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연중행사에 가깝지만 10여년 정도 해온 삐딱하게현대미술 즐기기란 강의를 해오고 있다. 강의의 출발은 너무나 어렵고 접근을 허용하지않는 우리나라 현대미술을 어떻게하면 일반대중에게 쉽게 접근하게 만들것인가가 첫번째 이유이고, 한국현대미술의 난맥상을 제대로 짚어보고 균형잡힌 이해를 도우고자함이 그 두번째 이유였다. 내 강의중 이우환과 박서보를 필두로한 미니멀리즘 단색화계열의 작가에 대한 부분도 한꼭지로 할애되어 있다. 강의모두에 나는 그들의 작업에 대한 고충과 심리상태등을 수강자에게 전달해주기위해 눈을감고 그들의 그림이나 작업의 과정을 유추해서 따라하는 과정을 반복해서 경험하는 시간을 가진다. 이는 단순해 보이는 작업이지만 그들의 내면의 갈등과 노력에 대한 나의 최대한의 예의라 생각했기에 그리 하였던 것이다. 많은 이들이 그 과정을 거치고 그들의 작품을 대하면 아주 새로운 시선으로 보게됨을 터득하기도 한다. 이제 현대미술이 조금 가까와 졌다고 고백하기도 한다.
그런데 요 몇년사이에 일어나고 있는 미니멀리즘 단색화계열의 작가들의 과도한 욕심에 이제 그같은 예의를 버리고자 한다. 그들은 7,80년대 자신의 활동을 포장하고 옹호하기보다 저항에술활동을 몸으로 실천하던 예술가들에게 고마움과 미안함을 가져야 한다. 침묵하는 다수니, 침묵의저항이니,내적고난이니 하는 가당찮은 수사로 대중들을 현혹하지 말아야 한다. 당시 기득권에 안주하여 온갖 호사을 누리던 그때 그들보다 현재 이같은 자기합리화를 통한 역사적 진실을 은폐하려는 시도와 탐욕이 얼마다 더 나쁜것인지 알아야 한다. 예술가란 원래 최소한의 진보성과 역사성, 진실성을 담보로 존재하는 영역의 인간이다. 그들에게 어찌 고뇌와 진실과 진보가 없었겠냐마은 적어도 한국의 군사독재시절에 그러한 소극적 행동을 마치 대단한 것인양 합리화하고 실천하고 저항했던 예술가들을 비아냥거리는 것은 목숨걸고 저항한 이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 않은가.
그래서 나는 이제 선언한다.
다시는 그들에게 예의를 갖추지 않겠다고.
이해하려는 노력도 확산도 시키지 않겠다고.
이제 앞으로 내 강의에서 이우환과 박서보도 대변되는 미니멀리즘 단색화계열의 작가들에 대한 내용은 그들의 교활함과 비겁함을 주제로 진행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