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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환자의 가족을 위한 정보
개요
[인지기능저하와 관련된 용어 정리]
그동안 '치매'라는 용어는 안 좋은 의미로 사용되어왔고, 또 여러 가지 목적에 의해 실제와는 조금 다른 뜻의 단어로 혼동되어 사용되고 있습니다. '치매'는 어떤 특별한 질환명이 아니고, 단지 인지기능이 심하게 저하된 의학적 상태를 나타내는데, 현재 많은 사람들이 치매를 하나의 질병으로 오해하고 혼동하면서 의료인과 일반인들 간의 대화에서 서로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자주 발생합니다. 치매는 다양한 질환에 의해서 인지기능이 심하게 저하된 상태를 의미하기 때문에 원인 질환에 따라 치료방법과 예후가 다릅니다. 치매의 의학적인 정의와 이와 관련한 정보를 다음에서 알아보겠습니다.
1. 인지기능
인지기능이란 지식과 정보를 효율적으로 받아들여서 저장하고 조작해서 행동이나 생각을 유발하는 모든 과정을 말합니다. 이것은 우리 뇌가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기능을 포함하며, 인간의 사고기능을 유지하는 과정인, 기억력, 학습능력, 주의집중력, 판단력, 시공간지남력(시간이나 장소, 사람을 알아보는 능력), 언어능력, 실행력 등이 포함됩니다.
2. 인지기능저하(인지기능장애)
인지기능은 뇌손상이나 뇌질환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서 저하될 수 있으며, 노인에서 인지기능저하를 일으킬 수 있는 원인은 매우 다양합니다. 그 중에 알츠하이머병이 가장 흔한 원인으로, 노인인지기능저하의 70% 정도를 차지합니다. 인지기능이 저하되었지만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 큰 지장이 없는 상태를 '경도인지장애'라고 합니다. 따라서 정상, 경도인지장애, 치매 순으로 인지기능저하의 임상단계가 나타납니다.
3. 치매
1) 치매의 정의
원인과 관계없이 인지기능의 저하가 심해 독립적인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이 어려운 경우를 '치매'로 정의합니다. 치매는 전문가에 의해 임상적으로 판단됩니다. 하지만 비전문가는 환자의 인지기능을 평가하기 어렵기 때문에 적절한 신경학적검사와 신경심리검사를 통해, 어떤 종류의 인지기능이, 어느 단계에서 얼마나 심하게, 어떤 형태로 저하되었는가를 확인하고 치매 여부를 판단해야 합니다.
2) 치매의 단계
치매는 심한 정도에 따라, 경증, 중등증, 중증으로 나뉩니다.
경증 치매의 경우에는 주변의 도움이 있으면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상태입니다. 이런 경우 인지기능저하가 특정한 패턴을 보이기 때문에 진찰과 검사를 통해 이 패턴을 확인하면, 인지기능저하의 원인 질환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중증 치매는 모든 종류의 인지기능이 다 저하되어 항상 누군가의 돌봄이 필요한 경우를 의미합니다.
3) 치매의 원인 질환
치매는 원인 질환에 따라 나타나는 증상과 예후가 모두 다릅니다. 전체 치매의 70%는 알츠하이머병에 의해서 발생하지만, 그 외에 퇴행성 뇌질환, 뇌혈관질환, 뇌손상, 약물중독, 내분비장애 등도 치매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질환 중 일부는 완치될 수 있거나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악화를 막을 수 있는 경우도 있으므로 초기에 정확한 진단과 적절한 치료가 매우 중요합니다.
4) 치매의 가장 흔한 원인 질환인 알츠하이머병
알츠하이머병은 치매의 가장 흔한 원인 질환이고, 이 알츠하이머병의가장 중요한 증상은 기억장애이므로, 치매와 기억장애는 연관성이 깊습니다. 하지만 드물지 않게 기억장애 없이 나타나는 치매 질환도 있는데, 언어장애, 행동장애, 성격장애 등으로 증상이 시작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기억장애가 없어서 치매로 인식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주의가 필요합니다.
