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바탕화면’에서 지워진 ‘바다’
정 호 정
‘봄날의 활짝 핀 꽃 앞에서 나로서는 억울해서 못 죽을 것 같다’ 하시더니 꽃들이 흐드러지게 핀 이 봄날에 어이 그리 총총히 떠나셨나요? ‘미치도록 떠나고 싶어 찾아오는 곳이 바다’라 <바보 산수>에서 이르셨지요 ‘물로 들어가는 길은 평면이다 첩첩 산굽이를 넘지 않아도 된다’ ‘쉽게 쉽게 미끄러’지셨나요? 그보다도 ‘흰색 무명 면綿에 정이 간 아버지’의, ‘눈벌판 같은 정갈하고 깨끗한 광목 옥양목필’의 끝없는 ‘하얀 길’이 ‘바다’로 이어진 때문일까요? 벌써 ‘어머니의 물감 상자’ 풀리어 무지갯빛 꽃구름이 피어올라요 ‘꿈을 묻어둔 별’을 버리고 살뜰하게 챙기시던 ‘시우詩友’들을 버리고 버리고 때마침 ‘향기로운’ ‘아카시아 꽃 피는 오월’입니다. ‘참치회에 환장한 아이들이 서리하기 좋으라고 동네 어부 김 씨가 맨손으로 잡아 멀리 둔 꽁치를 훔쳐서는 꽁치가 꽁지 빠지게 도망’을 친, 모래벌에 코를 박은 ‘개구쟁이들’ 머리 위로 낮게 낮게 드리웁니다 ‘흰 그늘’ 물빛 하늘, 해는 아직 중천 한낮입니다
‘동해 주문진 앞바다’에서 철썩이고 있습니다 날마다 즐겁게 ‘물처럼 춤’을 추면서.
* 강우식의 시인의 시, 시어들을 인용하였음.
1998년 『문학과 창작』 등단
시집 『프로스트의 샘』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