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얕으막한 산 허리에 다양한 색깔로 옹기종기 지어진 집들이 보이는 걸 보니 베르겐에 도착한 것 같다. 우린 거대한 크루즈 선과 화물선, 유람선 등 다양한 배들이 정박해 있는 항구에서 하차해 일단 인솔 가이드에게 베르겐에 대한 설명을 듣는다.
“노르웨이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인 베르겐은 노르웨이 서남부에 위치해 있고, 북위 60도 이상 고위도에 위치하고 있지만 멕시코 난류가 베르겐 앞을 흐르고 있고 산에 둘러싸여 있어 겨울철에도 평균기온이 영상이며 지형적인 영향으로 연평균 강수량이 2,000mm 이상으로 유럽에서 가장 비가 많이 오는 곳 중의 하나이며 상대적으로 눈은 노르웨이에서 가장 적게 오는 곳이다. 비외르그빈이라 불렸던 이 도시는 1070년 노르웨이의 올라프 3세 국왕이 건설하면서 역사가 시작되는데 그 후 성곽이 생기면서 노르웨이의 중요 도시가 되었으며 노르웨에서는 “피오르의 심장”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14세기 흑사병이 유럽을 강타한 후 영국 선원들이 들어오면서 무역항으로 중요해져 스칸디나비아반도 중에서 최대의 항구이며 무역의 중심으로 수세기 동안 물고기와 모피를 수출하고 곡물과 공산품을 수입했다. 일찍이 베르겐에서는 북해와 아이슬란드 연안에서 잡아 온 생선을 모아 독일을 비롯한 전 유럽에 판매했는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던 것이 말린 대구라고 한다. 대구가 많이 잡히기도 했지만 종교적인 이유도 있었다는데 당시 유럽인들은 사순절 기간에는 육류를 먹을 수 없었고 생선으로 영양을 보충했는데 그 때문에 말린 대구가 많이 거래되었다고 한다.14세기에는 한자 동맹을 맺은 게르만 상인들이 이 지역 상권을 독점했는데, 국력이 약해 이들의 영향력은 18세기까지 지속되었다. 1855년을 끝으로 일어난 4차례 화재로 거의 파괴되었지만 여전히 노르웨이 서해안에서 가장 중요한 항구이다. 1855년 이후에는 목재건축을 금지하고 있다. 현대에는 주로 어업·조선업과 그에 관련된 선박수리, 장비 생산, 기계·금속제품 생산, 식품가공 등을 기반으로 경제를 발전시켜 지금은 2번째로 큰 도시다. 유명한 건축물로는 베르겐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인 12세기에 세운 마리아 교회, 13세기에 세운 호콘 회관이 들어 있는 베르겐후스 요새, 로센크란츠 탑 등이 있다. 한자 동맹 시절의 중심가에는 독특한 목재건물들이 남아있으며, 역사지구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었고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에 나오는 아렌델 왕국의 모티브가 된 도시다.”
가이드가 설명을 마치고 우리를 토르에트 거리와 항구 사이 광장에 있는 어시장으로 인도한다.토르게 어시장(Fiske torget)이라는 이곳은 매일 열리는 노천시장으로 11세기 초 항구도시 베르겐이 형성되면서 자연발생적으로 시작된 어시장으로 북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시장 중 하나라고 한다. 대형 텐트가 쳐진 시장 내 각 가게에서는 삶은 게와 새우 모둠 접시, 연어샌드위치 등 수산물뿐만 아니라 양모, 액세서리, 과일 등도 함께 팔고 있는데 북유럽의 다른 물가와 마찬가지로 이곳도 우리나라 보다 물건 값이 매우 비싸다. 우린 물건 값에 놀라며 물건을 사지 않고 단지 시장을 구경하는 것으로 지나친다. 어시장 끝에 다다르자 가이드가 이 근처의 아이스크림과 핫도그 맛 집을 알려 주고 자유롭게 베르겐 관광을 하면서 각자 취향에 저녁식사까지 하고 버스에서 내렸던 곳에서 19시에 만나기 한다.