5) 알츠하이머병 이외의 흔한 치매 원인 질환
알츠하이머병 이외에 흔한 치매 원인 질환은 루이체치매(dementia with Lewy bodies)와 전두측두치매(frontotemporal dementia)가 있습니다. 이러한 질환들은 초기에는 기억장애가 없는 경우가 많아서 적절한 진단과 치료를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6) 치매와 알츠하이머병의 관계
알츠하이머병은 치매의 가장 흔하고 중요한 원인 중 하나이며, 치매는 알츠하이머병에서 나타나는 증상 중 하나인 인지기능저하가 심한 상태를 의미합니다. 따라서 치매와 알츠하이머병은 매우 관련이 있지만 같은 의미로 사용되어서는 안 됩니다.
4. 알츠하이머병
알츠하이머병은 치매의 가장 흔한 원인으로, 일반적인 초기 증상은 새로운 내용이 머릿속에 저장되지 않는 입력장애 형태의 기억장애입니다. 따라서 과거 사실에 대한 기억은 유지되지만, 최근에 있었던 일은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이로 인해 같은 질문이나 같은 말을 반복하거나, 조금 전에 놓아둔 물건을 못 찾거나 같은 물건을 반복해서 구입하기도 합니다. 병이 진행됨에 따라 기억장애 이외의 다른 인지기능저하도 나타나는데, 계산력 저하, 집중력 저하, 판단력 저하, 언어능력의 저하 등이 나타나며, 나중에는 모든 인지기능에서 저하가 나타납니다.
하지만 알츠하이머병도 간혹 언어장애나, 행동장애, 시각장애 등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이런 경우에 기억장애는 병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에서만 나타납니다.
인지기능저하는 알츠하이머병의 가장 중요한 증상이며, 이외에도 신경심리증상, 신경행동증상, 신경정신증상 등이 동반됩니다. 이러한 증상들로 인해 보호자가 힘들게 되고, 환자가 병원에 입원할 수도 있으며 많은 약을 복용하게 됩니다.
1990년대 중반부터 알츠하이머병의 약물치료가 시작되었으며, 그 이후 계속된 연구로 여러 치료법이 개발되어서 훨씬 좋은 치료 효과를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질병의 진행과 증상 발현을 막는 치료 방법은 개발되지 못한 상태입니다.
세계적으로 볼 때 우리나라는 알츠하이머병과 치매 환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나라이므로, 이 질환을 극복하기 위해 사회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실천 방법
1. 치매 환자의 돌봄에 대한 일반적인 사항
치매 환자를 돌보는 것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매우 힘든 일입니다. 하지만 도움을 줄 수 있는 유용한 방법들과 의료시스템이 있으므로, 환자와 보호자의 사정에 맞춰서 이런 방법과 시스템을 잘 이용하면 보호자의 부담을 많이 줄일 수 있습니다.
1) 환자의 질환과 증상, 치료 방법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합니다.
치매 환자의 이해하기 힘든 증상에는 대부분 심리적이거나 환경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증상이나 행동을 가족들이 이해하기 힘든 경우가 많습니다. 도둑망상, 부정망상과 같은 증상, 급격하게 화를 내거나 별일 아닌데 눈물을 보이는 이상심리증상, 수면장애와 섭식장애 등과 같은 다양한 증상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담당 의사와 상의하여 약물을 사용하지 않고 조절할 방법에 대해서 우선 의논하고 실천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의료 실정상 외래에서 담당 의사와 이러한 충분한 대화를 하기에는 진료 시간이 너무 짧습니다. 이는 시급히 개선되어야 할 사항입니다.
2) 환자를 돌보면서 보호자가 지치면 안 됩니다.
치매 어르신들을 한 명의 가족이 전적으로 맡아서 돌보다가 급격하게 지치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가족 간에 합의하여 부담을 분담해야 합니다. 국가에서 시행하는 주간보호센터나 요양사제도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함으로 돌봄의 부담을 나누어 균형을 잡아야 합니다. 가족들은 환자를 잘 돌볼 수는 있지만 같이 활동하거나 놀이를 하기는 어렵습니다. 같이 활동이나 놀이를 하다가 환자에게 화를 내거나 야단을 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과거 정상적으로 잘 지내던 환자에 대한 기억이 많이 남아 있어서, 현재 인지기능이 저하된 환자로 여기기보다는 예전의 건강했던 내 아내, 남편으로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3) 환자에게 인지 훈련, 암기 훈련, 실수 바로잡아 주기 등은 증상을 더 악화시킬 수도 있습니다.
