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코스 : 중3리 마을회관 – 운천 터미널
경기 둘레길 14코스 출발지는 중3리 이다. 본래 철원군 관인면이었으나 일제 강점기 행정개편에 따라 연천군에 편입되었으나 8·15 광복과 더불어 북한지역에 소속되었다가 한국전쟁으로 실지를 회복하였다.
1983년 관인면이 포천군에 편입되었는데 관인면의 중앙에 있다고 하여 중말 또는 중동이라 불렀다. 2003년 10월 포천시가 도농 복합도시로 승격하면서 관인면 중리가 되었다. 마을에서 세운 표지석에 새겨진 아래 심재는 건지천과 한탄강이 합류하고 있는 지점에 있는데 구석기 시대의 유적인 몸돌이 발견되었다고 하였다.
중 3리에서 잠시 마을의 유래를 살펴보고 농로를 따라 걸어간다. 10m 앞을 볼 수 없게 하는 짙은 안개가 가는 길을 방해하지만 시원한 바람에 힘차게 걸어간다. 오늘의 걷기는 지난번 걷기 모임에 불참하여 참여하지 못한 구간을 탐사하는 것인데 김헌영 총무가 선뜻 길잡이를 자처하여 주었다.
이틀 전 왔다 간 길을 동료를 위해 다시 한번 걷는 것을 마다하지 않은 따뜻한 마음씨가 그저 고마울 뿐이란 생각에 가는 걸음은 더욱 가벼워질 때 마당교 출렁다리에 이르렀다.
마치 거대한 성문을 들어가는 것 같은 착각 속에 다리를 건너며 아래를 바라보니 여기저기 바윗돌이 물가에 앉아 협곡을 이루고 있다. 향로봉과 고남산 계곡에서 흘러내려 중리를 따라 남쪽으로 흘러 한탄강과 합류하는 건지천이었다.
짙은 안개로 선명하게 보이지 않았지만, 그 아름다움에 탄성을 자아냈는데 김헌영 총무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고 하였다. 생각하지 않았던 비경을 만나고 다리를 건너 계단 길을 오르는데 공사 중으로 가는 길을 막아 놓았다
우회하는 길도 없는 오직 하나뿐인 길에서 되돌아가는 것은 오늘의 걷기를 포기하는 것이기에 담장을 넘어가는데 공사 중인 관계자가 ‘가지 말라면 가지 마세요.’라고 큰 소리로 말한다.
아침부터 말다툼하기 싫어 말없이 담장을 넘어가고 난 뒤 ‘죄송합니다.’라고 인사를 하고 가던 길을 멈추지 않았다. 오늘 14코스를 걷기 위해 몇 시간을 왔는데 어떻게 포기하고 돌아갈 수 있을까? 정녕 도보자의 안전을 생각한다면 경기 둘레길 홈페이지에 공사 중인 관계로 언제까지 탐방을 중지한다고 공지를 하여야 하지 않을까?
잠시의 짜증도 건지천의 아름다움에 녹아내리고 산길을 걸어간다. 깊은 산골길에서 소리 없이 우리 가곡 산길을 부른다. “산길을 간다 / 말없이 홀로 산길을 간다 / 해는 져서 새소리 / 새소리 그치고 짐승의 발자취 /그윽이 들리는 산길을 간다/ 말없이 밤에 홀로 산길을 / 홀로 산길을 간다”
한탄강 지질공원 가는 길이 되어 자동차도 갈 수가 있을 정도의 넓은 길을 즐거움을 벗으로 삼아 걸어가는 사람이 자신의 역량을 헤아리지 않고 고요히 홀로 산길을 걷는 사람을 흉내 내는 행위는 어리석음의 극치를 들어내는 것을 잘 알면서도 분위기를 파악하지 못하는 아둔한 행위를 언제까지 들어낼 것인가?