친구부부와 우린 브리겐 거리를 가로질러 거리 끝에 우뚝 솟아있는 탑 쪽으로 먼저 가 본다. 이 곳은 베르겐후스 요새라는 곳으로 과거 베르겐이 노르웨이의 수도일 때 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항구에 세워진 요새이다. 요새 안에 우뚝 솟아 있는 건물은 로젠크란츠 탑으로 처음 지어졌을 때는 왕을 위한 공간이었으나 이후 베르겐 성의 영주가 도시를 방어하기 위해 요새로 변형시킨 것이라고 한다. 베르겐 성은 베르겐이 노르웨이의 수도로 정해진 13세기부터 약 600년 동안 국가의 대소사가 치러졌다고 하며 베르겐의 옛 영화를 말해 주는 호콘 왕의 홀도 볼 수 있다. 외관을 구경하는 것은 무료지만 탑 내부로 들어가려면 입장료가 있어 패스한다. 뒤쪽 성곽 위 공원에는 제복을 말끔하게 차려 입은 호콘 7세의 동상이 우리를 반긴다. 호콘 7세는 노르웨이 첫 국왕으로 2차 대전 당시 노르웨이의 전쟁을 이끈 왕이다. 성벽에는 바다를 향해 대포가 설치돼 있고 대포를 쏠 수 있도록 성벽에 구멍을 내 놓았다. 이 일대 성벽은 1,2차 대전 때까지도 요새로 사용되었다고 하는데 크게 볼거리는 없는 것 같다.
요새를 간단히 돌아 본 우린 온 길을 거슬러 브리겐 역사지구로 간다. 한자동맹에 가입하면서 1702년에 지어진 목조건물과 한자박물관이 있는 거리로 베르겐의 상징과도 같은 거리로 건물들은 실제 여러 번 화재로 소실되었지만 원래 모습으로 복원돼 유네스코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한 곳이다. 1070년 올라브 3세에 의해 새로운 역사가 시작된 베르겐은 훌륭한 지리적 요건 덕에 발전과 동시에 항구도시로 유럽에 이름을 떨쳤고 12, 13세기에는 수도의 역할도 해냈고 이 기세는 중세로 이어졌다고 한다. 브리겐이란 말은 노르웨이어로 '항구'를 의미하는데 베르겐이 존재하는 이유는 바로 이곳에 있다. 보겐만 입구에 면한 브리겐 거리에는 14~16세기의 목조 건물이 15채 가량 남아 있는데 이는 한자동맹 Hanseatic League 시대에 독일 상인들이 살던 집으로 고향에서의 습관에 따라 주거와 일터가 한 지붕 밑에 있는 형태였다고 한다. 13세기 독일 상인들의 주도하에 발트해 연안 90여개의 도시가 가입한 한자 Hansa 동맹이 형성됐는데 이는 해상 교통의 안전을 보장받고 이를 바탕으로 상권을 확대할 수 있었다고 한다. 알록달록한 건물들로 1층에는 상점으로 사용을 하고 있기도 하지만 오래돼 뒤에는 건물이 넘어가지 않도록 나무 등으로 받쳐 놓았으며 2층은 건물을 수리 보수하고 있는 곳이 많다. 베르겐의 항구를 따라 늘어선 목조창고 Wharf는 당시 무역항으로 번성했던 베르겐의 모습을 잘 보여주는 것으로 그 높은 가치를 인정받아 197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고 한다.
브리겐 거리의 목조건물을 따라 난 좁은 골목길을 걸어 본다. 건물들은 1702년 발생한 대화재 이후 다시 지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중세 이전 건물의 매력을 느낄 수 있어 3백년 전 브리겐의 모습이 떠오른다. 목재로 지어진 건물의 외벽에 칠한 다양한 색깔들도 정스럽게 느껴진다.
