다시 방콕을 향해 출발하고 새벽 5시 50분 경 방콕버스터미널(북부터미널, 머칫터미널)에 도착한다.
북부(모칫)터미널 시내버스 타는 곳
북부(모칫)터미널에서 남부터미널
가이드북에 따르면 수상시장으로 가기 위해서는 170번 시내버스를 타고 남부터미널로 가야 한다. 방콕버스터미널을 나와 시내버스정류장으로 가려면 지도상으로 봐선 길 건너에서 타야하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170번 버스가 오지 않고 이른 새벽이라 물어볼 사람도 보이지 않는다. 출근하는 듯한 복장을 한 남자가 버스정류장으로 와 물어보니 육교를 건너면 좌측에 시내버스 종합터미널이 있다고 한다. 서둘러 시내버스터미널로 가 170번 시내버스를 찾으니 막 출발하려 한다. 시내버스 안내양에게 버스비(20B)를 건네며 남부터미널에 내려달라고 부탁한다. 이른 새벽시간임에도 시내를 돌고 돌아 1시간 정도 걸려 남부터미널에 도착한다.
방콕 남부버스터미널
롯뚜라 불리는 미니버스
남부터미널 미니버스 승차장
남부터미널(싸이따이마이) 앞 시내버스 정류장에서 내려 사람들을 따라 터미널 안으로 들어 갔는데 담넌 싸두억(수상시장)으로 가는 버스 매표소가 보이지 않는다. 터미널 직원에게 물으니 터미널 1층 좌측에 있다며 1층으로 내려가는 계단까지 안내해 준다. 1층 계단을 내려가자 우측에 짐 맡기는 곳이 보여 배낭을 맡긴다(1일, 50B). 터미널 1층 좌측에 있는 담넌 싸두억으로 가는 버스 승차장 바로 앞에 매표소가 있는데 매표소 직원들의 호객행위가 대단하다. 태국은 우리나라처럼 터미널에서 공동으로 버스표를 판매하지 않고 버스 회사별 매표소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서로 자기 버스에 손님을 유치하려는 호객 행위가 경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말레이지아도 마찬가지) 7시 30분 미니버스(일명 롯뚜)에 올라 담넌 싸두억 수상시장으로 향한다.
담넌 싸두억 수상시장 가는 길
미니버스(롯뚜) 내린 shang 선착장에서 보트타면 바가지 요금
담넌 싸두억 수상시장까지는 92km인데 미니버스는 중간 중간 손님을 내려주기도 하고 태우기도 해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린다.(2시간) 325번 도로를 달리던 미니버스는 담넌 싸두악 수상시장 방향으로 좌회전하더니 첫 번째 선착장에서 여기가 담넌 싸두억이라며 내리라고 한다. 버스에서 하차하자 20대 여자 호객꾼이 달라붙어 유람 보트를 타라고 성화를 부린다. 그런데 1시간에 1,000B를 부른다. 너무 비싸게 바가지를 씌우는 것 같아 머뭇거리며 근처를 둘러봐도 유람 보트 선착장이 보이지 않는다. 너무 비싸다며 거절하고 돌아서려니까 호객꾼이 다가서더니 700B에 타란다. 수상시장 구경을 포기하기엔 새벽부터 여기까지 힘들게 온 게 아쉬워 700B를 내고 유람선 보트에 오르는데 어째 찝찝하다.
매끌롱 강과 타친 강을 연결해 만든 운하에 만들어진 수상시장
이곳 수상시장은 농업이 융성하던 담넌 싸두억 지역의 농산물 운송문제를 고심하던 라마 6세가 타친 강과 매끌롱 강을 운하로 연결해 농민들이 직접 재배하는 과일과 채소를 교환하거나 판매하는 시장으로 만든 것이나 지금은 농산물시장으로서의 기능보다 관광객들은 위한 관광지로서의 기능이 주를 이루고 있다.
수상시장으로 가는 수로변 파파야 농장
보트를 타고 수상시장으로
기념품가게가 수로변으로 나타나기 시작
나 혼자 탄 보트가 선착장을 출발해 좌우에 바나나와 파파야 농장이 늘어선 수로를 따라 5분 쯤 달리니 수로 좌우로 기념품 가게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수로변의 주택
이곳은 예전 태국인들이 수상가옥을 짓고 살면서 상품과 작물을 배에 싣고 시장으로 운반, 물물 교환하는 광경을 그대로 만날 수 있는 곳으로 아침 6시에서 11시경 까지 열리지만 10시가 넘으면 파하는 분위기이므로 수상시장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오전 5시에서 8시 사이에 둘러보는 게 좋다고 한다. 이때가 상인들의 거래가 가장 활발하고, 관광객보다 상인들의 쪽배가 더 많아 시장풍경을 제대로 볼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내가 선착장에 도착해 호객꾼과 실랑이를 벌이다 보트를 탄 시간이 10시가 넘어서 그런지 현지인들이 물건 사고파는 광경은 보이지 않고 관광객들을 실은 보트와 관광객을 상대로 먹거리와 기념품을 파는 배들로 좁은 수로가 가득하다. 이곳에서도 교통체증이 심각했지만 능숙한 솜씨로 요리조리 잘 피해 나간다. 수많은 보트가 달리고 기념품가게로 가득한 이곳 수로의 물은 쓰레기와 부레옥잠이 떠다니는데 한 눈에 보기에도 많이 오염된 듯하다.