자신을 성찰하며 한탄강 하늘 다리를 걸어간다. 다리 중간쯤에 이르니 유리를 통해 강의 풍광을 볼 수가 있도록 하여 놓았다. 분명 다리 아래에는 물이 흐르고 돌돌이 널려 있고 모래 마당이 펼쳐있는 이 땅의 어느 강에서도 볼 수 있는 풍광인데 왜 이리 감탄사를 연발하며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참으로 아름다웠다. 또 보고 또다시 보고 다시 한번 또 보고 다리를 건넜다. ‘道를 道라고 말하면 道가 아니요, 名을 名이라 하면 名이 아니다’는 노자의 말씀과 같이 이곳에서 본 감상을 아름다운 한탄강이라 말한다면 그것은 한탄강을 오염시키는 행위가 될 것이지만 환상적인 아름다움의 극치라고 외치지 않을 수 없다.
한탄강 협곡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하늘 다리를 건너니 널따란 광장에 천막이 쳐있고 아름다운 풍광을 보고자 찾아온 사람들이 여기저기 눈에 띈다. 한탄강 주상절리 길이 시작되었다.
이곳에서 경기 옛길의 하나인 경흥길 표지기를 발견하여 경기 둘레길과 경흥길이 겹치고 있었다. 아름다운 길이 어떻게 하나의 길로 만족할까? 세계 자연 유산으로 지정된 주상 절리 길에서 또다시 우리나라가 세계에 자랑스럽게 내세울 수 있는 자연경관이라고 말하는 것 자제가 진부한 표현일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아름다운 풍광이라도 한없이 감탄사만을 연발하며 머무를 수는 없다. 우리는 걸어야 한다. 도보 여행가는 끊임없이 걸어야 한다. 산천의 기운을 마음껏 마시며 걸어가 발목이 시리운 고통 속에서도 즐거움을 느끼는 것이다.
경흥길 표지기가 유도하는 길을 따라 걸어간다. 사방 주위가 아름답지 않은 것 하나도 없다. 걸어가는 길도 좋고, 날씨도 선선하고 경관은 빼어나니 몸도 마음도 아름다움에 젖어 있는데 멍우리 협곡을 알리는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 포천 한탄강 멍우리 협곡은 양쪽 기슭의 높이가 20~30m 내외의 주상절리(柱狀節理]로 이루어졌으며 길이가 약 4㎞에 이른다. 협곡 구간에는 주상절리의 침식과 박리(剝離)로 인해 형성된 하식 동굴 약 30여 기가 자리하고 있다.
멍우리는 ‘멍’과 ‘을리’가 합쳐진 지명으로 멍이란 ‘온몸이 황금빛 털로 덥힌 수달’을 가리키고 을리는 멍우리의 지형이 한자의 ‘을(乙)’자처럼 크게 곡류한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즉 멍우리란 ‘황금빛 털을 가진 수달이 사는, 을(乙)자처럼 강물이 휘어지며 흐르는 곳’이란 뜻이다. “(네이버 지식백과에서 퍼옴)
산속에 파묻혀 협곡을 둘러보는 진한 감동의 여운을 안고 걸어온 길에서 부소천교를 지나면서 산길, 물길과 헤어지고 드넓게 펼쳐진 대지의 기운을 받으며 농로를 걸어간다. 추수가 끝난 논밭은 광장의 기운이 무엇인지 깨닫게 해 준다.
생기가 가득한 저 허허벌판에서 주역 곤괘의 땅의 덕성인 德合无疆, 行地无疆, 應地无疆,을 음미하며 걷노라니 무엇인가 좋은 일이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 몇시간을 걸어온 것이 몸에 피곤을 느끼게 하는 것이 아니라 즐거움으로 가득차 새롭게 맞이하게 하는 것이다.
끝없이 펼쳐진 광장 같은 농로에서 도심 속으로 진입하여 아스팔트 길을 따라 운천 터미널에 이르러 오늘의 걷기, 경기 둘레길 14코스를 마치었으나 다소 아쉬운 마음이 남아 15코스를 걷기로 하였다.
하지만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때도 마침 점심시간이 되어 식당을 찾았다. 환상적인 아름다운 경치를 보았고 환상적인 즐거움으로 걸어왔으니 환상적인 맛있는 식사를 할 것이란 기대로 식당을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