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르 카스(Naga Khas)란 제법 큰 마을을 지나 30분 정도 달리니 도로 끝에 호퍼마을이 나온다. 이 마을에는 많지 않지만 가옥들과 농경지도 보이는 것이 옛날에는 농사를 지으며 살아온 곳이지만 지금은 빙하를 보러오는 사람들을 위해서 음식점을 겸하는 호텔과 기념품 가게가 있어 관광지화 된 것 같다. 12시를 좀 지나 우리 일행은 버스에서 내려 Hopper`s Heaven이란 식당에서 밀가루 반죽으로 만든 납작한 빵인 차파티를 시금치, 양배추 등으로 만든 소스를 곁들이고 소량의 닭고기와 차이, 체리 등 훈자 전통식 식사로 점심을 먹는다. 물론 점심은 일일투어를 진행하는 현지 여행사가 준비한 점심으로 비용은 일일투어 비용에 포함되어 있다.
점심식사 후 우리 빙하를 보러 출발한다. 마을을 관통하는 도로를 지나 발토르 빙하가 흐르는 골짜기를 볼 수 있는 언덕에 오르게 되고 그 언덕을 따라서 조금 더 올라가면 산 아래 중턱에 발토르 빙하와 그 빙하의 근원들인 여러 산들을 볼 수 있다. 거의 해발 3,000m에 가까운 전망대까지 걸어 올라가는 게 숨이 차지만 모두들 열심히 오른다. 훈자에서는 조금만 차를 타고 나가면 동서남북 어디서나 이런 빙하를 볼 수 있는 곳이 훈자이기도 한 곳이다.
호퍼 발타르 빙하(Hopper-Bualtar glacier)는 발토르 피크(7,126m)에서 시작되는데 눈앞에 나타난 빙하가 유독 검정색인 이유는 다른 빙하에 비해 매우 빠른 속도(하루 4~5인치)로 이동하며, 흙과 암석들을 갉아내어 함께 섞이고 그게 또 구르고 흐르면서 거친 검은 얼음 덩어리가 돼 빙퇴석이 되었다. 전에 봤던 노르웨이 빙하나 알프스, 아르헨티나에서 봤던 푸른빛의 빙하와 다르다. 빙하를 남미나 유럽 등에서 본 사람들도 있겠지만 처음 빙하를 본 사람들은 감개무량해 한다. 골짜기 아래로 내려가서 빙하를 직접 걸어볼 수 있으면 좋겠지만 빙하로 패어진 U자형 골짜기로 아주 가파르고 위험할 뿐만 아니라 빙하에 균열이 많이 생겨 당국에서 빙하 아래로 내려가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전망대에서 보면 골짜기에 남아있는 시간의 역사를 볼 수가 있는데 인더스 강바닥이었던 자국이 산 중턱에까지 남아 있고 그 강바닥을 다시 빙하가 깎아내려간 것을 볼 수가 있다.
전망대에서 감상도 하고 사진도 찍은 후 좀 더 높은 전망대로 올라간다. 이곳부터는 길이 매우 험하고 경사도 가파르지만 우리 일행 대부분이 올라가는데 고산지대에서 오르막을 오르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숨이 가쁜지는 고산트레킹을 해 본 사람만이 알 수 있다. 놀랍게도 우리 일행 중 제일 고령이신 75세 할머니 두 분이 노익장을 과시하며 이곳 전망대까지 오르신 것이다. 이곳에서 빙하를 바라보니 아래쪽 빙하는 녹아 없어지고 빙하가 끌고 내려온 바위와 토석만 가득하고 위쪽 빙하는 검은색을 띠고 있다. 우리는 빙하 끝자락에서 조금 걸어 올라가서 만년설을 이고 있는 산들을 보면서 사진들을 찍는다.
빙하를 보고 식당으로 돌아오니 우리 일행 몇 분이 차를 마시며 젊은 청년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 젊은이는 호퍼마을이 고향인 19세의 대학생으로 방학기간 중 학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고 한다. 이 젊은이에게 훈자의 노래를 들려달라고 청하니 수줍어하면서 노래를 부르는데 가사 내용은 알 수 없지만 훈자의 아름다운 삶과 풍경을 담아 청아한 목소리로 거의 10분 동안 노래를 한다. 우린 그 젊은이에게 박수를 보내며 적은 돈이지만 사례를 표하고 일어선다.
알리아바드(Aliabad)의 시장에 들러 과일과 채소를 구입해 호텔로 돌아오니 오후 5시 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