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상 이용법
-폐전선 수거 일지
‘말 안 들으면 망태 할아버지가 잡아간다’
옛날 어린이들이 무서워했다는 망태 할아버지. 1920년대에 큰 망태기와 집게를 이용해서 폐품을 줍고 다니던 ‘넝마주이’가 있었다면, 1950년대는 ‘망태기 할아버지’라 불리는 이들이 있었다. 1960년대 이후에는 ‘근로재건대’라는 이름으로 관리되다가 1995년에 사라졌다.
지금은 리어카를 끌고 다니며 폐지 줍는 노인들이 있다. 이분들은 수거한 폐지를 동네 고물상으로 가져가서 판매한다. 폐지를 줍는 것은 어떤 노인들에게는 일거리이며 일자리이자 생계이기도 하다. 또한 덕분에 상가와 거리가 깨끗해지고 자원이 버려지지 않고 재활용된다.
매탄동에는 ‘대성자원’(매탄동 801-1, 효동초 근처)이라는 고물상이 있다. 예전 이름은 ‘간다고물상’. 고물상들이 이제는 ‘00자원’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어 있다. 오래된 물건인 고물이나 폐품을 모은다는 개념에서 나아가, 시대가 달라진 만큼 재활용 가치가 있는 자원을 수거한다는 개념으로 바뀌었다. 재활용의 기술도 그만큼 발전하였다. 이제는 고물이라는 이름보다는 ‘재활용품’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는 ‘자원’은 지구환경을 지키고자 하는 이들의 관심사이기도 한다.
매탄동의 ‘환경동아리 하늘숲’은 1년 이상 모은 폐전선을 가지고 대성자원을 방문했다. 하늘숲은 마을축제와 주민공간에서 자원순환센터를 운영하여 폐전선과 종이팩, 브리타정수기 필터 등을 모아왔다. 종이팩 수거는 3년 전에 시작하여 회원들이 수거해 오다가, 올 봄에 수원시의 종이팩 수거 시범단지로 신청하여, 이제 매탄위브의 종이팩 수거는 시가 직접하게 되었다. 종이팩이나 폐전선은 기존의 분리수거 체계 안에 없는 재활용품이다. 고품질의 자원이 쓰레기로 버려지고 있다. 종이팩은 주민센터로 가져갈 수는 있으나, 폐전선은 아예 수거도 하지 않는다.
이어폰, 충전기, 멀티탭 등의 폐전선은 피복을 벗기면 구리가 있다. 구리는 값비싼 자원이다. 이번 수거량이 14kg이었고 14,000원을 받았다. 1kg에 1000원인 셈이다. 고물상에서 가장 비싼 것이 금은동 구리하고 한다. 하늘숲은 폐전선을 수거하고 받은 돈을 마을에서 매달 여는 '자원순환 나눔장터'의 운영에 써서 주민들에게 환원할 계획이다.
종량제 쓰레기봉투에 버려지는 폐전선을 구출하는 방법으로 고물상을 이용할 수 있다. 대성자원에서는 폐전선, 철, 캔, 폐지, 의류 등을 수거하여 고물 도매상으로 넘기고, 도매상은 각각 제철소나 재활용업체에 보낸다고 한다.
폐전선은 한 세대에서 자주 많이 나오는 품목이 아니다 보니 분리수거 체계 안에 없다. 마을에서 폐전선을 모으는 수거함을 마련하여 동네 고물상으로 가져가는 것도 자원을 살리는 방법이겠다. 매주 분리수거하지는 않지만 공동주택에서 건전지와 폐형광등을 분리수거 집하장에 따로 모으듯이, 폐전선 수거함도 설치하여 수거할 수는 없는 것일까. 버려지기엔 구리는 너무 아까운 자원이다.
구채윤 주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