경도인지장애 시기에는 적절한 인지기능훈련으로 기능을 호전시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환자가 즐거워하는 정도로만 하되, 환자에게 부담이 되는 훈련은 오히려 증상을 더 악화시키게 됩니다. 치매 상태에서는 이러한 훈련은 큰 의미가 없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신체적 운동을 계속 유지하고, 환자가 즐거워하는 활동 중심으로 진행해야 합니다. 어떤 경우에도 환자를 야단치거나 화를 내고, 무언가를 억지로 하게 하는 것은 안됩니다. 치매 상태는 이미 인지기능저하가 많이 진행된 상태이므로, 훈련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음식을 태우거나 수돗물을 안 잠그는 것, 문을 못 잠그는 것 같은 치매 증상에 대한 훈련은 환자를 자극하기만 합니다. 이런 경우에는 적절한 도구나 방법으로 해결하는 것이 좋습니다.
4) 환자가 같은 질문을 반복하는 것은 흔하지만 힘든 증상입니다.
알츠하이머병 초기에는 질병 전의 내용은 잘 기억하고 있지만, 새로운 기억이 입력되지 않아서 조금 전에 물었던 내용을 수십 번 반복해서 물어보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는 보호자들에게 매우 힘든 증상 중 하나입니다. 환자가 같은 질문을 반복할 때는 본인에게 중요하다고 느끼는 내용이기 때문에, 크게 글로 써서 붙여놓고 지도하는 방법을 활용해 볼 수 있습니다.
5) 주위 사람들의 말에 현혹되어서는 안 됩니다.
환자가 만성 질병이 있는 경우, 특히 좋아지지 않고 계속 진행되는 질병이라면 주변의 비전문적인 권고에 솔깃할 수 있으나, 그 권고에 현혹되어서는 안 됩니다. 효과가 없고 이용해서는 안 되는 도구나 약물, 건강식품을 사용하는 경우가 너무 많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증상이 악화될 수 있고 질병을 오히려 더 빨리 진행시킬 수 있으므로, 꼭 담당 의사나 간호사와 상의해야 합니다.
6) 동반된 질환은 반드시 같이 치료해야 하고, 새로운 질병의 발생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알츠하이머병의 위험인자인 고혈압, 당뇨병 등은 갑작스러운 인지기능저하를 가져올 수 있는 상황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동반된 질환에 대한 적절한 치료를 유지해야 합니다. 저혈압과 고혈압, 저혈당과 고혈당 모두 위험합니다. 폐렴, 인플루엔자 등과 같이 예방 가능한 질병은 적극적으로 예방해야 합니다. 알츠하이머병 환자들은 면역력 저하가 동반되므로 여러가지 감염병에 걸리기 쉽고, 입원할 경우 심리증상이나 정신행동증상이 급격하게 나타날 수 있어서, 감기와 같은 가벼운 질환으로 시작해서 여러 가지 문제가 복합적으로 나타나 심각하게 악화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7) 치매 환자들은 어린아이와 같이 어두운 것을 무서워할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새벽에 일어나서 다른 방에서 자는 가족들을 깨우려고 하고, 창문과 문이 닫혀 있는지 반복적으로 확인하기도 하며, 다른 가족들에게 새벽에 전화하기도 하는 등의 정신행동증상을 보입니다. 환자가 어두운 것과 조용한 것을 무서워할 수 있으므로, 이를 고려한 조치가 필요합니다. 또한 늦은 오후만 되면 심리적으로 불안정해지고, 정신행동증상이 심해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해질녘증상’이라고 하며, 많은 환자에게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시간을 잘 확인해서 이러한 증상이 시작되는 시간부터는 환자를 더 안정시키는 것이 필요합니다. 환자가 잠을 자는 방은 조명을 켜 두는 것이 수면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TV를 켜놓으면 TV 소리가 외부에서 들려오는 이상한 소리를 막아줄 수도 있으므로, 환자가 조명이나 TV를 켜 놓고 자려고 하면 그대로 해주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8) 전문가들은 다음 사항들을 권고합니다.
