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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0월 25일(일)~(11일째... Atapuerca~ Tardajos: 31.1km)
순례자숙소: Ref municipal 공용 알베르게, 기부제)
비록 낡고 허스스름한 숙소였지만 오히려 마음은 더 편안했던 이곳에서 하룻밤을 묵고 떠난다.
추억이란 바로 이런 소박한 풍경에서 더 진득하게 쌓여지는 듯 하다.
처음엔 왠 호텔인가 했는데^^ 오른쪽으로 보이는 낮은 지붕 건물이 공용 알베르게 출입문이다.
골목길을 휘돌아 나선다.
오늘의 여정은 'Tardajos'까지 31.1km의 만만찮은 거리이다.
오전 8시에 출발, 일정표 지도를 보니 8.6km 지점에 'Orbaneja' 마을에 바(Bar)가 있다고 표시 돼있다.
어제 간식을 준비못한 탓에 조금 걱정이 된다.
이곳 바(Bar)도 아직 문이 닫혀있고...
구불구불 호젓한 길을 혼자 걷노라니 왠지모를 외로움과 고독함이 한껏 밀려온다.
그래도 마음은 텅빈 가벼운 발걸음인 듯...
사색의 길이기도 하려니와...
마을을 벗어나니 은근한 언덕길이 계속 이어진다.
게다가 언덕을 오를수록 안개 자욱하고 자갈길이 사방천지이다.
누군가는 몽환적인 풍경이라 말할 수도 있겠으나 적막하고 허기진 탓에 어서 이 언덕을
빠져나갔으면 하는 생각뿐이다.
얼마쯤 걸어왔을까...
'푼토 데 비스타(해발 1070m)' 언덕 꼭대기에 오르니 안개속에 대형 십자가가 홀로 외로히 서있다.
십자가 아래 돌무더기에 어느 누구(산악자전거 인 듯...)의 기원의 바램들이 적혀있다.
조금 있으려니 전에 '사라키에기(Zariquiegui)' 마을에서 함께 사진을 찍었던 카미노 친구들을 만났다.
이곳에서 다시 만나니 서로 반갑기 그지없다.
만나면 헤여지고 어느때인가 다시 만나다 보면 카미노 우정들이 절로 쌓이게 된다.
이곳에선 남녀노소 모두가 카미노 친구들이다.
서로가 서로를 격려하고 응원하는 작은 감동의 순간들...
그래서 이길을 걷는 여정이 힘들어도 행복한 마음들인 것이다.
10월의 카미노 길은 조금 황량하고 적막한 길이기도 하지만 이 또한 낭만의 진솔함이 베여있는 풍경이고 보면...
바라보는 시각 그 마음에 따라 언제든 아름다운 시선으로 다가올 수 있는 먼 여정의 발품이기도 하다.
그래도 눈앞에 아른거리는 토끼들과 아내, 내 작은 집 보금자리를 떠올리다 보면
괜시리 눈가에 이슬 맺히는 어쩔 수 없는 카미노 나그네의 머나먼 향수 인 듯...
자! 이제 햇살 가득한 날에 새로히 마음을 꼬옥 다져잡고 멋지게 이길을 걸어 가야지.
배속이 허기지다.
거의 두시간 반여를 걸어(8.6km) 'Orbaneja' 마을에 도착했으나 바(Bar)가 보이지 않는다.
다시 걸어걸어 어느 작은 마을 어귀에 들어서는데 폐차된 버스 표면에(알베르게 선전용)
칼라로 그려진 만국기가 보이는데 그중 가장 윗쪽 중앙에 태극기가 크게 그려져 있다.
감동의 순간이다.
머나먼 타국에서 바라보는 태극기... 왼쪽 가슴에 가만히 손을 대본다.
이 순간만큼은 누구나가 애국자가 되는 것 같다.
다시 한참을 걸어가니(5.5km정도) '카르데뉴엘라' 마을 새로지은 산뜻한 바(Bar)가 보인다.
여주인도 웃음가득 상냥하다.
레체(우유)한잔과 계란후라이, 하몽을 구운 돼지고기와 샐러드 바삭한 빵 1개를 주문했다.
조금은 푸짐한 아침겸 점심 오찬이다^^
경쾌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그곳에 앉아있던 할아버지(내눈에는^^...)가 신나게 춤을 추기 시작한다.
모두를 흥겨운 표정들이다.
이길에서 만나는 흥겨운 춤의 향연이 기분을 상쾌하게 만든다.
점심을 먹고나니 이제야 힘이 팍팍 솟는다^^
이곳 길 풍경은 그 자체가 한폭의 그림인 듯 참으로 정겨웁다.
길 모퉁이를 돌아서는데 누군가 ' 안녕하세요'라며 인사를 전해온다.
'피레네' 산맥을 넘으며 무릎을 다쳤다는 그 청년이다.
다행히 병원에서 치료후 많이 나아졌는데 '부르고스'에서 친구들과 만난 예정이란다.