대부분의 건물 내부는 비어진 상태로 보존되고 있는 것에 반해 전면은 온통 관광객 등을 상대로 하는 상점들은 음식점과 기념품 숍, 카페 등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카페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커피 한잔 마시며 항구의 경치를 감상하는 관광객들이 많이 보인다.
브리겐 거리 끝에 있는 플뢰엔산 전망대를 오르는 플레이바넨(Floibanen) 푸니쿨라 매표소에서 왕복표를 사는데 가격이 꽤 비싸다.(1인당 왕복 180NOK, 한화22,500원) 매표소 옆으로 난 등산로를 따라 걸어 올라가면 전망대까지는 한 시간 정도면 올라갈 수 있다고 해 시간도 많은데 걸어서 올라갈까 하고 생각했지만 친구 부인의 건강상태를 참작해 푸니쿨라를 타고 전망대로 올라간다. 푸니쿨라는 약 40명 정도가 탈 수 있는데 왕복 노선으로 경사가 심해 미끄러지지 않도록 레일 중앙과 레일에 톱니바퀴가 있다. 이탈리아에서 푸니쿨라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 사람들이 타는 것을 두려워하자 사람들을 타게 하기 위해 “푸니쿨리 푸나쿨라”라는 노래가 만들어졌다고 한다. 플뢰엔 산 전망대는 높이가 314m로 산 중턱에 있는데 뒤로는 산들이 연결돼 있어 스틱을 들고 등산을 하는 사람들도 보인다. 푸니쿨라에서 내려 전망대로 가니 베르겐 시내가 한 눈에 내려다보인다. 전망대에는 식당이 있고 전망대 뒤편에는 어린이 놀이터도 있는데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들은 보이지 않는다. 전망대 옆 산길을 따라 걷는데 염소들이 풀을 뜯고 있다. 돌아오는 길에 전망대 한 켠에 염소 외양간과 아주머니 목동들이 보이는 걸 보니 아마 관광객들에게 보여 주기 위한 것 같다.
플뢰엔 푸니쿨라 매표소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가이드가 핫도그 맛 집이라고 알려준 3-KRONEREN으로 간다. 조그만 가게지만 가게 앞에는 핫도그를 사기 위해 사람들이 줄 서서 기다리고 있다. 가게 앞에 붙여 놓은 메뉴를 보니 핫도그 종류가 다양한데 핫도그 하나에 75~90NOK(한화 10,000~12,000원)로 북유럽 국가들의 물가가 장난이 아님을 실감한다. 그렇지만 언제 또노르웨이 핫도그를 먹어 보겠는가 하는 마음이 들어 핫도그 두 개를 사 먹어보는데 아내들은 맛있다고 하지만 내 입 맛엔 별로다. 주변 벤치에 앉아 핫도그를 먹는데 갈매기 등 새들이 핫도그를 얻어 먹으려 우리 주변으로 모여든다. 그런데 참새만한 작은 새가 갈매기보다 더 날렵하게 빵조각을 낚아채 좀 떨어진 곳으로 가 먹는 걸 보니 덩치보단 날렵함이 우선인가 보다.
브리겐 지구를 뒤로하고 어시장을 지나 신시가지를 둘러보러 간다. 베르겐 항구가 있는 바다는 호수처럼 잔잔해 쉼없이 일렁이는 우리나라 바다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파도가 잔잔하게라도 밀려와 발등을 간지럽혀야 바다 맛이 나는데 이곳의 바다는 피오르라 그런가?
신시가지로 들어오니 브리겐 거리와는 달리 온통 콘크리트 건물이다. 화재 때문에 목조건축을 금지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신시가지 입구에 SAILER’S MONUMENT(선원기념비?)라는 부조와 각 시대를 대표하는 선원들의 동상이 있어 노르웨이와 바다의 관계를 보여 주는 것 같다.
