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고 가장 먼저 주목하게 되는 것은 잔 다르크의 클로즈업 쇼트일 것이다. 한정된 시간과 공간에서 진행되는 이 영화의 클로즈업 미학은 영화의 내러티브와 주인공의 감정 변화를 진행시키는 힘이 되고 있다. 영화는 잔 다르크의 얼굴을 다양한 각도에서 보기 불편할 정도의 가까운 클로즈업으로 담아내고 있다. 이러한 촬영방식은 잔 다르크의 비극과 고난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게 하며 숨겨진 역사의 진실을 잔 다르크의 얼굴에 집약해 담아내게 한다. 클로즈업을 통해 쌓아온 잔 다르크의 이미지들은 영화 말미 화형 장면을 통해 비극을 극대화 시키며 영화를 완성한다. 산 채로 불에 타게 되는 충격적인 화형 장면은 그 어떤 잔혹한 고문과 피 튀기는 잔인한 장면들보다 당시의 억압과 분노를 생생하게 느끼게 한다.
하지만 클로즈업 쇼트만큼이나 재판을 진행하는 주변인들의 트래킹과 줌-인을 이용한 역동적인 쇼트들 또한 깊은 인상을 남긴다.
영화는 반복적으로 잔 다르크의 얼굴 클로즈업과 역동적인 재판관들의 쇼트 대비를 통해 내러티브를 진행시킨다. 앞서 말했듯이 잔 다르크의 클로즈업. 특히 가장 감정적 표현을 극대화시켜 재현 할 수 있는 얼굴의 클로즈업은 훌륭한 연기에 힘입어 클로즈업 미학의 정수에 도달한 듯 보인다. 하지만 클로즈업 쇼트만으로는 모든 의미를 전하지는 못한다. 주변인들과의 반복적인 병치는 반복 속, 미묘한 차이를 통해 의미를 만들어내며 효과를 극대화 시킨다.
특히 고문실 시퀀스는 이것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예가 된다. 상황을 설명하는 설정 쇼트부터 잔 다르크의 고립된 상황이 드러나도록 배치된 미장센을 보여준다. 사진1의 롱 쇼트로 표현 된 잔 다르크는 재판관들에 둘러싸여 그 어느 때보다 고립되어 보이고, 작아 보이기까지 한다. 재판장과 감옥을 거치며 신념을 지키다 고문실까지 들어오게 된 잔 다르크의 상황을 한눈에 보게 하는 쇼트가 되는 것이다. 직후 이어지는, 재판관들의 수평 트래킹 쇼트는 앞과 뒤에 배치된 정적인 잔 다르크의 쇼트와 대비되어 더욱 압도적으로 보이게 하며, 잔 다르크의 고립감을 심화시킨다. 사진2 쇼트 또한 2명의 재판관과 머리모양과 이어지는 날카로운 고문도구는 잔 다르크를 더욱 압박하고 고립시키고 있다. 고문실 시퀀스에서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뾰족하고 차가운 도구들과 잔 다르크의 얼굴을 반복적으로 병치시켜 보여주는 쇼트들이다. 쇼트의 지속시간을 조절하여, 리듬감을 만들어내고 있는데 점점 리드미컬하게 짧아지는 쇼트의 지속시간은 영화의 호흡을 효과적으로 조절하고 있다. 잔 다르크의 갈등과 긴장감, 보는 이들의 감정을 고조시키면서 잔인한 고문의 장면 없이도 상황의 잔혹성을 더하는 것이다.
이러한 정적인 클로즈업 쇼트와 역동적인 심판관들의 쇼트의 대비는 영화 내내 쇼트의 배치와 지속시간들을 통해 리듬을 만들어내며 내러티브를 추동시키는 힘이 되고 있다.
어느 정도의 깊이인지 잘 느껴지지 않을 만큼의 비현실적인 공간을 만들어내는 흰 배경 내에 위치한 잔 다르크의 표정은 체념어린 인물의 내면을 느끼게 한다. 특히 오른쪽 위편에 위치한 십자가와 하늘을 향하고 있는 듯한 잔 다르크의 공허한 시선의 미장센들은 비현실적인 공간과 맞물려 잔 다르크를 성스럽게까지 보이게 한다. 그러면서 떨어지는 잔 다르크의 한 방울의 눈물은 그 어떤 많은 이야기와 강한 이미지보다 더욱 강렬하게 아픔을 느끼게 한다.
잔 다르크의 얼굴 클로즈업 미학의 정수로 유명한 이 영화는 압축된 시간과 공간 내에서 얼굴 표정과 쇼트의 배치들을 이용해서 광활한 서사를 만들어내고 있음을 볼 수 있었다. 반복 속에서 미묘한 차이를 통해 의미를 만들어내고, 쌓아온 이미지들은 화형 장면에서 절정을 맞으며, 깊은 감정을 느끼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