서로 잘 가라며 손을 흔들어 주고...
이곳 '카르데뉴엘라 리오 피코' 마을에 카미노 마음들을 꼭 빼닮은(아니 나를 꼭 닮은^^...)
특이한 그림이 작은 건물벽에 그려져 있다.
꼬부랑 허리에 지팡이엔 라듸오가 걸려져 있고 배낭엔 칫솔이며 구급약 다리미까지 잔뜩 달려있다.
아마도 이곳에 오기전에는 무척이나 멋쟁이 인듯 하다.
길을 걸으며 머리속으론 내내...
따뜻한 욕실에서 샤워를 끝낸 후 소파에 편안히 앉아있다 잠시 후 멋진 정장을 차려입고
시내로 발걸음도 가볍게 나들이를 나선다.
고급 레스토랑에 들러 맛있는 음식을 시켜놓고 감미로운 음악을 들으며 와인 내지는 시원한
맥주로 목을 축이고...
잠시후 정신을 차려보니 무거운 베낭에 어깨가 짓눌려있고 갈길은 멀기만 한데...
그래도 한바탕 꿈속을 헤메고 나니 새로운 기분인것 같기도 하고^^...
누구나 이길 걸으며 한번쯤은 떠올려 보는 상상의 저 그림이 머릿속에 오래 남을 듯 하다.
'카르데뉴엘라 리오 피코'에서 다시 한시간을 걸어(3.1km) 작고 아담한 '오르바네하(Orbaneja)'
마을을 지나가다
예쁘고 귀여운 낭자들을 만났네요.
스스럼 없이 손녀들과 사진을 찍어주던 할아버지의 미소가 떠올려진다.
'포플러(미루)' 나무가 하늘높이 시원스레 쭈욱 뻗어 올라있다.
파란 하늘과 잘 어울린다.
'부르고스' 시내에 들어가기 직전인 '카스타냐레스' 마을 초입에 자전거를 탄 동네주민이 여유롭게 지나가고 있다.
하늘은 푸르고 햇살 가득 내려앉은 그 길을 걷고 있노라면...
'부르고스'는 그리 크지 않지만 깨끗한 도시 면모를 보이는 인상을 준다.
길을 물어도 친절히 답을 해준다.
스페인의 전설이며 영웅인 '엘시드'의 고향이며 그 역사적인 기록들을 각자 한번쯤
살펴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농촌 마을을 내내걷다 이런 도시풍경을 만나면 잠시나마 삶의 활력을 느끼게 된다.
어느 바(Bar)에 둘러 빵과 맥주한잔을 시켰다.
'부르고스' 시내를 빠져나가다 바라본 대성당의 위용과 첨탑의 화려함이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어떤 예술의 승화로 이런 건축물의 대가를 이루어 놓았을까 쉽게 상상이 가지 않는다.
첨탑에 둥지를 튼 새집 모양이 특이하다.
서로 보살펴주고 아껴주며 보다듬고 살아간다.
새도 우리도...
어디쯤일까...
동네가 아주 깨끗하고 조용하다.
오가는 사람들의 옷차림이 영화속 한 장면인 듯 하다.
이제 해가 조금씩 서쪽으로 기울어간다.
바쁜 마음이라 조금 걸음을 빨리 재촉한다.
느렸다 빨랐다를 반복하는 일상의 걸음이 이젠 익숙해져 있다.
'부르고스' 시내를 빠져나와 오늘의 목적지 'Tardajos' 가는길에 '알바니아'에서 왔다는 카미노를 만났는데
내게 양손으로 운전을 하는 모양을 하더니 우리 한국의 K기업의 자동차를 구입 했다며 자랑한다.
이번 길을 걸으며 많은 나라의 카미노들이 우리 한국의 S사 핸폰을 가지고 있는데
최고라며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울떈 괜히 어깨가 우쭐해진다^^
하물며 오늘 이 친구한테 자동차까지 이야기를 들었으니... 무엇보다도 국력이 최고!
근데 이 친구 함께 길을 걷다 오른쪽 길 윗쪽에 조금 넓은 공터를 보더니
자기는 오늘 저곳에서 야영(비박)을 하겠단다.
참으로 못말리는 친구들이다.
10여km를 걸어걸어 이제 Tardajos 마을 초입이 얼마 남지않은 것 같다.
지나가는 아줌마에게 물어보니 한 2km 정도 남았단다.
멀게 느껴진다.
오후 여섯시가 다 돼서야 공용 알베르게에 도착했다.
기부금 형태로 운영되는데 작고 아담한 곳이다.
상냥한 그곳 여자 봉사자분의 웃음띤 얼굴이 마냥 아름다운 천사를 닮아있다.
따뜻한 물에 샤워를 끝낸 후 그곳 동네 바(Bar)에 둘러 시원한 생맥주 한잔으로
목을 축이니 세상 부러울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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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걸음을 멈추면 생각도 멈춘다. 나의 정신은 오직 다리와 함께 움직인다. (장 자크 루소 선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