환자에게 반드시 시켜야 하는 것은, 매일 적절한 신체 운동을 매일 하는 것이고, 그 외에는 환자를 즐겁게 해주기만 하면 됩니다. 환자를 테스트하거나 훈련시키거나 야단치는 것은 절대 안 됩니다. 손녀를 데려가서 이름을 알아맞혀 보라고 하는 행동은 환자를 매우 당황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치매 상태에서 환자가 즐겁게 지낼 수 있도록 해주고 그 상태를 유지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이를 위한 방법은 환자와 주변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2. 치매 환자를 돌보는 가족과 보호자의 수칙
1) 환자가 망상이 심해 잘못된 주장(‘누가 날 죽이려 해’, ‘누가 내 것을 훔쳐갔어’ 등)을 하는 경우에는 논리적으로 설득하려고 해서는 안 됩니다. 효과도 없고, 환자의 망상적 사고를 더 강하게 만들게 됩니다. 논리적인 설득이 불가능하므로, 이런 경우에는 환자의 생각을 돌리거나 환경을 바꾸어 해결하는 것이 좋습니다. 같이 무언가를 먹거나 차를 마시는 것, 외출하거나, 다른 대화를 시작하거나, 같이 운동하는 것 등으로 환자의 머릿속에 가득 차 있는 잘못된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주어야 합니다.
2) 치매 환자들은 갑작스러운 변화나 복잡한 일을 하게 되면 매우 불안해합니다. 따라서 이사는 되도록 안 하는 것이 좋습니다. 보이는 것이 생소하거나, 낯선 소리가 들리거나, 심지어 냄새가 바뀌어도 혼란스러워 합니다. 부득이 이사해야 하는 경우에는 환자의 낡은 물건일수록 버리지 말고 그대로 가져가야 합니다. 이런 이유로 치매 환자는 입원하면 매우 불안해하고, 정신행동증상이나 심리증상이 훨씬 악화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입원 시에 원래 머리맡에 두고 지내던 수건이나 담요 등과 같이 익숙한 냄새를 지니고 있는 물품을 가지고 오는 것이 환자를 편하게 해주기도 합니다.
3) 환자는 주위 사람들의 행동을 자신이 기억하고 있는 과거의 나쁜 기억과 연관 지어 생각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로 인해 사소한 일에 화를 내거나 우울해하고 슬퍼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보호자들은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환자에게는 흔하게 일어나는 상황입니다. 치매 환자는 혼자 있는 시간이 많을수록 과거의 가장 괴로웠던 기억이 자꾸 반복되면서 이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됩니다. 나쁜 기억일수록 더 강하고 오래가게 됩니다.
3. 치매 환자의 신체적 문제에 대한 가족들의 수칙
1) 치매 환자는 감각이 둔하고, 이에 대한 반응도 느려질 수 있으며, 상황에 대한 주의력도 감소해 있습니다. 이로 인해 화상 등의 사고가 나기 쉬우므로, 사전 예방 조치가 필요합니다.
2) 대소변 조절이 안 되는 것은 보호자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증상 중의 하나입니다. 현재로서는 완벽한 해결책은 없지만, 비뇨기과 진찰을 통해 치료할 수 있는 다른 원인이 있는지 확인해서 치료하고, 보호자와 같이 일정 시간마다 화장실을 다녀오는 습관을 실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나 수분 섭취를 억제하면 방광염이나 탈수 등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약물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환자가 대소변을 실수했을 때 야단치는 것은 최악의 방법이며, 환자의 정서를 무너뜨리게 됩니다. 속옷을 갈아 입힐 때는 환자가 창피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처리해야 합니다.
3) 환자가 넘어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노인들은 골다공증이 흔하므로 넘어지면 골절되기 쉽습니다. 집 안에서도 넘어지지 않도록 환경에 주의를 기울이고, 미끄러지기 쉬운 슬리퍼보다는 운동화를 착용하도록 하며, 바지가 흘러내리거나 길어서 걸려 넘어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환자가 낙상 후 골절로 입원 치료를 받게 되면 점차 건강이 나빠지는 경우가 매우 흔합니다.
