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8 민주운동기념일을 아시나요

[김판출]

2.28 민주운동기념일을 아시나요

- 2·28 학생시위에서

3·15 마산시민항쟁으로 -

1960년 2월 28일

오후 1시경

대구 경북고

학생위원회 부위원장

이대우가 운동장

조회 단에서 결의문을 읽은 뒤

8백여 학생들이

교문을 나서서

“횃불을 밝혀라,

동방의 별들아”,

“학원의 자유를 달라”,

“학원을 정치 도구화하지 말라”,

“학원 내에 미치는 정치세력 배제하자”

등의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습니다.

경북고 학생들의

2·28시위는

새로운 학생운동의

첫출발이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큽니다.

학생들은 이승만 정권이

수립된 이래

학도호국단으로

묶여 권력이 요구하는

관제 시위를 벌였습니다.

1950년대

내내 북진멸공·

반공방일 시위에

동원되었고,

고위 관료가 행차를 해도

연도에 늘어서서

박수를 쳐야 했습니다.

그런 학생들이

현실을 비판하는

반정부 시위를 벌인 것입니다.

1950년대에 학생들의

비판적인 시위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1956년 5월 5일

민주당의 신익희 후보가

돌연히 사망해 운구가

서울역에서

효자동 자택으로

옮겨질 때

격렬한 시위가 발생해

7백여 명이 연행됐는데,

이 시위에 대학생들이

다수 가담했습니다.

1957년 4월에는

이기붕의 장자로

이승만의 양자가 된

이강석이 입학시험 없이

등록하자 서울대

법대생들이 며칠간

동맹휴학을 한 바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학생들은

학도호국단에 묶여 있었고,

이승만 정권에 항거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었습니다.

1959년 가을에는

학도호국단 운영위원장들로

구성된 전국대학생

구국총연맹이

자유당 후보 선거운동에

나서는 실정이었습니다.

죽은 것 같았던 학생들은

성난 사자로 살아났습니다.

이처럼 대구 지역

학생들이 들고일어난

것은 직접적으로는

민주당의 장면 후보가

일요일인 2월 28일

대구에서 유세를 벌이자

당국이 학생·공무원·

노동자· 시민들이

유세장에 나가지

못하게 엉뚱한 짓을

했기 때문입니다.

경북고의 경우

2월 25일에

3월 3일 치르게

되어 있는 학기말 시험을

일요일인 2월 28일

치르겠다고 했습니다.

28일 대구고교는

토끼사냥을,

대구 상고는

졸업생 송별회를,

경북대 사대부고는

임시수업을 하기로 했습니다.

경북고 학생들은

오후 1시 30분경

도청에 들어가

시위를 벌였습니다.

학생들은 연행되면서

3시경까지 데모를 했으며,

120여 명이 연행되었습니다.

대구고교는

2시부터 30분

동안 시위를 벌였습니다.

경북대 사대부고는

학생들을 강당에 가두었고

경북여고는

교문을 걸어 잠갔으나

일부 학생들은

시위를 벌였습니다.

2월 28일 이후 학생들은

30여 년 동안

불의와 부정, 독재,

민족문제,

민중생존 문제에 대해

시위 등을 통해

발언을 했습니다.

극우 반공체제에서

진보적 정치세력이

활동할 수 없게 되자

학생들이 앞으로

30여 년 동안

그 역할을 대신

떠맡는 세계 역사상

희귀한 사례가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2월 29일에도 경북여고·

대구여고· 대구상고의

일부 학생들이

데모를 했습니다.

3월 2일 이강학 치안국장은

학생들이 북괴에 이용당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학생시위는 서울

한복판에서도

일어났습니다.

3월 5일

장면 부통령 후보가

서울운동장에서

유세를 한 뒤

퍼레이드를 벌일 때

학생 1천여 명이

비를 맞으며

그 뒤를 따랐습니다.

학생들은

인사동 부근에서

경찰이 저지하자

“부정선거 배격하자”,

“썩은 정치 갈아보자”

등의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습니다.

격렬한 시위는

3월 8일

대전고에서도

일어났습니다.