수상시장의 이런저런 모습들
수상시장의 가장 특별한 풍경이라 하면 이렇게 배 위에서 물건을 팔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는 것인데 살짝 아찔한 만도 한 배 위에서 다양한 요리와 과일 등을 팔고 있다. 한쪽에 정박해 놓고 고정적으로 물건을 파는 상인들이 있는가 하면, 수상시장 내를 왔다 갔다 하면서 배를 타고 구경하는 관광객들에게 물건을 파는 상인들도 있다. 수로 양쪽에 늘어선 상점에서 파는 물건은 대부분 관광기념품으로 불상을 중심으로 한 조각품, 각종 숄, 가방, 대나무 수공예품, 의류, 열대과일 등이다. 배를 타고 가면서 상인에게 물건을 구입하는 것은 관광객들이지만, 사진의 모델로써는 꽤 괜찮은 풍경이다. 그러나, 가격은 태국의 다른 시장에 비해서 바가지다. 가령 팟타이(태국식 볶음국수) 한 그릇에 방콕에선 60B 정도인데 이곳 수상시장에선 150B를 받는다. 또 기념품을 살 때 그들이 부르는 값의 30%선에서 사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뱀을 목에 두르고 즐거워하는 관광객
시장 몇 곳에선 커다란 뱀을 전시해 놓고 있는 청년이 관광객들에게 어깨에 걸어보라고 한다. 조금 구경하고 있노라니, 여행자 한 명이 돈을 내고 뱀을 어깨에 걸고 사진을 찍는다. 동남아 관광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인데 관광객들은 겁을 내면서도 즐거워하고 있다.
관광객들이 탄 보트로 붐비는 수상시장
수상시장의 가장 멋진 풍경을 볼 수 있다는 시장 들목의 다리에는 한눈에 다 들어오는 수상시장 풍경이 관광엽서에서 보던 것과 똑 같은 풍경이 연출된다.
버스 내린 곳에서 도로를 따라 20분 걸어가세요
수상시장 입구
들목다리로 가는 길 좌우에 펼쳐진 가게들
들목다리로 가는 통로에 있는 쇼핑 몰
들목다리 위에서 본 수상시장
들목다리 위에서
쇼핑몰에서 조각도로 작품을 만드는 아저씨
보트 투어가 한 시간짜리지만 50분도 안 돼 보트기사는 내가 탔던 선착장에 날 내려 놓는다. 기념품도 안사는 내가 얄미웠나? 보트에서 내려 선착장 앞길을 걸어 안쪽 수상시장 도보 투어를 시작한다. 걸어서 20분 쯤 가니 다리 옆으로 시장이 보이고 쇼핑 몰처럼 수많은 상점이 늘어선 시장 안으로 들어가니 수상시장 들목 다리가 보인다. 다리 주변을 돌아보며 사진을 찍고 무더위도 식히며 시장 구경을 한다.
담넌 싸두억 수상시장과 암파와 수상시장 위치
태국 방콕 근교에는 담넉 싸두억과 암파와에 두개의 수상시장이 있는데 두개의 수상시장은 완전히 다른 분위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어느 곳을 갈 지는 자신의 취향에 달려 있다고 한다. 방콕여행 시 패키지 투어로 수상시장을 간다고 하면 거의 90% 이상이 바로 담넌 싸두억 수상시장으로 한국 사람 뿐만 아니라 외국 사람들에게도 인기가 있어 관광객들이 배를 타고 물 위의 다른 상인의 배에서 물건을 사 볼 수 있는 경험을 할 수 있고 사진 찍기에는 담넌 싸두억 수상시장이 더 분위기가 있지만 암파와 수상시장은 교통은 좀 불편하지만 현지인들에게 인기 있는 곳으로, 과거와 현재가 잘 섞여있으며 물가가 훨씬 저렴하다고 한다.
Shang 선착장<보트비에서 차비까지 바가지>
두 시간 반 정도에 걸쳐 수상시장 구경을 마치고 방콕으로 돌아가기 위해 미니버스 내린 Shang 선착장으로 가 버스표를 사려고 하니 남부터미널까지 150B를 내란다. 이곳으로 올 때는 80B였는데 150B를 내라니 황당해 남부터미널에서 올 때 가지고 있던 버스표를 보이며 왜 150B를 내라고 하느냐고 따지니 벽에 걸린 요금표를 보여준다. 황당해 성질이 나 밖으로 나와 경찰에게 버스표를 보여주며 이야기하니 200m 쯤 걸어나가 325번 도로에서 미니버스를 타면 80B라고 설명해 준다. 같은 곳에서의 버스비가 거의 두 배나 차이가 나는 건 이곳에서 타고 가는 사람이 나 같은 외국인 밖에 없어 바가지를 씌우는 걸까? 어쨌든 이곳 담넌 싸두악 수상시장은 내겐 별로 기분이 좋지 않은 곳이다. 나 같은 단독 배낭 여행자에겐 절대 권하고 싶지 않다.
경찰이 일러 준대로 325번 도로를 건너와 철물점 아저씨께 물어 정류장을 확인한다. 20분 쯤 기다려 남부터미널로 가는 미니버스를 탄다. 그런데 이 미니버스는 남부터미널을 거쳐 북부터미널과 모칫 역, 전승기념탑까지 운행하는 버스다. 미리 알았으면 새벽에 남부터미널을 찾아가느라 고생하지 않았을텐데. 2시간 정도 걸려 남부터미널에 도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