4) 환자는 혼자 하기 어려운 상태임에도 도움받기를 거부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목욕할 때 혼자서 목욕탕에 들어가려고 하는데, 이때에는 옷을 벗는 것에 대해 수치심을 느낄 수 있으므로 마음이 맞는 사람과 함께 목욕탕에 들어가도록 배려합니다. 물의 온도를 환자가 좋아하는 정도로 맞추고, 부드러운 태도로 씻겨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환자의 기분이 좋을 때 목욕을 하도록 권하고, 목욕 중에 일어날 수 있는 안전 문제에 주의해야 합니다.
5) 목욕하지 않으려 하고, 목욕 중에 화를 내려고 할 때는 우선 부드러운 태도로 목욕을 권하고 격려해주며 환자 스스로 목욕할 기분이 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좋습니다. 몸을 씻어줄 때는 부드럽게 말을 걸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일반적으로 인지기능이 저하되면 속옷 갈아입는 것과 목욕하는 것을 싫어하는 경향이 나타납니다.
6) 환자가 화장실이 아닌 다른 곳에서 대소변을 함부로 보는 경우가 있는데, 이유가 잘 밝혀져 있지 않습니다. 급하게 소변볼 곳을 찾느라 베란다나 하수구, 또는 큰 화분 옆에서 소변을 보는 경우가 있습니다. 간혹, 화장실의 변기 뚜껑과 앉는 부분을 흰색 대신 다른 색깔로 바꾼 후에 증상이 좋아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7) 많은 경우 환자는 배변 전에 대개 어떤 낌새를 보입니다. 환자가 안절부절못하거나 방의 구석으로 갈 때는 곧바로 화장실로 데리고 가서 가능한 한 실수하지 않도록 해주어야 합니다. 대소변 실수는 보호자에게 심한 부담을 주지만 환자에게도 많은 부담이 됩니다.
4. 치매 환자의 정신행동증상에 대한 대처
1) 환자가 화장실을 찾지 못해서 집 안을 헤매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때는 화장실 문에 큰 인형이나 커다란 붉은 원을 붙이는 것과 같이 익숙하지 않은 표시를 하여 알려주면 호전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2) 환자가 배회하는 경우, 집 안의 장애물을 치우고 가구나 벽 모서리에 부딪히지 않도록 주의합니다. 현관문이나 대문에는 열릴 때 소리가 나도록 종을 달아 둡니다. 환자가 집에 혼자 있지 않도록 합니다. 혼자 있으면 매우 불안해 할 수 있고, 아는 사람을 찾아서 집을 나가게 됩니다. 주변 이웃들에게 환자가 배회하는 경우가 있음을 알려 두고, 주소와 전화번호가 기록된 명찰이나 목걸이, 자녀의 명함 등을 지니고 다니도록 해주어야 합니다. 평소에는 잘 다니던 길도 몸이 피곤하거나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 일시적이지만 급격하게 인지기능의 저하가 나타나서 길을 헤매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3) 환자는 가게나 이웃집에서 음식이나 물건을 아무 생각 없이 가지고 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초기 치매 환자는 외관상 정상으로 보이기 때문에 이런 문제로 고발당하고 법적인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일이 있으면 해당 가게 등에 환자의 상태를 이야기해 놓고, 물건을 가져가면 나중에 보호자가 지급할 것을 약속해 놓아야 합니다.
4) 환자가 다른 사람이 자신의 물건이나 돈을 훔쳤다고 의심하고 화를 내는 경우가 ‘도둑망상’인데,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망상입니다. 이때도 그 사람이 훔쳐 갔을 가능성이 없다고 논리적으로 설득하는 것은 오히려 환자에게 이러한 망상을 더 심하게 만듭니다. 분위기를 바꾸고 같이 다른 일을 하면서 그 생각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것이 좋은 방법입니다.
5. 치매 환자의 식사와 영양
1) 치매 환자는 식습관과 수면에서도 다양한 증상이 나타나므로, 각각의 상태에 맞는 관리가 필요합니다. 인지기능저하로 나타나는 식이 관련 증상으로는, 식욕 저하로 식사량이 현저하게 적어져 발생하는 체중 감소, 너무 많은 양의 식사로 인한 급격한 체중 증가, 먹을 수 없는 것까지도 입으로 가져가는 증상, 특정 음식만을 고집하는 식습관 등이 있습니다.