학생들은 그동안

『서울신문』을

강제 구독시키고

수업 시간에

이승만 연설을

틀어주고 이기붕에 관한

뉴스영화를 보여주는 데

불만이 많았는데,

3월 8일의 민주당

강연회에 가지 말라는

지시가 내려오면서

거사를 계획했습니다.

학생 1천여 명은 8일

스크럼을 짜고

장면 후보 강연회가

열리는 대전 공설운동장으로

“학생을 정치도구화하지 말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줄달음치다가 무장 경관이

곤봉 등으로 난타하면서

난투극이 벌어졌습니다.

이 시위로 학생 간부들과

50여 명이 연행되었습니다.

10일에는 대전상고생들이

시위를 벌였습니다.

3월 10일에는

수원농고생,

충주고교생도

데모를 했습니다.

이날 전남 광산군

송정읍에서

3인조· 5인조

공개투표 모의훈련

끝에 민주당 비밀당원이

반공청년단장에게

살해되었습니다.

12일 부산

해동고교생들이

학도호국단가를 부르며

시위를 벌였고,

청주고교생도

시위에 나섰습니다.

3월 13일에는

서울시청 앞,

명동 입구 등 여러 곳에서

산발적으로 학생시위가 있었습니다.

학생들이 시위할 때

전국대학생

구국총연맹과

국정연구회에서는

가두선 전차를 타고

“학생들은 자중하라”라고

소리 질렀습니다.

3·15정부통령 선거가

다가오면서 고교생 시위는

한층 더 확대되었습니다.

3월 14일자 석간에서

한 신문은

“폭력에 떠는

3·15 분위기”라는

기사를 통해 도처에서

칼과 주먹이 난무했고,

그 와중에 김포에서

민주당 참관인이 중상을

입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날 14일에는

포항고교생,

인천 송도고교생,

원주농고생이

데모를 하는 등

시위가 많았습니다.

부산에서는 동래고교·

부산상고· 항도고교

북부산고교· 혜화여고·

데레사여고 등이

시위하면서,

“우리 선배는 썩었다”,

“우리가 민주제단을 지키자”

등의 구호를 외쳤습니다.

대학생들을 불신하면서

고교생들이 민주주의를

지킬 수밖에 없다는

처절한 외침이었습니다.

무장 헌병들이

교통순경을 대체해

교통정리를 했던

서울에서도 3월 14일

밤늦게 시위가 일어났습니다.

정각 9시쯤

화신백화점 일대에서

대동상고· 균명· 중동· 강문·

보인고생 약 2백 명이

쏟아져나와 노트 쪽지에

펜으로 “살인선거 물러가라”,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고 쓴

삐라를 뿌리면서

데모를 감행했습니다.

유신체제 붕괴

직전에 벌어진

광화문 야간 시위를

연상시키는 연합시위였습니다.

운명의 3월 15일이 왔습니다.

이날 투표는 최인규가

기획한 대로 진행되었습니다.

곳곳에서 대리투표가

공공연히 저질러졌습니다.

일부 지방에서

사전투표가 발각되었고,

3인조 투표도

각지에서 행해졌습니다.

곳곳에서

자유당 완장부대가

경찰· 청년단원 등과 함께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습니다.

민주당 참관인은

도처에서 내쫓겼습니다.

민주당은 전남과 경남에서

일찌감치 선거를 포기했습니다.

민주당 중앙당은 투표가

끝나기 전인

오후 4시 30분에

3·15선거는 선거의

이름 아래 이루어진

국민주권에 대한

포악한

강도행위라고 규정하고,

3·15정부통령 선거는

전적으로 불법·

무효임을 선언했습니다.

민주당은

참관인도 철수시켰습니다.

한희석

선거대책위원장 겸

기획위원장 등

자유당 간부들은

개표 상황을 지켜보다가

대구에서 이기붕 5천 표,

장면 32표라는

보고를 받고 놀랐습니다.

대구는 대표적인

야당 도시였습니다.

한희석은 최인규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국무위원들도 일부 지역의

개표 상황을 지켜보면서

자유당 후보가

95% 또는 97%를

넘지 않을까 ‘걱정’을 했습니다.