그 뒤편에는 내가 죽기 전에 하고 싶은 것을 적는 흑판 Board가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분필로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적어 놓았기에 나도 내가 죽기 전에 하고 싶은 것(?)을 적고 사진을 찍는다.
조금 더 걸으니 길가 초라한 행색을 한 젊은이가 건물 계단 한 켠에 힘없이 앉아 있는 동상이 보인다. “이보슈~~ 무슨 걱정이 있는 게유? 내가 옆에서 들어 줄테니 시원하게 이야기해 보슈~~”나도 그 옆에 앉아 똑같은 따라 포즈를 취해 본다. 동상 발밑에 ‘Ingen er det du ser’이라고 쓴 동판이 박혀 있는데 통역 앱을 돌려보니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라는 말이다. 여행 후 안 사실이지만 사람들이 이 동상에 붙인 제목은 ‘노숙자 Homeless’지만, 이 동상은 ‘마약 퇴치와 예방을 위한 공공 조각물’이라고 하니 베르겐도 마약 문제가 심각한 것 같다.
국립극장 앞으로 걸어가니 입센의 석상이 보인다. 그녀는 페미니즘 희극의 시초라 불리는《인형의 집》에서 “아내이며 어머니이기 이전에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살겠다.”며 새로운 유형의 여인 노라의 각성 과정을 그려냄으로써, 온 세계의 화제를 모아 명실상부한 근대극의 제1인자가 된 사람이다. 그런데 국립극장 앞 입센의 석상을 보면 눈을 동그랗게 뜬 모습으로 어딘가 허둥대는 듯한 느낌이 드는데 극작가 겸 무대감독이었던 그가 일을 제대로 해 내지 못해 허둥대는 모습을 풍자한 건 아닐까?
1851년 베르겐에서 창단된 지 얼마 된 극단에서 연출가로 일한다. 조건으로 극단 창립기념일인 1월 2일에 상연할 수 있도록 1년 동안 새로운 1편의 희곡을 써내는 것이었다. 그는 희곡 제작에 거의 언제나 직접 참여했지만, 훌륭한 연출가가 되기에는 기질 상 매우 내성적이었다. 당대의 사람들은 그를 조용하고 과묵하며 내성적인 청년으로, 특별히 호감을 주지도 않았고, 배우들을 나무라거나 잘못을 수정해줄 때조차 매우 당황해 하기도 했다고 묘사했다. 누구와도 가깝고 친밀하고 허물없는 관계를 맺는 데 어려워하고 주저하며 홀로 걷는 것을 더 좋아하는 사람으로, 그가 그 유별나고 볼품없는 초라한 외투를 입고 무대 뒤에서 '느릿느릿 걸어 다닐 때'는 존경을 받았지만, 동료의식을 불러일으키지는 못했다. -다음(daum)에서- |
가이드와 약속한 자유시간이 거의 다 돼 약속한 장소인 실내 어시장 앞으로 간다. 관광안내소 건물에 위치한 실내 어시장은 원래 노천시장이었으나 워낙 지저분해 2012년 관광객들을 위해 새로 지은 곳이라고 한다. 야외보다 훨씬 근사해 보이는 이곳에선 원하는 해산물을 직접 골라 요리해 주기도 한단다. 여기저기 식당이 꽤 많은데, 이곳에서 저녁식사를 할까도 생각해 봤지만 친구부부나 우리 부부나 메뉴판을 읽기도 힘들고 정신도 없고 메뉴판도 깨알같은 글자크기에 더 힘들었을 뿐만 아니라 점심을 많이 먹었는지 아직 배가 고프지 않고 해산물 가격을 보니 먹을 마음이 싹 가신다. 화장실이 가고 싶어 주변을 살펴보니 어시장 건물 뒤에 노르웨이에서는 보기 드문 무료 화장실이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화장실은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데 비해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다.
내렸던 곳에서 다시 전용버스를 타고 20여 분을 달려 오늘의 숙소인 Thon Hotel Airport에 도착한다. 구글지도를 살펴보니 베르겐 공항 근처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