2) 가장 중요한 것은 식사량의 감소로 인한 체중 감소를 피해야 합니다. 퇴행성 뇌질환, 특히 알츠하이머병에서는 초기부터 입맛의 변화가 나타나는 경우가 흔합니다. 많은 경우 특징적인 변화를 보이는데, 첫째, 밥으로 하는 식사보다는 군것질을 더 좋아하게 됩니다. 둘째, 매운 것과 쓴 것을 싫어하고 단 것을 좋아하는 경향이 나타납니다. 셋째, 집에서는 식사를 잘 안 해도 외식을 할 때는 식사를 잘합니다. 이러한 변화가 모두 나타나는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변화가 있을 때 잘 관리해서 몸무게의 큰 변화가 없다면 큰 걱정은 안 해도 됩니다.
3) 치매 환자는 단것을 좋아하는 경향이 흔하게 나타납니다. 하지만 당뇨 문제로 단 것을 억제하면서 식사량이 감소하여 체중이 감소하는 경우라면, 열량이 없는 감미료를 사용하여 환자의 반찬을 달게 해주는 것도 방법입니다.
4) 환자가 식사하고도 음식을 계속 먹으려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자극에 얽매인 증상의 하나로 배가 불러도 먹을 것을 보면 그 자극에 이끌려 계속 먹으려고 행동하게 됩니다. 이런 경우에는 각 식사마다 정해진 양 만을 제공하고, 식사 후에는 눈에 음식을 보이지 않게 치우며, 외출이나 산책 등을 하여 먹을 것으로부터의 자극을 없애 주어야 합니다.
5) 알츠하이머병이 아닌 다른 질환으로 인한 치매인 경우, 삼킴 장애가 흔하게 나타납니다. 삼킴 장애는 입원의 가장 흔한 원인이자 위험한 합병증인 흡입폐렴을 유발합니다. 절대 식사를 서둘러서는 안 되고, 천천히 조금씩 식사하도록 해야 합니다. 식사를 급하게 하다가 음식이나 물이 식도가 아닌 기도로 넘어가면 흡입폐렴이 발생합니다. 대부분은 음식보다는 물 삼키기가 어려워집니다. 수분 섭취는 중요하기 때문에 진료를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물 삼키기가 어려운 경우 물을 걸쭉하게 만드는 보조제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입을 통해 섭취하는 식사량이 적어 체중이 현저하게 감소하거나 탈수가 될 때에는 코줄(L-튜브) 삽입이나 위장관 시술이 필요합니다.
6. 치매 환자의 신체 운동
모든 사람들, 특히 노인들과 인지장애가 있는 사람들에게 신체 운동은 매우 중요합니다. 신체 운동을 통해 신체 활동력을 유지할 뿐 아니라 인지기능을 개선시키고 악화를 늦추는 것이 가능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어떤 운동을 얼마나 해야 하는지는 개인마다 다르기 때문에 간단하게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인지기능저하가 있는 노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기본원칙은 다음과 같습니다.
1) 환자에게 무리가 되지 않을 정도의 운동으로 시작해야 합니다. 운동 첫날부터 환자가 힘들어하면 다시는 안 나가려고 합니다. 환자가 흥미를 느끼고 특별히 하고자 하는 가벼운 운동으로 시작하며, 관심 있는 운동이 없다면 산책과 맨손체조로 시작하는 것으로도 충분합니다.
2) 간혹 집 밖으로 나가는 것 자체를 무서워하거나 싫어하는 환자들이 있습니다. 이런 경우는 무리해서 시작하지 말고, 보호자와 함께 외출하면 즐겁고 재미있는 일이 있을 수 있다는 기억을 심어주면서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처음에는 운동 없이 잠시 나가서 맛있는 것을 먹고 들어오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이후 나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면 서서히 운동량과 외출 시간을 길게 합니다.
3) 운동을 자주 해야 합니다. 매일 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일반적으로 주 4회 이상을 목표로 하고 규칙적인 운동을 오랫동안 유지해야 합니다.
4) 신체 상태가 저하되면 동일한 운동량을 고집하지 말고 상황에 맞게 운동량을 줄여서 환자가 피곤하거나 힘들어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5) 걷는 것이 어려운 경우에는 무리하게 부축해서 외출하는 것보다 휠체어를 활용할 것을 권합니다. 휠체어를 이용하여 넓고 편안한 곳으로 이동한 후, 거기서 환자의 상태에 맞게 운동하고 다시 휠체어로 귀가하는 것이 좋습니다. 환자가 편안하게 외출을 해야 다음에도 나가려고 합니다.