최인규·이강학 등은

한밤중에 경비 전화로

이승만은 80%,

이기붕은 70~75%

선으로 조정하라고

지시했습니다.

각지에서는 부랴부랴

감표에 들어갔는데,

일부 지방에서는

최병환 내무부

지방국장이 50%

선 조정을 지시해

혼란을 빚었습니다.

그 결과 이승만은

유효투표수의

88.7%에 해당하는

963만 3,376표를 얻은

것으로 발표되었습니다.

부통령의 경우

이기붕이 유효투표수의

79%에 해당하는

833만 7,059표,

장면이 184만 3,758표로

발표되었습니다.

이런 득표가 어떻게 해서

나왔는 가는 이승만·이기붕은

말할 나위도 없고 세 살 먹은

어린애도 알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3·15부정선거에 항의해

진주에서 민주당원 10여 명이

무언의 시위를 했습니다.

광주에서는 50여명의 당원들이

“민주주의는 죽었다”라고

외치면서 시위에 들어갔습니다.

그렇지만 마산에서 시민들이

격렬한 투쟁을

벌이지 않았더라면

한국인은 3·15와 같은

부정선거에도

방관하는 사람들이라는

비판을 면치 못했을 것입니다.

야당성이 강한 마산에서는

3월 15일 오전 7시

투표 시간이 시작되면서

실랑이가 벌어졌습니다.

민주당 참관인들이 투표소에

들어가는 것을 막아버린 것입니다.

47개 투표소 중 민주당 참관인이

들어간 곳은 3개소뿐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시청 옆 한

투표소에서 민주당 참관인이

사전투표를 한

투표함을 발견했습니다.

시민들은 투표할

번호표를 받지 못했다고

민주당 당사 앞에 몰려들어

번호표를 찾아달라고

아우성쳤습니다.

투표소 시설

또한 장막 뒤에서

감시하는 내통식이어서

비밀투표를 할 수 없었습니다.

3인조 투표는 물론이고,

투표지를 뒤집어

선관위원에게

보일 것을 강요당했습니다.

민주당 마산시당은

중앙당이나

경남도당과 상의 없이

오전 10시 30분

선거 포기를 선언하고

참관인·선거위원·운동원을

모두 철수시켰습니다.

민주당 경남도당은 오후

1시 30분에 선거

무효를 선언했습니다.

마산시 민주당원들은

오후 3시 40분경 데모에 나섰습니다.

도의원 정남규 등이 앞장서고

30여 명이 뒤따랐습니다.

그들은 “부정선거 다시 하자”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를 벌였습니다.

정남규 등이 연행되었지만

시위대는 계속 늘어났습니다.

데모대는 일단

오후 6시에 해산했습니다.

오후 7시 30분경

약 1만 명의 시민·학생이

마산시청 일대에 모였습니다.

그때 소방차 한 대가

시위대를 향해 오다가

돌팔매를 맞아 운전수는

뛰어내리고 차는 전신주

두 개를 들이

받아 정전이 되었습니다.

정전과 거의 동시에

최루탄이 발사되고

뒤이어 총성이 울리면서

중학생이 쓰러졌습니다.

일부 시민들이 북마산 쪽으로

방향을 돌려

파출소를 에워쌌을 때

또 총소리가 울렸습니다.

밤 9시 30분 날아온 돌에

석유램프가 쓰러져

북마산파출소에

불이 붙었고,

곧 전소되었습니다.

그 무렵부터 흥분한

시위대는 여러

갈래로 떼를 지어

곳곳에서 분노를

터뜨렸습니다.

민주당으로 입후보해

당선되었다가

자유당으로 간

허윤수의 집이 파괴되었고,

서울신문사· 자유당선거

대책위원회· 국민회 등이

들어 있는 건물과 두 개의

파출소가 파괴되었습니다.

시위대는 밤 11시

반경 해산했습니다.

이날 8명이 사망하고

70여 명이 부상당하고

2백여 명이 연행되었습니다.

[네이버 지식백과] (이승만과 제1공화국, 2007. 8. 13., 서중석)