자주하는 질문
Q. 건망증과 기억장애는 어떻게 다른가요?A.건망증이 의학용어는 아니지만, 일반적으로는 병적인 이유 없이 일시적으로 기억력이 저하되는 상태를 말합니다. 건망증은 스트레스나 우울증 등이 가장 흔한 원인이며, 주로 중요하지 않은 것이 잘 생각나지 않고, 당장은 생각이 안 나도 시간이 지나면 기억이 떠오르는 특징이 있습니다. 건망증은 점차 나빠지는 것이 아니라 그날의 기분에 따라 좋아졌다 나빠졌다 하는 변화를 보입니다. 반면, 기억장애는 뇌 질환에 의해 기억력이 저하되는 경우를 의미하며, 입력장애, 저장장애, 회상장애 등과 같이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알츠하이머병의 가장 중요한 증상이 기억장애인데, 이 경우 새로운 기억이 형성이 안 되는 입력장애가 특징입니다. 따라서 과거의 일들은 잘 기억하지만 조금 전의 일은 까맣게 기억하지 못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Q. 치매는 항상 기억장애를 동반하나요?A.치매가 심해지면 대부분 기억장애가 나타납니다. 하지만 원인 질환에 따라 기억장애 없이 다른 인지기능저하가 먼저 나타나거나(언어장애, 시각장애, 행동장애 등), 정신행동증상이나 심리증상으로 먼저 나타나고 점차 심해지면서 기억장애가 동반될 수 있습니다. 초기에 기억장애 없이 나타나는 치매 질환의 대표적인 것이 전두측두치매입니다. 전두측두치매의 가장 큰 특징은 초기에 기억장애보다는 성격 변화와 행동의 변화가 먼저 온다는 것입니다. 물론 좀 더 진행하면 다른 인지기능도 감소합니다. 이 밖에도 과성욕증, 수집강박증, 고집스러움, 참을성 없이 화를 많이 내는 것과 같은 증상들이 잘 나타납니다. 중요한 것은 치매 질환이라고 해서 반드시 기억장애가 먼저 나타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알츠하이머병은 기억장애가 가장 대표적인 증상이지만 간혹 기억장애 없이 나타나는 변이성 알츠하이머병이 있습니다. 따라서 기억장애를 포함한 인지기능저하 이외에도 성격변화나 정신행동이상 등이 서서히 나타나고 점차 진행한다면 반드시 전문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Q. 알츠하이머병은 유전되나요?A.일부 알츠하이머병은 유전적 요인에 의해 발생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를 유전형 알츠하이머병이라고 구분합니다 유전형 알츠하이머병은 알츠하이머병에 관련된 3가지 유전자에 이상으로 발병하는데, 일반적인 알츠하이머병보다 더 젊은 나이에 발병하여 급속하게 나빠지는 경향을 보입니다. 부모 중에 한 분이 이러한 유전형 알츠하이머병이면, 이러한 유전자 이상이 각각의 자녀에게 넘어갈 확률은 50%이고, 이런 유전자 이상을 가졌다면 100% 알츠하이머병이 발병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러한 유전형 알츠하이머병은 전체 알츠하이머병의 1% 미만입니다. 유전형 알츠하이머병이 의심될 때, 이를 확인하기 위한 유전자 검사는 일반 병원에서 진행하지는 않습니다. 전문가들이 개인적으로 검사하여 결과를 얻거나, 일부 병원에서 국가의 도움으로 또는 연구목적으로 유전자 검사를 진행하기도 합니다.<br>이러한 유전형 알츠하이머병을 유발하는 유전자 이상 이외에, 알츠하이머병 위험 유전자도 있습니다. 아포지단백-E라는 것인데, 우리는 ε2, ε3, ε4의 3가지 중에 한 쌍을 가지고 있습니다. ε4 두 개를 모두 가지고 있으면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확률이 많이 높아집니다. 그리고 이 유전자형도 부모로부터 연계되기 때문에 알츠하이머병의 위험성이 유전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ε4/ε4를 가지고 있어도 반드시 알츠하이머병에 걸리는 것은 아니고 단지 그 확률이 높을 뿐입니다. 또 ε4를 가지고 있지 않아도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수 있습니다.
Q. 파킨슨병에서도 치매가 생기나요?A.파킨슨병도 알츠하이머병과 함께 신경세포들이 서서히 기능을 잃고 사멸해가는 퇴행성 뇌질환의 대표적인 질환입니다. 퇴행성 뇌질환은 노인에게서 주로 발병하고, 병의 원인이 아직 밝혀져 있지 않으나 뇌의 여러 부분을 침범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증상이 심해지는 특징이 있습니다. 파킨슨병에서도 인지기능저하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초기의 증상은 알츠하이머병과는 달리 기억장애의 패턴이 주의 집중의 저하로 나타나는 회상장애인 경우가 많습니다. 정확한 진료를 해보면 알츠하이머병과는 다른 형태의 기억장애가 나타납니다. 신경심리검사로 더 잘 알 수 있습니다. 인지기능도 알츠하이머병과 달리 훨씬 서서히 저하됩니다. 흔하지는 않지만, 파킨슨병 환자가 알츠하이머병에 걸리는 예도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런 경우 기억장애는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형태로 나타나고, 두 질환의 증상이 동반되어 환자의 생활 능력을 많이 감소시킵니다. 또한 인지기능저하와 파킨슨 증상이 같이 나타나는 뇌질환으로는 진행성핵상마비, 기질피저핵증후군, 뇌수두증, 피질하혈관치매 등이 있으며, 이런 많은 질환에서 알츠하이머병을 의심하게 하는 인지기능저하와 파킨슨병을 의심하게 하는 운동장애를 같이 보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 전문가의 정확한 진단 후에 약물 치료를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뇌 속에 물이 차는 뇌수두증도 치매를 일으킬 수 있다고 하는데, 이것은 어떤 병인가요?A.뇌 안에는 뇌척수액이 차 있는 뇌 실이라는 공간이 있습니다. 뇌척수액은 뇌를 둘러싸고 있으면서 여러 가지 중요한 물질을 공급하고, 뇌에서 발생하는 노폐물을 청소하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어떤 원인으로 뇌 실이 확장되면, 주변의 뇌 부위가 압력을 받아 기능이 저하되어 인지기능저하(판단력과 주의집중력 저하), 보행장애, 소변장애 등의 여러 가지 증상이 나타납니다. 이런 경우 척추 사이로 바늘을 넣어서 뇌척수액을 일부 제거해주면 증상이 좋아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호전증상이 오래 지속되지 않으므로, 뇌척수액이 뇌에서 복강으로 계속 빠질 수 있도록 하는 수술적 요법을 시행하기도 합니다.
Q. 아버지가 치매로 고생하시는 데 저녁이 되어 날이 어두워지면 증상이 더 악화하는 경우가 많은데, 왜 그럴까요?A.치매 어른들은 일반적으로 생각하기 힘든 행동이나 심리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br>‘해질녘증상’는 해가 지기 시작하는 때가 되면 환자의 증상이 더 악화되는데, 초조감, 불안감, 우울감 등이 심해지면서 안절부절못하는 상황이 오는 것을 의미합니다. 특히 이 시간에 환자가 집에 혼자 있게 되면 많이 무서워합니다. 또한 같이 있기를 원하는 사람에 대한 원망이 생기기 시작하고, 남편이나 아내를 의심하는 부정 망상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해질녘증상‘의 이유는 알려진 것이 없습니다. 이 시간이 되면 미리 집안을 환하게 해주고, 다른 것에 신경 쓸 수 있도록 재미있는 상황을 만들어주거나 옆에 같이 있으면서 대화를 하거나 같이 활동을 하여 증상을 완화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래도 해결이 안 되면 약물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br>밤을 무서워하는 환자들이 많은데, 이유는 모르지만 아이들이 어두운 것을 무서워하는 것과 비슷하리라 생각합니다. 또한 조용하면 외부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환자에게는 안 좋은 생각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환자가 방에서 혼자 지내게 되는 경우 실내를 환하게 해주고, TV 등으로 소리를 만들어주는 것이 환자를 더 편하게 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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